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사진 셀렉트] 사진을 고르는 시각의 차이

작은천국 2013. 6. 19. 07:30

[사진셀렉트] 사진을 고르는 시각의 차이

 

 

자신의 변화는 무의식중에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셀렉트 수업 8주차

나에게도, 사람들에게도 미묘한 변화가 눈에 띄게 느껴진다.

 

 한 사람이 찍어놓은 수 십장의 사진 가운데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내는

셀렉트 수업은 어찌보면 이게 무슨 사진 공부가 되냐고 의심을 해야할만큼 무척이나 단순하다. 

 

 

 

view on을 누르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어떤 주제 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도 아니고  

셀렉트 수업 때문에 새롭게 찍은 사진도 아니고

때로는 자신의 폴더에 찍어두고 꺼내보지도 않아 컴퓨터 안에 먼지만 수두룩하게 쌓아 놓은 사진들이

셀렉팅 수업을 위해 등장하기도 한다.

 

즉, 어떤 사진이냐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물론 비슷한 사진들이 여러 사람 한꺼번에 선택되기도 하지만

같은 사진이미지는  다른 사진들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서

전달되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어찌보면 참 단순한 셀렉트 수업은 백인 백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한 사람도 같은 느낌으로 골라지지 않을 뿐더러

골라놓은 사진을 보면 여지없이 그 사람이 숨길 수 없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사진을 골랐는지? '를 나에게, 타인에게 끊임없이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서슴없이 날아오는 비수같은 질문에 스스로 생채기를 내기도 일쑤!

대단한 내공이거나 마음을 비우지 않는다면 때론 이 수업이 무척이나 힘들어지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셀렉트 수업에 다른 분이 들고 오신 사진이다.

사진적 시각에 가까운 사진보다는 주변 일상에서 마음의 시선이 이끄는 사진을 찍어 오셨다.

 

그동안 늘 프레임의 반 이상이 가리는 사진들이 많았고 주제도 소재도 통일 된 것이 하나도 없는지라

난 늘 이 분의 사진을 볼때마다 나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진이 주는 낯설음이  웬지 모르게 불편했었다. 

 

게다가 아무리 사진을 들여다봐도 읽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사진들이 수두룩~~

 

보통은 사진에 대한 부연설명을 길게 하지 않고 간단한 코멘트 정도로만 붙이는데 

늘 이렇게 말씀하신다.

 

" 사진을 찍을 때 무의식중에 뭔가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히 보이지 않는 어떤 기운이 흐르기 때문에 셔트를 누르긴 하는데 설명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사진을 통해 끊임없이 저의 존재감에 대해 생각을 해요. "

 

본인도 잘 설명이 안되는 사진에 더군다나 정형화된 사진들도 아니고..

 

그래서 늘 생각했다. 도대체 왜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그 보이지 않는 기운이 주는 답답함과 갑갑함이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비슷한 류의 사진들을 계속 보면서 끊임없이 고민을 하다보니

사진적인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이런 사진들을

 왜 찍고 있는지 수업이 거듭되면서 어렴풋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세적인 삶 너머에 흐르고 있는 허무의 기운과 깊은 침묵의 기운을 ...

 

선생님 말처럼 '보고 싶은데 안 보이는 기운을'  어떻게 언어적인 표현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리고 내가 셀렉팅을 해야되는 차례가 되었을 때,

철저히 내 시각을 배제하고 사진을 찍은 사람의 마음이 되어 보기로 집중을 했다.

 

평소 이야기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사진이 수 천장이 되어도 한 번 스캔하면 바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라

셀렉팅에 시간을 들이는 편이 아닌데 이날은 셀렉팅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좀 심하게 말하면 셀렉팅하면서 생골이 아플지경이었다.

 

찬찬히 찬찬히 사진을 집중해서 훓어보는 동안

미세하지만 이 수업이 진행되면서 처음 보았던 사진들과 지금의 사진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리적인 변화가 느껴졌고 곧바로 마음속에서는 '정반합'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셀렉팅을 마무리하고 사진을 붙이는 순간!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전부 아!  그렇지 그랬구나라고 하면서 다들 고개를 끄덕이셨다.

 

서로 이미지가 전혀 다른 두 장의 사진이지만 결국 같은 사진이다.

 

 

궁극적으로 정과 반은 극과 극을 달리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 기운은 서로 닿아있다.

다만 현상학적으로 흑과 백처럼 보일뿐...

 

일명 부정적인 감정을 대표한다고 여기는 허무, 우울, 상실, 등등의 감정들이 

 기쁨, 환희 등의 반대개념이 아니고 여느 감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꼭 부정적이라 규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처음 이 사진을 내어 놓았던 분이 자신안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사진적 시각이 조금 달라진것 같은데 뭐가 달라진것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무려 약 4시간여의 시간동안 자신의 사진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셀렉팅 해 놓은 사진들을 보면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난 끝에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만큼 미세한 변화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나와 전혀 다른 사진적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읽히지 않았던 사진들이

 셀렉터 수업을 통해 조금씩 내 안의 정형화된 틀이 깨어지고 있음을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셀렉트 수업을 통해 나는 개인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개인적인 기록차원에서 찍었던 사진이 작업으로 연결됨과 동시에 총체적 난국을 맞이했다.

 

시작도 하기전에 컨셉은 뒤죽박죽이고

내 안에서 들끓고 있는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어떻게 작업으로 연결해야 할지

커다란 벽 하나가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다행히 선생님이 기꺼이 기획자를 맡아주시겠다고해서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보고 있다.

 

'내가 왜 이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이 작업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심리적으로 엉켜있는 감정들에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기위해 떨어지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무거운 상황들이 뭔가 대단하고 심오한 것 같은 허울을 쓰고 있지만 별거 없다.

통속적이거나 진부하지 않고 가볍게!  건드려 보고 싶은데

심한 혼란과 혼돈이 가져오는 심리적인 진통이 너무 심하다. 

 

이 모든 과정들이 기록되고 있는데 나중에 빛을 보게 될지 심히 의심스럽다. 

 

어쩌면 이 글이 <작업일지 1> 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