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7년 3월 소소일기] 타이중 비 처럼, 음악 처럼

작은천국 2017. 3. 8. 15:40

[2017년 3월 소소일기] 타이중 비 처럼, 음악 처럼



오늘은 여기가 꼭 서울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017년 3월 8일 오후 2시 38분.


어제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는 타이중이다.



 타이중 시내쪽 취재는 대부분 끝났고

이제부터 일정은 타이중에서 잠만 자고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 또는 2박 3일로 다니는 일정으로

타이중을 베이스 캠프로 모든 기차 혹은 버스가 출발하는 타이중 기차역으로 호텔을 옮겼다.


내 방 밖으로 타이중 기차역 뒤편이 바로 보인다.


이번 여행은 여행 중에 원고를 2개나 써야 해서

오늘 처럼 비가 오는 날씨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취재가 힘든 바,

어제부터 하루 종일 호텔 1층 카페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다.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카페에서 브런치 뿐아니라 식사도 가능한 대만의 카페인지라

노트북을 펴놓고 느긋하게 원고를 쓰고 있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상황이고

호텔 방에서 원고를 쓰기엔 좀 청승 맞은 느낌이 있어 검색 끝에 카페가 있는 호텔로 옮겨왔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단 음식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원고를 쓸 때는 이상한게 단게 먹고 싶어진다.


원래 계획은 하루 정도 휴식 날짜로 잡았고

저녁에 일찍 들어와 원고를 쓸려고 계획을 했었다.


막상 여행을 와보니 저녁에 숙소로 들어오는 시간이 생각만큼 빠르지 않고

일찍 호텔에 들어오더라도 그날 찍었던 사진 확인하고

비가 자주 오다보니 계획했던 일정이 모두 틀어졌기에 매일 일정을 수정해야하고

그에 따라 호텔도 이동해야하니 저녁에 원고 쓸 시간이 전혀 나지 않았다.


원고 마감 시간은 점점 다가오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

호텔에서 새벽까지 원고를 쓰고 있다.


타이중 역에 관한 원고를 쓰다 야경 사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후다닥 삼각대 들고 뛰어나가서 사진 한장 찍고 왔다.


호텔이 바로 역 뒤라 그냥 문 열고 나가면 되는 이 상황이 되게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출출해져서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보니 삼각김밥이 눈에 확~


마침 뉴스룸 할 시간이라 맥주 한 잔 하면서 휴식모드.


한국에서도 언제 먹어본 지 기억이 없는 삼각 김밥.

어떻게 뜯는지 몰라서 이거 뜯고 저거 뜯고 하다 보니 엉망진창 -  우씨.


음- 

 맛은 똑같네.



하루 머물면서 원고를 다 쓸 생각이라 호텔 컨디션이 조금 더 나은 기차역 앞으로

호텔을 이미 예약해놨는데 원고를 반도 못 쓰고 있다.


 원고를 원체 더디게 쓰는 스타일인데다가

취재부담감이 있다보니 원고 진도가 안 나가서 조금 멘붕.


조식 먹고 예약한 호텔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조식 먹고

체크 아웃 시간이 될 때까지 자판기 탁탁탁.


일단 체크 아웃을 하고 기차역 뒤편으로 점심 먹으러 나갔다.

한국에 비해 1시간 늦은 시차인데 배꼽시계는 여전히 한국 시간.


그나저나 세계 어디서나 역 일대의 풍경은 비슷하다.

타이중 기차역 뒤편의 풍경은 서울 서부역의 향기가 난다.


대로 바로 두 번쨰 집에 한국 식당이 있어 들어와 돌솥비빔밥을 시키니

양배추, 적색양배추, 상추, 김, 소고기 올려진 밥이 나온다.

물론 안에 고추장이 들어 있긴 하지만 반찬으로 나온 김치, 콩나물 등등으로

더 넣고 슥슥 비비니 이제서야 제맛이 난다.

한국에서 먹는 비빔밥과 똑같다.


대만도 몇 년 사이 많이 변했다고 느끼는데

타이베이도 줄 선 곳 마다 한국 음식 일색이었는데

한국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는 이곳 타이중에도 한국 식당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리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일 모드.

오늘 안에 원고가 끝나면 참 좋으련만.


지금 쓰고 있는 원고는 아니지만 어제 무지개 마을에서 만난 황룡푸 할아버지.

홍콩 퇴역 군인 출신의 할아버지는 아흔이 넘었다.

군인들이 모여 살던 몇 채 안되는 집이 철거 위기였으나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 때문에 이제 그곳은 관광지로 탄생한 곳이다.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기대는 했지만 워낙 연세가 많아 반신반의했다.

할아버지는 요즘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신다.

쭈글쭈글한 손엔 페인트 자국이 한 가득.


그림을 배워 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는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림을 그린다.

그냥 그림만 보면 7세 아동이 그린 것과 똑같다.

알록 달록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일까.

구순이 넘은 할아버지의 얼굴은 맑디 맑다.

조심스레 할아버지께 손 사진을 찍고 싶다 청했고 

사진을 찍고 할아버지 손을 잡아 봤다.


할아버지의 손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문득

우리 아버지가 생각나는 하루였다.



원고 쓰다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 중.

인생이 늘 이런 식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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