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Life Log

특별한 생일 선물, 즐거운 편지

작은천국 2012. 3. 8. 08:00

특별한 생일 선물, 즐거운 편지

 

 

생일 선물로 오랫만에 편지를 받았다.

 

발단은 이랬다.

 

얼마전 송모양의  페이스북에는'주는 것은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며

오랫만에 써 본다며 손글씨로 적은 생일 축하편지의 사진을 올렸다. 

 

반 농담으로 생일 다가오고 있다는 댓글을 달았는데

 진짜 손편지를 써 주겠단다.

 

 

 

view on을 누르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랫만에 즐거운 편지를 받을 생각을 하니 몹시도 설레였다.  

 

그리고 받게된 송모양의 편지

'언니 내 글씨 못 알아 볼지도 몰라요 해석 안되면 전화하세요' 했다.

 

생일을 며칠 앞 두고 받은 터라 미리 뜯어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일부러 오늘 개봉한 순간.. 빵 터졌다..

아~~ 송양 글씨체가 레오나르드 다빈치 어쩌고 하더니

너의 글씨체가 이런거였니? ㅎㅎㅎ

 

그래그래 너의 글씨가 레오나르드 다 빈치 못지 않은 악필이지만

 글씨속에 담긴 너의 깨알같은 정성스런 마음을 기억할께~~ 쌩유!!!  ♥ 

 

 

집 거실에는 우체통이 하나 있다.

물론 그 우체통에는 내가 받은 편지, 메모, 쪽지 등등 손글씨로 적힌 것들이 들어있다.

정성이 담긴 것들이라 절대 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

 

부모님댁에는 중3때부터 지인들에게 받은 모든 편지, 메모, 쪽지, 크리스마스카드, 엽서 등등을

모두 스크랩해서 보관하고 있는데 내가 소중하게 보관하며 가장 아끼는 것들이다.

 

우체통에 들어 있는 편지를 언제 꺼내보았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였는데

송쓰의 편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문득 우체통을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수 십통이 되는 편지를 꺼내어 죽~~ 늘어 놓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생일 기념으로 남겨본다.

 

 

실은 요즘은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 본지 한참이나 되었다.

IT 강국으로 빠르게 스마트한 세상으로 진입함과 동시에

편지문화는 어느새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듯하다.

 

깜짝이벤트(?)로 편지를 보내려고 시치미를 떼고 주소를 물어보면

사생활에 대한 민감함으로 인해 정말 친한 지인이 아니라면 오해받기 쉽상이고

지인이라고 하더라도 편지를 보내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야되는 상황이니

몰래 마음을 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손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아날로그 문화는

이젠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다.

 

워낙 편지를 안쓰다보니 편지를 쓴다는 것도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외국여행을 가면 친한 지인들에게는 그 나라에서 그 나라의 기념엽서를 구입해

그 나라의 우표를 붙여 소인을 찍어 보내려고 노력한다.

 

중국 상해를 여행했을 때 우체국을 못 찾아서 한 시간이나 땀을 뻘뻘 흘리며 헤맨적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뭘 그렇게까지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 하지만

나에게도 지인들에게도 또 하나의 여행의 추억이자 선물이라 생각하는

고루하고 진부한 어쩔수없는 나만의 아날로그 방식이다.

 

여행 잘 갔다왔다며 얼굴보며 엽서의 엽자도 꺼내지 않고 시치미 뚝 떼고

온갖 여행의 추억을 풀어놓고 난 이후 사람보다

우편물이 늦게 도착해 받게되는 뜬금없는 엽서는 그래서 더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이렇게 해외여행중인 지인으로부터 엽서를 받게되면 어찌나 기쁘던지 ..

 

까미노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나경은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때면

항상 조그마한 카드에 깨알같은 축하메세지를 남겨주는데

생각해보니 그녀에겐 제대로 답장을 한 번도 해 준적이 없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되었다니 내가 이렇게 무심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하길래

'딱히 필요한 건 없고 뭐 강아지나 한마리'라며 농을 흘린 나에게

친구는 나같은 스타일의 사람이 강아지를 키우면 안되는 이유를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들며 거품 물고 읊었다.

그리곤 생일에 꽃바구니를 보내면서 이런 카드를 함께 보냈다.

 

하하! 배꼽빠지는 줄 알았다.  

 

한때는 영화 스틸컷의 편지지, 엽서가 유행이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봐도 정말 새삼스러운 영화들이다.

이중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약속이었고 약속 영화 스틸컷의 편지지에

빼곡히 담긴 친구의 글씨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기자기한걸 좋아하지만 유독 스티커는 별로 안 좋아했는데

스티커 소녀로 불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스티커를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본문 내용 중 해당되는 단어가 있으면 어디서 사는지 그런 스티커를 구매해

글씨보다 스티커가 더 많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었다.

지금으로 치면 딱 마이피플의 스티커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때는 그런 스티커에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요즘  마이피플에 있는 스티커가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누가 스티커 소녀 아니랠까봐 영화 스티커를 어디서 구했는지

편지 겉봉을 풀칠하는대신 스티커로 바른 친구의 센스가 돋보인다.

 

서정윤의 홀로서기가 완전 유행이던 시절

저 시를 달달외우며 온갖 구절에 인용해대며 베껴썼는지 모른다..

 

캬~~ 기다림은 만남을 하지 않아도 좋다..

저 말에 완전 꽂혀가지고 낭만 운운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만남이 전제되지 않는 기다림

이름하야 희망고문은 완전 싫다!!!  푸하하하

 

 

이 친구 글씨체가 너무 좋아서 방학 내내 엄청 연습해서 개학한 날

똑같이 썼더니 친구가 자기 노트인줄 알고 착각했을 정도였다.

옛날 일기장을 보면 나도 가끔 내 친구가 내 일기장에 뭘 적었나 싶을 정도로

헷갈리는데 물론 지금은 나도 친구도 서로 글씨체가 다 변했으니 뭐 피장파장이겠지.

 

이 글씨체로 친구들 연애편지 대신 엄청 써줬다. ㅠㅠㅠ

 

 

고등학교때 진주가 고향이셨던 담임 선생님 덕분에

졸지에 내 이름의 발음이 '해갱이'가 되어 엄청 놀림을 받았다.

진주 사투리의 특성상 '여'라는 단어가 물리면 '애'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선생님이 유독심하셨다.

 

첫 날 출석부를 부르면서 대뜸 '정해개이' 라고 부르셔서

애들이 전부 내 이름이 성 포함 4자냐부터 시작해

'해갱이'  '해개이' ... 아 말하기도 피곤할만큼 놀려대는 통에 치를 떨었는데

요즘 친구들이 가끔 장난친다고 이렇게 부르면 싫지 않은 걸 보니 세월앞에는 장사가 없나 보다.

 

친구들 중에 이름 놔두고 꼭 '나' 라고 적어 보내는 것들도 있었다.

그럼 '나' 는 '너'냐며 딴지도 걸곤했는데

다시보니 새롭네...

 

 

무슨일이었을까? 심각모드 작렬하는  이 편지...

 

내 성격에 전화하지 말랜다고 전화 안할 사람도 아니고 득달같이 전화를 했었다.

보면 모르겠는가? 제발 전화 해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기억속을 더듬어 보지만 잘 모르겠는 걸 보니 이러고 친구의 고민은 해결이 되었던 것 같은

어슴푸레한 기억만 가물가물~

 

그땐 무척이나 심각했지만 결국 친구도 아마 이런 편지 보낸 거 십중팔구 기억도 못할 것다.

시간이 약이고 세월이 약인게야~

 

 

 

어떤 날은 편지를 쓰고 있는데 나랑 통화를 했나보다. 완전 리얼모드다.  

 

 

 이 편지 다시 읽다가 너무 웃겨서 죽을뻔(?) 했다.

별 얘기 아닌데 활자로 보니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지..

 

조용필님 이전에 이문세의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

친구들과 지역적으로 떨어져 지내면서

이문세 노래를 들으며 내 생각이 났다는 친구의 편지를 받고 한동안 참 울컥했었는데

얘들아 이젠 조용필님이다. ㅋㅋㅋ

 

다시 보니 여전히 울컥하는구나~ 

 

 

한참동안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를 읽다보니 어느새 가슴이 따뜻해진다. 

마음과 마음이 온기를 나누는 아날로그 감성은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 톡의 짧은 단문으로는 전달할 수 없다.

 

편하고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전자기계가 손글씨를 대신하고 음성을 대신하고 있는 세상이

때로는 나는 불편하고 싫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만이 가진 독특한 글씨체와  음성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선하고 따뜻한 마음들

그리고 그 속에 사람과 사람이 나누면서 느끼는 정이란게 있는데 

이걸 과연 무엇이 대신할 수 있으며 어떻게 나눌 수 있단 말인가?

 

스마트한 것도 좋지만

그 보다는 좀 불편하고 좀 거추장스럽더라도

목소리와 손글씨로 나누는 온기가 못내 그립다.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편지를 써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나 또한 현대문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손글씨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여유는 앞으로라도 조금씩은 가져봐야겠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넘치는 에너지로 인해  나를 보면  항상 기운이 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진정 행복한 작은천국이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서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영화 편지 중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

 

 

18777

 

 

facebook & twitter : chenkook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Posted by 작은천국~☆

 

 

이글이 유익했다면 최신글과 인기글 특히 저 밑에 손가락 추천 버튼 '꾹' 하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도 필요없는 추천 한 방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