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사진크리틱]'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포토에세이

작은천국 2013. 4. 8. 07:30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사진 크리틱, 포토에세이

 

 

AT studio 에서는 올해 '사랑' 이라는 주제로 매월 크리틱이 진행되고 있다.

 

가족 간의 사랑을 표현하신 분도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표현하신 분도 있고

자신이 사랑을 느끼는 순간을 표현하신 분도 있고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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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이라는 것이 '작은 전시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그동안 타인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사진들이 크리틱을 통해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니 가볍게만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에게 너무 익숙한 포토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기위해 어떻게하면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 사진은 포토에세이란 장르에만 한정이 되는 것일까?' 하는 질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부분을 크리틱을 통해 점검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 이라는 추상 명사가 가진 주제에 대해 

사랑이 끝난 후 스스로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회복해 가는 일련의 감정의 편린들을

 포토에세이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 상처를 통해 한 단계 성숙하고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신의 축복이었음을 깨닫을 수 있다면, 

그 상처는 누구도 받지 못하는 신의 선물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제목 그대로 상처를 허락하는 사랑이야 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랑이지 않겠는가?

 

사진과 글이 만나는 포토에세이 분야에 사진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다보니

'내 사진은 포토에세이에만 국한되는 것인가?' 싶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고

뺄셈의 결정판이라고 하는 '사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늘 감정이 넘치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크리틱 작업을 시작하면서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여러 가지로 고민하면서

위에 언급한 2가지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부딛쳐 보기로 했다.

 

그래서 공지영 작가의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는 책 내용을 가지고

나에게 익숙한 포토에세이란 장르에 대해서 나름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라는 책은

공지영 작가가 25년동안 자신의 문학인생에서 치열한 사유를 통해

'사랑'에 대한 보석같은 생각들을 작품 곳곳에서 탄생을 시켰고

사랑과 치유에 관한 글들만 발췌해 365개로 엮은 책으로 치유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그 상처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민이 흔적이 담겨있는 글이라

그냥 두고 손 갈때마다 꺼내 읽어도 참 많은 위로와 공감이...

무엇보다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볼수 있게 하는 책이다.

 

물론,,, 그것이 꼭 남녀간의 사랑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이 가진 속성인 사랑, 이별이 있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상처에 대해 

치유와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일단 마음에 드는 글귀는 모두 표시를 했다.

그리고 따로 필사를 해 보니 무려 A4지 4장이 넘게 나왔고

이 중 사진적으로 이미지 구성이 힘든 글들은 과감하게 버리고도 글 단락은 약 50개...

 

워낙 스토리를 만드는 걸 좋아하다보니

기승전결의 구성을 해 볼까 스토리 텔링 대본을 따로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통상적인, 혹은 통속적인 사랑 공식으로 설렘 - 흥분 - 이별 ...

 너무 뻔하게 구성이 되어서 고민끝에 어느 한 시점에서 화자의 시선을 고정시키기로 했다.

 

이 작업을 하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다음 작업으로 사진 셀렉팅...

 

처음에는 소재도 통일을 시켜보고 싶었다.

찍은 사진 중에 바다 사진이 많은 것 같다 싶어서 작업을 해 보니 생각만큼 글에 맞는 사진이 별로 없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한 번에 읽히거나 아니면 전혀 읽히지 않거나...

이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3년 동안 찍은 사진들을 휴일 하루 온 종일을 꼬박 투자해 셀렉팅에 할애를 했다.

작품사진과 여행사진, 취재사진의 폴더를 따로 분류하지 않고

날짜별, 장소별로만 분류를 해 두었더니 엄청 애를 먹었다.

폴더관리의 중요성... ㅠㅠ

 

약 50개가 넘는 글 중에 어느 시점을 골라야하나? 선택해 놓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한 시점에 선을 긋기보다 최종적으로 '사랑' 이란 큰 주제 안에서

'사랑이 끝나고 난 후 자아성찰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해 가는 과정' 전체를 잡았다.

 

내 사진에 들어가 있는 주관적인 느낌을 철저히 배제하고

남의 글에  내 사진을 붙이는 작업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힘들었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이 있는 상황에서

글이 가진 상상력을 맞춘다는게 쉽지 않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꿰맞춰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죽도 밥도 안될 듯하여 공지영작가의 글을 포기하고 그냥 내가 글을 다시 쓸까 하다가

이 작업은 철저히 내 사진만으로 포토에세이가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실험해 보고 싶은 작업이었기때문에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에 충실해 보고 싶었다.

 

뭐든 시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글과 사진을 외울만큼 수도 없이 반복해서 몇날 며칠 사진과 함께 붙여보고 최종적으로 18장의 사진과 글을 선택했다.

 

게다가 글이 좀 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글을 조금 쳐야 했는데

제목을 살짝 손을 보거나, 문장을 통째로 날려서 핵심문장만 남기거나, 몇 개의 문장을 하나의 문장으로 줄이면서도

최대한 공지영 작가 원글의 분위기는 훼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사진과 글을 처음에는 제목, 사진, 글로 순서대로 배치를 했는데

글을 계속 읽다보니 자신의 내면안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외부에서 조언하는 두 가지 이야기가 들렸고

 

내면의 이야기는 제목을 사진 아랫쪽에

외부의 조언은 제목을 사진 위쪽에 두어 차별을 두었다. 

 

글씨체, 폰트크기, 정렬방식... 나름대로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 글씨를 반만 오린 것도 나름은 여러 방법으로 시도 해 본 끝에 최종적으로 입체감을 좀 살렸다.  

 

그리고 크리틱 당일....

디스플레이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일렬로 붙이려고 했다.

다른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한쪽 벽면을 내가 독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18장이 전부 붙이기에는 협소했다.

디스플레이를 하다보니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심리상태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고

 

 

 감정의 변화에 따라 간격, 높이를 고려해서 디스플레이를 했다.

디스플레이를 하면서 내심 다른 사람들은 눈치도 못챌텐데 이렇게까지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

디스플레이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읽힐까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역시...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아무도 모르더라는... ㅠㅠ

이건 작가로써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면 숙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렇게 디스플레이가 완성되었다.

 

이젠 작품은 내 손을 떠났고... 내 의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그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작품 자체만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이다..

 

이 작업의 결과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이 작업을 사람들을 어떻게 느낄 것이며

내 사진만을 어떻게 평가 할 것인가? 가 실상은 더 궁금했다.

 

간단하게 작품의도 등을 설명하고 약 30분간... 거의 자아비판에 가까운 날선 질문들이 화살처럼 쏟아졌다.

 

 공지영 책에 그냥 실려도 좋겠다는 과분한 칭찬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의견들 중 의미 있게 와 닿았던 의견들이다.

 

사진 제목과 사진은 어울리지만 글은 좀 안 어울린다.

사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운, 에너지가 있어 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진들이 글이란 틀에 박힌 것 같다. 

글 안에 사진이 멈춰버리고 가둬 버린 것 같다. 

사진 자체에 움직이는 듯 흐르는 기운들의 느낌이 훨씬 더 강렬하다. 

사진의 퀄러티가 좋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진속으로 들어가 더 많은 이야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작업을 시도했는데 엄청난 변화가 느껴진다.

다양한 사진들이 많아서 사진 공부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공지영 작가의 글이라는 정보가 없었다면 글을 읽고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다.

단커트도 좋은데 왜 굳이 짜맞추기를 시도했나? 

 

 

 

이번 작업을 통해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사진은

바로 왼쪽에 있는 최대 오버노출된 사진이었다.

 

제주 해녀박물관에서 2012년 3월 촬영했던 사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포토샵작업을 한게 아니냐고 했지만 보시다시피

처음에 이 사진을 찍고 오버노출이어서 다시 한번 노출보정을 해서 찍었다.

 

이번 크리틱에 사용된 18장의 사진들은 이 작업을 위해 새롭게 찍은 사진이 아니고

3년 전부터 틈틈이 찍었던 사진들로 이전 사진 작업에서는 한번도 셀렉팅 된 적이 없는 사진이다.

 

A컷이라고 할 만한 사진보다 흔히 말하는 B나 C 컷에서 더 많이 셀레팅된 점이 ..

그리고 그런 사진들이 스스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은

 

결국 내가 찍는 사진 스타일이 변한게 아니고 나의 사진적 시각이 확장되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기말고사를 치르는 심정으로 이 작업을  위해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공을 들이는 동안

 이 컨셉을 포기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공지영 작가의 글을 포기하고 내 글을 쓰고 싶은 유혹도 심했다고 할만큼

무모한 시도이자 큰 모험이었다.

 

그동안 전시를 몇 번 하기는 했지만 지금의 사진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사진들인지라

벌거벗은 기분을 오롯이 감당해야했고 무엇보다 이전의 셀렉팅에서는 선택되지 않은 사진들이 많이 선택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진들 중 가장 내 스타일다운 사진을 한 장 골라달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중에서 내 스타일이라고 딱히 규정할 만한 작품은 현재까지는 없는 상태다.

내 스타일을 찾기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내 상황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내 자신의 사진 방향성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이자 화두였기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고 타인들의 시선을 통해 객관적인 내 사진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사진적 시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걸 내 스스로가 느끼기도했지만

내 사진을 처음부터 봐왔던 분들께서  이번 크리틱 사진들을 보면서 

기존에 내 작품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게 놀랍다며

사진적 시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 준 점이 가장 뿌듯했고   

단 커트의 사진으로도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 것이 기쁘다.

 

3년 전부터  '아버지' 를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가 진척이 없어 작업을 멈췄다.

그 작업을  올해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직 주제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어떻게 방향을 가지고 갈 것인지는 오리무중이지만

어떻게든 올 해 안에 마무리를 해 볼 생각이다.

느슨한 마음에 신발끈을 조인다.  

<2013년 3월, 씨 뿌리는 아버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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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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