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산티아고 가는 길, 그 후 3 ] 인생은 늘 그 길로 통한다

작은천국 2011. 4. 20. 00:49

[전시작업노트 3] 인생은 늘 그 길로 통한다.

 

 

전시장소인 대전대학교를 다녀오고도 마음이 계속 어수선한 상태이다.

뭘 해도 마음이 둥둥 떠다니고 집중이 안된 상태가 몇 날 며칠 지속되고 있으니

참 환장할 노릇이다.

 

머리속으로 이것저것 생각만 했던 원고는 30장도 넘었지만 

막상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기만 하면 머리속이 새하얀 백지장으로 돌변해주시는 통에  

거의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쓴 원고가 달랑 A4지 네 장,

겨우 네 장이라니.....

 

 

 

어쨋거나 본격적으로 전시 준비는 시작을 해야겠고

 전시 디렉터이신 선생님께서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일단 몇 줄이라도 써 놓은 원고를 들고 오라고 하셨다.

 

선생님과 막 개인전을 끝낸 심작가까지 붙어 앉아 써놓은 글을 읽고 있는데

창가 너머 한 줄기 무지개가 곱게 내려앉았다.

 

원고 위에 곱게 내려앉은 무지개

그 무지개를 따라 나는 또 다시 '나를 찾아 가는 여행' 이 시작되었다.

 

이젠 내가 산티아고를 다녀왔다는 기억마저도 완전히 희미해진 상태이고

산티아고를 생각하면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 본 느낌이 들 정도로 아련하기까지 하다.

내가 부산에서 신의주에 해당하는 거리 800km를 걸었다는게 거짓말 같으니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니 이미 내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산티아고를 떠나 보낸 상태이고

더불어 나의 산티아고는 스스로 생명력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마음이 이러하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태로

거의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날 밤새면서 끙끙 앓고만 있으니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생각나는 것 아무꺼나 써보라는 충고를 하셨다.

 

예술이라는 것이, 창작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삶의 습관이 무습다고 결과가 예측되어야만 덤비는 내 삶의 방식은

이번 전시에서 나를 막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인 듯하다.

그래서 무작정 글을 쓰다보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어떤 것이 실타래처럼

엮여서 올라올 것이라는 충고를 매 주 마다 들으면서도

머리로는 이해를 하겠는데 도대체 마음이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이

어쩌면 내 삶의 방식이 가진 그림자이지 싶다.

 

꾸역꾸역 억지로 적어놓은 네 장의 원고를 보고 선생님과 심작가가 이구동성으로

' 옷장에 입을 만한 이쁜 옷을 다 가져와 놓고

왜 치마인지, 바지인지, 자켓이지 분간도 못하고 코디도 못하는 거냐?' 

'원래 생각했던 대로 착착 잘 진행되고 가고 있는 것 같다' 라는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뭐? 뭐라고요? 잘 가고 있는거 정말 확실한가요? '

 

나는 아직도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심작가가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보이던 것이 이제 십분 이해가 된다.

'원래 자기 전시는 잘 안보이는 법'이라며 던진 위로의 한 마디가 너무도 위안이 되는 밤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 자신을 비롯하여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들은 사춘기 없이 지나온 내 인생에서 인생 최대의 고민과 마주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힘든 과정을 내가 겪고 있는 것인지 아마  이 전시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같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러한 고민들이

결국은  가상의 파라다이스가 아닌 현실이란 공간에서

나를 찾아 가는 진정한 두 번째 여행이 되는 과정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때론 가야할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여기서 헤매고 저기서 헤매는 시간 낭비처럼 보여도

결국, 인생은 늘 그 길로 통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오랜만에 두 번째 여행 떠나는 나 자신에게 손 흔들며 인사나 한 번 !!!

" Buen Camino!!! "

 

P.S)  나경~~ 기꺼이 지도 포토샵 해 주겠다고 해서 너무 고마워^^

 

※ 4월 말까지 AT Studio 오픈 예정이고 창간호 출판물도 나올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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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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