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까미노] 세계를 걷는다. '산티아고 가는 길'

작은천국 2012. 7. 30. 08:00

세계를 걷는다. '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를 다녀온 지 횟수로 벌써 3년이 지났고

이제 그 길은 어느 정도 희미해지고 아득하게 느껴지고 있다.

 

산티아고를 다녀 온 뒤 질기다 싶을 정도로 산티아고와 인연이 닿았고

산티아고 관련 다큐, 책등을 비롯해 오히려 산티아고 이후에

더 많은 자료들을 모으게 됐다. 

 

  

그 중 산티아고 다큐는 우리나라 방송국에서 방송분부터

해외 다큐까지 몇 편을 가지고 있기에

한동안은 까미노 블루 (산티아고 우울증)에 시달릴때 마다

다큐 영상을 보기도 했었지만 그 다큐영상도 지겨울만큼 많이 본 터

내 인생의 산티아고는 이제 그리움도 다 마른 상태로

도대체 이 체력으로 800km를 걸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뿐더러

너무 힘들어서 산티아고 다녀온 이후로 급격한 노화현상이 두려워

내 다시는 산티아고에 안 가겠다고 결심한 터였다.

 

그러던 차, 지인으로부터 언제 방송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mbc에서 방송한

산티아고 다큐가 있다고 했을 때도 '나 웬만한 자료 다 있다' 며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런데, 다큐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이미 다시 다큐속의 화면을 따라 산티아고를 다시 걷고 있었고

이런 나를 본 또 다른 지인은 (산티아고를 다녀오지 않았다)

"산티아고 다큐를 그렇게 보고 또 보고 해도 질리지가 않냐" 며 농을 던졌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다녀온 직 후 언젠가 산티아고를 다시 가겠다던 나의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 다시는 산티아고를 안간다'며 그렇게 큰 소리를 쳤건만

영상에서 보여지는 산티아고 길이 지날 때마다

"아. 맞어. 그때 저기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에 가면 저 알베르게 가봐야지"

"다음에 가면 두 달정도 잡고 걷기도 하고 인근 도시 관광도 하고 다녀야지"

"다음에 가면 소몰이 축제할 때 가볼까"

"다음에 가면, 다음에 가면,다음에 가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산티아고 길에서 아쉬웠던 순간순간이 떠올라 무의식으로 중얼거리고 있었고

지인은 " 야~ 너 다음에 안 간다며" 라는 말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 지금 생각해도 산티아고는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서 다시 가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보니 슬금 슬금 다시 또 가고 싶어지긴 한다" 며 살짝 꼬리를 내렸다.

 

아무리 짧게 걸어서도 기본은 한달 이상이 걸리는 길이라

이 모든 길을 다큐로 담기에는 무리가 있어 길어도 90분 정도이고

대부분은 약 50분정도에 담기며 다큐의 성격상 '길'보다는

그 길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따라 사람의 이야기가 조명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mbc에서 방영된 '세계를 걷다" 라고 하는 이 프로그램은 1부당 약 45분짜리로 총 5부로 만들어졌고

영국의 방송인이 실제로 이 길을 전부 걸어면서 보이는 풍경위주로 담고 있어

 스페인의 문화, 축제,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등등

산티아고 길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의도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라고 할 수 있다.

 

 다큐 프로그램은 웬만해서 관심있는 것은 본방을 놓치지 않는 편인데

도대체 이게 언제 방송된 건지 모르겠다.

 

산티아고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산티아고에 대한 어떤 것,

'세계를 걷다' 다큐를 통해 다시 한번 추억해 본다.

 

이 포스팅에 사용된 왼쪽의 사진은 다큐영상을 캡쳐하여 포스팅의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오른쪽의 사진은 2009년 실제로 내가 걸으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또한  따옴표(" ") 로 표시된 부분은 다큐 내용의 인용입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도대체 어떤 길이길래 세계 각지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이길을 걷고 있는 걸까?

 

"산티아고 가는 길은 9백km 길이에 6주가 소요되며 1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길입니다.

프랑스의 생 장 피에 드 포르에서 출발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에 들어가 산티아고를 거쳐 피니스테레에 갈 텐데요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길을 찾아오는데

해마다 스 수는 20만 명에  이르러

수백 년간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종교적인 이유에서부터 스포츠나 스페인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것 까지

그 이유는 아주 다양합니다. "

 

" 성 야고보 혹은 스페인어로 산티아고예수의 첫 번째 제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베리아 반도, 즉 스페인에 복음을 전파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일을 잘 해내지 못했고 겨우 7명의 제자만 개종시켰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그는 헤롯왕에 의해 참수되고 말았다.

 

그가 개종시킨 제자들 중 두 사람이 그의 시신을 몰래 빼네 보트에 실어

노도 없이 바다에 띄웠는데 신기하게도 스페인까지 왔고 그후 7백년간 그 행방을 아무도 몰랐다.

한 신부가 별이 비추는 곳에서 그의 유해를 찾았고 그 소식은 곧 널리 펴졌다.

교회는 그것이 성 야고보의 유해라는 것을 확인 한 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걷는 사람은 지옥에 머무는 시간이 반감된다는 칙령을 발표했다.

특히 성년이 되어서 걸을 경우 지옥행을 면할 수 있다고 했다. "

 

이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중세에 이 길을 걸었겠는가?

그리고 그들은 이 길에서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며 영혼의 거듭남을 빌었을까?

 

그러니, 이 길은 그냥 막연히 유행처럼 우리나라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도보길과는

어찌보면 태생적으로 차원이 다른 길이고  성스러운 기운이 서린 땅을 즈려밟으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성스러운 기운을 받게 되는 길일 수 밖에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 나폴레용이 도적떼의 습격을 피해 군대를 이동시킨 데서 유래한 것

산티아고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며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인 피레네 산맥입니다"

 

다큐를 보면서 한결같이 드는 생각은 산티아고는 참 이상한 길이다.

누가 그 길을 걷는다고 하더라도 항상 같은 곳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만드는 길이다

 

그래서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어 나도 저기서 사진찍었는데' 라며 똑 같은 구도를 가진 사진들이 생각보다 많은 곳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결국 각자 다른 이유로 이 길을 걷고 있으나 

최종적으로 산티아고에 도착하게 되면 결론적으로는 같은 생각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  

 

이 다큐가 다른 다큐보다 일단 내용적으로 길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산티아고 길 곳곳에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나 문화, 축제에 대해서 설명까지 곁들여 주고 있어

정말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에 관한 안내서들도 현재 시중에는 몇 개 나와 있기도 하지만

산티아고에서 실제로 필요한 정보들은 얻을 수 있어도

수 천년이나 된 산티아고 길에 대한 역사가 얽힌 것에 대한 안내서는 다소 부족한데

 산티아고에서 돌아오고 난 뒤 궁금증으로 남은 부분은 스페인 역사, 문화, 사회관련 서적들을 통해 해결했으나

해결하지못하고 궁금증으로 남은 부분이 많았는데 이 다큐를 통해 제대로 다시 한번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피레네를 넘어 론세스바에스를 지나 부르케테에 이르면 곳곳에서 헤밍웨이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실지로 부르게테에서 몇 년간 머물면서 집필을 하기도 한 곳이라

굉장히 작은 마을인 부르게테에서 헤밍웨이가 묵었던 호텔, 그가 다녔던 성당,

그가 차를 마셨던 카페 등등 이 남아 있던 곳인데 이 다큐에서는 그런 곳을 방문해

실지로 헤밍웨이가 연주하던 피아노를 쳐 주기도 하는 등

순례자의 역할에 스페인의 문화까지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산티아고 길에서 약 5일 정도 후에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대도시 나바라 주도의 팜플로나는

소몰이 축제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인데 이 곳 역시 도시 곳곳에서 헤밍웨이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는 헤밍웨이 동상도 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통해  스페인 내란이 생생히 알려지는 등

여러가지 이유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헤밍웨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헤밍웨이에게 천국은 송어 호수로 둘러싸인 투우장이라고 할 정도였다.

헤밍웨이가 이 곳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나바라 지역이 투우와 송어낚시로 유명한 곳이다"

 

 왜 하필이면 스페인 중에서도 나바라 지역이었을까 궁금했었는데

사정이 이러하니 헤밍웨이가 이곳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미루어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늘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았던 세계적인 소몰이 축제의 도시 팜플로나.

어떤 사람은 이 축제를 은근 슬쩍 즐기기위해 일부러 이 기간에 맞춰 산티아고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나도 이 기간에 한 번 걸어볼까 상상을 해보기도 하지만 도시 전체가 관광객이 몰려 숙소 구하기도 힘든상황인데

알베르게에서 자는 하루를 제외하고 이 축제보자고 북적이는 도시에서 보내기는 웬지 적응이 안될 듯하다. 

 

첫 번째로 만나 북적이는 도시를 뒤로 하고 산티아고 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세시대의 순례자 형상이 조형물이 있는 언덕을 만나면

비로소 '순례자'라는 말이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한다.

물론 이 때쯤되면 물집이 잡히고 입술은 터지고 몸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의 정식 루트에서 약 2.5km 가 벗어 나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가지 않는 에우나테

일부러 이 곳을 찾아가 하루 밤을 청했던 에우나테는 덩그러니 성당만 하나 있는 황량한 곳이었지만

전체에 드리우고 있는 맑은 영혼의 기운들, 그리고 별이 쏟아질 것 만 같은 밤 하늘

산티아고 길 중 가장 최고로 꼽는 알베르게이다.

그리고 다큐에서는 이 곳이 바로 13일의 금요일이 유래가 된곳이라고 했다.

 

"에우나테교회로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

중세때 이 교회는 육체적인 고난에 굴복한 순례자들이 묻힌 곳으로

산티아고까지 결국 가지 못했다.

건물 모양은 성당 기사단의 상징인 팔각형입니다.

그들은 산티아고 길의 치안을 맡고 마을과 교회도 많이 세웠다.

기사단 전체의 여향력이 세지자 로마의 교황은 위협을 느꼈고

1303년의 어느 13일의 금요일에 기사다 모두를 처형시켰다.

그래서 13일의 금요일이 불길하다고 여겨진다. "

 

 

산티아고 길은 나바라 주를 지나 이제 리호하주의 로그로뇨로 이어지는데

스페인 최고의 와인이 생산되는 도시이다.

스페인에 가기전에는 스페인 와인의 맛도 잘 몰랐고 스페인 와인이 그렇게 유명한지도 몰랐는데

실지로 매일 포도주 한 병이 공짜로 제공되는 순례자 정식에서 날마다 스페인 와인을 한 달 내내 먹고 다녔더니

나중에는 주당에 스페인 와인 마니아가 되어버렸다.

 

 

" 인생에 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죠.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어떤 날은 행복했다가, 어떤 날엔 슬퍼지고 그런거

 길을 걸으며 이곳이 소우주 같다는 걸 느껴요

 계속 움직이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이 오고 누군가는 떠나고 "

 

 왜 이 길을 걸었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다

 

현실과 멀리 떨어짐으로써 자신을 더 많이 알게된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이 길이 끝난다고 해서 끝이 아니며 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길이다.

 

국적이, 나이가, 목적이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전날 감기 몸살로 너무 심하게 아파서 아직 걸어야 할 길이 2/3나 남은 상황이라

몸을 사릴 수 밖에 버스를 타고 들어간 부르고스~~  내 얘기를 하고 있구나 ㅎㅎㅎ

 

어떤 사람은 버스를 타면 후회하니 절대 버스를 타지 말라고도 하지만

내 생각은 괜히 무리에서 남은 여정에 지장을 받는 것 보다 자신의 몸 상태 데로 움직이는게 진리란 생각이다.

 

두 번째로 만나는 대도시 부르고스이다.

 

"부르고스에 들어가는 성모마리아의 문 뒤로는 옛날 유명인사 6명의 동상이 있다. " 며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르고의 카테드랄에 대한 설명과

부르고스의 낭만, 부르고스의 축제까지순례중에는 시간이 촉박해

하루 만 머물고 떠났기에 보지 못했던 부르고스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다.  

 

부르고스를 벗어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순례자들에게 악명높은 메세타 고원지대가 펼쳐진다.

시작하기전에 워낙 얘기를 많이 들어서 심리적으로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는데

 

단 한마디로 '아득하다'고 정의가 될 정도로

 가도가도, 보아도 보아도, 끝이 없는 지평선이 펼쳐지는 메세타 고원지대의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

 

광활한 스페인의 자연경치가 부러웠던 순간의 풍경이다.

 

이 경치에 취해 대낮에 맥 주 한잔을 마시고 집시가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가보자며

객기아닌 객지를 부리며 찾아갔으나 결국 10월 중순까지만 오픈 한다는 사실을 술기운에 놓치고 얼마나 허탈했던지..  

 

방송에서는 이 알베르게에서 하루 자고 가면서 이런 멘트를 남겼다.

" 이곳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 지금까지 숙소 중 최고였다."

 

그랬다. 위생시설이 없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이곳은

상상했던 바로 그곳이자 상상했던 바로 그 분위기였다.

 

다음에 가게되면 우클렐레 들고가서 연주하며 이곳에서 나도 며칠 머물다 올꺼야~~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숙소가 문을 닫아서 할 수 없이 지친 다리를 질질 끌고 꾸역꾸역 5km를 더 걸어서 도착한 혼타나스

 갑자기 지평선 끝에 툭 하고 나타난 마을이라 같이 걷던 일행들도 이구동성으로 '신기하다'고 외쳤던 곳이건만

이사람도 역시 같은 기분을 느꼈구나

 

 닭 두마리의 전설이 있는 산토 도밍고 데 칼사다 대성당

 

이처럼 이 다큐에서는 이 길에서 꼭 보아야 될 건축물과 이야기가 있는 곳, 축제는 빠지지 않고 소개를 해준다.

 

방송에선 한 여름 풍경이, 그리고 내가 걸었던 가을 풍경.

계절이 주는 풍경의 다름으로 인해 산티아고는 같은 곳이지만 다른 곳에 있는 기분을 느끼기도한다.

 

결정적으로 여름에는 작렬하는 태양으로 인해 괴로움을 당하지만 초록융단을 깔아 놓은 밀밭과 해바라기. 

무엇보다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아마폴라(개양귀비)로 위안을 받는다면

 

가을에는 수확의 계절답게 곳곳에 포도, 사과, 무화가 열매등의 단풍과

한국에서는 보지 못하는 토지의 황홀한 색깔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수확이 끝나 텅 빈 들판은 밀밭인지 해바라기 밭인지 개양귀비가 있는 곳인지는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지만 난 다시 간다해도 가을에 가고 싶을만큼 풍성한 계절이 더없이 좋았다. 

 

우리나라도 4대강 때문에 시끌벅적한데 스페인도 그런 곳을 볼 수 있다.

 

"스페인을 관통하며 물자 수송에 크게 기여할 거라 기대됐죠

하지만 완공하기전에 뒤로 보이는 철로에 밀려 버려 쓸모 없게 되었다. "

 

그러나 물이 없는 메세타 고원을 관통하고 있기때문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곳이었고

아침 저녁 일기차가 심해지는 가을에는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자욱한 길을 연출해 주는 곳이라.

해마다 늦가을 즈음 아침 저녁으로 안개가 밀어닥칠때면 어김없이 까미노 불루에 시달리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메세타가 힘든 건 바로 이런 풍경도 한 몫을 한다.

태양을 피할 곳도 없고 어디 마땅이 앉아서 쉴 곳도 없이

작렬하는 태양을 머리위에 이고서 베낭의 무게를 감당하며 걷고 또 걷고..

그러다 비라도 오면 찰흙같은 진흙탕의 길에 흙이 신발에 들러붙어 정말 사람을 괴롭히는 길

 

그래서 순례자들에게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길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의 가장 밑바닥을 볼 수 있는 길이라 지레 겁먹고 버스를 타고 건너 뛰기도 하지만

이 길은 반드시, 꼭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그 길에서 자신이 인생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무게가 무엇인지 가슴으로 확인하게 되고

모든 것을 비로소 내려놓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온에 도착하면 메세타도 끝이난다.

 

이젠 여정의 마지막 코스라고 할 수 있는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게 되면

몸은 녹초가 되면서도 마음은 점점 길이 짧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기 시작한다.

 

사모스 수도원의 모습이 너무 웅장해 다음에 가면 이곳에서 꼭 일박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곳,

역시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알았는지 이곳에서도 일박~

 

우리가 걸었을때는 멀쩡했던 길이 곳곳에 파헤져 있었는데

스페인에도 선거를 앞두고 길을 파헤치고 갑자기 건물을 수리하고 부산을 떤다고 했다.

그래야 일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서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다나..

 

이넘의 전시행정은 세계공통언어인가보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100km만 남았다는 비석앞에서 서게 되면 또 한번 뭉클하는 순간을 만나게된다.

 

비석에 온갖 낙서와 물건들 쪽지들을 남겨 두고 가는데

이 비석도 수시로 한번씩 새로 칠을 하긴 하나보다.

너무 깨끗하니 다소 이상해보인다.

 

우리 역시 산티아고 입성을 3일 앞두고  뽈보(문어)가 유명한

멜리데의 식당 (폴페리아 에제키엘) 에서 이 길에서 마주치는 인연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위해서 모두 마지막 파티를 즐겼다.

 

멜리데는 문어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트럭축제가 있어 멜리데 전체가 시끌벅적

팜플로나, 부르고스 등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축제였다. 

 

갈리시아 지방에는  호주에서나 볼 수 있는 유칼립투스를 많이 보게되는데

스페에서 와인이 유명하니 코르크 마개로 이용되는 줄 알았다.

에구에구 짐작이 틀렸구나

 

"유칼립투스 18세기 후반,스페인은 삼림산업 육성을 위해 호주에서

유칼립투스를 들여왔으나 건축자재로는 쓸모가 없다.

지금은 실외용 가구의 자재로 사용되곤한다. "

 

"처음으로 산티아고 대성당 첨탑이 뚜렷이 보이네요 "

 

몬테도 고조는 기쁨의 언덕이라 이름붙여진 곳으로 이제 비로소 걷기가 끝난다는 것이 실감나는 곳이다.

 

어둠이 내린 저녁 이곳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불빛을 보고 싶다는 낭만은

같이 걷던 일행들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졌지만

한 달간의 힘든 도보여행을 끝나고 최종목적지가 산티아고의 대성당의 불빛이 보일때

그 기분은 어떨지 실지로 보지않고서는 상상이 잘 안된다.

 

그러나 아무리 상상이 궁금하다고 해도 솔직히 이곳에서 하루 자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완전 대단위 펜션단지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지라

그동안 자연을 벗삼으며 순례자의 경건함은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관문 산티아고의 조개마크가 새겨진 비석앞에서면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드디어 도착한 산티아고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로 지정된 유서깊은 도시이다.

 

방송에서는 아주 자세하게 도시 이곳저곳을 안내하는데 특히

보타푸메이로는 중세시대  순례자들이 오랜기간 씻지 못해 냄새가 나는 것과

몸이 지저분해 발생할 수 있는 병균들을 예방하기위해

향을  피워 불쾌한 냄새를 없애고 질병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되었건, 저 보타푸메이로가 향을 피우며 하늘을 나는 순간

산티아고 여정의 모든 길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며  눈물 콧물 질질 짜는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대성통곡으로 울다가 웃다가 엉덩이에 뿔나기 딱 좋은 상황이 연출된다.

 

너나 할 것없이 왜 그리 하염없이 부둥켜 안고 울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좀 우습지만

아마도 이 길에서 만나고 헤어진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났던 외국인 랄프, 그리고 가장 많이 만났던 데이비드 모자

같은 날 산티아고에 입성에 다시 만나니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들과는 페이스북 친구로 맺어져 있지만 유럽의 인터넷 사정상, 개인 사정상 드물게 연락하는 중이다.

 

8월 15일 이곳에서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진다.

 

우리가 도착했던 날에도  대성당의 광장에서 무슨 기념일인가 해서 성대하게 음악회가 열릴예정이었는데

장대비가 내리는 바람에 취소되었다.

 

산티아고 길을 다시 걷지 않는다 하더라고 언젠가 유럽을 여행한다면

일부러 이 기간에 맞춰 꼭 다시 산티아고에서 이 축제에 참여 해 보고 싶다는 희망은 아직은 유효하다.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의 끝 피니스테라에 서면 순례의 여정은 마무리가 된다.

 

" 처음에는 그저 900km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얼마나 걸었지? 어디서 묵을까 숙소는 어떨까?

어느새 그 생각은 사라지고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사람과 얘기를 나눌지 궁금하게 되었다.

지끔까지 사는 동안 이런 적은 없었다.  

또 다른 여행, 또다른 걷기를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

 

길은 끝났으나 끝이 아니라 이제 비로소 시작인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산티아고 가는 길,

그리고 그 길에서 비로소 자신을 만나고 스스로 자신감을 키우게 하는 길

 

이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산티아고를 찾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길에 서 보면 안다.

내 주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하고 있는지

나 또한 그들을 향하고 있는지

 

따로 있되 같이 있음이다.

 

진정 이런 광경을 보고 싶었으나 잔뜩 끼어버린 구름으로 인해

일몰의 한 순간도 허락하지 않았던 피니스테라.

 

내 언젠가 이곳에 다시 가게 될까?

그곳에 다시 가면 이런 광경을 만날 수 있을까?  

 

총 5부작의 이 다큐를 다 보는데 거의 5시간이 걸렸지만

화장실 한번 가지 않을 정도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만큼 내가 걸었던 산티아고 길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와 내용으로

무엇보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해 가장 충실한 프로그램인 '세계를 걷는다' 였다.

 

여전히 얼굴살이 빠지는게 두려워 웬만하면 몸을 안 움직이는 요즘

아~~~ 내일부터라도 다시 운동을 시작해서 몸 관리를 제대로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산티아고에 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산티아고는 그렇게 즉흥적으로 한번 가 볼까 해서 가는 길은 절대로 아니기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떠난 길에서 결국 남는 것은 피로와의 싸움뿐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런것을 통해 얻는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이제 갔다온지 3년, 아직은 버려야 할 것보다는 채우는데 주력하고 싶다.

 

그러나 이 다큐를 보고 있으니 저절로 '다음에는.. 다음에는...'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니

아마도 언젠가 죽기 전에 다시 한번 저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언젠가 또 다시 산티아고가 나를 부르는 그 날이 오면

그때 기꺼이 나는 다시 그곳에 갈 것이다.

 

그 길에 다시 갈 그날을 기다리며 그때까지 안녕~~

 

내 생애 최고의 여행지였던 '산티아고 가는 길'의 여행기는

El Camino de Santiago 폴더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