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India

[인도] 오지 여행의 결정판, 인도 라다크(Ladarkh) 를 가다

작은천국 2011. 7. 14. 08:30

오지 여행의 결정판, 인도 라다크(Ladarkh)를 가다

 

 몇 해 전 인도 여행을 위해 인도비자, 인도행 왕복 비행기편, 일정까지 전부 확정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인도여행이었기에 그냥 한 번 여행이나 떠나 볼까 하는 심정으로

막연히 가겠다고 결정한 인도여행이었다.

 

이 글은 2011년 7월14일 다음 포토베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인도로 떠날 날이 다가 오면서

개인 사진전을 끝내고나니 생각지도 않게 마음에는 큰 구멍이 났고

여러 가지 일로 마음과 머리속은 전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엉켜 심난함의 연속이었고

그런 나에게 인도여행은 운명처럼 다가 와 있었다.

 

내가 여행하게될 인도의 북부지역은 평균 해발고도 3,500m의 고원지대로

고산증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기에는 여행만한 것이 없는지라

마음 속으로 한가득 고민거리를 지고 그냥 푹 좀 쉬었다 오고 싶다며 떠난 인도여행이었다.

 

그러나,,,, 고민거리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푹 쉬기는 커녕 거의 30일의 일정을 18일만에 소화하느라

매일 몸은 녹초가 되어야했고 2번의 심한 고산증 증세로 인해 과장하면 죽을 고비를 넘겨야했으며

거의 2~3일 단위로 10시간이 넘는 지프를 타고 이동해야했기에

끝없는 체력과의 싸움, 날씨와의 싸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이건 뭐 쉬러온게 아니라 군대를 간 심정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곳에서 머무는 18일동안 나는 매일 내 자신이 가진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확인해야하는 시간이었으며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은 매일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긴장감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

산티아고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동은 전혀 없었기에

인도여행이 과연 나에게 무엇인지? 나에게 이번 여행은 어떤 의미를 남기고 있는지? 등등은

전혀 생각할 겨를도 시간도 없었다.

 

18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엄청난 에피소드와 볼거리로 만나게 될 인도여행기

미리 사진으로 만나보자

 

 

2011년 6월 24일

장마 시작 첫 날이라 추척추척 비는 내리고 지인은 김치찌개를 먹자고 했으나 나는 인도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는 김치찌개를 예사롭게 생각했었는데 인도에 있을 때 실은 김치찌개가 어찌나 눈앞에 가물가물하던지

 참느라 너무너무 힘들었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안에서  

 

인도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블루시티의 대형사진이 인천공항에 걸려있어서 반가웠다.

이번 여행에서는 타지마할도 블루시티도 가보지 못하지만 다음 인도여행에 가보리라 생각하며 기념으로만 찰칵

이미 인도를 다녀온 지인들은 타지마할도 아니고 블루시티도 아니고 자이산메르도 아니고

도대체 '라다크'는 어디있냐며 인도를 가긴하는거냐고 했을 만큼

인도의 라다크 지역은 다소 생소한 곳인듯하다.

그러나 인도를 여행하면서 현지 인도인들 왈

'인도 사람도 라다크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둘다 완전 빵터졌다.

 라다크는 인도사람들에게도 오지인 곳이다.

 

인도가 워낙 넓은 곳이라 2~3일 단위로 10시간 이상 지프를 타고 움직여야했기에 

차에서 찍은 사진이 대다수(?) 이기도 하다. 

멀미를 심하게 하는지라 운전수 옆 자리에 앉는 호사를 누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뒷좌석보다는 시야확보가 잘 되고 사진찍기도 편했던지라 같이 간 친구들에겐 많이 미안했었다.

 

 새로 산 캐논 60d는 테스트도 하지 못하고 온지라 손에 익는데도 한참이 걸렸고

실제로 어떤 색감을 보일지 예측이 안되어 그냥 찍지 바빴고 

날씨가 너무 뜨거워 선글라스를 벗을 수 없는 상황이라 아쉬웠다.

 

무엇보다 그림같이 펼쳐지고 있는 대자연의 풍경을 내 카메라에 담아내기에는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며

더욱 많은 내공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서울에서  10시간이 넘는 비행으로 밤 9시가 넘어 도착한 델리

거의 밤 11시가 되어 현지 가이드를 만나 쉬지 않고 밤새도록 '마날리'를 향해 지프를 타고 달려야했다.

원래 계획은 약 10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했으나 거의 15시간이 걸렸고

이때부터 인도의 열악한 도로사정, 운전수 마음먹기에 따라 시간이 좌지우지됨을 실감해야했다.

 

2011년 6월 25일

한국의 지리산 산골 마을 같았던  마날리

 

2011년 6월 26일

해발 약 2,000m의 마날리에서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를 더 머물렀지만

이곳에서의 고소증은 고소증도 아니었다.

마날리에서는 바쉬싯 온천, 폭포, 하딤바 템플, 마날리 시내 등이 있다.

바쉬싯 온천 근처에 있던 숙소에서 걸어서 약 30분이 걸리던 시내로 가던 중에 만난 진기한 풍경

 

2011년 6월 27일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레'로 향하는 본격적인 고행이 시작된 여행

구비구비 고개를 넘어가는 히말라야 산길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지만

19시간이 걸린다던 그길은 무려 36시간이 걸려

해발 4,890m의 바라라차 라 - 해발 5,065m의 라추랑 라 - 해발 5,330m의 타그랑 라를

넘는 험난한 여정으로 머리가 터질듯한 고산증과 더불어

예정에도 없이 해발 4,500m의 팡에서 추위에 떨면서 하루를 자야했다.

 

 

2011년 6월 28일

예정보다 약 두배 는 더 걸린 시간으로 인해 하루는 꼬박 숙소인 밀라레파에서 보내야했다.

창문을 열면 이런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던 guest house 밀라레파

이곳의 너무나 영리한 개 위스키가 보고싶다 훌쩍!!

만년설이 쌓여 있는 저 산을 넘어 왔다 ㅠㅠㅠ

 

2011년 6월 29일

고산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인 카르둥 라(해발 5,602m)를 지나

누브라 밸리로 2박3일의 여행을 떠났다.

 

 누브라 밸리로 가는 길에는 디스킷 곰파, 미륵불상을 방문하게 된다.

 인생의 희노애락의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스님의 쓸쓸하고 촉촉한 눈망울을 보게된 디스킷 곰파이다.

 

2011년 6월 30일

약 4km의 사구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 낙타체험을 하고

k2 산맥의 끝자락 파키스탄 국경 접경지대인 투르툭을 다녀왔다.

 

 

2011년 7월 1일

누브라밸리에서 다시 카르둥라를 넘어 레로 돌아오는 길

수모르 마을에서 만난 라다키 현지인들은 거의 몽골리안에 가까운 혈통을 가지고 있다.

 

2011년 7월 2일 

이번 인도여행을 주저없이 결정하게 된 트레킹, 3박4일의 여정으로 

 약 6시간을 걸어서 첫 날 양탕마을까지 갔다. 

사방이 만년설로 둘러쌓인 곳이지만 유채꽃과 밀밭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신기루 처럼 나타난 마을 양탕의 고요한 모습이다.

 

2011년 7월 3일 트레킹 둘째날

양탕에서 헤미스 슉파찬까지 비교적 짧게 걸은 날

 

한국을 떠날 때 어지러웠던 마음이 단 3일을 걸으며 내 안에 스스로 해답을 찾으며

온갖 상념들을 차분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역시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가 답을 찾고 깨닫게 하는데는 걷기 만한 것이 없는 듯하다.

 

 

2011년 7월 4일 트레킹 마지막 날

 헤미스 슉파찬 - 팅모스감까지 정오까지 걷기를 마치고

라마유르, 알치 곰파를 방문하고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레로 돌아오는 긴 여정이었다.

 

라마유르 곰파에서 만난 천진난만한 동자승들

 

2011년 7월 5일

2박 3일 여정으로 유목민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8시간 지프를 타고 이동한다.

해발 4,700m 고원에 위치한 타창 초 호수옆에 태고적 방식을 고수하며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2011년 7월 6일

달라이라마 생일에 열리는 그들만의 잔치 유목민 축제

 

2011년 7월 7일

타창초에서 지프로 한 시간 걸리는 초모리리 호수로 이동

가로 19km나 되는 사막의 거대한 오아시스이다.

 

 

2011년 7월 8일

지프로 약 5시간을 달려 다시 레로 돌아와 레 관광을 나섰다.

레왕궁에서 내려다 본 레 시가지의 모습

옛 라다크 왕국의 수도였던 레 왕궁,,, 망한 왕조의 뒤를 보는 건 역시 쓸쓸하고 쓸쓸한 일이다.

 

2011년 7월 9일

 인도영화 '세 명의 얼간이'에 등장한 탓에 인도인들에게도 가보고 싶은 곳이 된 판공초로 향한다.

 갈매기와 새우가 있어 예전 히말라야가 바다였음을 증명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왕복 10시간이 넘는 긴 이동시간에 비해 30분만 머물고 돌아왔던 곳이다.

여기를 가기위해서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도로인 창라를 넘어야한다.

공교롭게 우리가 창라를 넘을 때 눈발이 날리고 있어 한여름의 진기한 구경을 했다.

 

2011년 7월 10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헤미스 곰파 가면 축제는 티벳탄 불교를 상징화한

종교적인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엄청나게 몰려든 인파에 비해 아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던 축제이다.

 

 

2011년 7월 11일

인도의 마지막 날 오전 7시 35분 비행기를 타고 레를 떠나 인도의 수도 델리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건조하고 메마른 레의 모습

 

 

온통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인 인도의 북부 라다크 지역은 시간예측이 무의미한 곳이다.

6월중순부터 9월중순까지 도로길이 열리는 기간을 제외하곤 아예 눈으로 뒤덮여 차로는 움직일 수 없는 곳이기도하고

도로길이 열려있다고 하더라도 곳곳에는 산사태와 도로유실로 인해

하염없이 기다려야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저 그러려니하며 마음을 저절로 비우게 만들었던 인도이다.

 

산티아고에 마법의 단어 '올라'가 있다면 인도에는 그 단어를 능가하는 '줄레(JULE)'가 있다.

줄레! (hi, hello, good-bye)  이 세단어가 한 단어로 집약된 줄레를 외치는 순간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현지인에게 먼저 아는척을 하며 뻔뻔스럽게 줄레를 외치고 다녔는데

어느순간 나중에는 얼굴도 모르는 현지인들이 이방인인 나를 보고 먼저 줄레를 외쳐주던 사람들

아직까지는 사람사는 정이 물씬 남아 따뜻한 영혼의 향기를 피우던 라다크 지역이다.

 

책을 두 권이나 챙겨 가면서 책 읽을 시간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초반에 빡빡했던 시간과 달리 어느정도 하드한 일정에 적응하고 하니 트레킹을 하면서도 여유로왔고

유목민 축제에서는 고요한 호수를 보며 마냥 쉬는 시간동안

릴리님의 번역서를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쉼없이 깨알같은 여정의 기록과 내 삶의 기록이 담겨지고 있는 꿈의 노트이다.

다만 이날 저녁 고산증으로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어야 했지만...

 

 

낮이면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밤이면 영하까지 떨어지는 라다크의 날씨 덕분에

낮에 약 2시간 신었던 샌들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밤에는 폴라폴리스를 입고 잠들어야했다.

 

약 18일간 짧은 여정이지만 엄청난 강행군을 해야했던 인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공항 철도를 기다리며

 

몸무게가 2kg이나 빠졌고 몰골은 생거지꼴이 되어 기념사진을 찍는데

옆에 있는 분이 나에게 하는 말

"한국분 맞아요? 한국말이 왜 이렇게 어눌하세요?"

뭥미? 인도에서 되도안한 콩굴리쉬로 말을 하느라 낑낑대고 다녔기에

한국말 통하는 구역에 왔다고 좋아했건만

한국말이 어눌하다고 되묻는 사람에게 난 할말이 없었을 뿐이다.

 

인도에서 돌아온지 이제 하루.... 아직도 장마는 여전하다

 

여행 막바지엔 너무 힘들어 한국을 빨리 돌아가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었는데

 18일동안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긴장감이 일시에 풀어짐과 동시에

갑자기 건조하기 이루말할 수 없었던 라다크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너무나 인도가 그리워진다.

 

인도는 그런 곳이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흉내낼 수 없는 대자연이 가진 거대한 파노라마의 종합적 예술은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으로 이르는 길인지 끊임없이 자신을 뒤돌아보게 했으며

 각자 고수하고 있는 삶의 방식은 누구의 잣대로도 잴 수 없음이며

 어디에서나 따뜻한 사람사는 냄새가 너무나 정겹게 남아 있는  라다크 지역이었다.

 

오지여행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의 18일간의 여정을 통해

여러가지 불편한 제약들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인도를 가보고 싶어하며

여행을 다녀온 여행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인지 알겠다.

 

약 한 달이 넘는 산티아고 도보여행을 끝내며 몸이 힘든 여행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몸서리를 쳤건만 18일간의 짧은 인도의 라다크는 비록 산티아고보다는 덜하긴 했지만 

몸이 힘들기는 이러나 저러나 매 한가지였다.

그렇지만 가장 힘든 시기에 나에게 산티아고가 많은 용기와 힘을 주었듯이

 인도의 라다크 역시 산티아고에서 처럼 또 다른 어떤 것을 주었음을 이제서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18일간의 짧은 일정속에 결코 녹록치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개봉박두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리며...

 

작은 천국, 몸 고생 마음 고생으로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