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업 노트 6] D-13,
바람의 노래가 실려온다
<전시 안내>
전시제목 : 산티아고 가는 길, 그 후
전시날짜 : 2011년 5월 23(월) ~ 6월 5일(일)
전시장소 : 대전대학교 박물관 갤러리
고운 무채색의 하늘 빛깔은 점점 짙은 회색으로 변해가며
금방이라도 한바탕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다.
딱 이 맘 때 밖에 볼 수 없는 연두색의 물결은 바람과 만나
머리를 흔들어 대며 춤을 추고 있다.
산책나가면 딱 좋을 날씨건만 참아야 하느니~~
2011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연말 즈음 출판 제의가 들어와 밤 잠 설쳐가며 글을 쓰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사정과 이유로 인해 책 출판은 중단되었고 편하게 쉬겠다 싶었다.
전시회도 지난 연말에 이미 제의가 들어와 있는 상태였고 일전 전시회의 컨셉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내용만 좀 더 추가 하면 되겠다 싶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전시회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사진 + 글을 같이 가져가는 전시를 해 왔기에 기존의 글을 고치고 정리하기보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새로 글을 써 보고 싶던 차에
잘 됐다 싶어 2달 내내 글만 쓰면서 보낸 날 들이었다.
산티아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한 여행지였기에 그 기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정말 골치덩어리였다.
게다가 전시공간은 양쪽으로 무려 40m의 길이...
조용필님 무대 길이 1/2 공간을 채워넣어야 하는데 ..
무빙스테이지 80m를 보니 내 전시장 길이가 먼저 생각나더라는... ㅎㅎ
마음은 바쁘고 준비는 제대로 안되고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던 상태로
사진 셀렉팅부터 이만 저만 큰 일이 아니었다.
군대가면 의지와 상관없이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하더니
준비는 아무것도 안됐는데 전시날짜는 착착 어찌나 빠르게 다가오는지..
급기야는 내가 전시를 목적으로 찍어온 사진도 아니고
보이는데로 찍어온 사진이니 작가로선 정말 '사고' 라고 할 수 밖에 ...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해가지고... 후회를 손톱만큼 했었더랬다.
사진셀렉팅은 뒷전이고 집에서 며칠 내도록 지도 그리고
수 십가지의 마인드 맵 그리고 지우고 고치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결국 집 유리창과 벽에는 온통 낙서같은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기 시작했고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여기저기 메모를 하고 있는 중이다.
뭐.. 이렇게 해놔도 어짜피 나경이가 일러스트 작업을 해야하니
실은 나경이가 더 죽을 지경이 되어 내심 미안한 마음 천배만배인데 어쩌랴
왜 산티아고에서 하필이면 나를 만나가지고
진통제고 감기약이고 약이란 약은 죄다 내가 먹어댄 것도 모자라
이젠 내 전시에 특별출연으로 제대로 노동하게 생겼으니...ㅋㅋ
전시끝나면 계좌번호 보내겠다고 반 협박을 하고 있는데
그건 모르겠고 특별게스트에 이름은 작가보다 더 눈에 띄게
금박으로 박아주마!!!!
마음은 하루 48시간어도 모자란 판국에
조용필이라는 강력한 마약은 전시가 코 앞이란 상황도 까먹게 만들었다.
두 달내내 머리를 아프게 짓누르고 있던 전시 생각은 하얗게 없어지고
내가 조용필도 아닌데 일 년 내내 내 안에 숨겨 놓았던 폭발적인 에너지
공연장에 나도 다 쏟아 내고 오니 주말 내내 수면 시간 네시간도 채 안되건만
피곤한 줄 모르겠다.
어깨 빠질듯이 아파 내내 침맞으러 다녔는데 내가 언제 어깨가 아팠나 싶게
멀쩡한 것도 모자라 지도 이미지가 안 잡혀서 멀뚱히 컴만 들여다보며
시간만 죽이면서 보낸 일주일이었는데 아침부터 이런 저런 이미지들과
디스플레이 아이디어들이 갑자기 섬광처럼 떠오르기 시작한다.
역시 아무 생각없이 대책없이 공연보며 실컷 놀기를 잘했다 ^^
바람의 노래에 실려오는 산티아고의 기억들..
작업은 아이디어 때문에 힘든데 전시 생각만 하면
너무 재미있는 장난감을 앞에 두고 있는 것 마냥 신이 난다.
나도 빨리 산티아고를 만나고 싶다
아픈 것도 사치라는 긴장감 백배의 날들..
아 이제 진짜 전시 준비 시작^^
재미와 즐거움을 위하여~~ 무므무브
그런데 산티아고와 이별하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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