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Interesting movie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발칙한 상상의 세계로

작은천국 2012. 7. 27. 07:30

미드나잇 인 파리, 발칙한 상상의 세계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포스터 미드나잇 인 파리,

어느 날 저녁 다른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유난스레 나의 시선을 붙잡던 미드나잇 인 파리의 포스터였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야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푸른 빛깔 감도는 포스터로 인해 '미드나잇 인 파리'에 관심이 쏠리며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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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영화를 보러 갈 때 영화에 대한 정보는 일절 찾아보지 않는 성향으로  

기껏해야 감독, 배우(어떤때는 이런 정보조차 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등이 누구인지

최대한 간단한 정보만을 가진 채 관람을 하는 편으로

 

불꺼진 극장안에 들어서자 마자 시작된 첫 화면에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에펠탑, 몽마르뜨, 베르사이유 궁전, 루브르박물관, 세느강, 노틀담 성당등

첫 장면부터 아예 대놓고 파리를 광고하며 마치

파리의 관광청 홍보 동영상을 능가하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주인공과 함께 파리를 걷기 시작했다.

 

첫 장면에 줄거리도, 인물 설명도 없지만

파리의 명소들은 한번씩 다 훓고 지나가기때문에  놓치면 정말 아까운 영화다. 

 

 

 

 

 

영화 개봉한지 한참이나 되었기에 스포일러 포함이 많으니

혹시 안 보신 분들이라면 참고하시길

 

줄거리

 

소설가 길과 약혼녀 이네즈의 동상이몽 파리여행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덤스)와 파리로 여행 온 소설가 길(오웬 윌슨).
파리의 낭만을 만끽하고픈 자신과는 달리
파리의 화려함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네즈에게 실망한 길은
결국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산책하게 된다.

매일 밤 12시, 시간을 넘나드는 로맨틱 야행이 시작된다!
열두 시 종이 울리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길이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1920년대 파리!
그 곳에서 그은 평소에 동경하던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등
전설적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어 매일 밤, 꿈 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를 만나게 된 길은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매혹적인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남자주인공인 소설가 길과 그녀의 약혼녀 이네스는

이네스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파리로 여행을 오게 된다.

 

 '길'은 파리의 낭만을 느끼며  파리에서 살고 싶어하지만

정작 이네즈는 자신의 부모님이 거주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현재 주거지인 뉴욕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길이 가지고 있는  '파리의 낭만'은 아랑곳없다.

 

1920년대의 파리에 대한 동경으로 헐리우드의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라는 타이틀보다는

자신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진 '길' 

'길'에게 파리는 그런 곳이다.

 

첫 장면부터 여자주인공 ‘이네즈’와 남자주인공 ‘길’ 이

‘모네’ 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수련>의 배경인 '지베르니 정원' 에서 데이트를 즐기지만

 

이내 이들은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서 있는 두 남녀라는 것을 눈치채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스크린을 화면을 한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정원의 모습이 담긴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을 보고 있노라니

앞으로 두 남녀가 어찌되건 말건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머리속은  '아~~ 나도 파리에 가고 싶어라' 는 생각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는 관객들의 머리속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상이몽'의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길'이 시간을 뛰어 넘어 1920년대의 파리를 동경한다면

 우리는 공간을 뛰어넘어 파리를 동경하게 만들고 있었다.  

 

 

 파리에 살고 있는 '이네즈'의 친구들이  파리의 명소를 안내하면서

본격적인 파리 탐방이 이어지지만

이들은 파리의 아름다움은 마음이 아닌 머리로만 이해시키려고 할 뿐이다.

심지어는 로댕앞에서는 까미유 끌로델이 부인이었다며 우기기까지 한다.

 

이런 이레즈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는 '길'은

 '현학적(스스로 자기 학문이나 지식을 뽐낸 것)' 이라며 혼잣말을 뱉을 뿐이다.

(나중에 현학적이란 단어는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등장한다.

감독의 다분한 의도가 반영된 대사인듯하다)  

 

그, 그리고 그녀는 서로 따분하기만 하고

혼자 숙소로 돌가던 길은 미드나잇에 울리는 신데렐라 종소리와 함께

때마침 도착한 푸조에 엉겹결에 오르게되고  1920년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헤밍웨이를 비롯해  스캇 피츠 제럴드  & 젤다 피츠 제럴드 ,

달리, 엘리어트,  피카소, , 마티즈,  만 레이, 거투르드 스테인, 루이스 브뉴엘 등등

 

그리고 다시 한번 시간을 거슬로 시간을 다시 한번 거슬러  고갱, 드가까지..

 

 '길'은 이름만으로도 세계 예술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저 배경이 '파리' 일 것이라는 정보만을 가지고 있던 차

 파리의 살롱문화를 주름잡고 있는 거장들이 화면에서 한 명씩 등장할때만다

내 입에서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고 영화를 보는건지 '길'이 내 자신인지 모를정도로

들뜬 흥분감으로 인해 몸은 자연스레 스크린으로 조금씩 더 다가가고 있었고

마음같아서는 스크린 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이런 마음은 비단 나 뿐이 아니어서 스크린에서 거장 들이 한 명씩 등장 할 때마다

극장 안은 '아' 하는 작은 감탄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1920년으로 향하는 시간여행을 위해 매일 밤 자정, 노틀담 성당 계단에서 앉아

낡은 푸조를 기다리고 있는 '길'에게는 정녕 미드나잇은 신데렐라 타임이었다.

 

다만, 미드나잇에 신데렐라는 현실로 돌아오지만 현실에서 떠난다는 것이 다를 뿐...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는 황당함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일 밤 바다 1920년대로 간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

 

결국 장인 될 사람이 밤마다 돌아다니는 길을 의심해 급기야 사립탐정을 붙인다.

 

 

1920년대 영화 속 등장 인물 중 마초남으로 등장해

가장 큰 인상을 남기고 있는 헤밍웨이의 젊은 시절 모습을 엿보게하는데

노인과 바다의 표지에 등장하고 있는 흰 수염의 할아버지만 생각하고 있다가

젊은 시절의 헤밍웨이를 만나고 있으니

그가 보고 느꼈던 것들이 그의 소설속에서

왜 그렇게 묘사가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예술의 도구로 쓰이고 있는 한 사람의 인생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헤밍웨이의 마초적인 자유분방함은 그저 쉽게말하는  '나쁜 남자'일 뿐이다.

 

 

 모든 인물들이 전부 실존인물이나 단 한사람 허구적 상상력이 가미된 '아드리아나'는

만인의 뮤즈로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이자 약혼녀인 '이레즈'와의 로맨스가 아닌 '아드리아나'와의 로맨스씬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정신을 쏙 빼놓는 그녀와 처음에는 잘 통한다고 생각했으나

 

2012년에 살고 있는 자신이 최고로 동경하는 1920년

그 1920년에 살고 있는 그녀가 동경하는 시간은 1890년이 최고라 생각하고

둘은 그녀가 동경하는 1890년으로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떠나 고갱, 드가,앙리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고갱은 그들보다 훨씬 앞서 있던 르네상스 시대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속에 '아드리아나'와 대립을 하게 되고

'길'은 각자 규정하는 황금시대는 서로 다른 것이며

현실에는 누구나 다 자신이 채우지 못한 결핍을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으며 

결국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황금시대'를 동경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길'이 현실로 돌아오면서 시간여행은 끝이 나게 된다.

 

 그렇게 시간여행을 하고 다니는 동안 '이레즈'는 '길'을 떠나 새로운 사랑(?)을 찾았고

'길' 역시 비내리는 파리의 낭만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는 여직원과

낭만적인 비내리는 파리의 밤거리를 걸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런데 이렇게 끝나면 그저 환상적인 시간여행뿐...

마지막에 감독의 장면은 빵 터진 웃음과 함께 압권이었다.

 

'길'이 시간여행으로 밤마다 사라지는 것이 수상했던 미래의 장인이 사립탐정을 붙여

'길'의 뒤를 쫗게했으나 나중에 행방불명이 되었다며 영화 중반부에 사라졌던 이 사람이

영화의 말미에 1920년대가 아닌 루이14세와 마리앙뚜아네트로 추정되는 왕과 왕비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공간에 등장해

 허겁지겁 도망을 치는 장면이 실지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감히 루이 14세 앞에서 까치발을 들고 소스라치며 죄송합니다 한 마디를 남기며 종종거리는

그 표정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정말 배꼽을 쥐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시대적인 배경을 넘나들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의 삶의 보여주지만

엄격하게 따지면 1920년에 그들의 삶은 궁핍과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열등감으로

자신조차 자신이 예술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는 몰랐던 그때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남긴 작품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인생을 통털어 전부 훌륭할 것이라고

미루어짐작하는 오류를 늘 범하고 있다.

그래서 '길' 처럼 '아드리아느'처럼 또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들도, 또 나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결핍된 무언가를 찾아 과거속을 헤매고 다니고 있는 지도 모른다.

감독의 시간의 여행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아닐까?

 

더불어 이 영화에서는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듯하다.

타임슬립의 장치를 사용하고 있는 영화들의 대부분은 주인공은 시간으로의 이동이 자유롭지만

주인공과 함께 동행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간과 단절이 된다.

 

영화에서 '길'이 푸조에 올라타면 사립탐정은 그 차를 뒤 따르는데

과연 제대로 시간속에 들어갔을지는 내내 의문이었는데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바로 그 점을 과감하게 뒤집어 준다.

 

'길'은 시간여행에서 현실로 돌아오지만

왜 탐정은 시간여행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과거에서 헤매고 있는 것일까?

 

또한 '길' 이 과거로 들어가는 시간과 장소는 명확하게 확인이 되지만

언제, 어떻게 현실로 돌아오는지는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한번을 제외하고는) 

 

그래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동안 약간 뿌옇고 흐린 노란색 조명을 사용해

한 밤중에 일어나는 일임에도 대낮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어디서부터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거인지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들에게 의식적인 착시현상마저 일으켜  교묘하게 이분법적인 생각을 흐트린다.

 

세상은, 삶은 그렇게 자로 잰 듯 이분법적인 잣대로 나눌 수 있는게 아니다는 것을

이처럼 여러가지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미드나잇 인 파리.

 

역시 거장 우디앨런이었다.

 

영화속의 감독이 숨겨놓은 수많은 코드를 찾는 것과 별개로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콜 포터의 음악 <Let's Do it> 이 흐르며 다시금 '파리'를 동경하게 만드는 희안한 작품이다.

그건 귀에 착착감기는 낭만적인 음악도 분명 한 몫 거든 것 만은 틀림없다.

 

난 이미 파리를  2번이나 갔다 왔고

내용중에 '이네즈'의 엄마와 아버지가 몽셍미셀로 가다가

 심장이 문제가 있어서 파리로 되돌아오는데

그 문제의 몽셍미셀도 다녀왔다.

 

그 추억의 기억을 붙잡고 스크린 속에 등장하고 있는 파리의 곳곳은 여전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파리가 눈에 잡힐 듯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래전에 읽어서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는 <킬리만자로의 눈>을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배경이 된 스페인 내란에 참전하기 전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는데 영화에서는 약간의 허구가 가미해져

영화속에서 유일하게 허구인 인물 '아드리아나'와 킬리만자로에 갔지만

헤밍웨이는 남고 아드리아나 혼자 돌아왔다는 내용으로 언급이 되어진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직행하고 책을 찾았으나

세상에 단편이 몇 개 묶인 이 책에 하필이면 <킬리만자로의 눈> 만

이렇게 찢었을 줄이야.... 한숨이 절로 나왔다.  

 

 

꿩대신 닭이라고 파리대신, 킬리만로의 산 대신

북유럽을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며칠 전에 받은 깨알같은 선물로

미드나잇 인 파리의 여운을 달랬다.

 

프랑스든, 노르웨이든 유럽은 유럽이기에 .. 

 

그나저나 영화 마지막장면에 '길'과 새로운 로맨스를 상상하게 만들며 

비 맞고 걸어가던 청초한 모습의 이 여자.

레드카펫에서는 이런 모습이었네..

 

아유~~~ 영화속 이미지만 기억하련다. ^^

 

 미드나잇 인 파리는 흥행이 안되서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낭만적인 파리의 풍경과 더불어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몰이 중이다.

 

facebook이벤트에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이라면

이번에 새 책을 출판하신 이병률 시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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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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