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업노트 3] 인생은 늘 그 길로 통한다.
전시장소인 대전대학교를 다녀오고도 마음이 계속 어수선한 상태이다.
뭘 해도 마음이 둥둥 떠다니고 집중이 안된 상태가 몇 날 며칠 지속되고 있으니
참 환장할 노릇이다.
머리속으로 이것저것 생각만 했던 원고는 30장도 넘었지만
막상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기만 하면 머리속이 새하얀 백지장으로 돌변해주시는 통에
거의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쓴 원고가 달랑 A4지 네 장,
겨우 네 장이라니.....
어쨋거나 본격적으로 전시 준비는 시작을 해야겠고
전시 디렉터이신 선생님께서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일단 몇 줄이라도 써 놓은 원고를 들고 오라고 하셨다.
선생님과 막 개인전을 끝낸 심작가까지 붙어 앉아 써놓은 글을 읽고 있는데
창가 너머 한 줄기 무지개가 곱게 내려앉았다.
원고 위에 곱게 내려앉은 무지개
그 무지개를 따라 나는 또 다시 '나를 찾아 가는 여행' 이 시작되었다.
이젠 내가 산티아고를 다녀왔다는 기억마저도 완전히 희미해진 상태이고
산티아고를 생각하면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 본 느낌이 들 정도로 아련하기까지 하다.
내가 부산에서 신의주에 해당하는 거리 800km를 걸었다는게 거짓말 같으니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니 이미 내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산티아고를 떠나 보낸 상태이고
더불어 나의 산티아고는 스스로 생명력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마음이 이러하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태로
거의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날 밤새면서 끙끙 앓고만 있으니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생각나는 것 아무꺼나 써보라는 충고를 하셨다.
예술이라는 것이, 창작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삶의 습관이 무습다고 결과가 예측되어야만 덤비는 내 삶의 방식은
이번 전시에서 나를 막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인 듯하다.
그래서 무작정 글을 쓰다보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어떤 것이 실타래처럼
엮여서 올라올 것이라는 충고를 매 주 마다 들으면서도
머리로는 이해를 하겠는데 도대체 마음이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이
어쩌면 내 삶의 방식이 가진 그림자이지 싶다.
꾸역꾸역 억지로 적어놓은 네 장의 원고를 보고 선생님과 심작가가 이구동성으로
' 옷장에 입을 만한 이쁜 옷을 다 가져와 놓고
왜 치마인지, 바지인지, 자켓이지 분간도 못하고 코디도 못하는 거냐?'
'원래 생각했던 대로 착착 잘 진행되고 가고 있는 것 같다' 라는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뭐? 뭐라고요? 잘 가고 있는거 정말 확실한가요? '
나는 아직도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심작가가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보이던 것이 이제 십분 이해가 된다.
'원래 자기 전시는 잘 안보이는 법'이라며 던진 위로의 한 마디가 너무도 위안이 되는 밤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 자신을 비롯하여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들은 사춘기 없이 지나온 내 인생에서 인생 최대의 고민과 마주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힘든 과정을 내가 겪고 있는 것인지 아마 이 전시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같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러한 고민들이
결국은 가상의 파라다이스가 아닌 현실이란 공간에서
나를 찾아 가는 진정한 두 번째 여행이 되는 과정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때론 가야할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여기서 헤매고 저기서 헤매는 시간 낭비처럼 보여도
결국, 인생은 늘 그 길로 통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오랜만에 두 번째 여행 떠나는 나 자신에게 손 흔들며 인사나 한 번 !!!
" Buen Camino!!! "
P.S) 나경~~ 기꺼이 지도 포토샵 해 주겠다고 해서 너무 고마워^^
※ 4월 말까지 AT Studio 오픈 예정이고 창간호 출판물도 나올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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