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까미노] 산티아고 가는 길은 영원한 나의 노스텔지아

작은천국 2011. 8. 16. 07:30

산티아고 가는 길은 영원한 나의 노스텔지아

 

지난 7월 내 배낭을 메고 산티아고로 떠났던 강군이 돌아왔다.

발이 저 지경이 되어 산티아고 내내 물집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하던데

마지막에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자기와 함께 걸었던 물품을 두고 큰 절을 올리는

대한민국의 열혈남아 강군~

 

큰 절하는 퍼포먼스 사진 보고 한편으론 울컥하면서도

역시 나이가 주는 발랄함은 어쩔수 없구나 싶어 빵 터졌다.

 


 

강군이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일기형식으로 페이스북 노트에 올리고 있던 중이라

내내 같이 걷는 기분이긴했는데 그래도 따끈따끈한 산티아고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강군을 만나기위해 오랫만에 걸어보는 북촌길,

자본의 거대한 힘은 이곳의 터줏대감들을 전부 밀어내고 새로운 얼굴마담들이 들어 서 있어

적응이 안될려고 했는데 그 나마 몇 몇 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비오는 거리를 걸어 도착한 북촌길 카페 LN

 

텁텁한 날씨, 보따리 보따리 풀어놓는 산티아고 이야기로 인한 목마름을 적셔줄 

상큼한 블루베리와 녹차라떼~

 

휴일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 조용한 카페를 찾는 건 하늘에 별따기인 듯...

 

앉자마자 선물증정식.. ㅎㅎ

꺅!!!!!! 하리보 젤리다~~~~~

나 보다 지수가 더 좋아했던 젤리를 보니 난 어느새 2년 전으로 되돌아 간 듯하다.

젤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산티아고 중에 지수가 완전 좋아라해서 하나 씩, 둘 씩 얻어 먹다보니

몸 피곤할 때 새콤달콤한 젤리맛에 중독이 되어

레온에서는 젤리 가게 발견하고 두 눈에 광채를 빛내며 각 자 한 손에 봉지째 들고

레온 시내를 활보하며 질겅거리고 다녔다고 하면 아마 아무도 믿을 사람없겠지? ㅎ

 

2봉이나 받았으니 1봉은 전시회 준비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지수에게 고고씽~~

 

 얼굴이 건강하게 거을린 것 외에는 체중변화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얼굴 표정에서 놀랄 정도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강군이다.

그냥 걷는 것 만으로도 사람의 내. 외면을 바꿀 수 있는 참 희안한 길이다.

강군의 여러 가지 단편적인 단어와 문장속에 드러나는 내용보다

숨겨진 그 의미를 너무나 잘 알기에

강군의 산티아고가 어땠으리라 십분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그 길은 그런 길이기에...

 

바욘에서 만났다는 김군이 강군을 만나기 위해 서울 여행을 왔단다.

첫 날 만난 걸 보니 이들도 보성언니와 우리들처럼 대단한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산티아고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의례 그렇듯이 그 길에서 만났던 사람이 못내 그리워지기때문에

한 번 정도는 그들을 찾게되고 만나게 되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도 크게보면 여행의 일부인지라

생각만큼 마음만큼 관계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러니 보성언니와 지수, 나경와 내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까지 관계가 유지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강군과 김군도 아마 그런 관계로 남을 듯 해 보이고

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행운일 것이다.

그런 행운은 산티아고를 걷는 다고 해서 아무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든다는 사진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강군

보라빛의 역광으로 찍힌 메세타의 사진..

스페인의 자연환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한국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색감을 연출해주는 듯하다.

 

강군~~~ 너무 귀연척 하는 것 아닌감?

김군은 슬쩍 빠져주는 센스 ^^

 

여러가지 산티아고의 이야기들이 쉴세없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2년전 아쉬웠던 순간들은 강군이 채워주고 강군이 아쉬웠던 순간은 우리가 채워주고

주고니 받거니 이야기는 끊일 줄을 모른다.

 

모든 것이 공통점이 하나 없지만 그 길 위에서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경험한 것은

나도, 강군도, 김군도, 보성언니도 매 한가지라는 사실이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삶의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하게 만드는

에피소드에 서로 침 튀겨가며 이야기 삼매경에 넋을 홀라당 빼놓을 지경이다.

 

이러니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과 다녀오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는 강군과 보성언니 집안은

다녀오지 못한 사람이 도지 지명과 등장인물을 외울정도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에

다들 손뼉을 치면서 심하게 공감하느라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선배님,, 저 까지 가세하면 아마 기절하실지도 모르니 당분간 언니네 집 출입을 삼가하겠습니다. ^^

언니야 선배님 생각해서 배낭은 가급적 천천히, 선배님 안 계실때 돌려주십시오~~ 하하하

 

한참의 이야기가 오가고 드디어 강군이 찍어 온 사진 관람에

내가 가장 먼저 찾은 건 묵시아의 노을지는 바닷가!!! 사진에 손이 가장 먼저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거 하나 보겠다고 울며 겨자먹기로(ㅋㅋ 언니야 미안하다 나 정말 걷기 싫었다) 

 더 걷고 싶어하는 보성언니를 따라 나서 피니스테라에서 묵시아를 걷는 동안

맑았던 오전 날씨와 달리 오후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로 돌변해

결국 묵시아에 도착했을 땐 내가 뭘 볼 수 있는 상황은 종료된 상태였다.

그래도 저 바다만은 꼭 보겠다고 비바람 부는 바닷가 언덕을 꾸역꾸역 올라갔다가

회오리 바람에 날려서 죽을 뻔 하기도 했었다.

난 그때 내가 바람에 끝까지 안 날아간게 정말 기적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하여튼,,, 그렇게 보고 싶었던 묵시아의  바다를 보니 참 새삼스러운 생각이다.

운 좋은 녀석,,, 많은 사람들이 아틸란틱을 제대로 못 보고 오는데 ..

하긴,, 이날 하루동안 너에게 닥친 뒤끝장렬의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어쩌면 너의 신은 너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고 모든 것을 잊게 만드셨는지도 모르겠다.

 

메세타의 어디쯤...

내가 걸었던 10월, 모든 것이 텅 텅 비어 있어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길이고 구분조차 되지 않았던 그 길은

초록의 융단을 깔아놓은 계절을 지나 이제 수확기로 접어 들고 있는 중인 듯 하다.

 

산티아고 가는 길 여름 풍경에 만날 수 있는 해바라기

우와 ~~고흐의 해바라기보다 못하진 않구나

 

온통 시커멓게 시들어 버린 해바라기 무더기 몇 개 외엔 본지가 없는지라

이런 사진을 대할때면 정말 낯설다.

이건 어디서 찍은 거니?

 

4계절 어느 계절하나 똑같은 것이 없고 모든 계절이 주는 풍경이 확연이 다른 산티아고 가는 길인지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에 걸었던 나와

여름에 걸었던 강군이 보여주는 경치는 다른 듯하면서도 묘하게 닮아 있다.

 

스페인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는 석양 빛은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붉은 노을빛에 반해 무작정 달려가면 어디쯤에선가 어린왕자를 만날 같은 기분에

지수와 나랑은 죽기살기로 뛰어갔던 날도 있었다.

물론 그 길 끝엔 아무것도 없고 하루종일 30km로 넘게 걸은 날이라 

알베르게로 돌아올 땐 아픈 다리를 질질끌며 다시 걸어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둘 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잡을 수도 없는 뭔가를 향해 심장 박동소리 요동쳐가며 앞도 뒤도 재지않고 뛰어 가 본게 언제적이었냐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이루어낸 날의 석양빛이기도 하다.

 

여름 메세타 풍경이 이렇다면

 

 

 

 

10월 중순 가을의 메세타 풍경은 이런 모습이다.

역시... 아무래도 가을에 보는 풍경이 훨씬 더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누가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비슷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은 걸까?

 

산티아고를 다녀 온 다른 사람들의 사진들도 마찬가지로

똑 같은 장면이 찍힌 사진을 의외로 많이 발견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산티아고는

인생도 각자 자신의 몫만큼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 같아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누구나 공통된 삶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누구나 그 자리에서 멈추고 쉬어가게 만드는 신기한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치를 떨었던 산티아고이고

2번의 '산티아고 가는 길' 전시회를 통해 지겨울데로 지겨워진 산티아고라고 생각했건만

농담처럼 2015년에 다시 산티아고를 가 보자고 했던 치기어린 말은

언제까지 미지수로 남을 줄 알았는데

지나간 시간이 멀어지고 다가오는 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심장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다.

 

2015년,,, 나는 정말 산티아고를 다시 가게될까?  

 

그곳에 다시 가던, 가지 않던

나는 늘 나의 '산티아고' 를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아련하게 저며온다.

 

그 길에 내려놓았던 어깨위의 짐 들,

그 길에서 찾게된 또 다른 나,

그리고 운명처럼 만나게 된 사람들,

 

나는 안다.

내가 다시 그 길에 서게 되었을 때 나는 또 그와 같은 행운을 만나게 되리라는 걸..

그래서 그 길은 영원히 나에겐 노스텔지아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길이다.

 

괜시리 이러는 걸 보니 입추도 지났고 바야흐로 가을이 멀지 않았나 보다.^^

 

심하게 울어대는 매미는 어찌 할 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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