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합천] 입은 닫고 귀는 열어야 하는 소리길

작은천국 2012. 6. 11. 07:30

마음의 침묵을 따라 소리 여행을 떠나다

 합천  가야산 소리길

 

 

합천의 대표명소 해인사로 향하는 길은

입을 닫고 귀는 열어야 하는 '소리길' 이다.

 

마음에 침묵이라는 시간을 주고 나면 비로소 보이고 들리는 것들,

그렇게 홍류동 계곡을 따라 가야산 소리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내 자신과 마주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걷기 여행,

마음의 침묵을 따라 소리 여행을 떠나본다.

 

 

이 글은 2012년 6월 11일 다음 블로그

 떠나고 싶은 여행지에 소개되었습니다.

 

 

 

 

가야산 소리길은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맞이하여

‘홍류동’이라 불리는 계곡(6km)길을 7개의 다리와 500m의 데크로 새롭게 단장하여

 ‘해인사 소리길’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대장경테마파크에서 시작해서 해인사까지 전체 6km 구간을 도보로 걸어도 좋고

중간 중간에 설치된 교량과 데크를 통해 곳곳에서 들어갔다 나왔다

걷는 거리를 조절할 수 있으니 무리하지말고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걷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이 '소리길' 이라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흐르고 있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해인사라는 천년고찰로 향하는 길이기때문에 극락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도 함께 포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잡음을 집어 삼킬듯한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

 

 

시간상의 이유로 전 구간은 걷지 못하고 해인사 주차장 입구에서

약 한 시간 정도 소리길을 따라 걸어 보기로 했다.

 

약간은 흐린날씨 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초록의 싱그러움이 더해

초록이 주는 편안함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비 오는 날 걷기 여행도 경험에 의하면 나름 괜찮다.

 

도로변 옆으로 데크가 있어 6km 구간 중 아무 곳에서나 소리길로 접어 들기 편하도록 되어있다.

 

길에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모든 소리는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에 묻혔다.

 

물 맑은 홍류동 계곡 사이로 난 데크 전망대에선 걷기를 멈추고 사람들이 경치 감상 중이다.

 

홍류동 계곡에서 제일의 경치를 자랑하는 농산정에 도착했다.

통일 신라말 고운 최지원이 이곳의 경치에 반해 수도하다가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곳곳에 최치원 선생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이다.

 

홍류동 계곡은 가야산에 위치하고 있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가야산 19개의 명소를 지정해 멋드러진 경치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경치에 대한 화답가로 오언시구도 만날 수 있어

눈과 귀, 마음까지 오롯이 홍류동 계곡의 자연이 보내는 주는 소리에 온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다.

 

이 곳 농산정부터 금강산 옥구슬 같은 물이 흐른다하여 옥류동천(玉流洞天)이라 한다고 해서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다.

 

과연 힘차게 흘러가는 물소리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사람들의 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주위는 온통 시원스럽게 흘러가는 물소리만이 가야산 자락을 울리고 있었다.

 

항상 무언가 잡지 못해 후회를 남기는 인생사,

소리길에 접어들어 귀 전을 맴돌아 가는 홍류동의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후회, 근심걱정이 무슨 그리 큰 일이었나 싶게 

온갖 씨름은 순식간에 씻겨 내려간다.

 

특히 이 홍류동 계곡은 봄에는 진달래가, 가을에는 단풍이 온통 붉게 물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가을에 이 길을 걷는다면  훨씬 더 그 정취가 좋을 듯하다.

 

 

농산정에서 한참을 머물다 다시 걷는 길, 어느새 비는 그치고 간간히 햇사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각 종 동식물에 대한 안내판이 잘 갖추어져 있어

자녀들과 함께 걷는다면 저절로 학습효과는 100%일 듯하다.

 

초록과 연초록이 적절히 번갈아가며 도심에서 지친 눈의 피로감을 달래주고 있었다.  

 

 

가지마다 휘드러지게 꽃이 피어 앉은 나무에는 천년의 세월의 가진 고즈넉함이 먼저이다.

 

이런 길에 소원을 비는 돌 하나 얹고 놓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느끼는 공통된 정서일 것이다.

 

 

 

 

길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편안하고 끊임없이 오솔길이 이어지고 있고

발에 밟히는 푹식 푹신함은 도심에 지친 마음을 밀고 들어오는 편안한 기분에

마음은 절로 풀어지고 가슴을 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맨발로 걸어 보고 싶었지만..

 

 

울창한 소나무가 유독 많은 홍류동 계곡이지만

송진은 일제강점기에 어려운 시절 끼니를 있는 식량이자 의약품의 원료로도 사용되었던 터라

그때  피해를 입었던 아물지 않은 소나무의 상처를 현재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난 뒤 지금은 보호 관리 되고 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오솔길을 지나면 약간의 트레킹을 요구하는 길이 이어지는 것도 잠깐이다.

 

이 길을  수도 없이 걸었을 가야산 국립공원의 직원들도 새삼스러운지 연신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다.

 

해인사까지 2.7km  하늘을 뒤덮고 있는 숲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옆 사람의 말소리도 삼키고 있을 정도로 계곡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니

 쉬지 않고 입으로 소음을 쏟아내었던 재잘거림은 길을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잦아들게 만든다.

 

가야산 자락이 눈앞에 펼쳐진다.

 

등산을 좋아해 전국 각지의 산을 돌아다니던 때, 가야산을 가자며 길을 나섰다가

정상에 올라서니 매화산이라는 표지석을 만나서

도대체 뭘 잘 못했길래 가야산에서 출발해 매화산을 온 것이었냐며 

매화산의 기암괴석을 밟고 올라서서 표지판이 문제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실상은 가야산이 곧 매화산이라고 한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능선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들이 마치 매화꽃이 만개한 것같다고 하여

또 다른 이름 '매화산'으로 불린다고 하니 이 무식을 어디가서 감출까 싶다.^^

 

약간 경사진 길을 내려 계곡을 따라 걷는 길

 

이런 이유로 합천은 수려함을 자랑하는 곳,

역시 수려한 합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홍류동 곳곳은 비슷하나 다른 느낌을 주는 계곡들과 바위 사이 사이로 흐르고 있는 물소리,

새소리를 비집고 침묵이 자리한 그곳엔 범인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맑은 기운들이 영혼을 채우고 있는 중이니 

자연이 보내주는 기운에 방전된 배터리는 자동으로 충전 중이다.

 

그렇지, 이쯤에선 시도 한 수 읋어줘야 하건 늘,

 

" 첩첩 바위들 사이 미친 듯 내달려 겹겹 쌓인 산 들 울리니

지척 사이 사람 말소리 조차 구분하기 어려워라

시비 다투는 소리 귀 닿을까 늘 두려워

흐르는 물로 산을 통째 두르고 말았다 "

 

이런 계곡에 발 담그고 여름의 더위를 묻어두고 가도 좋으리~~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소리길은

온통 들리는 건 물소리 뿐.. 사람들의 왁자한 소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고요함이 물소리보다 더한 울림으로 가슴과 머리를 채우고 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했던 성철스님,

그 넓고 깊은 생각의 화두를 붙잡고 소리길을 걸으니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그 분의 철학이 마음으로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약 한 시간여 길상사에 도착했다.

 

속세에 지쳐있던 온 몸과 정신을 오롯이 내려놓고 걸었던 소리길.

 마음과 달리 길상사는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길상암에는 적멸보궁, 대웅전, 나한전이 있으니 기운이 남는다면 올라가봐도 좋을 듯하다.

 

짧은 한 시간의 걷기가 끝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흘러가던 물소리가 내내 귓전을 울리고 있던 가야산 소리길,,,

 

마음의 땀을 흘리고 싶다면 이 곳을 걸어도 좋을 듯하다.

 

 소리길 홍류천 계곡의 물소리가 어찌나 좋던지

사람들이 이미 지나가고 난 뒤에도 혼자 뒤쳐져서 한참동안 계곡에서 물과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스마트 폰으로도 물소리를 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 무아지경에 빠져있었다.

 

이러고 있는데 나처럼 뒤쳐진 누군가가 혼자 놀고 있는게 재미있었는지

이런 사진을 남겨주었고 흑백으로 있던 블로그 스킨을 거의 2년만에 바꾸었다.

 

대한민국에는 걷기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 곳곳은 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산티아고를 다녀 온 휴우증이 너무 커서

반 나절 정도는 몰라도 산책이 아니라면 제주 올레길도 그닥 흥미는 없는 편이었는데

 

하루종일 배를 타고 나면 가만이 있어도 온 몸의 신경이 울렁울렁 한 것처럼

귀전을 맴돌아 나가던 계곡물의 소리, 연초록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던 햇살,

지저귀던 새의 소리, 바람소리, 푹신한 땅의 촉감, 자연의 냄새...

소리길에서 돌아오고 난 뒤 소리길에서 만났던 풍경으로 인해

도보여행에 대한 울렁거림이 온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이미 갔다왔고

사람 붐비는 제주 올레길을 너무 싫고

아직 사람들에게 그나마 덜 알려진 곳을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게되었고

기본적인 정보수집을 끝내고 6월에 떠날 예정이었건만...

 

전시회 준비와 스케줄 상의 문제, 장기 도보여행에 대한 체력적인 문제에 봉착을 하는 통에

찬바람이 불 때 쯤 떠날 예정으로 미루었다.

 

그 길에서 나는 또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누구를 만나게 될까?

누워서 별 총총한 하늘을 보며  아마 비박도 하게 될 것 같은 묘한 흥분감

산티아고를 가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느꼈던 불안감뒤에 더 크게 느꼈던 묘한 설레임..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내가 되는 곳

그곳이 어디인지는 궁금증으로 남긴다.

 

기대하시라~~~

 

 

<해인사 소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