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India

[라다크] 인도 북부 투르툭 국경지대에서 만난 아이들

작은천국 2012. 11. 30. 07:30

[라다크] 투르툭 국경지대에서 만난 아이들

라다크 북인도 여행

 

 

요즘 sbs 스페셜 최후의 제국에 간간히 등장하고 있는 북인도의 라다크,

내가 보고 느꼈던 라다크가 다시 또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고 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라다크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생각난 김에 하나 씩 곶감 꺼내듯 꺼내볼까 한다.

 

라다크는 인도의 북부 오지 중에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위로는 중국, 그리고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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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1월 30일 베스트 포토에 선정되었습니다.  

 

 

북인도의 국경지대라고 할 수 있는 투르툭(Turtuk)은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파키스탄과 서로 뺏고 뺏는 싸움에서 1948년 인도로 편입된 곳으로

2010년에서야 관광객들의 방문이 허용되었을만큼 국경지대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38선을 가진 분단국가에서 국경이란 말은 너무 생소하거니와

묘한 긴장감은 살짝 두려운 기분 마저 느끼게 했다.

 

그러나 위험한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해맑았고

마을은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왔다.  

 

사람 사는 곳, 그곳이 어디인지만 다를 뿐 삶의 모습은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에

선입견이 만들어 낸 초라한 마음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던 곳,

 

우리가 살았던 7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난 시간 여행이 아니었을까 느끼던

 

투르툭이었다.

 

  

 

라다크의 중심도시라고 할 수 있는 '레'에서 출발하면 투르툭까지 8시간 정도(휴식, 식사시간 포함) 걸리는 거리라

당일로는 다녀올 수 없고 대체로  1박2일 혹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훈드르지역의  누브라 밸리 캠핑장을 이용한다.

 

 누브라 밸리 캠핑장에서는 낙타체험을 비롯해

수모르지역, 디스킷곰파, 미륵불상등 볼거리도 다양해 레와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훈드르 지역도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레에서 여행을 하기전에

미리 여행을 허가를 받아야하며 중간 중간 허가증을 제시하며 확인을 받아야 한다.

 

누브라 밸리 캠핑장에서 1박을 한 후 오전 낙타체험을 끝내고 이른 점심을 먹고

지프차로 약 3시간이 걸리는 투르툭을 향해 출발했다.

 

투르툭은 K2 산맥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기때문에 구비구비 한국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산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어 국경지대로 향하며 긴장했던 마음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곳 역시 지대가 상당한 곳이라 산 정상의 만년설이 이젠 익숙하게 다가온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간간히 어디론가 다시 여행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잠시

 

색깔만으로는 어디가 도로이고 어디가 길인지 착시 현상마저 느껴지지만

처음 본 자연환경에 눈이 휘둥그레~ 해질 뿐이다.

 

투르툭이 다가오면서 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경찰들을 만나면서 살짝 긴장감을 느낀 것도 잠시

 

개방되지 얼마되지 않은 지역답게 외지인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척박한 길을 얼마나 더 달려야 마을이 나올까?

지프차로 3시간이 지나고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다다를 즈음

몇 개의 마을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곳곳에 무장을 하고 있는 군인들로 인해

우리가 가기로 예정되어 있던 마을을 제외하곤 차에서 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차장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은 일상을 살아 가고 있었다.

 

우리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아이

 

그리고 몇 분을 더 달려 우리가 가야할 마을에 도착했다.

 

오랫동안 치열했을 국경지대의 느낌을 가진 버스 정류장은 2차대전의 영화에서나 보던 곳인 듯했다.

 

외국인이 신기해 근처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은 우리를 보기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k2 끝자락에 위치한 투르툭 답게 만년설이 녹아 얼음장을 방불케하던 계곡의 물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있었다.

 

투르툭으로 오는 3시간여 녹지 하나 없이 메마르고 건조한 마른 회색의 땅은

거짓말처럼 풍부한 녹지가 답답했던 마음에 숨을 쉴 여유를 주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 가장 처음 만난 소녀

 

우리도 신기하고 소녀도 우리가 신기하고

 

사진 찍는 것이 신기했는지 유심히 쳐다보길래 포즈를 취해 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어딜가나 아이들의 해맑음은 삶의 모든 경계를 초월하게 만든다.

 

 

어느새 동생도 조르르 달려나왔다.

 

외지인의 왕래가 거의 없고 교류가 없는 곳이라

드문 드문 몇 채 없는 마을에 들어선 외국인의 발자국 소리는 생각보다 컸으리라~

 

마을 입구에 있는 소녀의 옆집이다.  

 

한쪽의 공간의 텃밭에서는 채소들이 자라고 있는 중이다.

 

저 다리를 건너면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조용한 마을에 어디선가 나타난 동네 청년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는 중이다.

 

가이드를 따라 동네로 들어서는 길  

 

아까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던 아이들은 어느새 우리보다 앞선 걸음으로 다리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다리위에서 보니 만년설이 녹아내려 흘러 가는 풍경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아이들은 우리가 신기하고 ...

사진을 찍어주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때론 사진이 낯선 타인의 간격을 훌쩍 줄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대기 전에

'사진을 찍어도 되냐?'라는 허락 정도는 구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이리저리 어찌나 자신있게 포즈를 취하시던지~~

 

다리를 건너니 이런 길이 나타나서 동네가 있을까 다소 궁금해졌다.  

 

좀전에 건너온 다리다

 

마을입구에는 보리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중이고  

 

한때는 피 비린내를 풍겼을 국경지대의 시간들은 어느새 평화로움에 젖어 들고 있는 중이다.

 

오~~ 이건 뭐니? 나무가지에 잔뜩 달린 앵두!!!

 

 

우리가 외국인을 보면 마냥 신기해서 졸졸 따라다녔던 그 언젠가의 기억처럼

아이들은 계속 해맑게 웃으며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에게 뭐라뭐라하며 계속 따라오는 중이다.

 

모퉁이 너머에 희미하게 동네가 보이고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이 반갑게 반겨주신다.

 

 

입구에서는 동네 장정들이 모여 집을 짓느라 부산스러웠다.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 우리와

우리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묘한 긴장감이 낯선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다만, 국적은 인도로 편입되었지만 파키스탄의 이슬람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여자들은 히잡을 두르고 철저히 외국인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동네 아이들은 골목길 이곳저곳을 다니는 우리들을 졸졸졸 개구지게 따라다닌다.

 

얼굴표정이 어떨지 가히 짐작이 될만큼  호기심이 뚝뚝 묻어나는 저 뒷모습이다.

 

골목길에서 잠시 쉬어간다.  

 

한바탕 왁자한 소란스러움 속에 창문을 열고 인형같은 소녀가 등장했다.

 

발그스레한 볼에 호기심을 가득담은 눈빛

 

오빠의 등 뒤에 숨어 이방인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니

 

이런 깜찍한 포즈까지

 

호기심이 걸린 창가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그칠줄 모르고

 

이렇게 기념사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동네 입구로 돌아오니 어느새 집 벽돌은 한 줄이 더 올라갔다.

 

여전히 외국인을 경계하는 여인들

 

하지만 그녀들의 호기심도 한계에 다다랐을 즈음

가던 길 멈추고 모여서서 이야기 삼매경을 피우며 시선은 힐끔힐끔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동네에서 머무르는 짧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서는 길

 

사진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어르신이 걸어오신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할아버지 좀 웃으세요~~~ 했더니 이내 인자한 웃음과 눈길을 보내신다.

 

작년에 비가 많이 왔다고 하더니 이곳의 나무들이 자연앞에 스러진것이 애닳았는지

낡은 옷가지로 나무를 싸 둔 모습이 시큰하다.

 

이방인이 찾았던 마을엔 어느새 바람소리 휘날리며 다시 정적속으로 젖어든다.

 

저 멀리 걸어 오는 다른 동네 아이들이 마침 지프 운전하는 아저씨가 아는 집 아이들이라

잠시 둘러 보고 가기로 했다.

 

이런 곳에도 동네가 있을까 싶었는데 안쪽으로 들어서니 이렇게 또 동네가 숨어 있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무언가를 만들고 계셨는데

 

 

국자의 용도로 사용되는 라다크 주방의 필수품이었다.

 

부끄럽게 수줍은 미소를 짓던 소녀는

 

이렇게 활짝 웃기도 하고

 

 

그녀의 동생도 언니를 따라

 

굳어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경계심을 풀어 놓는다.

 

 

위험한 국경지대가 가진 긴장감은 커녕

어릴 적 시골풍경이 그대로 남아 묘하게 닮은 투루툭의 삶의 모습은 그저 한없이 평화로웠다.

 

호기심 어린 시선을 드러내며 졸졸졸 따라 다니던 아이들과 달리

우리가 돌아갈 때 즈음 되니 어디선가 나타난  동네 청년들이 보내는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국경을 방문한다는 긴장감으로 찾았던 투르툭은

국적이 파키스탄에서 인도로 바뀐것은 서류 한 장으로  큰 의미는 없는 듯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이곳을 방문할 때만 해도 투루툭을 방문하는 것이 드문 일이었는데

불과 2년이 지난 지금은 게스트 하우스도 생겼다고 전해진다.

 

한 평생 외지인이라곤, 특히 외국인이라곤 찾아 볼 수 없던 고요한 마을에

외국인의 출입이 시작되었고 그들이 누리던 그들만의 고요한 삶속에 문명이 침입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에는 없는 게스트 하우스가 생겨 외국인이 그 마을에서 묵어 가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

그것으로 농사를 짓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전통가치와 현대가치 사이에서 그들앞에 벌어질 일들,,

 

오래된 미래 라다크는 어떻게 변해갈까?

 

다시 누브라 밸리로 돌아가는 길,

어둑어둑해질 시간이 다가오니 구름 뒤덮힌 하늘은 오렌지 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시 원래의 회색으로 되돌아 오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산을 구비구비 돌아 되돌아 오는 길,,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떠난 시간 여행이란 기분이 들었던 투르툭

 

우리 눈에는 너무 가난한 그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무엇을 그들은 가졌고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아이들의 맑은 영혼이 이방인의 경계심을 풀게했던 곳 투르툭

그곳의 삶은 우리의 경제적인 기준 잣대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가 살았던 70년대도 그랬으리라.

 

과연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문득 드는 생각에 하염없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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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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