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4년 9월 소소일기] 이른 추석 고향가는 길, 긴 연휴!

작은천국 2014. 9. 5. 06:30

[2014년 9월 소소일기]이른 추석 고향 가는 길, 긴 연휴!

 

 

그 어느 때 보다 이른 추석이 코앞이다.

 

올해는 꽉 찬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번 추석은 대체휴일로 인해 다른 추석과 달리 연휴가 길어서인지

 추석만 지내고 바로 국.내외 여행을 떠난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피곤'이 늘어져서 생각만해도....

 

너무 이른 추석이긴하지만 거짓말처럼 계절의 절기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보내고

이젠 식상해진 '한가위만 같아라'는 이야기는 교과서에나 보는 옛날 이야기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 숨은 덕담의 넉넉함은 그 어디에 비교할 바가 있을까?

 

꽉찬 보름달보다 채워야 할 미덕을 가지고 있는 상현 달에 끌리긴 하지만

어느 해 추석, 뒷동산에 엄청난 달이 떳을 때 그 달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던 무시무시한 충격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SF 장르(어쩌면)는 나에게 공포영화로 인식되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다는 것이

거짓말인줄 알면서 신화처럼 오래도록 믿게 만들던 달의 힘.

 

이젠 울산도 혁신도시의 영향으로 뒷동산의 달구경은 옛말이 되었지만

나에게 '달의 몰락' 이란 죽을 때 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지난 구정 이후로 오랫만에 집에 가는 길이라 조금 이른 귀향을 했다.

중국인 요우커들의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전해 듣긴 했지만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 탑승하니 전철안은

 온통 이제 막 한국에 도착한 중국인 요우커들이 대부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한국인인 내가 외국인인듯한 어색함이 ^^

 

어랏! 서울역에서 도착해서 정신없이 걷는데 문득 내 눈에 띈 산티아고 표식!

낯선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 나갔다.

"산티아고 다녀 오시는 길이세요?"

 

순간 그 낯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약 39일 도보여행으로 피네스테라까지의 경험이 술술히 풀어진다.

아.. 그냥 서 있어도 더운 스페인의 날씨가 어떠할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 바,

이제 10월이면 5주년이 되는 나의 산티아고는 이래저래 계속 다가오고 있다.

 

그곳의 추억은 산티아고의 'ㅅ'만 들어도 심장은 여전히 뜨겁고 얼굴은 미소가 번진다.

 

정말 반가워 두 분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지만 내 몰골이 말이 아닌지라 그냥  두분의 모습만 담았다.

 

산티아고는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걷고 난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 몸과 마음을 보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을 전해주었다.

 

그걸 몰랐던 나는 다녀와서 몸을 혹사하는 바람에 급노화 진전으로 여전히 고생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 몸의 이상을 느끼고 있다는 두 분은 고맙다며~

 

기차는 영원한 나의 로망~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단팥빵이니 오랫만에 기차 안에서 한 입~

단팥을 정말 좋아하긴 하는데 으~~ 너무 달아~~

 

기차는 비를 뚫고 전속력으로 고향을 향해 달려간다.

 

뭔가 이런 저런 것 생각들이 머리속을 엄청 스쳐지나가고 있는데 그걸 잠시잠깐 알아채기만 할 뿐

뭐가 뭔지 정신이 없는 요즘 나의 상황과 비슷한 속도감에 살짝 멀미가~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고래가 반기는 고향 울산에 도착했다.

왠지 고향은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냄새가 다르다.

이건 순전한 착각이긴 하다.

 

 

울산은 한동안 지긋지긋한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오락가락하던비는 울산에 도착하니 대차게 쏟아진다.

 

고향의 비 소식에 지인들은 고향집이 괜찮냐는 안부를 물어왔다.

고향집은 지대가 워낙 높은 곳이라 우리집이 물에 잠긴다는 것은 울산 시내가 80%이상 물에 잠기는거라고 웃었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내리는 비는 여지없이 태풍을 동반하고 있기에

농부로 살아온 나의 아버지는 수확기가 되면 날씨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해마다 태풍은 크고 작은 피해를 남기는 것이 다반사라 늘상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지만

 태풍의 비바람과 싸우며 밤새도록 논을 지켜야 하는 농부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젠 논이 개발지구에 편입되어 비가 와도 태풍이 와도 아버지가 밤새도록 씨름할 일은 없어져서

그런 걱정을 할 이유가 없어졌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그런 걱정할 때가 더 좋았다는 뉘앙스에 담긴 회한은 어쩌지 못한다.

 

그동안 혹사했던 몸은 이른 저녁을 먹고 내쳐 15시간이상을 자고 나서도 피로는 여전하다.

서울에서도 며칠 내 우중충했던 서울의 날씨와 달리 화사한 하늘이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고향집 앞마당~

 

감이 주렁주렁 가지가 늘어지도록 달렸다.

 

아마 고추가 심어졌을 마당에는 고추 수확을 끝내고 겨울 김장을 위해 가을 무우가 파종되어 있다.

 

부지런한 아버지는 내일 배추를 심어야 한다며 집 뒤의 텃밭을 다듬고 있는 중이다.

 

게으른 딸년은 늦은 아점을 먹고 어제 넘겼어야할 취재기사를 뒤늦게 넘기고

아버지의 부르심을 받잡고 고추를 따야했다.

 

매운 것에 쥐약인 나에게 다른 것도 아니고 고추를 따라니...

허나 따라면 따야지요  ㅠㅠㅠ

 

예전보다 몸놀림이 많이 느려지셨다는게 확연히 눈에 띄지만

그래도 반나절이 안되어 황무지였던 곳은 어느 새 고랑이 만들어졌다.

 

긴 연휴이긴 하지만 오사카 원고의 한꼭지를 미뤄놓고 있어서

연휴동안에 써야하기에 자료를 챙겨왔다.

신사 한 군데가 있는데 온갖 신들이 모여있는 곳은 궁금증 유발을 촉진한바

결국 고사기를 읽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복잡해도 너무 복잡한 일본의 신화는

100년 동안의 고독보다 더 많은 등장인물과 배경지식이 없는 관계로 고민하다가

 

어랏, 먼나라 이웃나라에 이 고사기의 일부분이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이참에 아예 이원복 교수님의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연휴 동안에 읽어야 할 또 하나의 책 '산티아고 가는 길'

들고 오기는 했는데 너무 두꺼워서 다 읽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한번씩 고향을 찾을 때면 동네 어르신들의 안녕하지 못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며칠 전에 아버지의 가장 친한 지인분의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전해들었는데

결국 추석을 앞두고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부모님 연세가 있다보니 친구분들의 '부고' 소식이 더 이상 낯선일이 아니기에

부모님은 태연을 가장하고 계시긴 하지만 그것이 어찌 태연한 일이실까?

두 분은 깊은 침묵으로 대신하셨다.

 

 나의 부모님이 아직도 건강하게 계신다는 사실에 감사드리며...

 

고향 다녀오시는 분들은 조심히 다녀오시고 

 가족들과 함께 추석 연휴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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