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India

[인도여행] 무엇이 나를 인도로 향하게 만든 걸까?

작은천국 2011. 7. 18. 08:30

인도 북부 라다크로 몸을 던지다.

무엇이 나를 인도로 향하게 만든 걸까?

 

참 희안하고 웃기게, 좀 다소 엉뚱하게 시작된 인도여행

 

이미 인도 관련 폴더에서 몇 차례 언급했다시피

이번 여행은 순전히 2008년도 가려다가 못 간 보상심리가 다분히 작용했던 여행이었다.

 

 

게다가 개인 사진전이 끝나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너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왜 그런 허무가 찾아오는지 알 수 없으나 이상하리 만치 모든 것은 회사를 그만 둔 시점으로 마음이 돌아가 있는 듯했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그 어느때 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내가 무얼하고 살고 있는지 조차 의문스러울만큼

존재의 이유감을 상실한 것 같다.

 

 

그래서 막연히 친구가 인도 동반자를 찾는다고 했을 때 아무 생각없이 call을 외쳤을 때와 달리

막상 인도로 출발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아버지의 건강도 주기적으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니 긴 여행이 그리 마음편치는 않았지만

 '헛헛하고 헛헛한 허무감' 만이 나를 너무 심하게 몰아부치고 있었기에 

 막연히 인도를 간다고만 생각했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보게되는지는 아예 나의 관심 밖이었고

그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을 삼으며 빨리 인도로 가고 싶었다.

 

아뿔사... 그러나... 인도가 그런 곳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 조차 이름이 생소하다고 하여 마지못해 

내가 갈 곳이 어디인지 출발을 며칠 앞두고  챙겨보았을 때는 기절직전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어찌하겠는가 싶었다.

 

2008년 인도여행이 무산되고 나서 나에게 인도는 여행지의 묘한 '빚'으로 남아 있던 곳이었고

인도의 대표적 명소인 타지마할보다는 김종욱 찾기에 등장하고 있던 '블루시티'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블루시티를 가려면 3일 정도 시간이 든다고 해서

어짜피 북부지역만 돌아보는 일정이라

다음에 다시 인도를 가게되면 그때 타지마할과 블루시티 갠지즈 등등 가보리라 생각하며

다른 지역에 대한 미련은 깨끗이 접었다.

 

어떻게 내 허전한 마음을 이리도 잘 아는지 인천공항 출국장에

대형 실사로 크게 걸린 블루시티 사진으로 위안을 삼았다.

 

2011년 6월 24일 오후2시 15분 델리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인천 공항으로 가는 길은

이제 막 시작된 장마로 인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침 지인으로부터 '김치찌개'를 먹자는  한 통의 문자가 삐리릭 울린다.

아~~~~ 김치찌개.... 이때만 해도 김치찌개가 그리 대수롭지 않았으나....

인도 여행의 날짜가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머릿속에는 김치찌개를 비롯해

그림의 떡과 같았던 한국음식으로 인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을 줄을 이때는 몰랐다.

그리고 그 긴~~ 장마는 인도에서 돌아오면 끝이 나고 무더위에 시달릴까봐 걱정을 살포시 했었다.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되고 집근처 DMC 역에서 한 시간이 안되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되었다.

공항철도로 처음 인천공항을 와보니 생소한 느낌이 든다.

지인이 인천공항에 근무하고 있을 때 공항철도도 개통했고 한 시간이면 올 수 있는 곳이니

공항에서 제일 좋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사 주겠다고 한 번 놀러오라고 그렇게 이야기할때는

코방귀를 뀌었는데..ㅎㅎㅎ

아 이런... 그 넘이 다른 곳으로 옮기고 나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쉬운거니? ㅎ

 

하여튼 우주선 같았던 파리 드골공항보다 훨씬 좋은 인천공항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것같다.

 

막 시작된 방학과 여름시즌 기간으로 인해 공항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각종 수속을 끝내고 출국장으로 들어오니 반가운 블루시티가 있어 기념사진으로 한 장 남겼다.

블루시티를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사진이 전부라고 하는데...

여기서 며칠 있고 싶다고 했더니 계란군은 심한 손사래로 말리긴 하더라만..

 

생전 처음 이용해보는 AIR INDIA는 생각보다 검색이 엄격한 듯했다.

어쨋거나 비행기 타자마자 얼마안되 나온 간식 타임에 거품많은 타이거 맥주와 짠맛 제대로인 땅콩 안주로 배를 채웠다.

 

그런데 채 30분이 안되서 바로 식사가 나오는 통에 망했다.

항권권 문의 했을 때는 한 시간 안에 스낵 족히 2~3시간 후에 식사가 나온다고 했건만..

기내식은 먹을 만은 했지만 음식들이 생각보다 무척이나 짜고 특히 날아다니는 안락미는 적응이 힘들었다.

이때부터 인도음식에 대해서는 반은 포기를 했었다.

기내식이 이 정도인데 본토 음식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다.

 

그리고 약 4시간 정도를 더 날아 경유지인 홍콩에 도착했는데...

 

비행기를 갈아타는게 아니고 인도까지가는 승객들은 대기시간동안 그냥 비행기에서 머물러야 했다.

 

인도를 여러 번 다녀온 계란군을 통해 홍콩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게 아니고 어쩌고 저쩌고 이미 이야기를 들은 터..

그리 생소할 건 없었지만 좀 웃기긴했다.

홍콩에서 내릴 승객은 내리고 얼마안되는 인도행 승객들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승무원들과 청소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청소를 하고 사람과 수화물을 체크하고 약 한 시간이 넘는 대기 시간동안 정신이 없었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인원체크도 아니고 몸에 내가 앉은 좌석 스티커를 툭하고 붙여준다.

 

기내에 실은 모든 짐에도 체크를 했다는 이런 스티커를 붙여 놓는다.

이건 뭐 사람이나 짐이나 똑같이 취급받기는 매 한가지다.

근데 이런게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나중에 따로 체크를 하는 것도 아닌 것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 내 짐에 체크스티커가 하나도 붙어 있지않아 걱정이 되어서 스티커가 안 붙었다고 얘기했더니

아무 상관없단다... 이런... 그럼 이걸 부산스럽게 왜 하냐고...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내 앞자리에 앉은 수연이

내 가방에 달린 산티아고 기념 뺏지를 먼저 알아보고  '산티아고를 다녀오셨냐"며

자신도 작년에 산티아고를 걸었다고 반갑게 말을 걸어온다.

몇 마디 나누다보니 낯이 익다며 산티아고 여행준비 할 때 내 블러그를 보았다나 어쨌다나...

익명의 무한 인터넷 공간에서 또 이렇게 사람을 만날 줄이야...

인도 여행이 처음인 나와 달리 인도 여행이 2번째라는 수연이..

외대를 다니며 산티아고를 다녀오고 제2전공인 스페인어를,

인도여행을 다녀오고 인도어를 배우고 있다며 옆 좌석에 앉은 인도분과 인도어로 대화를...

생전 젊다는 것을 부러워 해 본 적이 없는데 유독 수연이에게 돌아갈 많은 기회가 부럽긴 하더라..

그런데...이렇게 잠깐 만났던 수연이와의 인연이 끝이 아니었으니.... 인도에서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아마 아직도 인도를 여행중일 수연이~~ 들어오면 연락하셔~~

 

세계 최고 건축물인 타지마할은 이렇게나마...

 

그리고 서서히 어둠이 내리는 홍콩 공항을 벗어나 우리를 실은 비행기는 다시 인도로 향하고 있었다.

 

 

출입국 카드를 쓰면서 방문목적을 체크하는데 망설임없이 순례자에 체크!!!! 하고 싶었으나

양식이 이상해서 잘못적는 바람에 버릴 종이에다가는 순례자에 체크하면서 기분만 살짝 내었다.

마음은 두 번째로 떠나는 순례길이라 여기며..

 

총 10시간 30분의 비행(시차 3시간 30분 감안) 동안

준비해간 책 2권 중에 한 권이었던 '서른살의 강' 중

<새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전경린 편 에서 묘한 글귀를 발견했다.

 

그리고 몇 장을 더 넘겨 말미엔 이런 글을 적고 있었고 나는 내내 생각을 부여잡고 있어야했다.

서른을 지나면 누구나 조금씩은 덜 고단해질것이다.

더 이상 자기로 부터 떠나려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해도

이제 그런 삶에 익숙해 지는 것이다.

 

모든 생각들이 엉켜 어수선한채로 떠났던 인도에서의 첫 날,

나의 일기장에는 앞으로 닥칠 여정의 고됨과 고산증의 무서움은 아랑곳없이

정신적 낭만을 누리며 이렇게 적고 있었으니...

 

산티아고에서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고 불과 2년만에 마음은 다시 또 바닥을 치고 있는 듯하고

어쩌면 그 기분을 떨치려,,,그래서 모든 것에서 자유로와지고 싶어서 찾아오게 된 인도이다.  

 

'인도'로 향하고 있는 이 여행에서 나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 

무엇이 그리도 간절하게 인도로 마음이 향하게 했을까?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나를 깨어있게 만드는 건 낯선 땅 인도가 꼭 나에게 다시 또 무언가를 줄 것 같은 느낌이 더 크게 느껴진다.

운명처럼, 우연처럼 그리고 필연처럼 다가온 인도가 나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 것인지도 궁금하지만 그에 앞서,,

얻는 것이 없으면 어떠랴? 자연이 주는 가르침이 없으면 또 어떠랴?

꼭 어디에서나 어디에선가 무엇을 찾아야 하고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위의 책 내용처럼

내가 처음으로 마주하고 있는 도무지 '알 수 없는 헛헛함'의 낯선 기분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내 자신으로부터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낯설고 내가 누군지 모른다는 (아마 죽을때 까지 평생 내가 누구인지 찾긴 힘들 것 같다)

그런 삶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어쩌면 인도로 오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 여행이 끝나고 나면 인도는 나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몹시도 궁금해진다.

아직까진 그 무엇도 '산티아고'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쩌면 인도여행이 그걸 조금 나누어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예감인데 과연 내 예감이 적중할지도 궁금해진다.

 

 

2011년 6월 24일 한국을 떠나 인도의 북부 라다크로 몸을 던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