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강릉 바우길] 1박2일이 걸었던 강릉 바우길, 3코스도 끝내줘요~

작은천국 2013. 8. 12. 06:30

1박2일이 걸었던 강릉 바우길, 3코스도 끝내줘요~

강릉 바우길 3코스, 경복궁 복원에 쓰인 어명받은 소나무길

 

 

 

이번 주 1박2일에서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에 이은 강릉 바우길을 걸었습니다.

우리나라 3대 트레킹 코스라고 할 수 있는 강릉 바우길을  걷는 걸 보면서

모처럼 1박2일다운 면모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강릉 바우길은 대관령 옛길 백두대간에서 시작해 강릉의 동해바다를 따라 걷는 동안

계곡길, 마을길 및 숲길, 바닷길 등 다양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길이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길입니다.

 

방송에서는 3구간은 빠졌지만 3구간의 경우' 어명받은 소나무길' 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2007년 경복궁을 복원할 때 이 곳의 금강소나무를 베어 궁궐의 기둥으로 삼았습니다.

 

작년 가을에 다녀온 강릉 바우길이었던지라 이 여름에 보니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삼복 더위 물러가고 명품 가을이 빨리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은 너무나도 이른 가을이지만 가을 여행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강릉 바우길 고려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말복인 오늘, 보양식으로 힘 내시고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저는 나름 잘 버틴다 싶었는데 며칠째 더위 적응 못하고 이상반응을 보이더니

 편도선에 기침에 콧물에 아주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ㅠㅠ

 

강릉 바우길은 현재는 총 350여km로  14개의 강릉 바우길 구간, 대관령 바우길2개 구간, 울트라바우길, 계곡 바우길로

총 18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 4코스를 선별, '1박2일' 팀이 걷더군요.

 

저는 산티아고를 다녀온 3주년 기념으로 강릉 바우길을 걸었던지라 바닷길보다는 산길과 숲길만으로 구성을 했기에

1코스인 선자령길, 3코스인 어명받은 소나무길과 더불어  바우길은 아니지만 인근의 자작나무 숲길로 구성해서

2박3일의 여정으로 가을 명품 트레킹을 마쳤답니다.

 

코스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계곡길, 마을길 및 숲길, 바닷길을 전부 아우를수도 있고

혹은 숲길만으로 혹은 바닷길 만으로도 구성이 가능한 길입니다.

 

참, 바우길의 '바우'는 강원도 말로, 강원도 사람들이  친근하게 부르는 '감자바우'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강릉 바우길 3코스는 '어명받은 소나무길' 이라고 이름붙여졌는데요

2007년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이때 베어낸 나무의 그루터기를 어명정에서 그대로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길입니다.  

 

강릉 바우길은 다른 건 다 좋은데 공식 게스트 하우스가 1군데 밖에 없어서 다소 불편합니다.

게스트 하우스는 2코스 마지막 지점과 3코스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1코스 출발점인 대관령 옛길 휴게소에서 선자령길을 걷고 난 뒤

게스트 하우스에 픽업을 요청해 하룻 밤을 이 곳 게스트 하우스에서 보냈습니다.

 

솟대를 표지판으로 삼은 강릉 바우길, 그 파란 하늘색이 정겨웠습니다.

 

제주 올레도 지리산 둘레길도 그렇지만 강릉 바우길도 지도가 없어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입니다.

그저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거든요.

 

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오면 바로 보광리 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강릉에서 이곳으로 버스로 이동해 걷기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다고 해요.

 

깊어가는 가을.. 처음 보는 신기한 열매들이 눈을 사로잡더군요~

 

얼마 걷지 않으니 대관령 유스호스텔이 있네요.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보광리는 경치가 워낙 수려해서 장기 숙박으로 이곳에서 지내는 분들도 있는지

장기숙박가능이라며 현수막을 걸어 놓은 곳도 있고 소소한 민박집도 꽤 있었어요~

 

처음에는 13km라고 해서 산티아고 생각하고 조금 시간을 더 여유롭게 잡는다 해도 2시간 30분이면

걷기를 마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오산이었습니다. 이유는 보시면 알 거예요.

 

작년 10월 중순 경에 다녀온 지라 가을이 한창이었답니다.

 

길의 초입에는 동네 마을길로 간간히 동네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사람이 워낙 드문길이라 동네 어르신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사람사는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강릉 바우길 3구간이었습니다.

 

동네를 지나니 다시 한적한 길이 이어지고~ 가을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 저절로 감탄사 연발이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가을에서 항상 며칠씩 비껴서 여행을 했던지라 늘 2%가 아쉬웠던 가을여행이었는데

지난 가을 바우길을 걸으며 그 아쉬움을 한번에 보상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갑자기 방송보고 나니 가을에 걸었던 바우길을 떠보니 이 더운 여름, 다가올 가을이 목빠지게 기다려지네요

 

설렁설렁 30분이나 지나서 어명정길이 시작되는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단풍과 함께 짙은 소나무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얼릉 오라 손짓합니다.

 

산티아고 기념여행인지라 산티아고를 걸을때 부적처럼 달고 다녔던 조개껍데기를 배낭에 달고 걷는 길입니다.

 

3코스의 마지막 도착지인 명주군 왕릉까지는 10km의 산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길이 가파르긴 하지만 하늘을 뒤덮고 있는 금강송으로 인해 걸을만 합니다. ^^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에 영혼까지 맑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요즘 캠핑이 유행인지라 산이나 계곡으로 많은 분들이 찾고 계시는데

넘쳐나는 쓰레기로 온 산하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보니 마음이 참 안 좋더라구요.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가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국립공원을 비롯한 산에는 쓰레기통이 없으니

이 점 유념하셔서 반드시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오시는 문화시민의 태도를 잊지 말자구요.

 

 도심에서 살아내느라 지친 마음의 찌꺼기들이

한 걸음 내 딛을때마다 땀 속의 노폐물로 씻겨 내려갑니다.

 

계절은 하루가 다르게 가을을 재촉하고 있었고 

 

푸르름을 머금고 있는 소나무는 더욱 푸르게 느껴지네요.

 

길은 다시 평탄하게 이어지고

 

그러다가 다시 가파른 길이 이어집니다.

 

 무겁게 들고만 있던 삶의 욕심을 내려 놓는게 왜 그렇게 어려웠던지..

그저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에 비오듯이 쏟아지는 땀..

어느새 어지러운 생각들은 빠져나가고 숲에서 받는 원천 기운으로 마음은 다시 평화로와집니다.

 

깊은 산속이지만 곳곳에 이런 표지판이 있으니 길 잃을 염려는 없답니다.

 

어명받은 소나무길 답게 엄청나게 많은 소나무도 소나무였지만 간간히 특이한 소나무가 눈에 뛰었어요.

종이로 부채를 접어 놓은 듯한 어떤 소나무는 보시다시피 손가락 한마디가 넘게 들어가기도 하구요.  

 

곧게 뻗은 가지 끝에 살짝은 정신없이 어지러운 소나무에 눈이 빙빙 돌기도 하네요.

 

오랜 세월이 쌓인 소나무의 위엄앞에 바위도 후덜덜입니다.

 

빽빽한 소나무 숲은 금강소나무 군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울진의 금강송 군락 못지 않습니다.

 

소나무 사이사이가 프레임을 연출하며 원근의 풍경을 끌어들이고 있네요.

 

초입에 가파른 느낌을 제외하고는 길은 무난한 듯 이어지고 있지만

 

 어느새 해발은 1,000m로 훌쩍 높아졌습니다.

 

생각보다 만만한 길이 아니었답니다. 이러니 애초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릴 수 밖에요~

 

 

해발이 높아지니 소나무가 대부분이었던 숲도 어느새  다른 나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네요.

 

 

그래도 이 길의 주인은 뭐니뭐니해도 금강소나무입니다.

 

이 계단을 오르면 정상이라고 할 수 있고 이젠 완만한 길이 이어진답니다.

 

평탄한 길이 나오기 시작하는 구간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쉼터가 있어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에 도시락 주먹밥을 부탁해 점심을 대신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예약을 할 때 미리 점심을 부탁했으면 좀 더 영양가 있는 주먹밥을 준비해주시는데

숙박을 하면서 급하게 부탁을 드렸드니 전날 단체분들이 숙박을 했기에 재료가 없어서 간단하게 준비해 주셨답니다.

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꿀맛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

 

 길에서 만나는 파란 솟대에 절로 기분이 흥겨워집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명품 가을은 황홀하기만 합니다.

올해 가을도 아마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저 멀리 강릉 시내가 내려다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길의 백미 어명정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금강소나무 벌채를 하기에 앞서 역사상 처음으로 교지를 내린후

산신과 소나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제를 지낸 곳이라고 합니다.

 

어명정 정자에는 벌채된 대경목 그루터기를 그대로 볼 수 있는데요.

그저 한낱 소나무 한그루 일뿐이지만 그 정신과 영혼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끼게 합니다.  

 

어명정에서 임도를 따라 곧장 길을 내려가도 되지만 늘 그렇듯 질러가는 것은 걷는 길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어명정을 뒤로하고 계단을 오릅니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한쪽은 완연한 가을이었는데 내리막이 있는 이곳으로는 늦가을의 완연함이 자리잡았습니다.

 

어머머 이 이쁜 색깔의 벌레는 무엇일까요?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온통 갈색 천지인 길에

 

몇 남지 않은 단풍은 더 아름답기만 합니다.

 

 

오호 멧돼지 쉼터도 있군요~

 

살짝 오르막을 지나고 나면 닮은 듯하지만 다른 길이 계속이어집니다.

 

한참을 걸었다 싶은데도 아직도 가야할 길은 6.2km나 남았네요~

 

술잔을 놓았다고해서 이름 붙여진 술잔바위에 서면 술잔바위도 술잔바위지만

 

강릉 바우길 1구간의 선자령이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더 장관이었습니다.

 

시몬이 밟았던 낙엽이 이런 소리가 나지 않았을까 싶은 온통 낙엽길을 걷습니다.

 

계절이 조금 더 빨랐다면 어떨까 상상에 맡겨봅니다.

 

그리곤 다시 두 눈을 사로잡는 울긋불긋 단풍들~

 

네 우린 지금 강릉 바우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절정을 가을을 한 번 더 만나고

 

막바지 산길이 끝날즈음

 

임도에서 명주군 왕릉까지 3.7km를 나타내는 마지막 표지판을 만났습니다.

 

임도를 걸어 내려가는 길입니다.

 

억새 완연한 가을을 가로질러 내려가다가

 

2차대전 군용트럭으로  쓰였다는 이상한 트럭을 만났습니다.  

 

그 트럭이 하도 신기해서 한번 타보고 싶어서 

아저씨께 마을까지만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니 이렇게 흔쾌히 태워주셔서~~

 

엔진 소리 요란한 트럭을 타고 마지막 구간을 내려왔습니다.

 

워낙 길이 험해 이런 트럭이 벌목의 운송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차 안에서는 소리를 질러야 겨우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였지만 왠지 역사속의 한 장면 느끼는 것 같아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저씨께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이렇게 기념사진 한 장 흔쾌히 남겨주셨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이어지는 4코스를 걸어 강릉까지 걸어갈 계획이었는데

스케쥴이 갑작스럽게 생겨서 강릉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강릉까지 그냥 택시로 이동했네요~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본 선자령의 풍력발전기 뒤로 해 저무는 풍경이 아스라하게 멀어지네요.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하고 있는 올 여름인지라 여행을 자제하고 있는데

오랫만에 시청한 1박2일을 보고 있으니 가장 정직한 '나'를 만날 수 있는

트레킹 여행을 다시 떠나고 싶어집니다.

 

이상하게 올해는 스트레스 상황일때마다 산티아고에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을 꿈에서 만나고 있어

산티아고가 떠나려고 하는가 보다 싶었는데 올 여름 내내 산티가고가 문득 문득 그리워 지네요.

 

올 가을 산티아고 4주년 기념 트레킹 여행을 계획해 봐야 겠습니다.

산적해 있는 일들이 많아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