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사진전 초대] 아버지의 시간 속에 머물다

작은천국 2012. 6. 5. 08:00

아버지의 시간 속에 머물다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인사동에서 AT studio 회원들과 함께

사진전시회가 있을 예정이다.

 

개인전이 아니고 단체전이라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것 저것 준비를 해둔 것을 마무리 할 시점에 오니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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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 혹은 숙제를 앞에 두고 있으면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인해 일을 자꾸 미루고 딴짓을 하게 되는 것은

겪어 본 사람이면 이해할 것이다.

 

결국 게으름의 말로는 며칠 동안 밤을 세워 작업을 해야하게 생겼다.

밤을 세운다고 한 들, 내 맘에 드는 작업이 완료될지는 미지수지만

이미 발등에 불은 떨어졌으니 이제 더이상 미룰수도 없는

한계상황에 맞닥뜨리고 있어

이젠 믿는거라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뿐이다.  아놔~ㅠㅠ 

<2011년 11월 아버지의 가을>

 

생각지도 않게 아버지를 파인더에 담아 보겠다고 마음 먹은 건 우연한, 혹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작년 한 해, 아버지는 집 보다 병원에 더 오래 계셨다.

어쩌면 집에 다시 올 수 없는 상황도 몇 번을 넘기면서

불현듯, 존재에서 부존재가 되는 순간이 나에게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인해

가족들도, 나도 암묵적인 동의하에  아버지를 담는 사진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파인더 안에 들어온 아버지는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조급한 마음은

카메라를 드는 것 조차 버겁게 만들었고

사진작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적기 시작했던 작업노트는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보낸 추억의 시간들과 더불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면서 눈물로써 절절하게 메워지고 있었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생각들을 아버지의 일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하는지

현실에 닥쳐 있는 문제와 엉켜서 갈팡질팡을 헤매고 있었다.

 

언젠가 나에게 닥칠 부존재의 시간들 담담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기에

그 모든 것을 견뎌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점없이 뒤엉켜 뒤죽박죽이 되면서도 줄창 카메라를 놓지 못하고

시선은 아버지를 따라다니고 있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내 작업에 부여한 개인적인 의미마저도

혼란스러웠을만큼  겨울내내, 그리고 해가 바뀌고도 기분은 바닥으로 내려앉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 나는 수없이 눈물을 훔쳐야 했다.

 

피사체인 아버지는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면서

"쭈그렁한 얼굴을 찍어서 뭘 하냐"  카메라를 이리피하고 저리피하고 하시기를 수 차례

"난 아버지의 껌이다"라며 하루 종일 24시간 밀착을 하고 다녀도

이젠 아예 신경 조차 쓰지 않으실만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작년에 비해 건강히 훨씬 좋아지신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런데 피사체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워진 것과 달리

  정작 사진을 찍어야 하는 사람이 찍는 사람이 피사체에 감정 이입이 되어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으니 작업이 순조로울리는 없었다.

 

피사체와 좁혀지지 않는 심리적인 거리감과

 아버지의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나의 감성은

그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도 자신들이 가진 경험치만큼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하는

작품과의 공감대와 푼크툼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고

결국 요즘 나는 거의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있는 중이고

난 아직 그 문제들의 해답을 찾지 못했다.

 

평범한 내 아버지의 일상은 나에게 점철되어 있는 시간들로 인해 너무 소중한 사건이지만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느낄 '공감대'가 과연 어디까지 될 수 있을지...

풀리지 않은 숙제를 받은것 마냥 사진작업은 멈추었다.

 

그 숙제를 풀기위해 겨울내내 수없이 많은 작가들의 사진을 보았고

인물과 다큐멘터리 사진집들을 훓었지만 아직도 난 그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진 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는 또 뼈져리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가야할 길은 너무 멀고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다.

 

 아버지와 오늘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며

 아버지의 시간속에 머물렀던 순간들은

턱없이 부족함에도 지금 세상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보냈던 지난 가을, 겨울이 지났다.

그리고 거짓말 처럼  다시 없을 것 같았던 봄을 맞이하고

지금 여름이라는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아버지>가 써 내려 오신 '삶' 이라는 드라마 한 편,

그리고 매일이 마지막인 우리들의 오늘,  

존재와 부존재의 극단처럼 보이는 그 곳에 생명이 가진 연속성,

여전히 그 곳엔 '삶'이란 시간이 존재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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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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