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올레길] 바람과 파도가 말을 걸어오는 제주올레 8코스

작은천국 2012. 4. 9. 08:00

바람과 파도가 말을 걸어오는 제주올레 8코스

 

 

월평포구에서 시작해 대평포구에서 끝을 맺게되는 올레 8코스는

바닷길을 걷게되는 바당 올레코스로

해안길을 따라 제주의 바닷내음을 맡으며 제주의 명소 중문해수욕장을 지나는 길이다.

 

 

 

이 글은 2012년 4월 13일 Daum블로그 첫 화면의 '지금 뜨는 인기글'에 소개되었습니다.  

 

 

 

총 17.6km로 약 5~6시간이 걸리며 빼어난 주상절리대를 볼 수 있다.  

<지도출처 : 제주 올레 https://www.jejuolle.org/course/view.do?cs_no=8>

 

보통은 8코스의 시작인 월평포구에서 걷기시작해 종점인 대평포구에 도착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이다.

그러나 서쪽을 향해 걷는 길인 만큼 오전11시를 지나 걷게 된다면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걸어야되는 다소 피곤한 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거꾸로 걷는다면 햇빛을 등지고 더없이 편하게 걸으며 색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흐린날 대평포구의 모습

멀리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박수기정으로 인해 더 없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대평포구이다.

 

처음 대평포구에 왔을 때 '난드르'라는 지명이 꼭 무슨 외국이름 같았는데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지분들은 난드로로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방파제 근처에는 가우디를 연상케하는 멋진 작품이 설치되어있어

스페인의 낭만을 살짝 느끼게 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8코스 걷기 시작!!

 

대평포구는 마늘이 유명한 곳이라 겨울 추위를 이겨낸 마늘들이 푸른 기운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해변가를 따라 난 길이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 길이다.

 

쉬지않고 파도소리, 바람소리가 따라오는 바당올레이다.

 

바당 올레가 어디 귀만 즐거우랴? 

바닷길을 걷는 즐거움이 덤인것인지

눈으로 보이는 풍경이 덤인지 아님 파도소리가 덤인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보아도 우선순위를 따져볼 수 없음이다.

 

파도가 높은 날엔 원양어업을 하는 배들이 가시거리안에 육안으로 확인될 수 있는 위치까지

들어와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 봄,, 봄의 시작을 제일 먼저 알리는 제주,,

샛노랑 유채꽃이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준다.

 

바닷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서니 이게 웬일인가?

어느 순간 눈 덮인 한라산의 백록담과 정면으로 마주서게 된다.

아!   부지불식간에 짧은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길은 다시 살짝 가파른 산길로 접어 드는가 싶더니 이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시야에 가릴것 없이 탁트인 푸른 바다~~~

금방 바닷길을 걸었건만 또 다시 '바다다!!' 하는 환호성에

어디가 진짜 바다인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저 멀리 펼치지고 있는 중문의 모습은 익숙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신천지의 느낌이 드는 건 물빛 고운  서귀포의 바다이기 때문이리라.

 

저 멀리 논짓물이 보인다.

 

표지판도 없을 때 논짓물을 물어 물어 찾았던 기억으로 인해

잘 정비된 논짓물의 흔적에서 옛날 추억을 더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하다.

 

바람만은 제주의 바닷길... 간세에 묶어놓은 올레표식도 사정없이 휘날린다.

 

소복이 앉은 갈매기들마저 정겹게 느껴지는 바닷길이다.

 

다시 걷기 좋은 열리 해안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몽실몽실 잘 다듬어진 길에 도착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해병대 길이다.

해녀들만 다닐 수 있었던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해병대의 힘을 빌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멋진 올레 길로 탄생을 했다.

 

돌 하나하나에 놓인 그들의 수고스러움은

이 길을 걷는 모든이들의 마음에

고운 씨앗 하나 떨어뜨렸으리라

 

특히 이 길에서는 세로로 길게 뻗어있는 신기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세로로 보아도' 이야~~'

가로로 보아도 '이야~~'

 

자연이 빚은 예술품 앞에 제아무리 뛰어난 솜씨를 가진 인간이라고 해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듯하다.

 

게다가 이런 오묘한 동굴까지~

 

 

 

드넓게 펼쳐지고 있는 주상절리는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연신 감탄사를 뱉어야할만큼 그저 신기할뿐이다.

 

 

잘못하면 돌들이 툭툭툭하고 떨어질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

얼마전까지는 낙석위험때문에 길을 폐쇄했다가 봄이 되면서 다시 개방되었다고 한다.

 

마치 나무가 자라듯 하늘높이 뻗어있는 주상절리들이

한잠자고 일어나면 조금씩 더 자랄 것 같은 생각이들만큼

가히 절경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도 손으로 한조각 뜯어내면 뜯어지려나?

괜시리 상상력을 자극해본다.

 

경치에 취해 오랫동안 들여다보다 문득 시선을 돌리니 다정히 해병대길을 걷고 있는 연인들 마저도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것 마냥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몽실몽실 큰 돌을 밟고 걷는 해병대길이다.

 

주상절리에 취한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파도는 철썩거리며 

여행자의 시선을 돌리기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고 

 

저 멀리 갈매기 한마디 물끄러미 바라보니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가 싶어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모퉁이를 돌아서도 잘 닦여진 길은 여전하고

꼭 부여잡은 연인들의 두 손은 그래서 더 정겹고 정답게만 보인다. 

 

그렇게 길이 끝났나 싶었는데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존모살 해안이 등장한다.

 

모래와 자갈이 철썩이는 파도를 온 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중이고

 

고운 모래 해변을 끼고 걷는 길은 몰아치는 파도와는 상관없이

더없이 여유롭게만 느껴진다.

 

파도가 쉴세없이 달려들어 부딪쳐 오면 또 어떠리?

그러자고 나선 바당올레길이 아니던가?

 

 

이 해변이 끝나는 길 나무계단을 올르면 하이얏트 호텔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연결되어지지만

길이 아쉬워 일부로 돌길을 조금 더 우회해서 걷다가 뜻하지 않게 무지개를 발견했다.

 

서산으로 해 넘어 가는 시간과 물방울이 만나 보내주는 일곱빛깔 무지개~
곱구나~~~

 

그러나 어짜피 이 길은 계속 이어지지 않고 다시 돌아나와  하이얏트 호텔 산책로에서 서서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니 내가 있던 곳이 저곳이었나 싶게 역광의 모습은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여기, 그곳이 가장 최선이자 가장 최상의 순간이임을

그렇게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하고 돌아서는 길이다.

 

하얏트 호텔앞  잘 닦여진 산책로는 웬지 올레와 어울릴것 같지 않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여전히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니~

 

그 길에서 보이는 중문해수욕장~

 

제주의 랜드마트라고 할 수 있는 중문

철이른 중문의 해수욕장의 고요함이 더 정겨운 곳이다.

 

고즈늑한 산책길도 이 정도면 괜찮은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홑동백은 아니지만 겹동백도 나름은 괜찮은 듯하다.

 

이제 정말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중이고

바다는 은빛물결로 반짝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사람들을 모두 동심으로 마음을 채우고 지나는 발길을 돌려세웠다.

 

길을 걷던 아주머니가  난데없이 파도에게 장난을 걸며 한참을 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누구나 자연앞에 서면  절로 '순수의 시대'로 회귀하고 싶어지는 본능앞에

내 얼굴엔 빙그레 미소가 떠오르며 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대평포구에서 점심을 먹고 느즈막히 출발한 탓에 시작점인 월평포구까지 걷는 것은 포기해야했지만

경치에 취해 걸었던 길이라 아쉬움은 없었다.

 

 

파도가 속삭이고 바람이 말을 걸어오던 올레 8코스

중문의 이국적인 풍경속에 넉넉한 하루해가 저물어 간다.

 

 

 

18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