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사진] 열 두걸음에 사진 한장찍기를 통해 바라본 사진을 대하는 태도

작은천국 2013. 4. 2. 07:30

열 두걸음에 한 장의 사진찍기

사진을 대하는 태도를 인식하다.

 

 

 

열두 걸음을 걸은 후 멈춰 단 한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열두 걸음을 걸은 후 멈춰 또 한장의 사진을 찍고

또 다시 열두 걸음을 걸은 후 멈춰 또 한장의 사진을 찍고 ...

 

선생님께서 사진 강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view on을 누르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열 두 걸음에 단 한장만의 사진을 찍어야하는 규칙을 보는 순간

아! 이걸 해 보면 뭔가가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 근처에는 사람들과 많고 차들도 많이 다니고 있어

시도를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주말 지인이 살고 있는 양평에서 몇몇이 모여서

프로그램 테스트 겸 참여를 해 보았다.

 

역시....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 보다 많은 것을 느꼈던 사진작업이었다.

 

진정한 탐험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푸르스트-

 

사진을 대하는 태도를 인식하는 새로운 눈을 갖기위한 시도였던

열 두걸음에 사진 한 장찍기였다.

 

 

정해진 시간 30분동안 출발점에서 정확하게 열두 걸음을 걸은 후

단 한장의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너무나 쉽고 간단한 규칙처럼 보인다.  

 

사진작업을 하기전에 어디를 걸을 것인지 약 10분정도 길을 탐색하면서 

선생님께서 이 프로그램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때 부터

시도 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어 이참에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같은 장소에서 위치(높낮이)에 따라 카메라가 향하는 풍경이 어떻게 보일지가 궁금했다. 

 

어짜피 사진이라는 것이 내 머리 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전제하에

가슴이 혹은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무의식의 눈으로 보는 풍경은 어떨까 궁금해졌고 

첫 번째 시도에는 카메라를 가슴높이에서,

두 번째 시도에서는 눈 높에서 찍어 보기로 했다.

 

단. 첫 번째, 두 번째 작업시에 눈을 통해 파인더를 들여다보면

나의 주관이 들어간 프레임 구성이 될 수 있으니 무조건 눈을 감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

 

물론 열 두걸음을 걸을 때도 눈을 감고 최대한 몸의 감각을 열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세 번의 시도에 대한다른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1/125, ISO 100,  F5.6, 50m 단렌즈로

사람 눈에 가장 가까운 상태로 카메라를 세팅했다.

 

처음 작업에는 눈음 감고 걸음을 떼려니

한 걸음 떼기도 쉽지 않아 보시다시피 같은 장소에서 벗어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눈을 감는 순간 암전이 되면서

눈을 뜨고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온갖 촉각들이 몸에 와서 부딛치는 기분은 묘하게 설레였다.

 

양평의 봄 바람은 너무 싱그러웠고 봄 햇살은 너무 포근했다.

 

다만, 만취한 취객마냥 곧 엎어질 사람처럼 중심을 못 잡는게 가장 큰 문제였지만..

 

몇 번 잘 하다가 일곱 걸음을 걷고 나니 갑자기 나무가지가 내 앞에 와 있어서

한 컷을 추가로 찍은 것 외에는 규칙을 성실히 지켰다.

 

찍고 있는 사진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모든 작업이 끝날 때 까지 이미지를 보지 않기 위해 꾹! 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첫 번째, 열두 걸음을 걸은 후 멈춰서서 가슴높이에 카메라를 위치하고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찍은 사진들

 

원래 위치로 되돌아와서 다시 시도한 두 번째 작업.

 

역시 열 두걸음을 걸은 후 이번에는 카메라를 눈에 대고 찍은 사진들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눈에 대기만 할 뿐.. 눈은 감고 있었기때문에

정작 사진이 어떻게 찍히고 있는지는 확인 할 수 없었다.

 

눈을 뜨고 싶은 유혹은 강렬했지만 실험을 위해 기꺼이 인내를 감수했다.

 

두 번째 역시 눈을 감고 걸었지만 첫 번째보다는 지형에 익숙해서인지 컷 수가 다소 줄었다.

 

작업 할 때는 전혀 몰랐는데 내 앞에 선생님이 작업을 하고 계셨더랬다.

 

 

세 번째는 열 두걸음을 걸은 후 나의 의지대로 프레임을 구성했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첫 번째, 두 번째 작업과 비교를 위해

무언가를 찍기위해 인위적으로 일부러 걸음은 옮기지 않기로 혼자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역시 눈을 감고 열 두걸음을 출발했다.

확실히 세 번째는 눈을 감고 있지만 보폭도 걸음도 훨씬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지인의 집 근처가 사진적으로 뭔가 구성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50m 단렌즈의 특성상 내가 움직이지 않고는 자유로운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열 두걸음을 걷고 걸음을 멈추고 나니...

아!!  진짜 난감했다..

 

게다가 시간제약이 있는 상황이라 일단 최선을 다해 찍었다.

 

 

30분이 살면서 이렇게 빨리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그리고 각자 작업했던 사진들을 보면서

열 두걸음에 단 한장의 사진이 찍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피사체를 지정하고 그걸 찍겠다고 막상 걸음을 옮겨보니

열 두걸음을 걷는 동안 피사체가 지나쳐 버려서 난감했다.

사진에 대한 욕심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내 사진도 내 사진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니

일상생활에서는 사진적 요소라고도 거의 눈여겨 보지 않았을 다양한 소재들이

이 작업을 통해 의미있는 옷을 입고 파인더안에 들어와 있었다.

 

또한 나의 경우는 그동안 지나치게 줌 렌즈에 의존하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오랫만에 단렌즈를 마운트하고 제한된 공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프레임 구성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었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줌 렌즈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첫 번째, 두 번째 작업은 이론적으로는 무언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작업의 결과물을 보고나니 별반 차이가 없었다. ㅠㅠㅠ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작업을 시도 해보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볼멘소리에

선생님 왈 "넌 카메라가 무의식을 담는다는 단어에 낚인거야!" 라고 하셨다.

 

사진을 찍기보다 내용면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

내 작업에 걸린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선생님 왈

" 그런데 너 같은 시도는 그 누구도 하지 않더라" 며 다소 놀라워하셨다.

 

그냥 평소에 난 궁금한 것을 시도해 본 것 뿐인데...

학구적인 성향은 이런 것에서도 드러나는 모양이다... ㅎㅎㅎ

 

하여튼, 로우앵글 혹은 하이앵글이 아니라면

굳이 높이에 대한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답답증이 확 가셨다.

 

 

보시다시피 이 작업은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고 아니고는 아무 상관없는 사진작업이다.

 

이 작업을 하고 나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작업할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어떤 점이 어려웠나?

왜 이사진을 찍었나? 무엇을 느꼈나?  등등등 '

 

끊임없이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대답을 하다보면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현재 자신이 사진을 대하고 있는 태도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다.

 

프레임 구성이 힘들다 보니 최종적인 사진 10컷을 셀렉팅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평소에 사진에 무언가를 담으려고 하고 피사체에 대해 내 자신이 투영되지 않으면 셔트를 누르지 않는

내 작업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작업 스타일로 찍혀진 사진들이고 

사진다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셀렉팅을 하는데도 한참을 고민을 해야했다.

 

올해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에 내가 작업하던 스타일을 과감히 버리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 카메라 기종을 바꾸고 아직도 적응을 못해 버벅거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열두 걸음에 단 한장의 사진을 단 렌즈로 찍는 연습을 통해서 적응을 한다면 최적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적응을 좀 빨리 해보려고 16~35m, 50m, 85m, 70~200m 렌즈 구성을 있는데로

풀 가동 해보면서 사진을 찍으면 찍을 수록 풀바디가 주는 화각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중이라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50m 단렌즈를 마운드하고

일상이 주는 공간에서 제한된 환경안에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다면

피사체에 대한 집중력과 더불어 익숙한 풍경에서 새로운 눈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했다.

 

가능하다면 일 주일에 한 번, 적어도 이 주에 한 번은

이 작업을 해 볼 생각이다.

 

사진 작업에 어떤 전환점을 가져올지 몹시 궁금해진다.

 

최종 셀렉팅한 사진은 내가 시간이 없어 조금 서둘러 나오는 통에 숙제로 제출하려니

고작 며칠 지났다고 감이 떨어지네...ㅎㅎㅎ ^^

 

 

이 작업은 굳이 사진을 작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 해보면 자신의 심리적인 변화를 곧바로 눈치챌 수 있는 묘한 프로그램이었다.

 

사진을 작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사진을 매개로 자신의 사진에 대한 심리적인 상황을 느끼는 것이지만

사진을 하지않는 사람이라면 한계상황이 주는 것으로 인해 분명히 자신의 심리적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사진 전공자 뿐 아니라 심리상담가를 비롯해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질 것 같은데

많은 분들도 이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신다면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업도 작업이었지만 난 지인의 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지인의 남편은 목공예가로 온통 집은 목공예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있었고

무엇보다 손수 만든 다양한 스피커에는 눈을 떼기 힘들었다.

소리는 또 어찌나 좋던지...

 

가까운 시일내에 목공예로 손수 만든 스피커들이 전시될 예정인지라

마음에 드는 거 하나 미리 찜 해두고 왔다.

 

전시장에서 만나게 될 작품을 기대하며

봄이 오는 따뜻하고 풍성한 주말 내내 웬지 모를 뿌듯한 기분이 따라 다닌 하루였다.

 

 

 

facebook & twitter : chenkook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Posted by 작은천국~☆

 

 

이글이 유익했다면 최신글과 인기글 특히 저 밑에 손가락 추천 버튼 '꾹' 하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도 필요없는 추천 한 방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