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길] 내 배낭은 세 번째 산티아고 가는 길

작은천국 2011. 6. 21. 08:30

내 배낭은 세 번째 산티아고 가는 길

 

 

나의 그레고리 45L 배낭은 산티아고를 두 번이나 다녀 왔다.

신상일때 나와 함께 또 한번은 다른 사람과 함께~

 

오스프리를 비롯한 국내외 배낭이란 배낭 종류는 죄다 착용해 봤으나

저주받은 하체의 신체구조를 가진 덕분에 상대적으로 날씬한 나의 허리를 튼튼히 받쳐 줄 배낭으로

그레고리 배낭이 제격이었고 가을에서 시작해 겨울에 끝나게 되는 순례길에 옷이 많다보니

평소 이용이 거의 불가능한 45L 배낭이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건만..

 

약 5박 6일 정도 백두대간 종주라면 모를까 3박4일의 일정이어도 배낭이 너무 큰 탓에

 결국 산티아고 이후로 이 배낭은 사용할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중고 배낭으로 팔 생각도 없기에 그냥 들고 있느니

산티아고 간다는 사람 있으면 배낭에 침낭에 판초 우의까지 그냥 빌려주다보니

내 물건 중 배낭 2번, 침낭 2번, 판초 3번 씩이나 산티아고를 다녀왔다.

 

약 3주간의 여행을 앞두고 이젠 이 배낭을 한 번 사용해 보나 싶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결국 이 배낭은 나와 함께 할 수 없었다.

 

대신 보성언니 아들  강00군이 대신 산티아고로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산티아고 도착하면 내 배낭의 얼굴이 궁금하니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더니..

 

지난 주 금요일에 파리로 날아간 00군,, 드디어 오늘 인증샷이 메일로 날아왔다 ^^

오호호호 조개까지 붙이고 나니 이젠 영락없는 순례자의 배낭이구나..

역시 넌 그게 딱 너의 자리인가 보다 ^^

이번 전시회때 만든 산티아고 기념뺏지까지 줄줄 달린걸 보니 기분이 묘하다.

하긴,,, 곧 여행을 떠날 또 다른 나의 배낭에도 산티아고 뺏지를 달고 갈 예정이긴 하지만...

하여튼 배낭 사진을 보니 기분이 설레기는 한다..

 

소박해도 이거 만드느라 온갖 정성 들인 산티아고 뺏지다..

아무리 갖고 싶어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귀하디 귀한 뺏지.. 흐흐흐

내가 만들어 놓고도 이럴 땐 무지하게 흐뭇하다는...

 

전시회가 모두 끝나고 끓어오르는 감정이 정리가 되지않아

 스스로 세상과 격리되어  죽은 듯이 고요한 침묵과 고독속에서 일 주일을 견뎠다.

그리고 또 다시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었을 땐 여전히 나의 산티아고 동지들과 함께였다.

그들에게 돌아간 나의 작품들~~

 

S양~~ 작품 열심히 잘 만들고 있어~

조만간 00위원회에서 연락 갈 것이야~~~

 기다려 봐 내가 물밑작업 중이야..ㅎㅎㅎ

 

나도  마음에 들어라 하던 Buen Camino! 사진은 K양이 갖고 싶대서~~

그녀에게로 고고씽!!!

 

 

작품을 준 대도 한사코 싫다며 그냥 본인 사진 인화한 걸 달라는  소박한 보성언니..

모르긴 몰라도 아직 군대도 안 간 00군 먼 길 보내놓고 좀 심난하셨을 듯하다.

 

 

저 위의 강00군... 보성언니 아들...

내 배낭들고 지난주 금요일 산티아고로 떠났다.

 

서울대 이공계 학사, 석사를 거쳐 서울대 로스쿨 2년차,

로펌의 연수를 마다하고 산티아고로 간다고 했을 떄 언니와 우리들은 대환영을 외쳤고

자신들의 동기들이나 선배들은 이 중요한 시기에 연수를 안 받고 여행을 간다는 그 녀석에게

무모하거나 대단한 용기라고 했다고 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당연히 무모한 결정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모한 결정으로 인생의 후반기를 거침없이 살아갈 수 있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자양분을 얻어 올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

그래서 약 2달의 break time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결단코 '무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는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보성언니가 산티아고를 걸을 때 이과 석사학위와 함께 전공도 전혀 다른 로스쿨 시험 준비까지 하는

인생의 모험을 하는 강00군을 위해 매일 온 마음을 다해 너무나 간절하게 정성어린 기도를 했는지

잘 아는 나로서는 산티아고로 떠날 날을 하루 앞두고도

'갔다오면 훨씬 잘 되겠죠' 라고 하는 그 녀석의 씩씩한 한 마디에

내 피붙이도 아닌데 마음이 뭉클했다.

 

이미 우리를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산티아고 가는 길'

오로지 공부를 위해 살아온 저 녀석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엇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동자를 가지고 우리 앞에서 다시 나타 날

약 50일 후의 강00군의 모습이 너무나 기대된다..

 

그나저나 연이틀 폭염에도 죽겠는데 으~~~ 살인적인 스페인의 더위를 잘 견딜 수 있기를 바래본다.  

 

 

 우리는 모이기만 하면 어김없이 '2015년도 산티아고로 향하는 그 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젠 르페이 길에서 벗어나 은의 길, 북쪽 길까지 욕심을 내고 있는 중이면서도

다들 말 꺼내고 땅이 꺼지도록 한숨부터 쉬어준다.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막상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걷는다 생각만 하면 땅이 꺼지도록 한숨부터 쉬는 아이러니...ㅎㅎ

 

무식이 용감이라고 얼마나 힘든지 몰랐으니 그렇게 용감하게 갔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산티아고를 걷던 중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00군이 막상 산티아고 간다고 하니 다시 가고 싶기도 하고....

 

보성언니는 선배님 은퇴하시면 손 꼭 잡고 같이 가시고..

S 양은 안달루시아 안 가봤으니 아람브라 궁전 실컷 구경하고 은의 길 걷길 바라고..

K양은 바닷가 경치가 끝내준다는 북쪽 길 너 말대로 내년 부터 차근히 준비해서 걸어면 될 듯 하고..

말은 참 쉽구나.. ㅎㅎㅎㅎ

 

그럼 나는?

 지금 내 코가 석자다...

히말라야가 보이는 해발 3,000m 고지대에서 삼 일에 한 번은 5,000m를 넘어야 하는 일정을 앞에두고

완전 겁먹고 있는 중이다.. ㅠㅠㅠ

산 멀미증세가 있는 나... 피레네 넘을때도 산 멀미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친구가 산소마스크 넉넉하게 준비한다고는 했으나

산 멀미는 새발에 피도 아니라는 고산증이 너무 두렵다..

 

일단,,, 그 곳에 갈때까진 이런 기분으로 있고 싶은데...글렀다,,,, ㅠㅠㅠ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어찌 내 여행은 이렇게 시작도 하기전부터 험난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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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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