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5년 1월 소소일기] 책? 책. 책!

작은천국 2014. 11. 13. 06:30

[2015년 1월 소소일기] 책? 책. 책!

 

 

 

 

작년에 '처음 타이완에 가는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로 시작해

 '처음 오사카에 가는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이 곧 출판을 앞두고 있고

한창 원고 작업중인 '처음 교토에 가는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은

올 겨울이 물러갈 즈음이면 출판 될 듯하다. 

 

올해는 정말 책으로 시작해서 책으로 끝나는 한 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숨 쉴틈 없이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힘에 부칠만큼 틈이 없다. 

 

 최근 2주는 밥을 먹다가도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할만큼

정말 최악의 상황에 몸 져 누워도 벌써 누웠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방하면서 견디고 있는 것은 '아플 수도 없는' , '아프면 안되는' 절박함이

이 모든 상황을 버티고 있게 하는 듯하다.

 

내 몸이 내 몸같지 않고 몸 따로 마음따로 임에도

정신줄 놓지않고 또렷, 또렷하게 버텨내고 있는 인간의 정신력에 그저 탐복할 뿐...

 

 지난 주 금요일에 오사카 교정본을 받기로 했었는데

출판사에서 이것저것 늦어지는 바람에 수요일 저녁에서야 받았다.

 

교정본이 나에게 넘어 올때 최종 마감 시한을 정한 채로 넘어 오는데

이미 출판사에서 예정된 날짜보다 거의 일주일을 넘겨 보내온터라

나에게 주어진 일주일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결국, 모든 것 올스톱 하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교정을 보는 수 밖에 ㅠㅠㅠㅠ

 

지난 여름이 시작되던 2014년 7월 11일부터 쓰기 시작한 원고는

뜨거운 여름 내내 원고와 씨름하며 2014년 8월 31일에 마무리를 했다.

 

두 번째 원고는 타이완 보다 좀 더 수월할 줄 알았는데 

도시 특성이 다르다는 것은 수월은 커녕 아는게 병이라 오히려 더  스트레였다.

어쩌면 욕심이 그 만큼 더 늘었다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타이완은 '처음' 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른 채로 덤비다보니

24시간의 개념도, 요일의 개념도, 아침 저녁의 개념도 사라지는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였지만

그랬기에 퀴리부인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의 엄청난 집중력에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타이완 원고가 끝나고 나니 그 댓가는 처절했고 몸은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그래서 오사카 원고를 쓸 때는 절대 밤을 새지 말 것과

아무리 글이 잘 써지더라도 하루에 작업할 시간을  정할 것과 작업일지 작성할 것을 스스로 원칙으로 세웠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꼬박 51일간 하루도 쉬지않고 도서관을 작업실 삼아

출퇴근을 하면서 도서관 밥 먹으면서 그렇게 뜨거운 여름을 오롯이 오사카에 받쳤다.

 

그렇게 감옥생활 아닌 감옥생활을 할 즈음에 나의 SNS 상태메세지는

아마 '미친듯이 놀아보자' 뭐 이런 거 였던 것 같은데.... 

 

마지막 탈고 하던 날, 갑자기 작업일지에 뭐라고 적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내 인생에 미친듯이 놀아보자가 언감생신 ㅠㅠㅠ"  이렇게 적어놨다..  하하!!

 

하지만, 이 책을 집필하는 내내

타이완 책도 그랬지만 최대한 객관적일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이자 최고'라는 생각을 경계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오사카를 바라본 시각이 담기겠지만

 삶의 공간을 떠나 마주하게 되는 것은 모두에게 특별한 일이고

그 특별함이 내가 가진 정보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또 전부가 되어서도 안 된다.

책은 방편이고 여행은 훈내 나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고맙게도 처음 책이었던 타이완도 3쇄를 앞두고 있다.

아니 이미 3쇄를 찍었어야 하는데 개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반쯤 원고를 쓴 상태로 12월 중순 혹은 연말 정도에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다.

 

 '처음'이 주는 무게감을 견딘다는 것은 상상 초월이었고 

젖 먹던 힘가지 쥐어짜낼만큼 열과 성을 오롯이 쏟아 부었던 첫 책은

솔직히 꽃 보다 할배의 인기덕분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나 타이완이 인기가 많은지 1년 사이에 가격도 전부 올랐고

시스템도 바뀐 것이 있고 지하철 노선도 또 하나 개통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첫 책이 1년 사이에 아쉬운 부분이 많이 느껴져 

10월에 가족 여행 겸  보강 취재를 다녀왔다.

 

먹거리와 아기자기하면서도 특색있는 숍들,

그리고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달리 보이는 풍경들이 실릴예정으로 

조금 더 깊숙한 타이베이로 안내하게 될 것 같다.

 

처음에는 오사카가 교토를 포함한 책 한 권으로 출판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사카 원고를 쓸 때 뫼비우스의 띠처럼 매일 10시간씩 작업을 하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진도가 안나가는 것에 상당한 압박을 받았었다.

나중에 쓴 원고를 확인하니 이미 책 한 권 분량....

더 뺄수도 없는 자료들로 채워진 것이라 출판사와 긴급회의 후 결국 교토를 따로 분리하기로 결정!

 

그래서 교토가 운명적으로 세번 째 책이 되었다.

 

오사카가 봄을 제외하고 크게 계절에 상관이 없는 도시에 가깝다면

교토의 경우는 4계절이  뚜렷하고 봄 벚꽃, 가을 단풍으로 세계적인 관광지인 곳이다. 

지난 봄 교토로 사전 취재 갔을 때 기회되면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교토 책만 따로 출판하게 되면서 단풍사진에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어

직접 단풍 사진 취재를 갈 예정에 있다.

 

원래 목차와 일정이 전부 다 확정이 된 상태로 원고를 일부 쓰고 있었는데

단풍 스폿이 추가되고 지난 번 취재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들을 보강하다보니 

목차를 전체 수정하는 한편, 구성도 전부 바꾸었기에

단풍 취재 덕분에  조금 더 내실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 같았던 교토의 단풍은 보면 볼수록 시선을 끄는 곳들 뿐이라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저녁 9시까지 일주일 내내 빼곡해도 너무 빼곡한 취재를 소화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욕심은 있는데로 부려놨다.~~  체력이 따라주길 강력하게 희망할 뿐. ^^

 

위의 책 만으로도 정신없어 죽을 지경인데 강력한 복병이 등장했다.

'책' 때문에 기존에 기고하던 원고들은 양해를 구하고  손 놓다시피하고 있고

심지어는 블로그 관리도 뒷전으로 감당이 안되는 상황에 처한 요즘.

 

AT studio 에서는 전시대신 '사진일기'로 책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내 작업을 하면서도 원칙은 밤 새지 않는 것이었는데

편집본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결국 무리해서 밤을 새면서까지 이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그래도 업친데 덥친 상황의 연속으로 슬슬 꼬이기 시작했던 스케쥴은 결국, 

처음 예상과 달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버렸고

모든 것은 엉망징창으로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책 한권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보기보다 많은 품이 들어간다.

그래서 사실, 내가 한 작업은 어찌보면 전체과정을 놓고보면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여유없는 마음에 단초를 제공한 이 작업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화산처럼 폭발하며 결국 이리저리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도 다 내가 부족한 탓이려니 어쩌겠는가...

 

 

그런데 또 하나의 책이 더 기다리고 있으니....

 

책이라기보다 여행잡지라고 보는게 좋을 듯하다.

자유기고 형식으로 들어가기에 나는 원고만 넘겨주면 된다. 

처음 원고 청탁 메일을 받자마다 바로 쓰고 싶다고 생각한 내용이 있었고  

이미 어떤 구성으로 어떤 내요과 사진을 쓸 지는 순식간에  결정이 되었다. 

 

하지만 마감 시간이 다 와가는데 여전히 원고를 쓸

시간도, 무엇보다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고에 대해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는 건, 

그야말로 정보성이나 취재기사가 아닌 

모처럼 내 스타일의 글을 쓸 수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바쁜 가운데 생각을 비집고 들어 와 있는 것들이 잡히기만 하면

금방 써질 것 같은 예감이 드니 그걸로 밀고 나가는 걸로~~

 

"함부로 기도하지마라. 

기도가 절실한 만큼 그 기도는 반드시 이뤄진다.

그리고 그 댓가는 꼭 치뤄야 한다. 

그래서 무턱대고 기도를 하면 안된다." 고

 

언젠가 지인이 스치듯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요즘 그 말을 무척이나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고 하지 않았던가...

 

왕관만 생각했지 그 무게가 있다는 걸,,,,

그 무게가 있다는 걸..... 정말로 몰랐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휩쓸리지 않고

어설프긴 하지만 중심을 잡아가며

 그 무게를 조금씩 견뎌내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나는 또 한 걸음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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