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4년 1월 소소일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작은천국 2014. 1. 20. 06:30

[2014년 1월 소소일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면 단명한대요~ # 정성 가득한 지리산 곶감

 # 라디오 DJ 가능할까요?   # 올해는 한 곡 써야 할텐데..

# 때론 버겁지만 늘 감동!   #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2014년이 시작된 지도 20일이나 지났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틈도 없이 지난 가을을 보내고 나니

모든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버렸다.

왠지 그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 듯한 이 허전함속에

나는 멈춰있는데 시간은 가속도가 붙어서  지나간다.

 

그래서 텅텅텅 비어버리는 경계에 머무르는

소소한 일상이 이상하리만치 가끔은 낯설게 느껴진다.

 

내 삶의 기록이 담긴 개인 공간이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뜬금없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좋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더 커져가는 요즘.

 

'내 삶은 기록이다.'로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던 마음으로 돌아가 

 간혹 소소한 일상의 개인적인 일기를 써 보려고 한다.

 

뭐,,,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주절거림이라 번외로 쳐도 좋겠다. ^^

 

 

#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면 단명한대요~

 

지난 몇 달간 정말 고통스러웠던 지난했던 작업은 평균 2~3시간 수면에

 책상에 한 번 앉으면 족히 10시간 이상은 순식간에 지나가기를 일쑤. 

내 몸을 지탱하고 있는 척추뼈는 녹아 내리는 듯했고

몸에 산소가 부족하면 구토를 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렇지 않아도 목과 어깨의 통증을 달고 사는데

요즘은 그게 더 심해져서 휴식, 요가, 반신욕, 물리치료 등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지리한 통증은 불쾌하고

아침 컨디션은 늘 저조하기만 하다.

 

어제 포털에  장시간 앉아 생활 땐 단명.. 운동도 소용없어.. 라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의 요지는 하루 중 11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비활동적인 중. 장년 여성들은 4시간 이하의 그룹보다

사망확률이 12%  높으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더라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이 같은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통증의학과 선생님도 이미 나의 고질병에 대해서는

학생이라 생각하고 50분 일하고 10분을 쉬는 것 외에는 치료방법이 없다고 했다.

 

 뭘 좀 하고 있으면 1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일의 흐름이 끊기면

 다시 집중력이 생길 때까지 때론 한참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기때문에

흐름을 스스로 끊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오랜 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겠다. 

 

# 정성 가득한 지리산 곶감

 

 

작년에 인연을 맺은 지리산 맑은 꼴 펜션에서  

정성을 다해 직접 작업하신 곶감을 보내주셨다.


개봉하는 순간...


맙소사...한 눈에 보기에도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깎아서
한 번에 말린 정성이 가득 담긴
수제 명품곶감이 선연하다.

 

 

아! 이 정성 넘치는 곶감....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유명하다는 곶감은 다 먹어봤지만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되는 정성 가득담긴 지리산 곶감... 

 

손 끝으로 전해지는 곶감 하나의 온기에 전해지는 훈훈함.. 마음이 따뜻하다.

 

 

 # 라디오 DJ 가능할까요?

 

 어쩌다보니 며칠 전에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게 됐다.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거의 24시간을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라디오 부스안에 혼자 앉아서 음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라디오 DJ.

 

장래희망사항에 한 번도 적어 본 적은 없지만 뮤지컬배우와 라디오 DJ 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결정적으로 뮤지컬 배우를 하기에는 키가 작다는 것과

라디오 DJ를 하기에는 태생적인 한계인 사투리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 누구에게 조차도 말해 본적 없었던 나름의 희망사항.

 

라디오 부스 마이크 앞에 앉는 순간, 

모두가 잠든 새벽에 혼자 깨어 마당에 나가 라디오를 틀어놓고 

밤 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며 혼자 주절거리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다 "저,, 말이 너무 빠른데 조금만 천천히 해주세요" 에

안드로메다에 가 있던 정신은 제자리를 찾았다.

 

하악하악!!  그렇지.. 난 사투리만 문제가 아니었어...

 

나의 속사포같은 언어 구사력.... 역시 난 안되는 거였어~~ ㅎㅎ

 

하지만,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런데 5년 전에 같은 시간 대에 포맷만 달랐던 이 방송에 전화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

그때 선물로 받은 네비게이션 아직도 잘~ 쓰고 있다...

 

그참 우연치고는 ~~~

 

# 올해는 한 곡 써야할텐데..

 

소리는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작곡을 배우기 시작한지 꽤 시간이 흘렀다.

중간 중간에 일이 바빠지거나 전시가 있거나 할 경우에는 한 달 혹은 몇 달을 쉬기도 했었다.

같이 시작했던 우클렐레는 6개월 정도 하다가 도저히 시간이 안나서 결국은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곡을 포기 못하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선생님 때문이다.

 

작곡을 전공 할 것도 아니고 문화센터에서 취미로 배우는 작곡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 1시간은 언제나 3시간 가까이 진행된다.

게다가 결석을 하면 다른 강의 장소로 오라고 해서 보충을 해주신다.

이건 작곡 전공을 위한 개인레슨 수준의 수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지로 그만둬도 벌써 그만둬야 할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포기 안하는데 학생인 내가 먼저 포기할 수 없는 웃긴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소질이 있는것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나의 어떤 가능성을 보고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모르겠다.

그런 선생님이 고마울따름이다.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보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다 밟고 가고 싶어서 

화성학보다는 발전법을 먼저 익히고 있는 중이다.

 

똑 같은 두 마디의 기본 멜로디를 가지고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 가운데 OMMISION이라는 것이 있다.

 

핵심 음만 남기고 생략을 하되 핵심 멜로디와는 비슷하게 만들어내야 하는 OMMISION.

그동안 TRANSTION, EXPENTION, CONTROUCTION, EDITION, INVERSION 을 할 때 까지는

그렇게 어려운 줄 모르겠더니 생략해야 하는 OMMISION에서는

8마디 쓰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리기 일쑤였다.

 

인생만사 모든 것은 똑같다고 하더니

뺄셈의 예술이라고 하는 사진도 주제만을 단순하게 구성하는게  핵심이건만

작곡을 하면서도 그게 똑같이 적용될 줄 미처 몰랐다.

 

자신에게 딱 필요한 짐만 지고 가야 하는 우리 인생에도

감당하지도 못하면서도 버리지 못할 욕심을 짊어지고 있는 어리석음을 ...

 

채우기는 쉬워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작곡 공부를 하다가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나저나 올해는 진짜 한 곡 써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 때론 버겁지만 늘 감동!

 

어쩌다보니 화분이 하나 둘 늘어서 집 공간을 꽤 차지 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좀 과장을 하면 집이 열대 우림으로 변할까봐 걱정을 해야할 만큼

식물의 성장 속도에 내가 물 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이틀이 멀다하고 낑낑대며 화분을 옮겨서 물을 줘야하는 건 여간 고달픈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 집에서 같이 호흡하고 있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길게는 10년 이상 동고동락한 것도 있고 짧게는 1년 정도 된 것도 있는데

내가 공을 들인만큼 식물이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그 일례로 3년 전부터 10년을 넘게  키운 산세베리아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이 산세베리아를 비롯해 동양난, 서양난 할 것없이 모든 식물에 전부 꽃이 피었다.  

 

산세베리아는 기온이 맞아야 꽃이 피는데 더운 지방의 식물이라 6월말 혹은 7월초에 꽃이 피었고

동양난도 5월쯤에 꽃이 피었다.

 

그런데 지난 가을 대만 출장에서 돌아오고 나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꽃 필 시기도 아닌데 10월달에 뜬금없이 산세베리아와 동양난이 꽃을 피웠다.

이 신기한 현상에 지인들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덕담으로~~^^

 

하지만 작업때문에 화분에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2주 이상은 꽃이 피어 있어야 할 녀석들이 1주일만데 전부 시들어 버렸다.  

 

놀라운 생명의 신비를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2달을 넘게 방치했던 화분들은 싱싱한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두드러지게 표시가 나기 시작했다.

근처 꽃가게 가서 물어보니 한 번 관리를 잘못하면 분갈이를 해도 소용없고 되돌리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냥 적당히 물주다가 시들면 버리라고 했다...

 

이 무슨..... 관리를 잘 못한 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내 손으로 죽이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겨울인데도 나름은 햇볕쬐주고 말 걸어주고 음악 들려주고

시시때때로 눈길주고 나름은 정성을 다시 쏟았다.

 

그러기를 한 달,,,,   예전에 비해서 여전히 시들하기는 한데 서양난에 2군데서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무한 감동이다...

 

세상 이치라는게 한번 어긋나면 다시 되돌리는데는 몇 배의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는 이미 지나간 버스는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뒤늦은 후회만 남기기도 한다.

 

후회하기 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늘 다짐하지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자 망각의 동물인 것을...

 

우리집 화분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꽃 피울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수없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던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였다.

러닝 타임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는 ' 다음 장면에 뭔가가 일어날꺼야' 라는 마음으로 내내 지루했다.

그런데 그렇게 지루했던 영화가 갑자기 끝나고 시간은 20분이 아닌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영화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이렇게 의문투성이의 낯선 영화는 실로 오랫만이었다.

 

모호한 상징들로 가득찬 영화는 그 상징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말 죽도 밥도 아닌 영화였다.

 

하지만 가장 나를 궁금하게 만들던 것은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통해 감독은 스토리가 아닌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였다.

 

악기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잘 모르지만 세계에 한 대 밖에 없다는 기타부터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여러 가지의 기타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다양한 영화 음악은 또 얼마나 몽환적인지...

 

그런데 그게 싫지가 않았다.

 

언어가 사라진 공간이 음악으로 채우며 음악이 가진 기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스토리텔링이 전달하는 언어의 직접적인 효과보다  

무의식적인 언어인 음악이 던지는 간접적인 메세지가 나에겐 훨씬 더 강렬하게 와 닿았다. 

 

음악에 어찌나 빠져 있었던지 2시간이 20분으로 느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아담'과 '이브'

 

 수 백 년을 살면서 아인슈타인, 세익스피어, 슈베르트, 마일즈 데이비드, 밥 딜런 등

천재들의 일상에 끼어들면서 전해주었던 생명의 에너지...

그 사랑의 기운을 음악으로 이야기 하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이브이 마지막 대사.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무방비 상태로 넋 놓고 있다가 크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짐무시 감독이 가볍게 툭툭 건드리고 있는 '사랑'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누군가는 그랬다.

사랑이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기운이라고...

 

갑자기 허무가 밀려들었다. 그리고 그 허무의 기운은 나에게 되묻고 있었다.

 

사랑이 뭐냐고...

 

문득, 안부가 궁금해졌다. 

 

별 일 없이 잘 계신거죠?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순전히 번외) #  눈 내리는 겨울 밤

 

자려고 누웠는데 눈이 온다. 첫 눈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 눈을 기다린다.

첫 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 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 정호승 시선집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중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

 

 

미안한 마음을 다 덮어주고 허물을 가려주는 눈이 오니

눈 와도 만날 사람없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눈 오니 좋다.

 

 

나에게는 의미있는

 타인에게는 별로 재미없는 

한번 빙긋 웃으면 그걸로 충분한 소소한 일상.  

 

작은천국의 소(笑) 소(笑) 일기!!!

 

 

좋은하루

 

 

19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