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사진전]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 '노모(老母)'

작은천국 2012. 4. 5. 08:00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 노모('老母')

 

 

청와대를 뒷 건물로 두고 경복궁의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통의동은

북적이고 번잡스러운 북촌보다 훨씬 정감이있는 서촌에 위치하고 있어

종종 통의동 골목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아기자기하고 특색있는 갤러리가 많아 오후 한나절 부담없이

혼자 혹은 둘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그중 사진위주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류가헌'에서는

69세의 할머니가 92세가 된 엄마를 찍은 한설희 작가님의 老母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스티커같은 벽화가 시선을 끌고 있는 류가헌 갤러리의 골목길 입구

류가헌 갤러리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출구로 나와 경복궁을 끼고 청와대쪽으로 약 100m 정도 걷다보면

왼쪽으로 꺾어지는 골목에서 이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한옥을 개조해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전형적인 한옥의 마당이 손님을 맞는다.

 

사진을 보고싶어 서두는 마음에 서둘러 발걸음을 전시장으로 옮기니

어슴푸레 아웃포커스로 날린 나무의 배경으로

노모가 벽을 기댄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 사진에 대한 이해가 없으신 데다 움직이지 않고 좁은 방안에

거의 누워 계셔서 다른 모습을 찍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어머니와 정서적인 공감을 이루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사진'을 통해 어머니와 함께 정서적 공감을 이룬 시간들이 고스란히 사진속에 남았고

그리고 이 사진들은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가들이 재정한 상인 <온빛 사진상>의 초대 수상작이 되었다고 한다.

 

이 분의 사진에 대해 한 사진 비평가의 감상은 이렇게 적고 있다.

 

"가족, 특히 어머니의 모습을 예리하게, 내면의 열정을 녹여 촬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엄마와 딸'이 여지없이 한 몸으로 보여지는 (gaze) 일이기때문이다.

 

이쪽과 저쪽이 단단히 묶인 채 아름다운 적멸에의 꿈을 꾸며

카메라 뒤에서 몰래 숨어 우는 눈물이 보이는 이유다. "

 

 

한설희 작가님의 작품 老母 이다.

 

이 사진전이 여러매체에서 지난주에 소개되었기에 많은 분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사진전에 내가 관심을 갖고 컨디션도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않고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나도 작년부터 '아버지'를 주제로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고

6월 27일부터 인사동 사진전(단체)에 몇 작품이  좀 색다른 방식으로 선 보일예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년 11월 이후부터 나는 '아버지'를 찍는 사진작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연로하신 아버지의 고질병이 늘 그냥 그런채였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다가

작년에 건강이 부쩍 악화되어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셨고

불현듯, 존재에서 부존재가 되는 순간이 나에게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은 

한설희 작가처럼 '아버지의 모습을 남겨야겠다'는 묘한 의무감으로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담는 작업은 막상 시간이 지날수록 모델이 되는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버지를 찍어야 하는 나는 파인더로 들여다보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속에

아버지가 보낸 시간과 내가 보내 시간이 서로 뒤엉켜 감정이 컨트롤 되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 닥칠 부존재의 시간들 담담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기에

그 모든 것을 견뎌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점없이 뒤엉켜 뒤죽박죽이 되면서도 줄창 카메라를 놓지 못하고

시선은 아버지를 따라다니고 있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내 작업에 부여한 개인적인 의미마저도

혼란스러웠을만큼  겨울내내, 그리고 해가 바뀌고도 기분은 바닥으로 내려앉을수 밖에 없었다.

 

평론가의 말처럼 카메라뒤에서 나는 수없이 눈물을 훔쳐야 했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연출된 사진은 찍지 않겠다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다행히 아버지의 건강은 점차로 회복되셨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고

너무나 평범한 아버지의 일상은 나에게 점철되어 있는 시간들로 인해 너무 소중한 사건이지만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느낄 '공감대'가 과연 어디까지 될 수 있을지가 다시 또 과제로 남았고

풀리지 않은 숙제를 받은것 마냥 사진작업은 멈추었다.

 

그 숙제를 풀기위해 겨울내내 수없이 많은 작가들의 사진을 보았고

인물과 다큐멘터리 사진집들을 훓었지만 아직도 난 그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갤러리를 훓어보는 동안 작가와 어머니가 '사진'을 통해서

서로 공유했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들은 나에겐 그래서 더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사진의 곳곳에 담겨진 한 사람을 관통하고 있는 시간의 흔적은

 

 

혹시 작가님이 계시면 만나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도착하기 30분전쯤에 갤러리를 떠나셨다고 해서 무척이나 아쉬워

관계자분께 궁금했던 것 몇 가지를 여쭤보고 돌아서야했다.

 

마음으로는 수만가지 생각들이 순식간에 머리속으로 복잡하게 지나가고

괜시리 어수선하고 무거워진 마음 괜시리 착찹해졌다.

 

사진가 한설희님은

 

 

 

전시날자 : 2012년 4월 8일(일요일까지) 오후 7시

 

류가헌 갤러리 홈페이지 : http://www.ryugaheon.com/index.php

류가헌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ongamgo

 

주소 및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02-720-2010) 

 

 

다시 골목길을 나서는 길 익숙한 화살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페인 도보여행지 산티아고 가는 길의 기념 화살표!!!

작년 가을에 왔을때도 이런 표시가 없었는데 알고보니

 그 이후에 류가헌 대표가 산티아고를 다녀오시면서 산티아고 화살표를 기념으로 사오셨다고 했다.

 

아~~ 반가워라!!!!

 

머리속이 복잡해 살짝 가라앉는 마음

산티아고 화살표로 다시 달래며 통의동 골목길을 걷는다.

 

작은 골목길을 두어개 걸어 ARISIDE 갤러리앞에 섬뜩한 조각작품과 눈을 딱 마주쳤다.

 

에이 설마 식칼을 아니겠지? 이런 작품에 전시제품이 '열꽃'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병원으로 재촉해도 시원찮을 발걸음 갤러리로 향했다.

 

밖의 섬뜩한 작품과는 달리 전시장안은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작가의 감성이 철철넘치는 

조각 작품이 1층과 2층을  가득 메워진 천천히 둘러보는 동안 절로 마음속까지 빙그레 따라 웃고 있었다.

 

'누구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용기와 삶에 대한 넉살 좋은 자신감'으로 하하하 웃으며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작은 일상에서 오는 소중함이 재발견 되는 순간을 기록한

송진화 작가님의 나무조각작품 '열꽃'

 

노모의 사지전, 열꽃의 조각전 참 묘하고 아이러니하게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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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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