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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관광청 기고글] 난터우③ 지지셴, 타이베이 핑시셴은 잊어라!

작은천국 2017. 8. 31. 08:30

타이완관광청 기고글ㅣ 

난터우③ 지지셴, 타이베이 핑시셴은 잊어라!



도시를 떠나 느긋한 마음으로 완행열차에 오른다. 저절로 콧노래 흥얼흥얼. "한적한 시골 들판을 달려서 높다란 하늘 맞닿는 곳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 지지셴은 노래 가사와 딱 맞아 떨어지는 그런 기차였다. 모내기를 막 끝낸 들판을 달리던 기차는 어느새 녹음이 우거진 숲 터널을 따라 달렸고,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간이역에 내려놓았다. 지지셴의 소박한 마을 풍경은 타이완 시골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은 곳이었다. 광산 철길을 따라 달리는 타이베이의핑시셴도 좋지만 난터우에서 만큼은 핑시셴은 잊어도 좋다. 지지셴이 있으니 말이다. 


@글. 사진 / 여행작가 정해경 


▲ 지지셴을 달리는 완행열차



▲ 처청 목업전시관



목재를 실어 나르던 지(集集線, Jiji LIne)


지지셴을 타기 위해 타이중에서 얼쉐(二水)역으로 가는 로컬 열차에 오른다. 일상을 떠나온 여행에서 다시 도시를 벗어나는 여행은 조금은 색다른 기분이었다. 여행 속의 여행이랄까. 타이중을 벗어나니 차창 밖으로는 이제 막 모내기가 끝난 너른 들판이 이어진다. 그렇게 달리기를 약 1시간. 지지셴이 출발하는 얼쉐이역에 도착했다. 지지셴은 타이완 중부지역인 난터우 서부를 가로지르는 열차로 1922년에 르웨탄(日月潭발전소 건설을 위한 목재물류 등을 운송하기 위해 개통됐다. 얼쉐이에서 처청(車程)총 29.7km의 지지셴은 난터우 대지진으로 노선이 파괴되었다가 2001년에 일부 복구 되었고 이후 십년 동안 재건과 복구구를 거치다가 2011년에서야 완전히 복구됏다. 지지셴은 한때 심각한 적자로 인해 철거하려고 했지만 각계 인사들의 극렬한 반대로 철거를 면했고 이후 관광노선으로 전환됏다. 우여곡절을 겪어내면서도 한 세기를 달리고 있는 지지셴. 옛날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작고 소박한 지지셴의 기차역들은 이제 타이완 기차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고 지금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처청역에는 목재를 실어 나르던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타이중에서 얼쉐이까지 로컬 열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가격 NT$72, 이지카드 사용가능)


▲ 검표는 열차 안에서. 지지셴 1일권(가격 NT$90), 각 역마다 개별 매표도 가능하며 이지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지지셴에는 룽취엔(龍泉 Longquan), 지지(集集 Jiji), 쉐이리(水里 Shuili), 처청( Checheng) 등 총 7개의 역이 있는데 이중 쉐이리역은 지지셴 역중에서 가장 큰 기차역으로 인근 도시인 르웨탄이나 타이중으로 가는 교통편이 많다. 지지셴이 다니는 지지진(集集)은 목재가 풍부하고 도자기를 만드는 양질의 점토가 있어 일찍부터 도자기가 발달한 곳이라고 했다. 아쉽지만 도자기를 볼 수 있는 곳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 여행에서는 지지와 처청을 돌아보기로 했다. 지지셴이 달리는 곳은 온통 초록색이다. 바나나 산지답게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바나나 밭이 곳곳에 펼쳐져 있고 룽취엔을 지나면 기차선로 바로 옆으로 키 높은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초록터널(綠色隧道)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미국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Pantone Inc.)에서는 2017년 올해의 컬러로 초록의 나뭇잎 색깔인 '그리너리(Greenery)'로 선정했는데 지지셴이 '그리너리 열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 안에서 느린 초록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을도 기분이 좋아졌다. 


▲ '그리너리 열차'로 부르고 싶은 지지셴


▲ 지지역의 선로 바로 옆에는 초록터널이 펼쳐지고 있다.



+ 지지셴 홈페이지 http://163.29.3.94/jiji/HtmlPage.html

+ 여행 Tip. 열차의 배차 간격이 길기 대문에 미리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처청( Checheng), 타이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도착하는 역인 지지에서 내렸고 약 20분을 더 달려 지지셴의 종점인 처청에 도착했다. 처청은 타이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도 유명하다. 기차가 도착한 곳은 산이 병처럼 두르고 있지만 시야가 확 트인 곳이었다. 왠지 푸른 초원 위에 서 있는 플랫폼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처청은 작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마을이 모여 있을 것이란 상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제강점기 푸리 설탕공장의 설탕이 타이동에서 처청을 거쳐 다시 수출되었기 때문에 매일 수백 대의 열차가 지나다녔던 곳으로 기차선로가 있는 곳은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다. 또한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목재를 길어 나르고 가공했던 지역답게 기차역 주변으로는 그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잘 정비된 건물들은 기차역 앞 대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어 고즈넉한 느낌마저 풍긴다. 




▲ 처청역의 모습



금강산도 식후경. 핑시셴에 광부 도시락이 있듯 지지셴에는 목통도시락이 있다. 몇 가지의 메뉴 중 선택이 가능한 목통 도시락 역시 식사 후 도시락통을 기념으로 가지고 갈 수 있고 식사만 주문도 가능하다. 물론 목통 도시락통만 따로 구매할 수도 있다. 밥도 먹었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처청을 걷는다. 목재가 풍부했던 마을답게 호수 주변으로는 벌목 산업이 한창이던 시절의 시설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저목지(貯木池)에 위치한 란차팡은 식사, 음료, 디저트 외에도 나무로 만든 도시락 통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 목통 도시락은 닭고기, 돼지고기, 고등어 중 선택이 가능하고 세트메뉴 혹은 단품 메뉴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 목업전시관의 2층은 저목지로 연결된다. 



▲ 벌목한 나무를 저장하는 곳이었던 저목지에는 벌목 산업 당시의 시설이 여전히 남아 있다.


▲ 저목지에는 나무 대신 비단잉어가 살고 있고 연못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 린차팡(木茶房) 이용안내 영업시간평일 10:00~18:00(식사가능 시간 11:0~17:30) 주말 및 공휴일 10:00~19:00 휴무일 화요일 1인당 최소주문 NT$100 주소 南投縣水里鄉車埕村民權巷5號 전화번호 049-277-2873 홈페이지 http://www.cedarteahouse.com



처청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린반다오(林班道)와 처청목업전시관(木業展示館)이었다. 이곳은 과거 제재공장이었던 곳으로 근처에서 채벌된 목재가 모두 이곳을 거쳐 갔기에 2층의 건물은 상당한 규모였다. 린반다오는 목재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재 DIY 체험과 전시장도 겸하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다. 처청 목업전시관에서는 옛날에 이곳에서 목재를 어떤 식으로 가공했는지 알수 있도록 밀랍 인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처청의 벌목산업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가장 활발했는데 단다 산림지역(丹大林場)에서 수확된 목재를 이곳으로 옮겨 저장하고, 그다음 통나무를 철도 카트에 싣고 가공 공장으로 운반한 다음 마지막으로 가공된 목재는 수출용 레일로 운송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그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전시관이라는 차원을 넘어 한 세기 전의 처청 마을로 초대된 느낌이 들었다. 한때 벌목 산업도시로 번영과 영광을 누리다가 점차로 쇠락해 버린 마을이 가지고 있는 쓸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는 다시 갈 수 없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남은 처청을 뒤로 하고 지지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 목업전시관에서는 당시 벌목산업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린반다오는 목재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 전시 및 판매를 하고 있다.


▲ 처청역의 터널은 한 세기를 건너가는 시간의 터널 같다.



+ 처청목업전시관(車木業展示館) 관람시간 평일 09:30~17:00 주말 및 공휴일 09:30~17:30 무료입장 연중무휴



지지(集集), 지지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 


지지역은 고즈넉했던 처청역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지지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역답게 역사 안도, 밖도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지지역을 배경으로 멋진 기념사진을 찍는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지역은 목가적인 풍경의 한가로운 처청역과 달리 지지역을 나서면 바로 상점가다. 처음 와본 지지역인데 낯설지가 않았다. 이곳은 몇 해 전 영화배우 조정석 씨가 출연한 타이완 관광청 마이크로 무비에 등장하는 기차역이었다. 다시 지지역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지지역은 1933년 일제강점기에 역사 전체가 노송나무로 지어진 역으로 소박하면서도 매우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지지역은 2001년에 복원된 역이다. 난터우 대지진 때 붕괴한 역을 현대의 기술로 낡은 기차역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 복원한 것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 지진으로 무너진 지지역은 현대의 기술로 1933년의 기차역을 그대로 복원해 냈다.


▲ 언제나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지지역


▲ 지지역 앞 광장에는 과거 운행했던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지지는 지지셴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지지역의 철도문화전시관(鐵道文化展示館)과 지지라오제(集集古街)를 비롯해 우창궁(武昌宮), 다장수(大樟樹), 밍신(明新)서원, 군사공원, 초록터널 등 지지역이 아니더라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고 생각보다 꽤 넓은 곳이었다. 볼거리마다 거리가 있다 보니 지지를 모두 돌아보기에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편리한데 자전거 대여점이나 관광안내센터에는 자전거 지도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가는 대신 천천히 걸으며 지지를 좀 더 가깝게 느껴보기로 했다. 지지역 앞은 상점들이 몰려 있는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바나나다. 지지는 바나나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 바나나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바나나 에그롤, 바나나 아이스크림, 바나나 튀김 등 바나나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마침 지지역 바로 앞에 유명한 바나나 에그롤 가게가 있었고 시식을 권했다. 부드럽고 촉촉한 바나나 에그롤은 맛이 그만이었고 선물용으로 몇 개 구입했다. 어떤 맛일지 가장 궁금했던 바나나 튀김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게가 쉬는 날이라 아쉽게도 먹어보지 못했다. 


▲ 지지역 앞의 철도문화전시관에는 지지 관광안내센터(운영시간 09:30~17:00)와 기념품 가게가 있다.


▲ 지지 특산품인 바나나 에그롤. 가게마다 시식코너가 있으니 맛을 보고 구매하면 된다.



지지바나나에그롤가게(集集香蕉蛋捲專賣店)  영업시간 07:00~20:00 휴뮤일 일요일 주소 南投縣集集民生路81 전화번호 049-276-3637 




이제 본격적으로 지지를 돌아본다. 지지에서 녹색 터널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지셴 철로 옆으로 무성한 초록 나무들이 머리 위로 아치형의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초록을 품고 있는 길을 걷는 내내 싱그러운 기분이 절로 들었다. 초록 나무가 끝나는 곳에서 우창궁으로 향했다. 우창궁으로 향하는 길. 가게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세워놓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지역 바로 앞 일억 아이스크림 가게도 유명하다고 들었기에 나중에 그곳에서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이었다. 가볼까 말까 잠시 고민하던 찰라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이곳 역시 현지인에게는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라며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길 권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아이스크림 종류가 많았다. 그들은 내게 고민하고 말 것도 없다며 지지에서는 무조건 바나나 아이스크림(香蕉牛奶)!이라고 외쳤다. 그들의 추천대로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인스턴트 맛이 흉내 낼 수 없는 아이스크림 맛은 적당히 달았고 아주 건강한 맛이었다. 장화에서 왔다는 그들과 유쾌한 시간을 보낸 후 우창궁에 도착했다. 



▲ 지지셴 철로 옆으로 아름드리 초록 나무 길이 이어지고 바나나와 관련된 조형물이 있다.



▲ 비윤빈청은 천연 재료를 사용해 인공색소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비윤빈청(碧雲冰城) 영업시간 08:00~17:00 연중무휴 주소 南投縣集集八張街130號 전화번호 049-276-2957 홈페이지 http://chichi-ezgo.myweb.hinet.net/




화려한 우창궁을 찾은 이유는 우창궁 뒤편에 있다. 새로 지어진 우창궁 뒤편에는 또 하나의 우창궁이 있는데 난터우 지진으로 무너진 우창궁이다. 1999년 9월 21일 새벽에 발생한 난터우 지진은 타이완에서도 대규모 지진으로 기록을 남겼고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다. 그 지진의 진앙지가 바로 이곳, 지지진이다. 새로 지어진 우창궁 못지않을 정도로 큰 건물이 붕괴하여 종이처럼 구겨진 채로 그대로 내려앉은 모습은 실로 처참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초현실적인 예술작품 같은 우창궁은 그날 새벽의 아비규환이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되고 남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에 안전한 나라는 아닌데 우창궁을 보니 경각심이 절로 들었다. 지진으로 무너진 지지역을 새로 지은 것과 달리 무너진 우창궁은 그대로 두고 지진에 대한 교훈으로 삼고 있었다. 실제로 이곳은 지진에 대한 교육을 위해 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햇다. 지진으로 많은 사람의 희생과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오히려 지진 때문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거듭났다. 


▲ 새로 지어진 우창궁

 


▲ 우창궁 뒤편에는 난터우 대지진으로 무너진 우창궁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게 한다.



우창국을 나와 발걸음은 자연스레 지 라오제(集集古街)로 향했다. 지진의 흔적은 말끔히 사라지고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활기찬 모습이 가득한 지지의 풍경은 묘하게 우리네 시골 풍경과 닮았다. 그렇게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지지역으로 돌아왔다. 이제 백 년을 바라보는 작은 시골 간이역. 한 세기 전의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오늘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풍경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같앗다.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지지셴의 소박한 간이역들.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뭔가, 엄청, 뭉클하다. 


▲ 지지라오제



▲ 음료수도 마실 수 있고 기차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지지훠처피아오판



+ 지지훠처피아오판(集集火車票飯) 영업시간 09:00~19:00 휴뮤일 셋째주 월요일 주소 集集民生路65-1號 전화번호 049-276-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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