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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여행]경상도에 '토지'가 있다면 전라도엔 '혼불'!

작은천국 2012. 4. 23. 08:00

 

경상도에 '토지'가 있다면 전라도엔 '혼불'

문학기행 최명희 혼불 문학관

 

 

경상도를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 '토지' 가 있다면

전라도를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 '혼불' 이 있다.

 

 경주 남산자락 독방에서 박노해 시인도

혼불 연재를 기다렸다고 할 만큼

수 많은 예술가들이 극찬을 하고 있는 <혼불>

 

비 내리던 지난 주말 <혼불> 문학관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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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혼불> 연재 기다리는 재미에 감옥 한 달이 어찌 가는지도 모른답니다.

피로 찍어 쓴 듯한 문장 문장에서 뿜어 나오는 기(氣)가 제 몸 속 옛 기억을 짚어내는 순간

불덩이처럼 솟는 시의 영감에 한동안 눈을 감고 얼어붙곤 합니다.

한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에게 절로 경배하고픈 순간입니다.

그러니 선생님, 제가 낯 뜨거운 부탁하나 드립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기한없는 제 감옥살이에 <혼불> 연재 거르지 않게시리

밥 꼭 꼭 드시고 잠 편히 드시고 정말 건강하셔야 합니다.

이 땅의 한 많은 인생들 위에 저 푸른 목숨의 불,

혼불이 훨훨

 

 

_박노해_

 

 

 

 

전주 한옥마을에도 최명희 문학관이 있고 개관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다녀온적이 있었던지라

소설 '혼불'을 배경으로 남원에 조성된 혼불마을은 한번 꼭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원래 일정은 다른 곳을 갈 예정이었는데 주말에 엄청나게 내린 폭우로 일정이 취소되어

갑자기 방문하게 된 혼불문학관이었다. 

 

화사한 꽃을 피우며 시작했던 봄은 내리는 비로 인해 연초록의 계절을 재촉하고 있는 중이고

 가지마다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조팝나무는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보통의 문학관들이 박제된 박물관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많이 아쉬웠는데

이곳은 문학과 관광을 함께 연계해 소설 '혼불'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전라도의 맑은 자연환경이 소설속에서 튀어나온 것 마냥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비오는 거리를 걸어 계단을 올라서니 아담하고 정겨운 두 채의 기와 두 채가 마주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최명희 문학관.

 

마당 한가운데 있던 표지석 '천추락만세향'

 

이는 "서북으로 비껴 기맥이 흐를 염려가 놓였으니,  

마을 서북쪽으로 흘러내리는 노적봉과 벼슬봉의 산자락 기운을 느긋하게 잡아 묶어서, 큰 못을 파고,

그 거맥을 가두어 찰랑찰랑 넘치게 방비책만 잘 강구한다면

 가히 맥대 천손의 춘추락만세향을 누릴만한 곳이다 하고 이르셨다' 고

'혼불' 에 등장하고 있는 소설의 배경이 바로 이곳에 최명희 문학관이 조성되었다.  

 

오른쪽으로는 방문객들이 체험과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위치한다.

 

 

문학관에 앞서 이름도 너무 예쁜 꽃심관을 먼저 둘러본다.

 

가끔은 국내여행에서도 기념 엽서를 보내면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 될 듯하다.

나에게 쓰는 엽서도 좋겠고 친구에게, 가족에게, 연인에게 써도 좋겠다.

 

방 한가득 서재로 꾸며진 곳이라 더욱 운치있게 느껴지는 곳이다.

 

기왓장에 빼곡히 적어 놓은 소원의 흔적들

 

 

 

비오는 날 마시는 따끈한 녹차 한 잔,

영혼에도 따스한 온기가 스민다.

 

전5부 총10권, 무려 17년동안 원고지 1만 2,000매 분량에 쓰여진 소설 <혼불>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초 전락북도 남원을 배경으로

몰락해 가는 종가의 종부 3개가 껶는 삶의 역정을 그려낸 <혼불>은  통상적인 대하소설과 달리

한국인의 세시풍속, 무속신앙, 관혼상제, 관제, 직제, 신분제도, 의상, 가구, 침선, 음식 풍수 등

당대의 습속과 풍물, 가치를 눈에 잡힐 듯 환하고 꼼꼼하게 형상화한 작품으로

아름다운 모국어로 전통문화와 민속 풍습을 치밀하게 폭넓게 복원했고

이를 통해 한국인의 역사와 정신을 생생하게 표현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 다음 백과 사전에서 발췌-

 

아쉽게도 나는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했다.

한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10권의 책을 숙제처럼 가지고 있을 생각을 하니

괜히 시간에 쫗기는 기분이 들어 여유있을 때 보겠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게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데

최명희 문학관에 있으니 이젠 그 숙제를 해야될 때가 되었구나 싶다.

 

작가는 이 한 작품을 위해 무려 17년의 세월을 원없이 오롯이 받치고 바람처럼 이 세상을 떠나갔다.

 

문학관 곳곳에는 소설 <혼불> 속에 등장하는 문장들이 세상밖으로 튀어나와

그녀는 가고 없는 세상에 그녀가 남긴 <혼불>이 그녀의 생을 대신 살면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고 있는 걸 그녀는 알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계절을 재촉하는 봄 비가 문학관 앞마당을 적시고 있는 중이다.

 

 문학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곳곳에 깨알같은 사연을 가지 돌들이

살짝 무거워진 마음 미소를 건낸다.

 

처마 끝에서 마당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억수같이 내리는 비,

그 너머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반긴다.

 

故 최명희 작가

 

혼불을 탈고 하고 난 뒤 조촐하게 지인들이 모인 자리를 가지는 것이 다큐멘터리로 방송이 되었고

그 방송을 보고 얼마있지 않아 타계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믿을 수 없는 거짓말같은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내 기억속의 최명희 작가,

 

 자신의 목숨과 바꾼 작품이라는 섬뜩한 생각마저 들게했던 <혼불> 이었건만

그녀는 어찌 이리도 해맑게 웃고 있는 것인지..

 

원고를 쓸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는 새기는 것만 같았다는 그녀

 

쓰지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는 그녀.

 

창작이 주는 고통의 시간속에 외로움과 고독을 끌어 안고 인내하며

무엇을 위해 그녀는 힘든 고통을 견뎠을까?

그 마음들이 비 내리는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에 머물다 간다.

 

 

고개만 돌리면 이 문학관에서 반가이 웃으며

방문객을 맞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하는 손편지,

한지에 또박또박 써내려간 유려한 그녀의 필체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문학관의 내부는 최명희 작가가 살아 생전 아끼든 만년필, 커피잔, 원고 등을 비롯해 

 

소설 <혼불>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전시가 되어있다.

 

 

 

특히 소설속에 등장하고 있는 <혼불>의 중요장면들을디오라마로 전시해 놓았다.

 

특히 이 디오라마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전통의 세시풍속 등

 전통문화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과 더불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전통문화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100년 동안의 고독>이란 책의 첫 장을 펼치면

그 집안의 가계도가 먼저 그려져 있어 참 희안한 책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책의 중반까지 읽을 동안 등장인물이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 헛갈려서

줄창 앞에 그려진 가계도를 꼭 봐야하는 책 이었던 <100년 동안의 고독> 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가계도가 필요할 만큼 방대한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대하소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혼불> 이 어쩌면 그런 책은 아닐까 싶다.

 

천천히 머물고 문학관을 나서는 길,

빼곡하게 남기고 싶은 말과 붙이지 않은 편지들이 차곡차곡 쌓여

故 최명희 작가의 지난 세월에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리 크지도 넓지도 않은 공간속에 많은 것들을 느낄수 있었던 최명희 문학관

 

돌아서기 허전한맘을 아는지 비는 그칠줄 모르고 하염없이 내리고 있는 중이다.

 

소살소살이란 현판이 붙은 정자에 잠시 쉬어간다.

'소살소살'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않고 대신 '속살속살'이라는 부사가 있는데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조금 수다스럽게 자꾸 이야기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로 정의되어 있는 걸 보니  

 

속살속살의 남원 방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입안에서 기분좋은 울리이 맴돌게 하는 단어이다.

 

비오는 정자마루에 앉아 한량처럼 여유를 부리며

잠시나마 故 최명희 작가와 만나 본다.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문학관 입구로 잘 가꾸어진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산에서부터 흘러내려고 오는 물은 큰 개울을 이루어 흘러내고 있고

 

 

물레방아는 쉬지않고 돌아가며 세월을 흘려보낸다.

 

날씨가 좋다면 쉬엄쉬엄 산책삼아 한번 걸어보고 싶었던 청호저수지

 

 

 

옹기종기 연못 주위의 솟대장식에 마음을 걸어 두고 돌아섰다.

 

 

주말에 최명희 문학관을 다녀오고 난 뒤 여러가지 상념들로 머리가 좀 복잡하던 차

마침 선생님께서 에밀 베르나르가 쓴 '세잔느의 회상'이란 책을 보며 든 생각을 일러주셨다.

 

'예술사를 장식하는 수 많은 천재들의삶은 대부분 비루하고 처참하기 짝이 없다.

경제적 곤궁을 비롯해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삶의 태도로 인해 받는 모멸감으로

대부분 우울증 혹은 기인 취급을 당하는 삶을 살게된다.

그들 삶의 가치는 한 세대를 지나서야 커다란 페러다임 속에 후광으로 빛나기 마련이다.

어긋난 시간속에 몸은 스러지고 작품만 그의 향기를 전한다.

그러나 그런 쓸쓸한 삶의 모습은 과거의 것만 아닐 터,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숙명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악보를 그리고, 자판을 두드리고, 징을 쪼고, 셔트를 누르며

영혼을 노래하는 별들이 빛나지만 그 별빛을 바라보지 못하는 어두운 눈을 탓할 뿐이다.

 

그런 세상에 대해 세잔느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예술가의 목표는 대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작업할 수 있게끔 굳센 정신을 지니는 것이지

그 나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네

나는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네 . 중요한 것은 그 점이지" 

 

- 임동숙 선생님의 글 중에서 -

 

어쩌면 작고한 최명희 작가도 대중이 읽게 될 자신의 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겠지만

그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게 한 원동력은 결국 대중을 염두에 두지않고

자신이 가졌던 <혼불>에 대한 집념과 철학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피를 토해 내듯이 젊은 시절의 모든 청춘을 불살라 <혼불>을 탄생시켰고

<혼불>은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살아가고 있다.

 

'너는 너를 완전히 연소시킨 경험을 갖고 있니?' 라는

변영주 감독의 목소리가 <혼불> 문학관에서 맴돌아 나가는 하루

 

추운 겨울을 밀어내고 화사한 꽃을 피웠던 봄은

후두둑 후두둑 떨이지는 봄비에 아쉬운 눈물만 흘리고 저만치 멀어져 간다.

 

 

번뜩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빛이나는 혼불 문학관

 

다음 주부터  남원 춘향제가 시작되니 같이 다녀오면 좋을 듯하다.

 

최명희 혼불 문학관 홈페이지 : http://www.honbul.go.kr/ 

주소 :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522번지 혼불문학관

전화 : 063) 620-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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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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