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도보여행] 느리게 걷기, 서촌 골목길에서 흐르는 시간을 찾다

작은천국 2011. 11. 14. 07:30

느리게 걷기,

서촌골목길에서 흐르는 시간을 찾다

 

사람들에게 너무 잘 알려진 곳이 되어버려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어 흥미를 잃어버린 북촌대신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서촌이 언젠가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글은 2011년 11월 14일 다음 포토베스트 및 다음 블로그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올해 여름, 우연히 청와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살짝 걸어보았던 서촌의 효자동은

경복궁의 반대편에 있는 북촌, 계동과는 확실히 뭔가 다른 느낌이 존재하던 곳이었다.

특히 서촌에 자리를 잡은 예술가들이 발행하는 동네잡지(?) 성격의 무료잡지

서촌라이프(www.seochonlife.net)를 우연히 알게되었고

나름 서촌도 서촌만의 문화가 형성되어있으며

홍대, 북촌, 강남 등 여타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내 감성코드에 잘 맞다는 느낌을 받는 곳이었던지라

조금 한가해지는 가을 즈음 서촌을 걸어보리라 혼자 생각만 하던 곳이었다. 

 

우연찮게 서촌을 걸어보자는 이야기에

전 국민이 빼빼로 데이로 떠들썩하게 보낸 11월 11일은 안중에도 없고

2년전 11월 11일 산티아고에 입성했던 추억을 명분삼아

몸은 서촌에, 마음은 스페인 산티아고로 보내놓고

흐르는 시간을 찾아 걷게된 서촌 골목길 느리게 걷기였다.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종로구의 효자동, 필운동, 누하동, 체부동 등 15개 동을 말하며

인왕산 동쪽에 위치한 동네를 말한다.

 

서촌걷기의 시작은 경복궁역 2번출구, 적선시장 골목에서 출발하면 된다.

 

처음부터 딱히 서촌의 어디를 가겠다가 아니라 서촌의 이 골목 저 골목,

동네마다 골목골목을 걸어 볼 생각이었던지라 정말 마음내키는 대로 그냥 걸었다.

 

오호호~~ 한산한 주택가라서 그런지 저녁의 귀갓길이 은근 걱정되는 이름보다는

반딧불 로드라는 근사한 이름이 붙은 골목도 있어 반가웠다.

 

골목 몇 개를 따라 걸어 나오니 대로변을 만났다.

 아마도 필운대로인 것 같은데 대로변 주위로는 기존의 건물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증축되고 있는 중이라

이곳에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골목으로 들어오니 왼쪽 골목길로 난 창의 가림막이 멋스럽다.

 

오호호 건축에 대해선 문외한이긴하지만 눈여겨 볼 만한 것들이 보인다.

 

작은 골목을 돌아나오니 규모가 조금 작은 대로를 만나는데

곳곳에는 특색있는 카페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광고 카피를 연상시키는 문구의 중첩적인 의미를 곱씹어 본다.

"나의 커피잔, 그 잔 속에 위 안이 있다"

 

액세사리를 만드는 가게는 흡사 갤러리인 것 마냥 착각이 든다.

한번 들어가 보려고 했더니 주인이 외출중이라 아쉬웠다.

 

이 동네는 우편함도 멋스럽구나~

 

담벼락에는 단풍나무가 늦가을 고운 빛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서촌은 생각보다 꽤 넓기에 마을버스가 다니기도 한다.

 

서촌연구소라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는 이런 자료도 수집하고 있는 중이니

혹 자료가 있다면 기증해도 좋을 듯 하다.

 

잘 찍은 사진, 못 찍은 사진은 의미가 없다.

그저 그 시절의 사진이 남아 있다는 것만이 중요할 뿐..

이럴 때 사진이 가진 위대한 기록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옛날 옥인아파트의 수영장은 만든 것일까 아니면

원래 있던 자연경관을 아파트안의 수영장으로 끌어 들인것일까?

 

걷다보니 옥인동까지 올라왔다.

 

오랫만에 보는 쌀 상회~~ 아직도 이런게 남아있구나 ^^

 

그리고 그 골목에서 발견한 완소 카페 'Yumi & youngmo'

 

단 몇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실내는 벽에 사진을 전공한 카페 주인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빔프로젝트로 쏘아주고 있고

 

공간은 너무 아늑하기만 하다.

 

특히 아직도 돌아가는 전축이 있어 저녁이면 LP레코드판을 틀어준다고 한다.

밑에 박스에 LP판이 있어 찾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LP판도 제법있어 좋아라 했더니

손님들이 제 집인것 마냥 갖다 놓은 거라도 한다.

 

연말에 산티아고 모임은 여기서 하자며 일단 찜해두었다.

 

유미 카페에서 이어지는 골목도 특색있는 카페들이다.

 

손님인지 주인인지 클래식 기타소리가 골목까지 흘러나오던 playground41

 

이런곳에 위치하고 있는 꽃집의 아가씨는 정말 예쁠것 같은데

왜 뜬금없이 송창식의 '우리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하는 노래가 생각나는 건지~~

 

인왕산이 가까워 올수록 가파른 골목길이 이어진다.

 

골목은 시간을 타고 아스라히 흐르고 있고

멀어져 가는 모든 것들은 멀어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가을에 아쉬움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쯤에서 통인시장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이왕 온거 인왕산 숲 탐방로를 걸어 청운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때론 지나간 추억도, 그 속에서 살아서 흐르는 시간을 줍고 싶지만 

한 낮에 반짝피었다가 저녁에 꽃잎을 닫아야 하는 운명을 가진 나팔꽃처럼

추억도 기억도 잠시 잠깐일 뿐, 그래서 늘 아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오늘도 새로운 추억을, 기억을 그 시간속에 흘려 보낸다.

 

언덕에 올라서니 동쪽으로 청와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인왕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서촌이다.

 

숲 탐방길과는 별도로 도로도 있는 곳이다.

 

설렁설렁 걷기 시작한지 약 한 시간, 겨울이 되긴 되었나보다.

살짝 어둑해지는 기운을 느낀다.

 

 

숲에 들어서는 온통 상수리나무의 낙엽들이 푹신하게 깔려있어

사그락, 바스락대며 낙엽 밟는 재미를 더한다.

 

 

길은 가파르긴하지만 산책하기 딱 좋을 만큼이다.

 

 

사직공원에서도 이 길이 만나지나 보다

 

이상하게 제주 촬영이후로 계속 자연에서 주는 원시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는 중이다.

 

소리없이 가을은 깊어가는 중이고 겨울이 코 앞인데 싸한 이맘때가 걷기엔 그만인 듯 하다.

 

서촌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양지바른 곳으로는 고운 단풍이 물들어 오고

 

호젓한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부암동까지 올라왔다.

 

청와대길에서 부암동으로 항상 버스만 타고 지나다녀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길 팻말만 스쳐 지나쳤는데

서촌을 걷다가 이길로 들어서게 될 줄이야~~ㅎㅎ

인생 뭐 별거 있나 가다보면 그런거지..

 

윤동주시인의 언덕에 서니 서울도심의 남산이 정면으로 보이는게

'야호'라고 한 번 외쳐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참았야하느니~~^^

 

곧바로 길 건너에 보이는 창의문을 끝으로

 약 한시간 삼십분 설렁설렁 느리게 걸었던 하루 해가 저문다.

 

 

온 나라가 빼빼로데이 열풍에 빠져있던 11월 11일,

나에게는 아니 우리에게는 정말이지 뜻깊은 날이자 평생토록 그 어떤 기념일보다 소중하게 기억하게 될 날이다.

2009년 11월 11일 약 35일을 걸었던 도보여행 

'산티아고 가는 길' 의 마지막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날이다.

기념할 것을 챙기기도 버거울 정도로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날들인지라

우연히 '그 날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데'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길을 같이 걸었던 보성언니도 아쉽다며 얼굴이나 보자는 벙개가 즉석에서 이루어진 탓에

지수양 ' 뭐야 시간되면 나오고 안되면 나오지 말라는거야? 왜 내 스케쥴을 고려 안해주냐'는 볼멘소리,,,

나경양 '어~~ 그게 누구 기준으로 정해서 날짜를 기념하는거냐'는 볼멘소리...를 해댔다.

그도 그럴것이 갑자기 이루어진 일인데다가

나경양은 우리보다 하루 늦게 산티아고에 입성했으니 그런 소리를 할 만도 하다.

 

벌써 2년...

그 시간을 돌아보니 나에겐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오지랖 오여자는 얼굴이 발그스레 소녀같은 표정으로

'우리가 오늘 산티아고를 다녀온 기념일'이라며

서촌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게되면 어김없이

듣는 이 마다 '부럽다'  '좋으시겠다' 는 화답이 돌아왔고

서촌을 걷는 동안 산티아고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나경이와 지수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고

은수는 캐나다에서 사진으로 대신하고 있어 더 아쉬웠던 하루,

 

서촌 골목을 걷는 동안

흐르는 시간을 느끼며 마음의 여유를 담아본다.

 

다음 연말모임엔 중무장을 하고 산티아고 동지들과 함께

진정으로 구석구석 서촌골목의 명소들만 돌아보겠다 다짐해 본다...

 

아~~~ 그땐 눈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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