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감포깍지길] 해국 꽃길을 걸어 100년 전 멈춘 시간과 만나다.

작은천국 2013. 9. 23. 06:30

[감포 깍지길] 해국 꽃길을 걸어 100년 전 멈춘 시간과 만나다.

 

 

 

감포 해변을 따라 총 7개의 길이 만들어진 감포 깍지길에는

온통 해국으로 장식된 골목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닷 바람과 파도도 보호하는 꽃,

바닷가 바위에 피는 보라색 꽃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처녀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꽃이라 하여

바다 해바라기, 또는 해국이라 부른다.

해국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

- <감포 깍지길> 에서 발췌-

 

 

 누군가의 긴 기다림이 거친 바닷가 마을의 골목에 피어난 해국 꽃길을 걸으며 

시간이 멈춘 역사의 현장을 만날 수 있었던 감포 깍지길이었습니다.

 

긴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에게 올해 추석 연휴는 쉴 여유가 없는 추석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며칠 내도록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고 있는 것에 신물이 날 즈음,

잠깐의 휴식을 위해 무작정 드라이브를 나섰습니다.

 

동해를 따라이어지는 국도 7번이 울산과 만나는 국도 31번은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국도 7번의 풍경 못지않는 바다 풍경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그 길에는 신라 천년의 역사 중 가장 다이나믹한 문무대왕릉과

 

문무대왕릉의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감은사지가 있어

일반적인 드라이브 코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쨋거나 머리식히자고 나선 길이니 오랫만에 옛날 기억도 더듬을 겸 감포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길을 지나는 동안 정자. 신명 해변을 거쳐 나아, 대변 해수욕장 등등

울산 시민들의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있는 바다가 주욱~ 몰려있습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올 여름은 날씨가 덥기도 했지만 이런 저런일들로 인해

줄창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 지라 여름이 훌쩍 지나갔다는것이 새삼스러워지네요.

 

울산 북구에서 약 50분을 달려 도착한 감포항.

예전에는 덜컹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바닷길을 2시간이나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던지라

하루 나들이 코스로 시간을 내야 했고 멀미작렬하는 길이었다는 건 이제 추억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변한 건 도로사정뿐이 아니었습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바다로 기억하는 감포항은 명절이라 조용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기대와 달리

변해도 너무 변한 듯해서 등대까지 걸어볼까 하다가 이내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나선 길 급하게 검색을 해보니 감포 깍지길을 발견!

 

마침 항구와 가까운 감포깍지길 4구간 골목으로 접어드는 길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해국길은 감포 공설시장 옆으로 있는 도로와 접하고 있는 상가쪽 길로 약 20m 정도 걸으면

 

팔조 추어탕이 있는 길이 해국길 시작입니다.

 

처음에 길을 물었더니 대로변에서 감포신협과 감포 한의원 사이길로 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길에서 계단을 보니 바로 해국 계단길이 보여이 길인가 싶어 올라가서

 

꽃 계단길로 곧장 직진

 

포토 존에서 부서지는 따가운 햇살 아래 사진도 찍고

 

혼자서 기념 사진도 남기고^^

 

해국에 대한 내용도 읽어보고

 

이 계단에서는 이렇게 찍으면 착시효과가 난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만한 비좁은 골목길

 

하지만 그 골목은 누군가의 기다림이 꽃으로 피어 여행객을 반기고 있습니다.

 

이 길이 시작인 줄 알고 골목을 걸었으나 결국 중간이더군요.

 

아날로그 감성이 담뿍 느껴지는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집 대문에도 해국은 피었고

 

담벼락에도 해국은 가득입니다.

 

어머나~~ 해뜨는 풍경을 운치있는 해국에도 담았네요.

 

그 짧은 골목길이 끝나고 나니 아이고 맙소사.. 이 길이 해국길 시작길이었네요. ^^

 

 

갑자기 골목에서 툭~ 빠져나오니 지리감을 상실했던지라 나와서 쳐다보니

주차를 해두었던 감포 시장 바로 오른쪽 길이더라구요.

 

좀 전에 왔던 골목길을 다시 걸었습니다.

 

오호호호~~ 어린왕자도 만났습니다.

이곳의 어린왕자는 BC603호 소행성이 아닌 두연이네 별에 살고 있나 봅니다.

 

분명히 조금전에 걸어 왔던 길인데 거꾸로 걸으니 그 스친 풍경이 다시 낯설게 느껴집니다.

 

 벽화를 그려놓은 수 많은 곳들이 있지만 해국을 컨셉으로 정직하게 해국만 그려놓은 단순한 길은

의외로 매력이 있습니다.

 

어떤 곳은 진짜 꽃이 핀게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하네요^^

 

옛날 건물과 지금의 건물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길은 해국 꽃길도 꽃길이지만 걷다보니 우리네의 골목과 좀 다른 골목의 동선고 그렇고  

 

곳곳에 일제시대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 더 색달랐습니다.

 

목욕탕이었던 건물의 굴뚝도 정겹네요.

 

그 기억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옛골 식당은 특별해 보였습니다.

설렁탕을 맛 보고 싶었으나 추석내내  엄마의 정성에 담긴 곰국을

몇날 몇칠 먹고 있는 탓에 아깝게 패스~했습니다.

 

이 집은 '다물은 집' 이란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데 100여년 전 일제 강점기,

개항과 함께 일본에서 한국에서 건너온 야시모토라는 사람의 집으로  여전히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다물은 집'은 바로 시간을 묻어 둔 집이었습니다.

 

 

다물은 집을 비롯에 이 골목에는 곳곳에서 만나는 옛 시간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집들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 것도 신기합니다.

 

골목을 돌아가니 방금 목욕탕굴뚝의 뒷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골목 안쪽으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놀랍습니다.  

 

실은 우물을 보기위해 들어온 길인데 옛날 우물을 재현해 놓았다는 것 외에는 그닥...

 

하지만 그 덕분에 이 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갑니다.

감포리는 구한말시대 개항과 동시에 일인들이 들어오면서 이곳이 집단 거주지였다고 하네요.

어쩐지..

 

다시 굴뚝을 향해 걸어나가

 

마지막 모퉁이를 돌아서니

 

일제시대 건물을 고스란히 살려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시간이 멈춘 시간을 걷고나니 그리 멀지 않은 골목길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집니다.

 

추억남기는 감포 깍지길이네요

 

해국길의 의자에 앉아봐도 좋을 것 같네요.

 

 

남도 석성의 안쪽에도 이런 식의 텃밭을 만들고 있는걸 본 적을 있는데

비좁은 땅을 대신해 콘크리트로 계단을 만들어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일본식일까요? 한국식일까요?

 

감포에 도착했을 때는 그저 항구 마을이겠거니 했던 곳인데

해국길을 걸은 덕분에 구한말의 시간속 여행을 하는 재미로 감포를 어슬렁 거려봅니다.

 

으흐흐흐  이곳이 최고의 인테리어었을 법한 철지난 인테리어 덕분에 시간여행은 급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건물 곳곳의 조화가 놀랍기만 합니다.

 

골목길 안쪽을 걷다가 참 희안한 골목이다고 생각했던 골목은

 도로에서 인접하는 길이어서 또 한번 놀라게 되네요

 

추석 연휴에 잠깐 짬을 낸 여유였지만

 100여 년전의 시간을 거슬러 걸어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감포 깍지길이었습니다.

 

감포에서 잡히는 고기가 달아서 감포라는 유래를 가지고 있는 곳.

추억속의 감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지만

시간이 멈춘 그곳의 바람은 무척이나 달았고

오랜 기다림의 꽃말을 가진 해국.

 

 저만의 해국 한 송이가 피어 그 결실을 보게 될 시간을 위해

저는 오늘도 힘껏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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