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가을여행] 낭만적인 가을에 떠난 도보여행, 강릉 바우길 & 자작나무숲

작은천국 2012. 10. 29. 09:02

낭만적인 가을, 명품 도보여행

강릉 바우길 & 자작나무숲

 

 

낭만적인 가을이 절정으로 치닿고 있는 이 계절

지난 주 산티아고/까미노 3주년 기념 도보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도보 여행 한 번 가보자고 봄 부터 내내 말만꺼내다가

초여름에 가기로 했다가 전시회때문에 밀리고

너무 더운 여름은 날씨때문에 밀리고

초 가을에 날짜를 잡았다가 추석때문에 밀리고

이러다가 날 추우면 정말 못 간다며 마음을 먹고도

날짜를 몇 번이나 변경을 하고 겨우 가게된 여행이었습니다.

 

이 글은 2012년 10월 30일 다음 블로그 메인 지금뜨는 인기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나마 일주일 정도 여정에서 최종 4일로 줄였고

도보여행 중에 서로 급한 일이 생겨서 결국 3일만에 끝냈던 여행이었으나

기분은 3일이 아니라 13일을 보낸 것 같았던 여행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보았던 경치가 너무나도 달랐기에

절정의 가을은 일분 일초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1일차  서울 - 횡계 - 강릉, 2일차 강릉 - 속초 - 인제, 3일차 인제 - 서울 의 여정이

짧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3일 내내 달랐던 자연경치로 인해

2012년 절정의 가을속으로 떠났던 산티아고 3주년 도보여행은 그야 말로 명품 가을여행이었습니다.  

 

낭만적인 명품 가을 도보여행으로 다녀 온

강릉 바우길 1구간, 3구간 , 그리고 인제의 자작나무 숲까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 가을, 아쉽지 않습니다.

 

가을 도보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박여사가 적극 추천한 강릉 바우길과

제가 몇 년 전부터 가을이면 꼭 가보겠다 마음만 먹고 있었던 인제 자작자무숲이었습니다.

 

강릉 바우길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다음으로 손꼽히는 도보 여행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관령 옛길 백두대간에서 시작해 강릉의 동해바다를 따라 걷게 되는 강릉 바우길은

산길, 숲길, 바닷길등 다양한 길이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길입니다.

 

 

강릉 바우길 전체적인 정보나 내용들은 따로 포스팅을 할 생각이고

이번 여행에 대한 프롤로그를 보여 드릴께요 

 

강릉 바우길 1코스는 옛 대관령 휴게소에서 시작하며 선자령을 걷는 길로

횡계에서 가깝기 때문에 횡계로 이동을 했습니다.

 

횡계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옛 대관령 휴게소로 가는 길,

서울에서는 이제 시작되고 있는 가을이건만

지대가 높은 대관령은 이미 가을이 지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정오부터 걸었던 강릉 바우길 1구간입니다.

양떼목장을 끼고 걸어 올라 선자령의 풍력발전기를 지나 백두대간 선자령을 걸어

다시 출발했던 양떼목장으로 돌아오는 총 11.6km 코스였습니다.

 

 바우길 1구간과 2구간의 시작점이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지도가 너무 애매하게 되어있어 출발점이 맞다 아니다 설왕설래하고 시작한 길이었습니다.

 

산티아고 3주년 기념여행이니 산티아고때 부적처럼 달고 다녔던 조가비도 달았습니다. 

오랫만의 걷기여행이 주는 긴장감이건만 조가비 덕분에 여유가 더해집니다.

 

대관령의 가을은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이 가을낭만을 느끼게 합니다.

 

지대가 높은 대관령이다보니 이미 나무의 이파리들은 전부다 바닥으로 내려왔고

초입의 가을이었던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스산한 기분을 살짝 느끼게 하지만

포근한 날씨로 인해 겨울의 황량함은 아니었답니다.

 

오랜만에 약 8kg 정도가 되는 배낭을 메고 걸으려니

얼마 걷지 않아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어깨는 빠질듯합니다.

 

끝없이 자신과의 체력적인 싸움을 하게 만드는 도보여행은

시간이 지나 체력이 한계상황에 부딛칠 때 즈음이면

결국은 자신의 내면적인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며 스스로에게 용기와 기운을 북돋아주는 최고의 힐링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몸만 피곤한 여행'이 될 수도 있기에 

도보여행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몸이 피곤한 여행이 전제되는 도보여행은 자연이 주는 풍경에 몸이 힘든 것은 어느새 잊게 만듭니다.

자연이 주는 원초적인 에너지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힘든 여행을 자처해 길을 떠나게 만드는 도보여행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랫만의 대관령 양떼목장.. 늘 흰눈이 쌓여 있을 때 찾았던 곳이라 초록의 기운이 새삼스럽네요^^

 

 노란 옷을 갈아입은 낙엽송들은 푸른 기운을 가진 소나무들과 대비를 이루며

가을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확인시켜줍니다.

 

끊임없어 언덕길을 올라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를 즈음  

저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이면 선자령이 멀지 않았답니다.

 

그리고도 한참을 걸어 도착한 풍력발전기,

우리나라에도 이젠 많은 곳에서 풍력으로 전기 생산을 하고 있고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 답게 언덕의 모든 풀들은 바람을 따라 한 방향으로 누웠고

삶의 패러다임이 이런 것일까 철학적 사고를 하게 만들던 선자령이었습니다.

 

해발고도 1,157m에 위치하고 있는 선자령은 평창군과 강릉시를 잇는 고개로

백두대간의 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계절의 한 걸음 앞서가고 있는 대관령 가을의 모습이랍니다.

혹시나 3일 내내 가을이 훌쩍 지나간 길이면 어쩌나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가을이 절정임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릉 바우길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를 보내고 둘째날은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강릉 바우길 3구간을 걸었습니다.

 

가을의 대표 선수 코스모스가 반기고 동네 어르신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사람사는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강릉 바우길 3구간이었습니다.

 

감탄사 수십번을 연발하는 것도 모자라 목이 쉴 만큼 내내 '멋지다' '아름답다' '너무 좋다'

3구간 내내 가을의 절정, 명품 가을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던 길이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가을에서 항상 며칠씩 비껴서 여행을 했던지라

늘 2%가 아쉬웠던 가을여행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 아쉬움을 한번에 보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바우길 3길은 광화문 복원에 사용된 금강소나무가 이 곳에서 벌채(2007년 11월 29일)가 되어

어명정이 세워져 있을 만큼 금강 소나무의 기운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소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눈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마음도, 후회의 마음도, 아쉬움의 마음도....

무겁게 스스로 옥죄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가라 합니다. 

 

길은 무난한 듯하지만 해발고도 1,000m 이상을 넘어야 하는 길이라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한 걸음 내딛을때마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지만 몸에서 빠져나가는 노폐물만큼

소나무의 기운이 영혼을 채워주고 있으니 회색 도심을 견디느라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푸른 기운, 맑은 기운으로 인해 뼈 속까지 상쾌해 지는 것 같습니다.

 

하늘을 뒤덮고  홀로 독야 청정하리라던 소나무의 맑은 기운속에

자연은 그저 말없는 가르침으로 나의 영혼에 작은 속삭임을 들려줄 뿐입니다.

 

마냥 푸르기만 하면 재미가 없는 법,,,

사그락, 사그락 시몬 너가 밟던 낙엽이 이런 소리더냐를 묻고 싶게 만드는 낙엽길도 걸어보고

 

해마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김종국의 노래

' 이 세상 무엇도 널 대신 할 순 없어' 라는 노래 가사와 너무 잘 어울리는 가을 풍경이

영원히 지금 이대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떼를 부려보고 싶은 가을입니다.

 

원래 예정은 바우길 4길을 걸어 강릉 바닷바람을 쐬고 인제로 넘어 갈 예정이었으나

서로 일이 바빠 하루를 앞당기기로 해 3길을 걷고 그날 저녁에 강릉 - 속초 - 인제로 이동했습니다.

 

인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자작나무숲으로 향하는 길,

대중교통이 없어 다시 택시를 이용, 하늘이 내린 내린천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인제 자작나무 숲,

그 오랜 기다림이 아쉬움이 되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아닌 걱정을 했습니다.

 

인제 국유림관리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작나무 숲은

여의도의 약 2배가 되는 면적에 온통 자작나무를 식재해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수 년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랍니다.

 

입구에서 자작나무가 있는 곳까지 걸어서 약 3.2km

영리한 흰 개 한 마리가 길 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나무의 백작이라 불리는 자작나무....

 우리나라에서는 자이리톨껌으로 유명해진 자작나무는 가을이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선물한답니다.

 

약 한 시간을 걸어 입구에 있던 자작나무에 반해 걸음을 떼지도 못하고 머뭇거린 것도 잠시

이건 예고편에 불과했습니다.

 

바로 이런 자작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반해 길을 따라 미친듯이 뛰어보기도 하고

숲의 산책로 3개의 구간을 전부 걸어 다녀보고....

 

정말 이곳이 낙원이 아닐까 싶은 착각아닌 착각을 했습니다.

 

사진가들사이에서 워낙 유명세를 탄 곳은 어떤 경우에 직접 가보면

사진이 전부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자작나무 숲은 눈으로 보고 있는 광경이

절대로 사진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자연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럴때는 세계적인 풍경사진가 존팔의 눈과 감성이 질투가 날 만큼 못내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경이로운 자연을 내 파인더로 옮겨 올 수 있을까요?

 

흰 속살을 가진 자작나무의 숲은 온갖 착시현상을 느끼며 모든 감각을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인간이란 것은 한낱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도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던 곳이었습니다.

 

  청정한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하릴없이 몇 시간을 자작나무 숲에서 머물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명품가을의 풍경화속에 그리움은 안개처럼 산이 되어 피어오르고

가을 품은 마음은 부자가 된 냥 한껏 부풀어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았던 자작나무 숲,

 

낭만이 뚝뚝 떨어지던 자작나무의 노오란 금빛 물결속에

텅~비어버린 마음에 '충만' 을 한가득 채우고 삶의 터전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 명품가을.... 이대로 계절이 훅 하고 한방에 물러간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았던 

강릉 바우길과 자작나무숲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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