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까미노/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그 유혹의 길

작은천국 2012. 4. 27. 08:00

산티아고 그 유혹의 길

 

 

며칠전 2011년 산티아고를 다녀오고 나서 책을 내셨다며 

산티아고에 가끼까지 도움을 많이 주어서 고맙다는 뜻밖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 북 친구인 00본부장님께서는

2009년 산티아고를 다녀온지 얼마있지 않으면 3년이 되었다며

그 길이 그립다고 봄 풍경의 사진 한 장을 올리셨다.

 

사진을 보는 순간 단번에 알았다.

 

그곳이 '메세타' 어디쯤이란 것을...

 

 

산티아고의 기억을 잊어버릴만 하면

계속 기억을 해야할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책을 출판하신 최정수 선생님은 육군중위(ROTC 8기)로 은퇴하시고

현재 제2의 삶의 살고 계신 분이시다.

 

그 분을 처음 뵌건 2010년 산티아고 여행 사진이 공모전에 당선되어

인사동에서 사진전시를 하고 있을 때 갤러리를 직접 방문하셨고 그때 뵙게 되었다.

 

산티아고에 가고 싶어 준비를 하고 계신다며

여러가지 자료들을 엄청나게 준비하고 계셨고

평생동안 자로 잰듯한 몸에 뵈인 준비정신은

아~ 이것이 군인정신인가 보다 싶을 정도로 혀를 내둘렀다.

 

특히, 지극히 개인적인 내 경험을 담아놓은 내 블로그 카테고리 '산티아고 가는 길' 의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다 읽으시고

나의 모든 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날짜별로 기록하신 노트를 들고 오셔서

'그 어느 책의 여행기보다 도움이 많이 된다'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찾아오셨다고 했다.

 

약 한 시간동안 긴 얘기를 나누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끝나고 나면 내가 다닌 여행코스 그대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셔서

산티아고에 대한 이야기, 스페인과  포르투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모로코를 지척에 두고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크다며

가능하다면 꼭 모로코를 다녀오십사 하는 당부를 해드렸다.

 

그리고 몇 달 뒤 산티아고를 잘 다녀오셨고 자신의 경험이 오롯이 남아 있는

멋진 여행기를 출판하셨다.

 

그렇게 내 손에 도착한 '산티아고 그 유혹의 길'은  잡자 마자

내 경험치와 더불어 한번에 읽어 내려갔다.

 

산티아고 가는 길,,,

 

이젠 지명도 가물가물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몸으로 익힌 기억들만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그 길의 추억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한다.

 

참 희안하다.

 

나이, 세대, 성별을 불문하고 어찌 그 길은 사람마다 똑같은 경험, 똑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길인지

논리적으로는 절대 설명이 되지 않는 길이다.

 

길을 걷다 남모르는 사람들과 일행이 되고 하루 이틀이 지나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일행들 걱정을 하게된다.

 

그런데 그런 나와 달리 일행들은 시큰둥하면서

"뭘 그런 걸 걱정하냐?",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만나 당황스러움을 경험하는데

선생님도 똑같은 경험을 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길을 걷는 동안 누구나

'이 길은 나만의 길' 이며 '혼자 걷는 길' 이라는 걸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된다.

 

 

그러나 이 길을 걷고 싶다고 해도 아무나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아무리 자신의 마음이 간절해 오랫동안 제주 올레길도 걷고, 등산도 하고

각종 운동을 섭렵하며 몸을 만들어도

결국 산티아고 길을 걸어보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못 걷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산티아고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십중팔구 말을 하겠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단 하나, 예외는 있다.

결국 자신이 이 길을 끝까지 걸을 만한 의지와 간절함이 있는냐에 따라

산티아고를 걷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

 

실제로 내가 산티아고를 걸을 때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 며칠을 쩔쩔 매던 한국사람이

신발을 새로 사 신을까 말까를 고민하더니 결국 너무 비싸다고 산티아고를 포기하고 되돌아 갔다.

그리고 나도 무려 천유로와 여권 지갑을 분실하고 난 뒤

돈 걱정, 여권걱정이  보다 산티아고를 걸어야하나 마나로 하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고

결국은 어떻게든 돈을 빌리고 산티아고가 끝나고 난 뒤 여권문제는 해결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만큼 산티아고를 끝까지 걸어야겠다는 간절함이 더 컸다.

 물론 다행히 다음 날 무사히 지갑을 찾았고

한 잠도 못자고 고민했던건 두고두고 웃음거리와 이야기 거리로 남았다.

 

정말 간절히 산티아고를  끝까지 걷기를 원한다면

어떤한 상황, 어떠한 악조건이 오더라도 걷기를 포기하지 않기 떄문이다.

 

그 길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단련시키고 키우는 길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 인생이, 내 인생이 어떤 것인지 그때서야 비로소 보인다.

 

때로는 너무 잘 보여 하늘 밑에 얼굴 들고 서 있기 부끄러울 만큼 작아진 '나' 자신도 느끼고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 사랑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나' 자신도 만나게 된다.

 

산티아고의 종착점을 하루 앞두고 가졌던 두려움,

누구나 예외없이 느끼는 감정이겠다.

 

800km를 걸어 그 길의 끝에 도착하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절로 알게된다.

 

내가 그 길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시간의 순서를 따라 교차점으로 얽히며 공통의 정서를 가진 선생님의 책,

 

나이가 다르고 산티아고를 걸었던 시간이 다르지만

그곳에서의 보낸 시간의 경험만큼은 공통분모로 한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니 산티아고를 다녀 온 사람들의 공통정서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유난스러울 수 밖에 없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은 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잠정으로 2015년에  산티아고를 가리라 생각만 했던 계획은 마음을 접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엄청난 육체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떨쳐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생고생을 한 번이면 족하지, 내 어찌 두 번을 하겠는가 싶어

마음은 슬금슬금 뒤로 후퇴했다.

 

선생님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그곳에서 아팠던 모든 기억과 함께

선생님 책 2장에 쓰여진 스페인 포르투칼 여행기를 보니

아~~~ 쓰다말고 덮어 둔 스페인, 포르투칼 여행기 나도 다시 꺼내어 본다.

 

선생님 책 한 권으로 인해

내 마음에 다시 조그만 미풍이 불기 시작하며 다시 또 유혹의 손길을 보낸다. 

 

언젠가 그 곳에 죽기 전에 한 번은 더 가겠지.

 

기다려야 산티아고!!

 

 

 

작년에 인도를 같이 다녀온 친구는 인도 여행기 연재를 시작했다.

빨간옷을 입고 사막에서 낙타 타던 그때가

산티아고 만큼이나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