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까미노/산티아고 가는길] 그 길은 누구나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길이다.

작은천국 2011. 7. 15. 12:46

그 길은 누구나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길이다.

 

내 배낭은 강군과 함께 세 번째 여정으로

내가 만든 기념뱃지를 달고 열심히 산티아고를 걷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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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1년 7월 17일 포토베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글은 2011년 7월 19일 다음블로거 여행부분에 소개되었습니다.

 

 

 

소몰이 출제로 유명한 팜플로나 소몰이 동상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민수

우리는 여기에서 2틀을 머물면서 시위대에 쫗겨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알베르게에서 꽤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나온 걸 보니 초반의 정신없는 긴장감에서

조금씩 여유가 느껴지는 듯하다.

하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시골길만 걷다가 까미노 중 가장 처음 만나게되는 대도시 팜플로나이니 오죽하랴!!

 

아마 강군이 며칠 더 머물렀다면 전세계관광객으로 도시 전체가 미어터어지는 소물이축제를 제대로 관람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돌아서려는 그 마음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산티아고길을 걸으면 누구나 반드시 하는 행동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까미노 마크 찾기이다.

나는 이런 마크 본적이 없는데 어디서 찾은 걸까?

하긴 까미노 시작 이틀만에 주비리에서 방이 없어서 바로 택시를 타고 팜플로나를 이동하는 통에 하루는 걷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그 구간인듯하다.

 

오호 제대로된 peregrinas!!!!! 

강군 넌 남자이니 페레그리노를 찾아야지 왜 여성을 의미하는 단어인 페레그리나스를 찍은게야? ㅎㅎ

 

그리고 매일 한번은 찍게되는 그림자놀이...

강군도 점점 산티아고 놀이에 점점 빠지고 있는 중인가 보다.

 

으악!!!!  이건 뭐니?

얘는 짭짤해서 도저히 그냥 먹을 수 없는 초리스를 왜 망고위에다가.....

내가 먹어본 봐에 의하면 길죽한 초리스보다 쏘세지처럼 생긴 동글동글한 초리스가 훨씬 맛이 좋다.

현지인들이 추천한 동글동글한 초리스를 빵사이에 넣어 먹으면 그만인데

모르긴 몰라도 이거 먹고 물을 사발채로 들이켰을 듯... ㅎㅎㅎ

 

산티아고 길 중 수 많은 알베르게(순례자 전용숙소)중 꼭 거기에서 자보고 싶었던 곳이 2군데인데

바로 짚시가 운영한다는 산볼의 알베르게와 만하린의 알베르게 였다.

산볼의 알베르게는 가을중순 이후로는 운영하지 않아서 잘 수가 없었고

(운영하는줄 알고 오후시간에 거하게 맥주를 마시고 고고씽하면서 갔으나

문을 닫아서 다음마을 온타나스까지 5km를 더 걷느라 죽을뻔했다)

또한군데는 만하린의 의스스한 분위기, 화장실도 없고 씻을수도 없다는 말에 지례 겁먹고 포기했었다.

그러나 산티아고가 끝나고 그 두 군데의 알베르게는 좀 불편하더라도 경험을 해 보지 못한게

두고두고 후회로 남기는 했다.

 

만하린 알베르게의 모습

 

산티아고 모임을 할 때마다 '만하린' 알베르게에 대해서 어찌나 이야기를 했던지

강군은 보시다시피 만하린의 알베르게의 인증샷을 올렸다.

으~~ 부러운 녀석

 

강민수의 페이스북에 만하린의 느낌이 고스란이 올라와있다.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를 아직 먹어보진 못했으나 그 정겨운 단어만으로도 만하린의 분위기가 상상이 된다.

 

그러고보니 어제 만하린에서의 (추웠지만) 즐거웠던 밤이 생각난다. 기사단의 명맥을 잇고 있는 토마스 할아버지에 의해 운영되는 만하린의 알베르게는 다 무너져가는 건물을 이것저것 얼기설기로 엮어 재건한 건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밖에서 보자면 딱 무너져가는 귀곡산장처럼 보인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보면 벽난로에서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정겹고 아늑한거라, 들어와서 짐을 풀자마자 오길 잘했다 싶었다. 물론 숙소는 상상 이상이었지만(사진을 올릴 기회 있으리), '어차피 침낭 속에 들어가 자는데 그게 뭐 대수냐. 옆에 사람이 코만 안골면 됐지.' 싶었고. 씻을 수 없는건 외려 씻기 귀찮은데 옳다꾸나 싶었다 ㅋㅋ 아무튼 아주 오래전 초가지붕을 올린 시골집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며 묵었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정겨운 느낌이 좋았다.

저녁도 완전 ㅜㅜ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가 진짜 있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싶었다. (뭐 닭도리탕같이 생긴 수프로 오도방정떠는 것 같아 보이는건 어쩔 수 없지만, 허기와 피곤함에 지친 나에게 따뜻하게 내어준 수프 덕분에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다고 이해해주면 되겠다.) 세상에 이런걸로 행복한 날이 오다니... 그러고보면 순례길은 사람들이 자신이 당연하게 누리던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나를 새삼스레 느끼게 하는 길인 것 같다.

성모상을 앞에 두고 치르는 의식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어쩐지 우습게 보이기도 했지만, 세상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최소한이라도 지켜내려고 하는 그 모습이 더 멋져보였다. 나는 저렇게 평생을 걸고 지켜낼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아무튼 순례자들에게 몸을 누일 곳을 제공해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이곳을 세우고 지켜내고 운영해나가는 토마스 기사님의 모습은 내가 알고있던 "기사도"라는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적어도 내게는 더 멋지고 숭고해 보였다.


 

 


물집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강군의 발..

아마 지금은 많이 호전되었을 듯하지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며칠전 22일차까지 페이스북에 올라와있었는데

지금쯤이면 오세브레이로를 넘어 오늘정도는 트리아까스텔라에 머물고 있을 듯하다.

이제 고작 7일~9일 정도면 까미노/산티아고 가는 길의 최종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무사히 산티아고까지 잘 도착하길 기도해본다.

뷰엔 까미노!!!!

 

발이 저 지경이 되어서도 하루에 30km를 걷고 있는 강군이 몹시도 걱정이 되는 보성언니!!

언니야 우리도 메세타 지나면서 매일 20km를 걷고 헉헉거리던 사람들이 하루30km 이상을 거뜬히 걸었다.

지금은 소도 씹어 먹을 나이이에 튼튼한 하체를 가진 녀석인데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인도에서도 강군이 잘 걷고 있는 것인지 내내 궁금하고 걱정이 되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도에서 돌아오자마자 페이스북을 확인하니

저렇게 발이 물집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면서 산티아고로 향해 가고 있는 강군

평생을 공부만 하면서 대한민국의 최고학부, 최고 대학원, 최고의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이제 20대 중반인 이 녀석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몹시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강군의 허락없이 강군의 페이스북의 내용을 조금 올려본다.

어쨌든 여전히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어떻게든 다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리라는 기대를 조금씩 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굳건하게, 다른 사람들이 날 앞서가는지 신경쓰지 말고 나만의 페이스와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꺼란 생각이 든다. 이 길을 걷다보면 고통을 즐기는 방법을 깨닫게 되려나 (ㅋㅋ) 혹 그렇게 된다면 돌아가서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잘 할 수 있지 않게 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 길에서 무얼 크게 바랐던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길을 걷는다는 것은 생각과는 전혀 다르더라. 영적이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뭐... 그런건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힘들어 죽겠는데 성찰이 어찌 되나 ㅋㅋ 끝없는 극기와 도전이라면 조금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스스로를 이겨내는 과정일지는 잘 모르겠다. (여행 스포츠 어쩌고...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먼지나게 때려줄테다 -_-+) 그렇다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한다고 답을 얻을지도 잘 모르겠다. 내 복잡하게 꼬인 내면과 당면한 일상의 문제들을 풀어낼 실마리가 보일지는 더더욱 모르겠고. 그래도 한 번 끝까지 걸어내보고 싶다. 어떤 기분일까. 도착한 다음날 길을 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어떨까. 나도 저와 같았을까. 도착하면 눈물이 날까?

 

왜 어떤 산티아고 여행기나 책자에서도 이런 처절함에 대해서는 말이 없을까. 온갖 아름다운 사진과 멋진 말로 독자를 유혹해야 하기 때문일까. 아님 걸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니 너도 당해봐라 ㅋㅋ 라는 것일까. 에이, 그렇지는 않을꺼다. 아마 지나고 나면 다 좋은 추억이 될테니 그렇게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길 위에서 힘들었던 것만 주절거리면 누가 엄두를 내겠나.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왔기 때문이리라. 새삼 그러고나니 3년 전에 이 길을 끝까지 걸어낸 어마마마가 무척 대단해 보인다. 아 진짜 이걸 어떻게 걸었슈 그래... 하긴 오마니도 오늘 로그로뇨까지 달리셨다 나처럼 무지 고생하셨댔지. 어디서 고생하셨을지 왠지 알것만 같다 ㅋㅋ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길 위에선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난다. 걷는 일에만 집중하지 않으면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은 분명 축복이고 영광스런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고된 일인 것 같다. 온 힘을 다 짜내어 한 걸음씩 옮기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지 않는다. 다른 생각일랑 할 겨를이 없다. 몸은 이곳저곳 고장나고 발가락에 물집은 아픈 것 보다도 행여 감염되어 덧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더 걱정되기 시작한다. (덕분에 지난 학기 성적이 엉망으로 떠도 그 쇼크가 매우 제한적인 것에는 감사하고 있다 ㅋㅋㅋ) 일찍 도착하면 무사히 도착한 것에 그저 감사하다가도 내일 걸어야 할 길을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하고 무서워진다. 특히 기온이 미친듯이 치솟는 요즈음은 더욱 그렇다. 오늘같이 대도시를 도착한 날엔 버스를 타고 다음 도시로 건너뛰고 싶은 충동이 약해진 나를 감싼다. 걍 하루 잘 놀고 먹다 다음날 움직이고 싶다가도, 하루라도 안걸으면 담날 두 배로 고생할까 두려워 결단을 못내린다. 이러다가 같이 움직이는 일행들에게 짐만 되는 것 아닌가 싶어 미안하고 맘처럼 따라주지 않는 내 몸이 한스럽고 원망스럽고 하다. 진짜 감히 어떻게 600킬로미터를 더 갈 수 있을까 싶으면 돌아버릴 것 같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도시 빌바오에 다녀왔다. 스페인에 와서 고속버스도 타고 경전철도 타보고 참. 스르륵 미끌어지듯이 달려 순식간에 먼거리를 움직이는게 그렇게 낯설 수가 없더라. 아무튼 빌바오는 좋은 도시였다. 조선업이 기울면서 망할 뻔한 도시를 이렇게 멋지게 리노베이션 할 줄이야. 구겐하임을 중심으로 펼쳐진 강 둔치의 공원은 내 마음을 홀라당 빼앗아 버렸다. 잔디가 깔려있는 경전철 레일을 보며는 친환경은 이런걸 보고 친환경이라 하는거지 싶었다. 서울 종로구 이외에 살고 싶은 동네로는 빌바오가 처음이다. 구겐하임이야 뭐 말할 것도 없었지만 작품은 말할 수가 없다. 너무 어려워 ㅋㅋㅋ


 

미국인 답지 않게 축구를 좋아하는 그 친구는 언제나 다비드 비야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러면 스페인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관심을 가져준단다. 쳇, 나도 돈만 좀 있음 유니폼 살텐데. 일전에 보니까 70유로도 넘더만 ㅠㅠ 여튼 그 친구에게 내일 일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 중 쫌 멋진 말을 들었다. "You know, this is not a race. So it is ok to slow down a little bit." 캬~ 인생을 아는 놈이로세 ㅋㅋㅋ 여튼 그래서 이 친구는 내일 아침에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약국에서 물집 치료할 소독약과 붕대 등등도 충분히 갖춘 다음에 한 열시쯤 널널하게 출발하겠단다. 나도 그 친구 말에 마음이 동해서 내일 날씨도 선선한 김에 천천히 놀면서 가기로 맘먹었다. 뭐 내일 해지기 전까지만 닿으면 되겠지.

 

물론 아직도 쉽게 떨쳐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긴 하다. 그 중에는 정말로 길 위에 두고 오고 싶은 기억들도 있다. (그것땜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 두고 오고픈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면 아프고 불편해도 계속 안고 가는 수밖에. 아마 내가 계속 나아가기를 소망하는 이상 절대로 떨쳐낼 수 없는 물집과도 비슷한 것 같다. 언젠가는 아픔도 무뎌지고 마음에 굳은 살이 박히리라. 시간에게 맡기는 수 밖에.

 

아무래도 길을 걷는 것이란게 순전히 자기가 걸음을 디딘 만큼만 나아가지는 것이라 그런걸까, 잊고 살았던 교훈을 몸으로 많이 느끼게 된다. 아 나 진짜, 머리 돌아가는 걸 좀 믿고 얼마나 까불었는가. 그래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싶다. 서울과 달리 여기에서는 이렇게 몸으로 느끼고 천천히 생각해 볼 여유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 어쨌든 지난 한 학기는 나름대로는 힘든 시기였고, 방황도 많이 했다. 그저 그게 성적표에 드러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지난 일은 빨리 잊고 눈앞에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길 위에서 배운 것 중에 하나이다.


 

물론 가장 최후까지 내 안에 남아야 하는 것은 길 위에서 얻은 깨달음이어야 할 것이다. 내 눈앞에 닥친 일이면 미루지 말고 곧바로 부딪혀야 한다는 것, 자만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지나간 일들에 미련두지 말고 눈앞에 닥친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만의 페이스로 성실하게 끝까지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것...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을 왜 그리도 잊고 살았나 싶다. 아마 머리로만 깨달으려 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이렇게 몸으로 부딪히면서 느끼는 시간들이 소중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길 위에서 부딪히며 배우고 깨달은 것들이 내 안에서 오랫동안 꺼지지 않고 나를 밝혀줄 불빛이 되었으면 하는데, 사실 좀 걱정이다. 아마 나 스스로도 지난한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내려놓고자 시작한 길이었지만, 오히려 얻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인연이 아닌가 싶다. 저번에도 남긴 적이 있었지만, 길 위에서 고락을 함께하고 많은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가족같이 챙기게 되는 사람들이 생겼다(RPG 게임에선 보통 이를 파티라고 한다 ㅋㅋㅋ).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 찾아뵙고 인사드릴 분들도 몇 분 생겼다. 카미노를 걷는 한인들이 많다는게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 것 같았는데, 이쯤되니 이제는 오히려 감사하게 된다. 아무래도 배낭여행처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다보니 이렇게 끈끈하게 유대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10 days left to go. 이제 2/3 가량 (거리 상으로는 5/8 정도) 왔다는 사실이 기쁘다가도 이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걸을 수 있는 날도 이제 10일 남짓뿐이 안남았다는 사실이 문득 슬퍼진다. 매일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는 것도 어느 순간부터는 하지 않게 되었다. 더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과연 즐거운 일이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든 다음부터는 말이다.

 

이렇게 매번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고 길을 겪으면서 기분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여길 오기 잘했단 생각이 든다. 이젠 이것도 얼마 안남았단 생각을 하면 좀 섭섭도 하지만, 이 정도가 나에게 딱 맞는 것 같다. 너무 늘어져 낭인처럼 되기 전에 이 길의 기운을 안고 돌아가 다시 내가 있는 곳에서 굳건히 두 발을 딛고 자리매김을 해야지. 이제 방황도 그칠 때가 된 것 같다.

 

아무튼, 어제와 오늘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난 길 위의 사람들에게 받기만 한 것 같아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진다. 혼자 내려오는 길에 앞으로의 일정, 학업, 미래 같은 걸로 머릿속을 채울 줄이나 알았지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뭔지에 대해선 아무 생각이 없었다. 으아니! 대체 뭐하는거냐! 핫, 챠 ㅠ.ㅠ 반성하자. 이젠 나 혼자만 고민하고 생각하고 챙길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할 차례인 듯 하다. 인류를 사랑하는 건 그 다음 문제다 (ㅋㅋ

그래, 그 길은 누구에게나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 길이자

그 길은 누구나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길이다.

 

그러나 결국은 같은 생각이 한 사람이 가진 경험치와 가치관안에 녹아들어

각자의 삶의 방향성을 따라 다시 퍼져나갈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며 처음에는 걷는 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구나로 시작해

현실에서 도망치듯 떠나온 우리에게 많은 인연들이 용기를 붇돋아주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있음을 느끼고

길위에서 문득 문득 인생이 가진 철학적인 의미들이 내안으로 어느 순간 녹아들면서

산티아고에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도

산티아고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 올수록 걷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보다는

걷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더 큰 서글픔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하지만, 고통없이 영광도 없음이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의 한계상황에 매일 직면하면서

결국 그 어떤 누구의 도움없이 오로지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자신의 두 발로 남들의 시선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묵묵히 두 발로 나가야 하며

그런 사람만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했을때

 진정한 자신과 만나게 되는 순간 뜨거운 눈물이 용솟음치며

죽을 떄 까지 두 번다시 경험하기 힘든 인생의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같다.

 

앞으로 무궁무지한 발전가능성과 이 사회에서 오피니어 리더로 자리 잡을 강군...

책에서 인생을 배운 사람과 몸으로 인생을 배운 사람은

삶을 접근하는 철학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강군에게 이번 산티아고를 걸은 것은 우리에게도 큰 행운이라^^

 

다른 사람은 아무도 가지 않는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혼자 다녀오고나서

그 가슴벅참과 설레임을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다소 밋밋했는데

강군 돌아오면 나도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 빌바오~~에 대해서

둘이만 정보 고유하면서 이야기 나누어 보자...

 

산티아고 끝나고 바르셀로나가서 돌아다니면 별로 일것 같다고 했지만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할아버지가 굳거히 버티고 있는 도시고

멋진 해변도 있는 도시니

힘들게 고생한 만큼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태양아래 여행자의 낭만을 마음껏 누리고 오렴~~

 

거기서 고장난 카메라는 고치는 걸 포기하는게 나을 거야

나도 카메라 고치려고 이 도시로 저 도시로 헤메다가 결국 포기하고 렌즈 새로 구입했다 ㅠㅠㅠ

 

아마 지금쯤이면 이 노래가 위안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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