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Interesting movie

[풍산개] 3시간이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배달한다?

작은천국 2011. 6. 27. 08:30

3시간이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배달한다?

영화 풍산개

 

 

김기덕 감독의 각본이 맞나? 왜 이렇게 웃긴 거지?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박진감 넘치는 예고편이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 스펙타클하면서도 다소는 무거운 이야기일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건 좀 의외였다.

 

도저히 거리상으로도 답이 안 나오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왕복 3시간,

서울에서 평양까지 비무장지대를 제 집의 담을 넘듯이 장대 하나로 휴전선을 넘는다는게

과연 영화적 허구도 이정도면 뻥이 너무 지나친 건 아닌가 싶어

보는 내내 실실 웃음이 나온다.

 

북한 여자 <인옥>의 다소 푼수같은 대사를 비롯하여

영화 곳곳은 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코믹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 안되는 영화의 허구적 상상에 재미가 부쩍 가미되었다.

 

항상 음울하고 사람의 악한 본성을 심각하게 후벼파던 김기덕 감독이

 상업적으로 변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대중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영화 풍산개이다.

 

 

 

 

 

이건 잘 보면 블랙 코메디이다.

액션과 멜로안에 유머적인 요소를 넣어 다소 짬봉에 가까운 장르라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건 심각한 블랙 코메디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두 동강이 나던 그때로부터 벌써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와 별반 차이 없이 내 집의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과 북은 여전히 총성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세계 열강들 틈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 찌찔한 대한민국 정부의 현실,

분단국에 처해 있기에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우리나라 국정원의 수준이

저 정도 밖에 안될까 싶을 정도로 망가지는 찌찔한 국정원

경제력으로는 비교도 되지 않음에도 콧대 높은 자존심만 세우는 북한의 찌질함까지

내 집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이 가진 찌질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옥>을 잔인하게 죽인 것을 알고 행하는

 <풍산개>의 복수가 드러나는 씬에서 블랙코메디의 요소는 극에 달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북한1 : 남한1 의 대치상황에서 북한2 : 남한 1

다시 북한2 : 남한2 로 또다시 북한2 : 남한4....

결국 남과 북 공작원이 모두 한방에 들어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잔인한 혈투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모두 공멸하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풍산개라 불리던 사나이와 인옥

 

이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풍산개> 역의 윤계상은

대사 한 마디 없어 표정과 눈빛만으로 연기를 해야 했기에 힘들었다고 했다.

남과 북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대사가 없는 것으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북이고 남이고 자유롭게 왕래하고 싶은 이산가족을 대변하고 있는 그의 눈빛에서 몸짓에서

이미 그는 부드럽고 로맨틱한 한의사 한필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자라곤 유일한 <인옥>역의 배우 김규리

다소 푼수끼를 가진 인옥으로 인해 모든 사건은 벌어진다.  

 

감정이 전혀 없던 풍산이 그분의 여자 <인옥>을 평양에서 서울로 배달하는 동안

감정이 싹트고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잔인하고 악랄한 복수를 하게 되는 것에 공감을 일으킬수 없다면

이 영화는 설득력이 없어짐과 동시에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윤계상의 역할 보다 김규리의 연기비중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역시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차근 차근 연기력을 다져온 그녀가 있었기에 대사 한마디 없는 윤계상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음이다.

물론 내일이 더욱 기대대는 배우 일순위로 꼽아도 좋을 만큼 윤계상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최근 주가를 드 높이고 있는 두 주연배우로 인해 이 영화의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시간과 돈을 좀 더 들였더라면...

 

영화인들의 열정과 믿음으로 탄생한 영화 <풍산개>

배우, 스탭 100%가 노 개런티로 임했다고 한다.

 

크게 보면 대자본에 영화가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크겠지만 결국은 돈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모든 영화라는 매체가 대자본을 들여 만든 블록버스트가 전부 좋은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2010년 11월 1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총 25회차에 이 영화를 끝냈다는 건

영화판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미친짓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듯하다.

 

충분히 공을  들였다면 훨씬 더 잘 만든 영화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부족, 돈 부족으로 인해 다소 아쉬운 장면 장면들이 보이기에 드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었다.

 

비록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영화인들의 열정이 풀풀 살아 있음을 십분 느낄 수 있었으며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는 만족할만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그 속에 담아야할 내용은 충분히 담은 의미있는 영화 <풍산개> 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산 가족들은 비록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평양에서 서울까지 무엇이든 배달해 준다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하겠다 싶었다.

역사적인 비극이 핏줄을 갈라놓고 생사확인 여부는 커녕 자유로운 왕래조차하지못하고

세월에만 떠밀려 간다.

장대높이 뛰기로 38선 휴전선을 너머 북한을 가는 것처럼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것이

감독의 꿈이었다는 말처럼

그 꿈이 빨리 현실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연배우 김규리씨는 시사회에서 첫 마디가 '개봉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저 예산 영화에 소재도 파격적인 김기덕 감독의 영화이기에

영화를 다 찍고 나서도 개봉 걱정을 해야했을 만큼

김기덕감독이 만든 영화는 소위 말하는 '문제성' 이 있는 영화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그런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좋다.

하지만 김감독의 영화가 좋아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다.

처음 파란대문이란 영화를 접했을 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이후 줄줄이 줄줄이 나온 영화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김김덕 감독의 작품이 궁금해 이전에 만든 작품을 보니 그건 더 심각했고

최종적으론 '섬' 을 보곤 밀려오는 구토증상을 참기 힘들었다.

웃긴건 그 '섬'이란 영화때문에 결국 김기덕 감독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모든 것이 담긴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는 책도 소장하고 있다.

 

<사진 김기덕 (야생 혹은 속죄양), 행복한 책읽기, 2003년>

 

 

김기덕 감독에 끌리는 이유는 좀 의외의 구석에서 찾을 수 있는데

사람속에 숨겨진 사악한 면을 어찌그리도 꼬집어 내는지

그래서 영화를 내내 불편하지만 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게 만드는

그의 영화가 굉장히 매력있게 느껴지기때문이다.

 

 좋은 면만 부각시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야하고

이야기 하기 거북하지만 누군가는 싫은 이야기도 할 수 있어야하는데

김기독 감독이 아마 후자의 경우가 아닐 까 싶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을 보면 다소 엽기적, 파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으며

투자자가 기피하기에 혹은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리바꿔라 저리바꿔라 할 뻔한 상황이니

감독은 가시밭길을 홀로 독야청청 걸어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는 그가 영화학교 출신도 아닌 철저한 비주류라는 것도 모르긴 몰라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저히 자본에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힘들더라고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했기에

결국 학연지연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보다 오로지 영화만으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감독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의 영화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면면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살펴보면

사회에서 낙오되고 외면당하고 바닥생활에서 허덕이고 있고

심지어는 출신이 어딘지도 불분명한

이 사회가 가진 보편적인 시각으론 도저히 대할 수 없는 극단적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없다면 절대로 그런 영화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악랄하고 사악하고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까지라고 하지만

그들도 역시 인간이고 어쩌면 우리에게 씌워진 가면이 벗겨진다면

누구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간'임을 반증하고 있기에

김기덕 영화에 끌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년만에 우리앞에 돌아온 김기덕감독이 그래서 더욱 반갑기만 하다.

 

너무 힘들게 만들어진 이번 영화 

한국 전쟁의 달의 맞이하여  열정을 다해 만든 좋은 영화이니

흥행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facebook & twitter : chenkook

 

 

Posted by 작은천국~☆

 

 

이글이 유익했다면 최신글과 인기글 특히 저 밑에 손가락 추천 버튼 '꾹' 하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도 필요없는 추천 한 방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