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Interesting movie

[영화] 조선판 왕자와 거지, 광해가 관객을 움직이는 법

작은천국 2012. 10. 1. 08:00

조선판 왕자와 거지, 광해가 관객을 움직이는 힘

 

 

 

 

역사속의 광해군이 드라마틱했듯이

15일간 조선판 왕자와 거지라고 할 수 있는 '광해' 역시 드라마틱했다.

 

왕과 저잣거리의 광대가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왕의 역할을 한다는 설정은

다분히 식상함을 가질수 밖에 없고

줄거리는 우리가 예상하는 바에 한치에 오차도 없이 그대로 흘러간다.

그런데, 그런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영화 '광해'는 무척이나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영화개봉 후 초대박행진을 터뜨리며 고공행진 중으로

줄거리 등 인물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언급을 하고 있으니

그런 부분들은 생략하고 '광해'의 독특했던 느낌을 전할까한다.

 

 

명분, 예의를 중요시 여겼던 선비의 나라 조선,

그 조선에서 피비린내나는 살육을 통해 왕권을 잡았다는 건,

어찌보면 치명적인 약점이자 자신또한 끝없이 언제죽을지 모르는 공포감에

하루도 편할 날 없이 긴장감을 놓칠 수 없이 살아야 했던 광해!

그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순간을 버텨낼 수 있었을까?

 

모든 역사서에서 설명되는 광해의 광기어린 행동들은 

 죽염으로 은수저가 변했다는 설정에서 보이는 과도한 행동들,

 

 '광해' (진짜 광해이든 혹은 하선이든)가 러닝타임동안 펼칠 모든 상황에 대해

이미 관객들은 묵시적인 동의를 비롯해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광해의 면면들에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도록 만들고 있다.

 

 영화가 관객을 사로잡는데는

초반 5분이 중요하다고 하더니 역시!!!  광해였다.

 

그러나, 광해에 동의하게 만드는 건 탄탄한 줄거리, 배우들의 연기를 비롯해 여러가지 장치들이 있었지만

특히 촬영감독, 조명감독에 덤으로 영화음악감독의 역할이 이 영화 '광해'에서는 절대적이었다는 생각이다.

 

내가 영화 보고나면 장면이 좋았다라고는 생각해도 촬영감독이 누구였을까가 궁금해지기는

이 영화 '광해'가 처음이었을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어떻게 저런 프레임을 사용했을까 감탄에 마지 않았다.

 

저잣거리의 광대 하선이 느닷없이 궁으로 불려와 왕과 대면한후 

처음 왕의 역할을 할 때, 광해에서 하선으로 장면이 넘어가면서 하선의 얼굴 클로즈업 /

 

하선이 광해의 역할로 전환되며 하선이 발걸음을 옮기고

왕의 역할을 맡을 하선의 시선처리를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는데 

 

이때,,,,  카메라가 미묘하게 흔들린다.

 

순간적으로 내가 현기증을 느끼나 싶어 착각을 했으나

줌인 샷에서도 카메라를 미묘하게 흔들리는 영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하선의 불안한 심정을 그대로 담은 카메라 워크...

놀라웠다.

 

왕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하선,

그 누구보다 자신의 안위에 대해 불안했던 광해,,,

역할이 바뀜으로 인해 도사리고 있을  여러가기 불안함을

이미 짐작하고 있는 관객들이 오롯이 느껴야하는 불안함...

 

뻔히 1인 2역이라는 걸 알고 있어 자칫 무너질 수 있는 긴장감을

왕과 하선이 만나는 가장 중요한 첫 장면부터 은연중에

관객들에게 눈치채지못하도록 전달하고 있었다.

 

 

하선이 광해가 되어가면서 '광해'스타일로(외면뿐 아니라 내면도) 변할것이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는다.

다만 우리가 그에게 어떻게 동의를 보낼 것인가가 관건으로 남는데

신분사회가 엄연히 존재하는 조선시대 양반사회에서

저잣거래의 일개 광대가 신분이 달라지는 왕으로 변화하는 과정(외면이 아닌 내면)에 동의할 수 없다면

영화는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아닌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연기자들의 연기는 필수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평면적인 공간에서 연기와 대사만으로 그 모든 상황들을 100% 전달하기에는

언어적 메세지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영화 광해에서는 신분에 따른 인물의 크기를 적절히 대비시키면서

은연중에 그러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 눈에 보아도 광해 역할을 하는 광대 하선, 그 위에 있는 허균이다.

 

심지어는 경연을 위해 전날 예행연습을 위해 인정전으로 들어간 하선의  밤씬에서

광해 역할이 주는 공포심을 높디 높은 건물의 기둥을 카메라가 로우 앵글을 통해

극대화 시키며 왜곡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데

그때 조내감이 어둠속에서 다리가 엄청나게 긴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래서 흡사 기둥인지 사람인지 모르게 한껏 왜곡하여 처리하고 있어 

길지 않은 장면이라 눈여겨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인상깊었던 두 개의 장면외에도 곳곳에는  사람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싶을 만큼

카메라 앵글의 프레임속에 연기자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조명,,,, 아!! 정말 예술이었다.

책에서 배웠던 광기어린 광해의 모습이 아닌

백성과 나라를 위해 인간적인 고뇌를 가진 그의 인간적인 면은

가끔씩 사용하고 있는 인공조명외에 최대한 자연조명을 활용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감성지수 200% 자극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엔 영화음악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음이다.

 

이 영화를 먼저 본 지인은 세번씩이나 울었다고 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여기저기서 훌쩍 거리는 사람들이 제법있었다.

 

이러니, 영화가 끝나자마자 촬영감독이 누구일까 궁금해졌던 건 당연지사

지난 2010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아저씨'란 영화로 촬영감독을 탄 이태윤감독이였다.

 

몇몇 영화에서 이미 익숙한 이름이라 역시! 라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주연인 이병헌의 연기도 좋았지만 허균역의 류승룡이 받쳐주지않았다면

과연 이병헌의 연기가 이토록 빛날 수 있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류승룡

코믹과 진지사이를 넘나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몇 안되는 배우,

 

그런데 이 병헌과 동년배!!! 크하하하하^^

 

 

대박에 가까운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주인공을 비롯해 모든 주. 조연들, 심지어는 단연들마저도 유기적으로 잘 어울려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비중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하나의 주제를 전달하기위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광해가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정치적 한계,

시대적 정치 상황 등등 그가 처한 현실에서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인간적인 고뇌가 설득력있게 다가오는건

차고 넘치는 이병헌의 연기보다

허균, 하선, 중전, 도부장, 사월이라는 간접적인 인물을 통해

그들이 광해에 대해 느끼는 감정적 변화가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그들의 변화를 통해 관객들은 깊은 공감을 이루어내고 울고 웃는다.

 

그러나 영화의 성공에는 항상 주인공만 주목을 받게 된다.

주인공의 역할이나 비중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주인공이 잘나기 위해 수많은 조연과 스탭들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아직까지 '밥상' 운운하고 있는 영화계의 현실이 그래서 때론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영화 광해를 보고 나니 광해와 더불어

'허균'의 사상에 대해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그가 '홍길동전'같은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 '광해'를 통해 조선시대 시대상과 정치적인 면을 보고 있는 듯했지만,

실상은 '광해'를 통해 현대의 시대상과 정치가 보였다.

한낱 저잣거리의 광대도 내 나라, 내 백성에게 이로운 것을 생각했거늘,

오늘의 정치 현실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허나, 과연 영화는 영화일뿐까?

 

영화 한 편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