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사진셀렉팅] 3년만에 산티아고 사진들로 셀렉팅을 다시 해보다.

작은천국 2013. 2. 20. 08:00

[사진셀렉팅] 3년만에 산티아고 사진들로 다시 셀렉팅을 하다.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사진에 대한 공부를 하며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사진사와 예술사를 다시 훓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셀렉팅 수업을 드문드문하다가 여러가지 일로 인해 중단하고 있다가

올해 다시 셀렉팅 수업을 시작했다.

 

 

참 오랫만이다.

산티아고에 다녀온지 횟수로 4년, 만으로 이제 3년이 지났다.

 

생각지도 않게 산티아고에서 찍었던 사진들로 사진전시회를 2번을 하는 동안

수없이 보고 또 보았던 산티아고의 사진들,,

정말 지겹도록 보고 또 보았던 사진들인지라 다시 꺼내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3년만에 다시 산티아고 사진들을 꺼내보았다.

 

전시가 아니라면 인화  할일도 없을 사진들이 전시때문에 약 1/3정도 인화를 했었고

몇 백장에 달하는 사진은 의도치 않게 이 수업때문에

산티아고에 대한 배경지식도 내가 산티아고를 걸었던 이유, 그곳에서 보았던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앞에

처음으로 꺼내 놓게 되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매우 흥미로웠다.

 

공간이 부족해 이 곳외에도 다른 공간까지 사진을 죽 늘어놓고 보니...

아! 38일간의 도보여행동안 진짜 찍긴 많이 찍었구나 싶어 스스로 아연실색을 했다.

 

산티아고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라면 강박증처럼 어떤 것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약간의 의무감이 더해져서 정말 어깨가 빠지고 골반이 빠질것같은 육체적 고달픔도 불사하고

한순간도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날들이었다.

 

스스로에게 '왜 이렇게 고달프게 이러고 있는가?'에 대해 수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회의가 밀려오는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손에서 카메라를 놓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내가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찍어놓은 사진으로 무얼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한 장, 한 장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사진이지만

이 수많은 사진들 중에 사람들은 어떤 사진들을 골라낼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현재 구성원들을 굳이 분류해보자면 나를 비롯해

이 수업을 이끌고 계시는 교수님, 광고사진작가, 사진작가, 학교교사가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광고사진을 하시는 분은 거짓말처럼

전시회때 사용했던  엽서사진들만을 골라내었고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 분은

사진은 뺄셈의 예술이라며 군더더기 없는 사진만을 골라내었고

항상 심리적으로 사진을 대하는 분은

자신의 감성이 표출되는 사진을 골라 내셨다.

 

선생님 말씀을 빌리자면

 "사진이라는 이미지 언어가 주는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는 시간" 인 셈이다. 

 

수 백장의 사진에서 주어진 시간안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는

어찌보면 참 단순한 셀렉트 수업은

골라놓은 사진을 보면 여지없이 그 사람이 숨길 수 없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사진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사진의 특성,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내 사진이 가진 장. 단점,

다른 사람은 사진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어떤 사진을 추구하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수업이다.

 

오랫만에 산티아고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내가 찍어 놓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내 사진같지 않은 낯선 감정이 들었다.

산티아고에서 찍었던 사진들은 달력 혹은 엽서같은 사진,

사람들의 이야기, 내 마음 속의 이야기들이 적절히 섞여있다는 걸

어제 수업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셀렉트해 놓은 사진을 보니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사진 작업을 위한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었고

사진 작업을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찍었던 사진인지라

 다시 보게 되는 내 사진...

진짜 쓸만한 사진이 하나도 없구나 싶었다.

 

또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스타일이 바뀌고 있는 것처럼

어느새 내 사진의 스타일, 사진을 보는 눈이 확장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진을 전혀 몰랐던 그때부터 나는 '이야기'가 좋았다.

수 천, 수 만의 사진을 갖다 놓는다해도 10분이 채 안되는 시간안에

10장이든 20장이든 그 분량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을 죽 훓어보면 그냥 이야기들이 보이고 들린다.

(난, 남들도 다 그런줄 알았다...)

또한 내가 사진을 찍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물을 보는 순간 이야기가 문장이나 단어로 떠오르고 그러면 셔트를 누른다.

그 장면이 아무리 멋지고 아름답고 사진적 시각에서 퍼펙트 하다고 하더라도

내 속에서 이야기가 들리지 않으면 난 사진을 찍지 않는다.

아니, 찍을 게 없다.

그래서 어찌보면 내 사진은 곧 글 이자 이야기이다.

사진이 먼저냐? 글이 먼저냐? 를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라고 답변할 만큼

나에게 이야기는 중요하게 차지하고 있다.

이건 내가 사진을 보는 방식이자 접근하는 태도이다.

 

 

사진 한 장이 주는 울림을 가진 다큐멘터리 사진,

 

사진 한 장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광고 사진,

캡션이 필요없는 사진 한 장이 가진 힘을 알고 있지만

 

사진의 구도, 디자인, 색감, 형태미 등등등

사진에서 기본으로 생각하는 요소들이 담긴 사진적 시각의 사진보다는

그것에 벗어나더라도 사진이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진을 훨씬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진만 놓았을때 작가인 내가 왜 이런 사진이냐고 하면....이라는

설명을 생략하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런 사진이냐고 되물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나면 비로소 그때 다시 사진을 보며 이해를 한다.

 

사진에 이야기가 담기면서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 고민을 작년부터 머리아프게 하고 있는 중이다.

 

셀렉팅 수업을 하다보니 거의 멘붕상태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작업의 정체된 부분이 여지없이 드러나며 늘어진 마음에 신발끈을 조이게 한다.  

 

 

현대 예술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사진'은

짧은 시간동안 비약적인 수준으로 발전을 해 가고 있는 중이다. 

 

사진이 단지 보이는 것을 담아내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만의 감각으로 머리속에 들어 있는 인식을 프레임안에 담아내는 과정은

작가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진의 스타일이 내 머리속에 들어가지 않고도

관객들에게도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어찌 쉬운일이랴?

 

게다가 사진이라는 이미지 매체는 '나' 라는 사람을 숨길수도, 감출수도 없을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이기때문에 결국 사진작가는 어찌보면

'내가 도대체 누구인가?' 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지루한 철학을 통해 

나,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식에 접근함과 동시에

말이 아닌 이미지로 설명해야 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요즘 내가 철학과 인문학을 다시 공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랫만에 다시 산티아고 사진을 펼쳐 놓고 나니

수 백장의 사진 중에 평소에는 거의 눈에 띄지도 않았던 이 사진 한 장이 유독 마음에 들어 온다.

 

좋다!

 

 

 

 

 

 

 

facebook & twitter : chenkook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Posted by 작은천국~☆

 

 

이글이 유익했다면 최신글과 인기글 특히 저 밑에 손가락 추천 버튼 '꾹' 하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도 필요없는 추천 한 방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