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까미노/산티아고 가는 길] 몸이 기억하는 여행 '산티아고 가는 길'

작은천국 2012. 2. 3. 12:59

몸이 기억하는 여행 '산티아고 가는 길'

 

 

2009년에 다녀온 도보 여행 '산티아고 가는 길'

 

다른 여행지였다면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게 정상이건만

유독 산티아고의 기억과 추억은 끈질기고도 오래 붙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여행지가 되고 있는 듯하다.

 

몸이 기억하는 여행 '산티아고'는 그래서 더 끈질기게 추억을 붙잡고 있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모인 메세타 역전의 용사들(?)이라 하는것이 너무 거창한가?

 

특별한 여행지 '산티아고 가는 길' 에서 전부 혼자 왔다가 모두들 다른 도시에서 함께 모여

자신의 가장 밑바닥을 보게 된다는 산티아고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메세타'를 같이 걸었다.

 

매일 아침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고 같이 출발하고 같이 걷고

저녁이면 같은 알베르게에서 모여 잠을 자고..

이런 날이 반복되니 외국인들은 우리가 가족인 줄 알았다고 했다.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그들 눈에 비친

우리들의 단체행동은 가족이어야만 가능한 일련의 행동이었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같이

'가족이냐?'   --- 아니다.

'친구냐?' ----    아니다.

'원래 알던 사람이냐?'  ---- 아니다.  였으며

 

한국에서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다들 경악에 가까운 반응에 우리가 더 놀랬었다.

 

그리곤  점점 그들도 한국 문화, 한국인의 정서를 부러워하기까지 했었다.

 

오죽하면 미국인 행커할아버지도 우리가 가족인 줄 알았다가 아니라고 하니까

너무 신기하다며 메세타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주셨다.

아마 린다 할머니께 이 사진 보내면서 분명히 메일에다가

'한국 사람들 진짜 이상하다.

가족도 아닌데 다 같이 모여서 밥 먹고 같이 자고 아침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발하고...

매일 붙어다닌다 등등  '

 

그 호기심 많은 할아버지가 린다 할머니에게 미주알 고주알 어떤 말씀을 하셨을지 안봐도 훤하다.

 

ㅋㅋ 아~~ 행커할아버지!!! 지금 3월까지 홍콩에 계신다고 비행기표만 끊어 오면

모든 거 해결해 주시겠다고 놀러오라고 하시는데 고민이다. ^^

 

터키와 캐나다가 주거지였던 은수가 한국에 들어왔고

산티아고에서의 인연은 여전하다.

 

 

 우리 기억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는 로그로뇨의 생일파티

 

만날때 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말 귀 간지러웠을 독일인 게랄드~

 

 집시가 운영한다던 알베르게를 가보자며 걷기를 멈추어야 함에도  

낮술에 취해 정말 미친짓을 했던 날...

 

우리를 미치게 했던게 과연 술 한 잔이었을까?로 미스테리를 남기고 있는 희안한 날이다.

 

분명히 알베르게 문 닫았다는 정보도 읽었고

정말로 만에 하나 문을 안 열었다면 족히 5km이상을 다시 걸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건만

 

무슨 기운에 모조리 그걸 까먹고 오로지 '집시'에 꽂혀

평생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정신나간 짓을 한건지..

 

산티아고에서 두번째로 멋진 길을 본 날은 최악의 경험과 더불어 잊을 수 없는 날이다.

http://blog.daum.net/chnagk/11263574

 

그리고 온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 다시 5km를 걸어서 땅거미가 내리고 있는 이 마을에 도착해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도시에는 가로등이 켜지던 순간,

 

신비한 매력에 하루의 고단함을 온데간데없이 마음을 뺏겼다.

 

그리고 어김없이 다시 그 길을 걷게 된다면 메세타는 꼭 걸을것이라는 보성언니

 

안개가 밀려오는 날이면 거의 일 주일 넘게 안개 속 같은 길을 걸었던

메세타의 추억으로 어김없이 나는 몸살을 앓는다. 

 

그런데 너무 이상한 것은 작년 가을 제주에서 안개 자욱한 길을 우연히 혼자 걷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아닌 외국의 낯선 길에서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안개자욱한 길을 혼자 걸을때도

두렵다거나 무서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안개는 공포로 다가왔다.

아무도 없는 정적이 흐르는 곳에 안개만이 들어 찬 길에

새 한마리가 푸드덕 거리며 날아가는 것에도 온 몸에 소름이 돋았고

한번 무서움을 느끼고 나니 등줄기로는 식은 땀이 흐르고 도저히 견딜수 없어

결국은 뒤도 안 보고 뛰어서 되돌아 와야했다.

 

산티아고 가는 길과 다른 길이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던 산티아고 가는 길은 순례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는 길이고

순례길에 녹아 있는 성스러운 기운은 무의식이 켜켜히 쌓여

 혼자 걷는 두려움과 공포를 막아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모이기만 하면 하루종일 산티아고 이야기를 하고도 모자랄만큼

퍼도퍼도 마르지 않는 추억을 가진 사람들답게

이야기의 종착점은 결국 언제 산티아고를 다시 갈꺼냐와 어떤 길로 갈꺼냐이다.

 

가장 최근에 그 길을 걸었던 보성언니의 아들 민수는

내년 변호사 시험을 치르고 나면 은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으니

아마 민수가 가장 먼저 갈 것 같고

 

2015년을 목표로 잡고 있다는 나경이가 그 다음이 될 것 같고

 

선배님 은퇴하시는 2017년에 보성언니가 갈 것 같고...

 

아~~ 지수양과 나는... 언젠가는... 이라며 살짝 꼬리를 내렸다.

 

그때가 언제이든 다들 이구 동성으로 다음에 가게 되면 한 번 걸어 보았으니

이젠 좀 천천히 여유를 가지면서 가겠다며 입을 모았다.

 

 과연 그 길이 그런 길일까?

몸이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3km를 가야 숙소가 나오고

 1km만 되돌아가면 숙소가 나온다고 했을 때

선택은  되돌아 1km를 가야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산티아고는 3km를 선택하게 되는 길이다.

설령 내가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도 말이다.

 

우리 인생이 한번 걷기 시작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고 뒤돌아 갈 수 없는 것 처럼..

그리고 어느샌가 힘듦과 고달픔을 몸이 적응을 하기 시작한다.

 

몸이 기억하는 여행 '산티아고'는

그래서 더 끈질기게 추억을 붙잡고 있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산티아고를 생각하면 나는 늘 춥고 시리다.

추위를 워낙 많이 타는 체질이라 특히나 마지막 갈리시아를 걸을 때

열 흘 넘게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걸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지고

처절하게 겪어야했던 육체적인 고통은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

오죽하면 내가 다음에 갈 때는 다른거 다 빼고

1인용 전기장판 가지고 가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었다.

 

그런데 그런 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했던 정신적인 위안과 자신감을 주었던 산티아고,

그래서 산티아고는 늘 언제나 나에게는 그리운 곳일 수 밖에 없다.

 

날씨가 춥기도 하고

마음이 뼈속까지 시린 요즘이다.

 

점점 산티아고에 다시 갈 날이 다가오고 있는 건가?

산티아고야 제발 나를 부르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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