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Spain

[스페인] '똘레또', 시간이 멈춘 중세의 도시를 가다

작은천국 2011. 3. 11. 08:30

중세의 낭만 도시, 똘레또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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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또는 스페인 무적함대를 이끌고 있던 펠리페 2세기 수도를 마드리드를 옮기기 전까지

1천년 동안 스페인의 수도였기에 똘레또 자체가 스페인의 역사의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시이다. 

마드리드에서 기차로 약 30분, 버스로 1시간이면 도착하게 되는 똘레또,

혹자는 이 똘레또를 '16세기에 발걸음을 멈춘 도시'라고 부른다고 하니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자, 그럼 똘레또로 가 볼까?

아토차역에서 기차를 타도 되고 지하철로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해도 되는데

중세로 가는 도시 느낌은 기차보다 버스가 좋을 듯하여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지하철역 남부터미널역으로 나오면 지하에 알사버스 매표창구가 있는데 이곳에서 똘레또행 표를 구매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대합실 전광판에 똘레또행 버스출구에서 기다리면 된다.

똑같은 402번의 버스가 똘레또를 향하는데 07번 출구는 직행이고 06번 출구는 완행임으로 반드시 직행버스를 타야한다. 

 

매시 30분 마다 있다는 버스를 타기 위해 황급히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2시10분

토요일은 12:30분 차가 없고 1시 차 밖에 없다고 해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했다.

여행 중엔 이처럼 예상치 못하게 시간이 남는 일이 종종 있어서 항상 읽을 책, mp3, 일기장을 들고 다녔는데

시간이 남을 때 마다 줄창 일기장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옮겨적다보니

기다리는 시간도 지겨운 줄 몰랐던 것 같다.  

 

마드리드를 출발할 땐 간간히 비가 내리고 있다가 도로 중간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해

심히 걱정이 되었으나 똘레또에 도착하니 줄창 비가 내리고 있었다던 마드리드와 달리 날씨는 화창하게 개었다.

 

버스터미널에서 구시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다고 했으나

똘레또로 향하는 문, 알칸타라 다리 사진을 꼭 찍고 싶어서 약 20분간 천천히 걸었다.

 

똘레또는  보시다시피 삼면이 타호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 강의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스페인의 역사는 다른 유럽의 역사와는 달리 여러 이민족들의 침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똘레또 역시 이 곳을 점령하려고 했던 로마인, 서고트족, 유대인, 이슬람, 기독교인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똘레또의 풍경에 반해 노년을 보낸 화가 엘그레코가 그린

<똘레또 풍경>으로 인해 꼭 한 번쯤은 똘레또를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을 만큼 유럽인 사이에서도 환상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엘그레코, 똘레또풍경>

 

 알칸타라 다리 에 있는 왼쪽과 오른쪽의 문의 모습이 다른 것이 특이하게 느껴진다.

 

 

알칸다라 다리를 걸어 비사그라문을 지나니  마음은 이미 중세도시에 먼저 가 있는 듯 마음이 바빠진다.  

 

드디어 문을 통과해 계단을 오르면 시간을 거슬로 중세로 간다고 생각하니

저 언덕엔 어떤 세상이 펼쳐지고 있을지 묘한 설레임 마저 일었다.

 

마음이 바쁘다고 날아 갈 수는 없는 일, 천천히 계단을 오르며 언덕 중턱에서 내려다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듯해 움찔했다.

 

그리고 언덕에 다다라 건너편 신시가지를 바라본다.

 

천천히 걸어왔던 시외버스 터미널도 보이고 낡은 주황색의 지붕들이 보여주는 이국적인 풍경은

웬지 똘레또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똘레또 여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코도베르 광장에는 소코트렌이라고 불리는 미니열차가 운행중이다.

이 미니 열차를 타면 알칸타라 다리를 건너 타호강을 따라 도시전체를 운행하기에 편하게 똘레또 시가지를 둘러볼 수 있다.

 

똘레또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찾아간 우체국,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그곳의 엽서를 사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혹은 나에게 엽서를 보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속속 도착하는 엽서를 받는 재미도 솔솔했으니 해외여행을 가신다면 이용해보면 유익할듯하다.

 

자, 이제 엽서도 보냈고 어디를 갈까? 광장 인포메이션센터에서 받은 지도를 펼쳐 갈 곳을 찾아본다. 

그런데 어찌나 미로 같은 골목이 많은지 생각보다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길은 대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5백년 전 중세시대에 세워진 골목길들은 너무나도 좁고 미로같았다.

잦은 전쟁으로 인해 침략자인 기마병들을 막기위해 전쟁에 유리하도록 도시가 발달된 탓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처럼 길의 표지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의 건물벽에  이런 간판만 붙어 있는 터라

지도에 거리 이름보랴 낡은 골목 골목의 표지판 찾으랴 정신이 없었지만

중세 골목 골목을 헤매며 다니는 재미도 나쁘지는 않았다.

나중에 하도 헤매다보니 그것도 재미있어서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움직여 보기로 했다.

 

그래서 가다보니 제일 먼저 도착한  곳, 산토 도메 성당

입장료를 지불해야 되는 곳이었지만 일단 무조건 들어갔다.

 

성당 문위의 예사롭지 않은 조각품에 한참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산토 도메성당의 파사드와 내부모습

 

 

안으로 들어가니 스페인의 수호 성인인 '산티아고' 성인이 한 쪽 벽면에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내가 한 달여 동안 수 천년 전 산티아고 성인이 를 걸었던 산티아고 길을 걷지 않았던가?

 

화려한 내부장식을 자랑하고 있는 성당 내부는 이층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종루에 올라서니 이렇게 똘레또 풍경이 눈 앞에 좍~~

 

안전장치 대신 이렇게 철조망을 쳐 놓았다.

 

 골목이 워낙 구불구불한 상태라 길 찾기가 쉽지 않아 지도만으로는 당췌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되더니

생각지도 않게 산또 토메 성당 종루에서 똘레또 구시가 전체를 조망하게 되는 횡재를 누릴 줄이야?

 

우뚝 솟은 카데드랄(대성당)의 첨탑이 드 높은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성당과 마주보고 있는 알카사르가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알카사르는 3세기 로마시대 집정관이 있던 건물이었으며 이후 이슬람이 점령했을때는 통치자의 숙소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이 사연 많은 건물은 스페인 내란 등 전쟁으로 파괴될 때마다 증. 개축이 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전쟁 때 폭격을 받은 방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칼, 총 제복등이 진열되어 있는 군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갔을 때는 보수중이라 입장 금지였기에 이곳에서 이렇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저 멀리 파라도르가 보인다.

파라도르에서 보이는 똘레또 구시가 중심가로 물드는 노을이 그렇게 멋지다는 소문이 자자해

원래 예정으로 구 시가에서 약 30분 넘게 걸리는 저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노을을 볼 생각이었으나

아침부터 지체해서 정오에 버스를 타야했기에 결국 파라도르까지 가는 건 포기해야 되어서 어찌나 아쉽던지...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면 곳곳에서 이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데 8백년 가까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슬람 세력은 원래 있던 로마네스크 건축물이나 고딕건축물에

이슬람풍의 아라베스크 무늬와 굽 모양의 아치, 타일장식등 을 붙여 만들어진 무데하르라는 양식은

스페인에서만 발달한 아주 독특한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산토 도메 성당의 종루는 무데하르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또한 산티아고 데 아라바트 교회도 이곳 똘레또에 위치하고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보지는 못했다.  

 

 

 

또한, 유대교의 시나고가인 산타 마리아 라 브랑카 교회도 볼 수 있다.  

시나고가는  회당을 부르는 그리스어인데 유다민족의 교육철학이자 삶의 철학인 토라(율법)를 율법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곳이라고 한다.

 

시나고가를 지나 골목을 벗어날 즈음 멀리서 보기에도 너무나 웅장한 카데드랄(대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페르난도 3세에 의해 프랑스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똘레또 대성당은 어마 어마한 규모답게 스페인 카톨릭 총본산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전형적인 고딕양식으로 우뚝 서있는 높이 92m 두 개의 탑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다.  

 이 탑의 8각형은 엘그레꼬의 아들 호르게 마누렝이 세웠다고 하며

건물 내부의 프레스코화와 스테인드 글라스는 엘 그레꼬, 티치아노, 고야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다.

 

건물의 웅장함보다 더 돋보이던 정면 출입구 파사드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과히 심금을 울리는 건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었지만 입장시간을 지나 도착한 터라 내부 구석 구석을 돌아보지 못해 아쉬웠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건물들은 주황색의 태양빛을 받아 물들어 가는 중이다.

그리고 몇 군데 건축물을 더 돌아보고 다시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골목길로 발길을 옮겼다. 

 

시가지 곳곳은 엘 그레꼬가 살았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는데 이런 과자(마자판)도 팔고 있어 피식 웃음이 났다.  

 

똘레또에서 꼭 맛보아야 할 과자, 마자판을 파는 곳이 흔하게 있다.

 

마자판은 아몬드와 설탕을 반죽해서 만든 과자인데

다양한 종류와 모양을 갖춘 과자들이 골목마다 관광객의 발길을 잡고 있었다.

맛은 한국에서도 흔히 먹어 보던 맛이라 그리 색다른 느낌은 없었던 듯하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가기위해 산타 크루스 미술관 옆 계단을 내려가니 실물 크기의 동상이 서 있다.

아마도 엘 그레꼬가 아닌가 싶다. 

산타 크루즈 미술관에는 그가 40년 동안 그린 대부분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보지도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타호강 너머 구름이 드리운 하늘로 서서히 저녁 노을이 물들어 오고

똘레또를 끝으로 마드리드에서 일 주일이 저물어 간다.

 

다음 날 바르셀로나로 가는 새벽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뷰엘링 예약때 이름입력이 잘 못된 걸 뒤늦게 발견하고

그걸 해결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통에 똘레또에서 약 반나절 정도만 머물러야 해서 너무 아쉬웠다.

 

충분히 돌아보고 파라도르 호텔에서 똘레또 전경도 보고 여유롭게 차도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허겁지겁 헤매며 돌아다니라 중세도시를 걷는 즐거움의 낭만은 그저 흉내만 내다 온듯하여

지금생각해도 아쉽고 또 아쉬운 곳이다.

 

그러나, 규모면에서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위당 유적지만 보자면 이탈리아 로마보다 많다고 하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으며

로마, 이슬람, 카톨릭이  잘 융합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스페인의 문화의 다양성과 독창성이 

중세도시 똘레또 전체에 녹아들어 있어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만한 중후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던 듯 하다. 

 

 

 

혹 다음에 다시 스페인을 가게되면 똘레또에서 하루 묵으며 중세도시의 낭만적인 여유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청년 시절을 보내고 톨레또에서 죽는 순간까지 그림을 그렸다는 엘그레코,

아마 하루 쯤 머물다보면 나도 엘 그레꼬처럼 이 중세도시를 지금보다 훨씬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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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