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걷기여행]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남산성곽길'

작은천국 2012. 8. 22. 07:30

서울 도심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남산성곽길 걷기

 

 

남산의 동쪽 기슭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남산 성곽길은

조선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길임과 동시에 

최신식의 현대문명이 같이 호흡하며

서울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길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지만

'아! 여기가 정녕 서울이었단 말인가?' 라며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순간을 느끼며

여행자가 된 기분으로 걸어보았던 남산 성곽길

 

가을에 꼭 다시 걷고 싶은 길이었다.

 

오랫만에 갖게 되는 산티아고 모임은 늘 그렇듯이 이번에는 어디를 걸어볼까로 시작되었고

전원이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남산 성곽길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있지만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까마득한 곳!  바로 남산이지 않던가?

 

몇날 몇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약속을 잡았고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퍼부었다.

비가 오면 오랫만에 우산받쳐들고 걷게되니 오히려 더 운치있어 좋을 듯하다며

부푼 꿈을 살짝 안고 있었건만,,,

 

웬걸... 오후시간이 되니 아침에 그렇게 퍼 붓던 비가 거짓말 처럼 뚝 그치고 날씨는 맑아지고 있었다. 

 

 남산 성곽길 걷기의 시작점 동대입구에서 도착하니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태극당에서 팥빙수 한 그릇 먹고 시작하기로 했다.

 

 태극당 앞은 그리 뻔질나게 지나다녀도 안에 한번도 들어 가 본 적 없는 태극당이다.

팥빙수 한 그릇 먹고 나서는 길 묘한 아이스크림이 있어 뜯어보니

붕어 사만코 이런 종류의 아이스크림과 똑같은데

아이스크림을 싸고 있는 피가 그런것들과는 비교가 안되었다.

 

자~ 살짝 더위도 식혔으니 이제 출발해 볼까?

 

남산 성곽길은 서울성곽길 코스 중의 하나로 이미 인왕산과 낙산, 그리고 북악산 코스까지

걸어보았으니 오늘 걷게되는 남산코스로 인해 나름 서울성곽길을 종주하게 된 듯하다.

 

서울성곽길은 총 18.6km로 이루어져 있는데 도심으로 들어오면 성곽이 훼손되어 끊겨진 곳이 있어

아직 전체적인 성곽길 전부가 복원된 것은 아니며

현재 서울시가 부지런히 복원 중에 있으니 전체 완공될 날을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그 길속 그 이야기' 편>

 

남산의 동쪽 기슭을 걷게되는 남산 성곽길의 시작은 동대입구역 5번출구에서 나와 건널목에서 보면

이 표지판을 만나게되고 장충체육관을 지나 바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본격적인 성곽길 걷기가 시작된다.

 

 

전체적인 코스는 장충체육관 - 신라호텔 뒷길과 연결된 성곽길 - 반얀트리클럽-

국립극장 - 남산 순환길 - N타워 - 남산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약 5km 남짓의 길이다.  

<사진출처 = 서울시 공식 관광 정보 사이트 Visit Seoul>

 

동대입구역에서는 장충단 공원이 있고 이곳에 아주 중요한 문화재인 수표교가 있다.

세종2년에 세운 다리로 지금처럼 비가 많이 오면 수위를 측정하는 수표 역할을 했으며

아름다운 난간석으로 인해 조선시대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 장충단 공원은 봄이면 벚꽃이 만발해 청춘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을빛 곱게 물드는 날 장충단 공원을 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바로 성곽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충공원을 지나면 바로 이 안내판을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세상에 서울에도 이런 골목길이 있었나 싶게 그리 넓지 않은 골목길끝에

차들이 아예 길을가로막았다. 대단한 주차 실력임과 더불어 골목길 주차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성곽길의 시작은 신라호텔과 반얀트리 클럽의 사유지를 지나게 되는 길이다.

 

본격적으로 걷기가 시작되었다.

 

약수역에서 동대쪽으로  걸어오다보면 장충공원 못가서 길 옆으로 이런 계단이 있는데

이쪽으로 바로 올라와도 될 듯하다.

 

기존의 서울성곽길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싶어 보이지만

 

 

남산은 남산이었다.

며칠 내내 내린 비로 인해 물기를 잔뜩 머금은 소나무는

햇빛을 받으니 그 빛이 더 없이 맑고 고왔다.

 

여름의 절정을 알리는 옥잠화 꽃들도 한가득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중이었다.

 

철책 안쪽이 신라호텔 사유지이다. 

 

비록 사유지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물론 호텔쪽으로 오면 걸어볼 수야 있겠지만)

사람들이 별로 밟지않은 채 잘 보존되어 있는 숲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어

정녕 이곳이 서울인가 싶을 만큼 남다른 감흥이었다.

 

간간히 펜스너머로 신라호텔의 야외 미술작품도 감상하면서 걷는다.

 

펜스 담장막이 다소 거슬리긴 하지만 어쩌랴 사유지라는데..

 

서울성곽이 전체 복원되어 조선시대의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군데 군데 서울성곽길임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눈에 잘 띈다.

 

길은 초보자라도 걷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오전 내내 비가 내렸고 하루 종일 비가 올 것이란 예상에

비가 올 것을 대비한 복장으로 나왔건만 결국 오전에 내리던 비는 오후에 말끔히 그쳤다.

하지만 요거이 바로 남산 스타일이라는거~~~

오늘만큼은 언니들은 남산 스타일이렸다.!!!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비가 그치고 햇빛이 반짝하는 틈을 타 동네 주민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계셨다.

 

완만한 길과 가파른 길이 이어지면서 숨이 턱턱 찬다 싶었는데

 

에그머니나,,,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였던 길이 생각보다 상당히 높은 길이었다.

가깝게는 신당동부터 도심 저 멀리까지 한 눈에 조망이 되며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인다.

 

이 갈림길에서 곧장 길을 따라 걸으면 서울숲까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걸으면 반얀트리 클럽을 지나 남산성곽길이다.

 

갈림길에서는 알기 쉽도록 표지판이 잘 만들어있어 별로 불편함은 없다.

 

성곽은 이렇게 뚝 끊어진채로 아직 복원되지 않은 모습을 간간히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이태원지나 저 머~~얼리 강남으로 이어지는 길..

 

이상하게 생긴 나방을 발견!!

잡아보려했더니 은수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날라가 버렸다.^^

 

도심 한 복판에 있어 남산이 '산' 이라는 생각을 별로 안하게 되는 편이라.

남산을 걷고 있으니 참 특별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온통 울창한 수림들로 인해 서울시민에게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남산이 고마울뿐이다.

 

길은 어느 순간에 뚝 끊어지고 반얀트리에 도착했다.

 

휘황차게 현대식 건물로 치장하고 있는 골프클럽은

평일 화요일 오후시간임에도 외제차들이 즐비~~

조선시대 성곽길을 걷다가 갑자기 현대 이동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표지판을 못 찾아서 안내하시는 분 한테 길을 묻고 돌아서니 보이는 표지판!!

 

반얀트리를 가로질러 출구를 나오면 정면으로 보이는 국립극장이다.

요 길이 다소 귀찮다 싶으면 동대입구에서 국립극장으로 바로 걸어서 시작해도 괜찮다.

 

국립극장의 각 건물들은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감하게 해준다.

도심에서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순 한글로 지어진 해오름극장, 별오름극장, 달오름 극장,,

참 이쁜 이름이다.

 

자 이제부터 남산공원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남산의 속살은 이렇게 생겼다.

한라산 어디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도심에 있으면서도

나름 숲의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남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산이 자동차 출입이 통제되면서 이용하게 되는 순환버스

예전에는 노란버스였는데 전기버스로 모두 대체가 되었나 보다.

아기자기한 버스가 남산 순환길을 달리고 있으니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도심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성곽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서울 600년의 역사가 때론 문헌 속에서나 느껴지며

어느 한 순간에 서울이란 거대한 문명의 도시가 탄생한 기분을 종종 느끼기도 하지만

이 도시를 처음 지배했던 백제에서 시작된 한성의 도읍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현재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시대를 거슬러 어느 한 곳에 닿는 유서깊은 서울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차가 계속 다니고 있는 순환길 대신 계단을 따라 성곽탐방길로 다시 접어 들었다.

 

헉헉!  아 힘들다는 소리와 함께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서울성곽길에 대한 안내표지판

태조시대에 쌓은 성곽의 흔적들~

 

이제 도심이 발 아래로 보이는 위치에 까지 올랐다.

 

팔각정까지 이제 1km~~

 

드디어 남산 타워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흐르는 물소리~~ 어머나 여기가 정말 남산이었어?

 

짧은 시간동안 걷기가 끝나고 보시다 시피 온 몸은 땀으로 샤워를 두어번쯤 해야했다.

잠시동안 햇빛이 나며 비가 그치긴 했지만 아직까지 중부지방에 머무르고 있는

습기높은 대기로 인해 너무나 무더웠던 날씨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갈아입을 티를 하나 챙겨오는건데 후회를 했지만

그나마 혹시나 시피 비 맞으면 닦으려고 가져온 수건은

비 대신 흐르는 땀으로 흠뻑 적셨지만 흘린 땀만큼이나 마음은 너무나 개운했던

남산 성곽길 걷기였다.

 

그래도 모처럼 남산에 왔으니 N 타워에서 바람 한 번 쐬고 내려가야지~

 

 

아침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왔다는게 거짓말 같은 날씨이다.

 

N타워 처음조성되고 올라왔을 떄 없던 조형물도 몇 개 늘었다.  

 

사랑의 우체국 ♡

 

이젠 서울의 명소가 된 곳이다.

 

발 아래로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도심 풍경과 수많은 사랑의 맹세들

 

반드시 오붓하게 앉을 수 밖에 없은 연인 의자까지

이곳은 솔로들이 올 곳은 못되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사진에 대한 페이스북 반응은

솔로와 커플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솔로는 이런거 혐오스럽다" 부터 시작해 "솔로 천국, 커플 지옥!!" 에

"저기 있는 커플들 상대방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질투어린 솔로들의 반응에 비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이들에게 감사를" 이라는 커플의 표현은

누가 솔로고 누가 커플인지 딱 보면 압니다~~~!!!!

그나 저나 멍이와 삐삐는 다녀간지 몇달 되지도 않았는데 왜 저리 줄을 좌악~~~ 궁금타!

 

 

조망권 확보를 위해 일정구간은 자물쇠 안됩니다요~~

 

남산 케이블카 도착지를 지나 명동으로 내려가기로 방향을 잡았다.

 

잠시 차 한잔 마시고 출발하기 위해 찾은 케이블카 위의 카페 겸 레스토랑~

 

경관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다.

눈이오면 창 밖 풍경이 더 없이 아름답겠구나

상상만으로 입가엔 미소가~~~

아무리 낭만이 좋아도 혼자 이런곳에 와서 청승떨고 싶지는 않구나

괜시리 울컥한다 ~

 

얼마걷지 않아 도착한 남산도서관

올라갈때는 멀고 힘들고 내려올때는 순식간구나

인생이 원래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내려옴에 대처하는 자세, 남산이 가르친 오늘의 철학이다.

 

어? 이 계단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면

 

이제 너무 유명해져서 말이 필요없는 삼순이 계단이 바로 여기다.  

 

 

그 외에도 이런 풍경이 보이고 특히 도심의 불빛들이 조망이 가능한 곳이라

수많은 드라마, 영화 장면에 등장한 장소이기도 하다.

 

짧기도 멀지도, 힘든것도 안 힘든 것도 아니었던 남산 성곽실에서

과거와 현대가 어울려 공존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서울을 느끼며 남산 성곽길 걷기가 끝났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또 다른 지인이 운영하는 태릉 최고의 맛집인

 제일콩집(서울시 공릉1동 633-18, 태릉역에서 도보 3분) 에서 맛있는 저녁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사용, 정성이 가득 담긴 밥상은 정말 꿀맛이었다.

 

보쌈에 청국장에 정말 배가 남산만해질때까지 폭풍흡입 해 주셨다.

 

산티아고 뺏지와 전시팜플렛을 선물로 가져갔는데

이제 몇개 없는 귀하신 몸인 직접 만든 산티아고 뺏지!!

 

워낙 인기라 산티아고 다녀온 사람들 이구동성으로 

 다음에 산티아고 갈 땐 이 뺏지 산티아고에서 기념품으로 팔라는 조언들을 어찌나 해주시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푸하하하 !!!!!!

 

그런데 이런 저질체력으로 어찌 산티아고를  ㅠㅠ 

 

 

오랫만에 모여 벌써 다녀온지 2년이나 지난 그곳의 기억을 까먹지도 않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놀라운 산티아고의 힘

 

몸이 기억하는 여행,

그곳에서 만난 사람으로 인해 더욱 충만해지는 여행,

그래서 그 여행은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여행을 통해 도심에서도 이렇게 도보여행을 즐기게 되었음이 행복할 뿐이다.

 

오늘 걸었던 길이 너무 좋아

남산이 오색찬란하게 물들어 오는 가을,

꼭 다시 걸어보자며 약속을 했는데 공수표가 아닐길 바라며...

 

카메라 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초입에서 몇 장 찍고

온통 스마트 폰으로 찍었으니

가을에는 제대로 된 단풍사진 남겨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