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까미노] 다시 읽고 생각하는 산티아고 가는 길

작은천국 2011. 10. 25. 07:30

다시 읽고, 생각하는 산티아고 가는 길

 

 

부산에서 신의주 만큼의 거리 800km , 산티아고 가는 길

나는 분명히 그 길을 2009년 10월 7일에 시작해 38일의 여정으로 도보여행을 했었다.

 

 

작년까지만해도 이 맘때 낙엽이 물들어가고 기온차로 인해 안개가 지천으로 피고 질때면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느꼈던 그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리움으로 열병(?)을 앓다시피 했는데

요즘은  내가 이 길을 걸었다는 것도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있는 중이고

심지어는 진짜 내가 그 길을 걸었다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가끔은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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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있을 특강을 앞두고 모처럼 여행후기로 써 놓은 내 글 '산티아고 가는 길'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꼭 남의 여행기를 읽고 있는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이 드는 걸 보니

시간이란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심리적인 속도보다 더 빨리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2009년 10월 25일 불과 2년전의 오늘,

산티아고 가는 길 19일차에 접어 들었고 아직까진 1/2도 못 간 상태라

오로지 걸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던 날들이었던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매일 평균 약 20km를 걷고 있어 몸은 천근만근인데

 버리지 못하고 놓지 못한 삶의 무게를 주체할 수 없어 그 길에서도 여전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안개 자욱한 메세타에 들어서면서부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길에 대한 확신을 하게되고나서 부터

진정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킬 수 있었던 듯하다.

 

그러니, 그때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축축했던 안개에 대한 그리움은

그때 그 순간, 그 시기에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사람이라면 가지는 공통된 정서가 아닐까 싶다.

 

거의 13kg 에 육박하는 배낭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매일 밤마다 어깨는 빠질듯하고 온몸이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고

기온차가 심하면 여지없이 나를 괴롭히는 편도선과 씨름을 하느라

밤이면 줄창 항생제, 종합감기약, 진통제를 먹어야 근근히 버틸 수 있었지만

 

눈뜨면 걷고 먹고 자고 또 눈뜨면 걷고 먹고 자는 지리멸렬한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는 동안

일상이 주는 소중함과 행복감을 느끼며  나는 다시 삶이 즐거워 지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며칠동안 신나던 것도 잠시..

이 히피 아저씨를 만나서 '너희는 걷고 있는게 아니라 관광중'이라는 호된 욕을 듣고 난 뒤

정말 심각하게 진지모드로 '과연 걷는다는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여기를 왜 걷고 있는가?' 하는 원초적인 물음에 나도 일행들도 꽤나 심각했던 날이기도 했다.

 

 

 이 날의 제목을 '지치고 힘들어도 가야한다(http://blog.daum.net/chnagk/11263581)'고 적어 둔 걸 보니

아직 반도 걷지 못했다는 현실이 무척이나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다시 19일을 더 걸어 산티아고 가는 길의 최종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을 했고 그곳에서 지난 인생의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토해내고

나의 산티아고는 끝이났고 그것이 불과 2년전이다.

 

다시보니 왜 이리 새삼스러운 것일까?

 

2011년 10월 7일 우리가 그 길을 걷기 시작했던 2년전의 그 날을 기념하며

페이스북에 나경이가 올린 사진을 보면서 보성언니는 우리가 걸었던 그해 가을 카미노가 생각난다고 했다.

 

나경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2012년 산티아고 달력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길 위서 내가 놓친 것들을 이제야 깨닫는다. ..

그리고 앞으로 내가 떠나는 모든 여정이 새로운 카미노가 될 것임도..

나는 아마도 마지막 날까지 두 가지 시선, 두 가지 욕망, 두 가지 절망을 느끼면서

그 둘 사이에 균형을 찾으려 헤메일 듯 하다.'며 다시금 새로운 생각을 찾아낸 듯하다. 

 

나는 그 길에서 너무 차고 넘치게 받았고 무엇하나 부족한게 없을 만큼 꽉꽉 채우고 왔기에

더 이상 미련도 여한도 없는 길인데 과연 나경이가 새삼스럽게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산티아고에서 인연으로 맺어진 보성언니, 지수, 나경이와 나는 

산티아고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있는 중이고

만날 때마다 2015년에 다시 산티아고를 가느냐 마느냐

가게 되면 같이 갈꺼냐? 봄, 여름, 가을 중 언제 갈꺼냐? 어느 경로로 갈꺼냐? 며

아직 오지도 않은 2015년을 두고 설레발을 치며 설왕설래를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 고생을 또 하라면... 아~~~~ 두 번은 못하겠다.

특히나 요즘같은 저질체력으론..

이 체력으로 그 먼길을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시 그 고생을 하며 걷는다고 생각하니.. 아 생각도 하기싫다.

지금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땐 그만큼 그 길에 대해 '간절함'이 있었다.

 

 

한때는 매일 아침 눈을 떠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

시간이 빨리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들이 있었다.

산티아고에서 너무나도 느리고도 천천히 가는 시간을 온 몸으로 느끼며

비로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채워가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산티아고는 거짓말처럼 내 인생의 터닝포인터가 되었고

창가로 부서지는 햇빛을 받으며 눈 뜨는 매일 아침 나는 내가 살아있음에 날마다 감사한다. 

 

나는 지금 예전에는 한 번도 꿈꾸어 본적도 없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일이 잘 진행이 되지 않을 때는 가끔은 정말 이게 내 인생일까 의심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그동안 살아온 내 인생의 모든 과정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내가 직, 간접으로 경험한 모든 것들이  

이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산티아고가 끝난 이 시점에서 뒤늦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누구의 말처럼 '삶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점에선

치열하게 살았던 예전의 삶의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면서

오늘도 나는 너무나 치열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고

시간을  그냥 흘러보내는 것이아니라 채워가며

 '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산티아고를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게 나였는데

산티아고에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 전시회를 2번이나 하고 나니 솔직히 이제는 좀 지겹다.

 

전시회가 끝나고 나니 이젠 정말 더 이상 산티아고를 곱씹을 일은 없구나 싶었는데

다음 주 특강을 앞두고 또 이렇게 산티아고를 다시 쳐다보게 보게 될 줄이야..

 

역시,, 난 산티아고가 택한 여자인가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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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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