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7년 4월 소소일기] 4월 이야기

작은천국 2017. 4. 30. 12:35

[2017년 4월 소소일기] 4월 이야기 



어느새 목전에 앞두고 있는 5월. 

계절은 더디게 왔지만 

더디게 온 만큼 

꽃은 빠르게 피었다 빠르게 지고 있다. 


4월은 더욱 빠르게  지나간다. 



4월 내내 휴일도 없이 작업실로 삼은 도서관에서 살다 시피하고 있다. 

작게는 10시간 많게는 12시간 혹은 14시간 정도 의자에 앉아 있는 생활의 연속이다. 

작업이 한 번 시작되면 늘 이런 식이다. 


여행작가라고 하면 엄청 부러워 하는데 

여행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그닥 부러워할 직업은 아니다. 

여행하는 순간은 짧고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 

해야 할 것도 신경을 써야할 것도 너무 많다. 


다들 물 위에 뜬 백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물 밑에서 얼마나 많은 발놀림이 있는지는 

백조만 아는 걸로. 


어쨋든 '여행'은 만인이 부러워 하는 것이니. 


이 정신없는 와중에 콜드플레이 서울공연을 다녀왔다. 

음악을, 뮤지션을 찾아서 듣는 편도 아니고 음악적 취향도 무취향인지라  

사실 개인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이라는 콜플레이를, 그들의 음악을 잘 모른다. 


올림픽 주경기장 4만 5천석이 2분만에 매진돼서 공연을 하루 더 연장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도대체 어떤 뮤지션인지 무척 궁금해졌고 공연 연출이 뛰어나다는 콜드플레이 공연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에 취소표 하나를 간신히 구해서 예매할 때까지만 해도 공연 즈음에 음악 좀 들어보고 가면 되지 싶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들의 음악을 찾아볼 시간도, 여유도, 

심지어도 공연을 볼 여유도 없어 공연을 완전히 잊어 버리고 있다가 

예매한 표가 도착하고서야 '아차' 싶었다. 


주말에는 도서관이 오후 6시면 끝나는 관계로 유일하게 그때나마 잠깐 쉴 수 있기에 

그 시간에 공연을 본다는 게 체력적으로 부담도 되고 해서 갈까 말까 무척 고민이 됐다. 

공연 당일까지 결정을 못하고 어영부영.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있던 조용필 님의 공연이 없으니 

 큰 스피커에 울려퍼지는 짱짱한 소리가 고팠기에 뒤늦게 

공연 시간 30분을 훌쩍 넘겨 8시 30분 쯤 공연장에 도착했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현대카드의 공연 운영능력은 진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들의 대표곡 한 두 곡 외에는 아는 노래도 없는데 2시간이 지루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하면서 공연장에 들어 섰는데...


다른 국내 가수의 공연에서도 대부분 아는 노래도 살짝 지겹다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었고 공연시간 2시간이 20분처럼 느껴진 공연에 할말을 잃었다. 



3층 꼭때기까지 가득 메운 잠실 주경기장. 




음악, 영상, 무대연출, 관객이 모두 하나가 되어 

밴드 공연이 아닌 거대한 미디어 아트를 보는 것 같았다. 

흡사 거대한 컨템포러리아트뮤지엄 전시실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T자로 돌출된 무대옆으로 그라운드 석은 모두 스탠딩석으로 배치했고 

 크리스 마틴은 돌출무대를 종횡무진 뛰어 다니며 전방위적으로 무대를 활용했고 


그라운드 석 맨 뒤에 음향 및 조명 타워가 양쪽으로 2개가 있었는데 

공연 말미에는 그 타워를 무대로 삼아 뒷자석과 2층 3층 객석을 배려했다. 


공연 중간에 객석 사이를 뛰어와서 무대에 오르는 퍼포먼서도 진심 멋졌다. 




공연 중간에 즈음에 1층 그라운드 석에서 에드블룬을 관객들이 띄우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이걸 보자 마자 혼자 폭소가 터졌다. 

조용필 님 공연에서도 이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야외가 아니고 실내라서 그런지 정신 사나운 퍼포먼스가 됐고 

결국 하루만에 막 내린 퍼포먼스였기에 3층 먼 객석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전 공연 안내에서 야광봉은 필요 없으니 가져 오지 말라는 문자를 받았다. 

공연장 도착하니 입장할 때 자일로 밴드를 나눠 주길래 받아서 손목에 찼다. 

그때만 해도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랬는데 

공연이 시작되니 중앙에서 콘트롤되는 자일로 밴드가 연주되는 음악에 맞춰 

색깔, 움직임도 다양하게 연출되는 것이 아닌가. 



이러니 야광봉을 흔들고 말고 할 필요도 없고 

관객석 전체가 무대와 한 몸이 되어 형형색색의 불빛을 만들어 주니 

공연장의 분위기를 삽시간에 들었다 놨다하는 놀라운 광경. 


콜드플레이 공연만의 전매특허인지 모르겠으나 

공연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야광봉을 동네 애들 장난감으로 만들어버린 자일로 밴드 ㅠㅠ





콜드플레이 공연이 짧다고 느낀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음악의 본질이겠다.  

한국적인 음악이 갖지 못하는 비트와 박자.  

정박과 엇박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EDM 사운드까지

기존에 내가 듣던 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음악이었음에도

지겹거나 시끄럽기는 커녕 나도 모르게 음악에 녹아들며 자연스레 박자를 타고 있었다. 


또 하나는 시각적인 요소. 

콜드플레이라는 밴드는 단순히 대중 음악 가수가 아니라 

전방위 예술가로 느껴질만큼 음악과 어우러지는 영상미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현대예술에 있어서 영상의 비중은 이제 대세가 됐는데 

공연에서도 이젠 그 영향력은 어마무시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나중에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니 또 한 번 감탄.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돌출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난 뒤 

간주 부분에 다시 주무대까지 크리스마틴은 전력 질주로 뛰어 들어갔고  

주무대에 도착하자마자 정확하게 음악에 맞춰 점핑샷을 뛰는 순간

하늘 위로 폭죽이 터졌다. 


아!!!!   

조용필 님 공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고 많은 생각이 오갔다. 

콜드플레이의 리더보컬인 크리스마틴은 1977년 생이니 올해로 갓 마흔. 

젊은 뮤지션이 공연 내내 뿜어내는 그 어떤 것은 몇 년 전 

이곳에서 보았던 폴 매카트니 공연에서도 결코 받지 못했던 그 무엇이었다. 


조용필님 공연을 처음 봤을 때와 순간 오버랩이 됐다. 

조용필 님 공연을 처음 봤었던 그때도 오늘과 비슷한 기분이 들었었다.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아는 노래라곤 달랑 5곡이 전부였던 그때, 그 공연의 충격은 나를 날팬의 세계로 이끌었고 지금껏 이러고 있다. 


그게 벌써 20여 년 전. 

시간은 많이 흘렀고 가수도 나도 저만치 세월을 따라 가고 있다 생각하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영화 한 편, 혹은 미디어 아트 한 편을 본 것 같았던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끝났다. 

 

조용필 님 공연을 오랫동안 빠짐없이 지켜본 관객의 입장으로서 

여러가지 아쉽다 싶은 것들이 계속 쌓이고 있었지만 

'어떤 부분이 아쉬운가'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는 언어적으로 표현하기는 좀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이번 콜드플레이 공연을 보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두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고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기에 누가 더 나은가 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필 님은 여전히 내 가수고 나는 내 가수를 더 좋아하니까.  


예년에 비해 늦은 벚꽃이 연달아 피기시작했고 본격적인 4월이 시작됐다. 

눈 코 뜰 새 없는 상황이라 올해는 다른 해 보다 벚꽃을 못 볼 줄 알았다. 


미팅이 있어 강남 간 김에 잠시 짬을 내어 석촌호수를 한 바퀴 걸었다. 

은근 개화시기를 딱 맞추기 힘든 벚꽃이기에 절정의 석촌호수 벚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올해 절정의 석촌호수 벚꽃을 만날 줄이야. 

참 기막힌 타이밍이지 않은가. 



원고가 너무 안 써지는 날에는 점심을 먹고 도서관을 잠시 탈출해 동네 산책. 







 밤 벚꽃이 핀 어느 날은 잠깐 짬을 내어 불광천도 걸었다. 

올해부터 불광천에 야간 조명을 설치했는데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감흥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두 어주가 다시 흘렀고 그 사이 동네는 

온통 초록의 물결 넘실대는 5월로 향해가고 있다. 



학생들 중간고사도 끝났고 황금연휴가 시작되니 

아침 9시부터 사람들로 꽉찬 도서관이 한가해도 이리 한가할 수가 없다. 




별 감흥없이 무뎌진 채로 4월의 마지막이 도착하니 좀 허무해졌다.  

문득 4월의 내 시간은 몇 km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까 싶었다.  


이대로 4월을 보내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던 차 생각난 영화 한 편. 


초속 5cm.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5cm'라는 카피는 

해마다 벚꽃 피는 4월이면 온갖 매체에서 한동안 우려먹는 대사였기에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다소 식상하다 생각했던 

그 느림의 시간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언젠가 다시 함께 벚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가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사는 그리움 하나

뚝 떨구고. 


4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