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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단야식당, 하동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

작은천국 2012. 1. 12. 07:30

[하동] 단야식당, 하동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

 

단야식당,

내 이집의 이름을 하도 들어서 언젠가부터는 하동하면 떠오르는 재첩, 참게탕 등등

하동의 유명한 음식을 재치고 음식이름도 아닌 식당이름을 먼저 기억하게 된 곳일정도로

워낙 유명한 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특히, 겨울철에 영업을 하는지 안하는지는 반드시 확인 전화를 해봐야하고

혹여 영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제때에 가지 않으면 주 메뉴는 고사하고 재료가 떨어져

밥도 못 먹고 돌아서야하는 희한한 곳이다.

 

 

게다가  더덕산채정식, 산채 비빔밥, 사찰국수로 주메뉴도 달랑 3가지만 하는 곳이니

그야말로 제대로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은 여수 엑스포 공식 음식 지정업소이기도 하다.

 

하동 여행전에 예약차 전화를 걸었을 때

 

 "몇시에 올꺼냐? 적어도 4시전까지는 도착해 달라, 더 늦으면 추워서 내가 밥을 못 해준다. " 고 하셨다.

 

이게 무슨 소린가 이해가 잘 안되서 제차 여쭈었더니

"밥 먹는 사람은 뜨끈한 방에서 먹지만 우리는 마당에서 일해야하는데 해 떨어지면 추워서 일 못한다

따듯한 주방에서 일하는 다른 식당과는 구조가 다르다.

일단 와보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도대체 이해가 안되기는 했지만 일단 단야식당에 도착하고 보니

9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영업을 하며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아예 주말에만 영업을 한다고 했다.

 

단야식당의 대문을 통과하면 나무 길을 따라 식당으로 들어서게 된다.

 

한쪽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를 하지 않고

일하시는 분들이 쉬면서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만 이용한다고 했다.

 

아쉽다고 했더니 원래는 손님들에게 좋은 취지로 공개를 했는데

질 나쁜 손님들이 여기서 행패(?)를 부리는 통에 아예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맑은 물로 내린 차를 마시는 공간이라는 이름 가진 차담실,

소박함 속에 비범함이 느껴지는 이름의 공간이건만  어쨋거나 아쉽게 되었다.

 

시골집 앞 마당을 걷는 기분으로 들어가 만나는 소박한 단야식당

 

여름에는 제대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도 없다고 하더니

야외석에 앉으면 바쁜 일손으로 인해 셀프로 자리를 마련해 놓은 듯하다.

 

집이 큰 것에 비해 식당의 규모는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듯하다.  

 

추워서 일을 못한다고 하더니 이런 구조여서 그랬구나!!

 

이러니 요즘같은 한 겨울에는 아예 주말에만 영업을 하고

겨울철에도 영업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라면 그래도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 금전적인 것을 포기하고

특히 겨울철이면 주말만 영업을 하는 등 과감하게 영업시간과 영업일수를 조정하는 것이

도대체 자신의 음식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면 가능한 것인가 싶어 놀랍긴 했다.  

 

이 집에서 특이한 것은 모든 식당에서 제공되고 있는 '커피'가 제공되지 않는다.

하동이  '차'로 유명한 곳이란 자존심 마저 느끼게 했다.

정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길 다방'을 이용하라는 친절한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였다.

 

 

불일폭포와 쌍계사를 둘러보고 이미 오후 한 시를 넘겨 찾은 단야식당,

이미 예약한 방으로 안내가 되었다.

황토색의 벽에 붙은 한지는 인테리어가 아니고 금이 간 곳을 한지에 먹을 갈아 쓴 글씨로

표시나지 않게 붙여 놓았다.

 

원래 이 집이 흙벽의 초가였음인 듯했다.

어릴적 우리집도 초가여서 벽에 금이가면 벽지에도 금이 가곤했는데

이런 식은 아니지만 나름 이렇게 띠 벽지를 만들어 붙여놓기도 했던터라 옛날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방에서 바라본 외부의 모습이다.

 

자 그럼 일단 메뉴 주문부터..

더덕산채정식이 먹고 싶었다. 안되면 산채비빔밥이라도..

 

그런데... 재료가 다 떨어지고 사찰국수 밖에 없단다...

이제 오후 한 시,,, 벌써 재료가 다 떨어지다니....

아뿔사.. 예약할 때 메뉴도 미리 예약을 해야되는 것이었나 후회가 되었지만

뭐 어쩌라 이왕 이렇게 된거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 없이 사찰국수를 시켰다.

 

 

 메뉴판 뒤에는 이런 글귀가~~

사찰국수란 말에 입이 잔뜩 부었던 동생의 맘을 알기라도 한 듯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도 요리하는 이의 정성이 깃들여 있으니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드셔달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아침부터 고생해가며 등산했지 앞으로 집으로 돌아가려면 또 장거리 운전을 해야하는데 국수가 좀 그렇긴 했다.

게다가 한 끼 먹고 한 끼 버티는 나에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선택하지 않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건만..

 

그래서 여러가지 전 중에 골라서 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재료가 다 떨어지고 없어서 표고버섯전 외에는 주문이 안된다고 해서

선택의 여지없이 표고버섯전을 시키면서도

 

속으론 얼마나 대단한 식당이길래, 얼마나 손님이 많이 왔길래 이 시간에 재료가 다 떨어지나 싶어

심사가 뒤틀리고 솔직히 울컥 했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표고버섯전이 들어왔는데...

화학조미료를 일절사용하지 않은 도톰한 표고버섯전,,,

담담한 맛은 어디에서도 먹어 보지 못한 맛이었다.

게다가 밑반찬으로 석이버섯 무침과 새콤한 매실짱아지에 손이 분주해진다.

 

반쯤 먹고 있을때 드디어 사찰국수 등장했다.

 

사찰국수,,, 이름그대로 절에서 먹던 국수여서 단촐할 것이라 짐작되었던 국수였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단촐한 것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절집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곡물이 부족한 시절에 면 대신 다양한 나물에

들깨국물로 탕을 만들어 일 년에 한 두 번씩 영양식으로 드셨다던 사찰국수였다.

 

걸쭉한 들깨국물에 각종 야채가 듬뿍

 

메밀면으로 만들어진 사찰국수!! 는 그야말로 보양식이었고

안 먹어 보았으면 정말 후회할 음식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형제봉 올라갔다오고 불일폭포까지 등산하느라 땀을 콩죽같이 흘리고 난 뒤

먹는 보양식에 하루의 피곤함이 가시는 순간이었다.

 

사찰 국수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칠뻔했다.

 

식사량이 많지 않기에 평소같으면 양 많은 사찰국수도 1/3은 남겨야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맛있던지 사찰국수는 거의 바닥이 보일정도로 비웠고

표고버섯전은 누구입으로 들어갔나 싶게 게눈 감추었고

매실짱아찌는 그득그득 2번이나 더 달라고 해서 먹어치웠고

 

결국 모든 반찬까지 이렇게 깨끗깨끗하게 모두 비워주셨다.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게 아니라 정성으로 먹는 것이기도 할 터인데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음식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관광지에서 성업 중인 즐비한 식당들은  관광지 한 번 들러갈 뿐인 뜨내기 손님이란 인식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끼 떼우면 그만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고 있어 별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단야식당은 모든 사람들이 하동을 방문하면 꼭 가봐야 한다고 그렇게들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하더니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매일 자신이 준비한 재료만큼만 음식을 만들고 재활용을 하지 않고

정성으로 만드는 음식이니 그런 음식이 맛이 없다면 그것 또한 이상하지 않을까?

 

또한 자신이 만든 음식에 그만한 자신감없다면

어찌 영업시간도 과감하게 조절할 수 있을까?

배짱도 그만한 배짱이 없을 단야식당이다.

 

사찰국수 외 2가지 음식은 아직 먹어 보지 못했지만

그 나머지 음식도 어떠하리란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하는 바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은 단야식당 만큼은 예외인 곳

정말 하동을 방문한다면 이 곳 만큼은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찾기도 싶다.

하동의 대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쌍계사 주차장 입구 맞은 편에 있다.

 

인원이 많으면 미리 예약하고 음식도 미루 주문해두면 재료를 미리 빼둔다고 하니

 하동여행을 계획중이시라면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너무 늦게가면 재료 떨어져 음식 못 멋을 수 있으니 웬만하면 시간을 맞추면 더욱 좋을 듯하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글 귀가 마음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