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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사려니 숲길, 새하얀 눈밭을 걷는 기분 알려나~

작은천국 2016. 1. 14. 06:30

[제주여행] 사려니 숲길, 새하얀 눈밭을 걷는 기분 알려나~

 

 

그동안 겨울이라고하기엔 따뜻해도 너무 따뜻했기에

흰 눈 내리는 겨울이 살짝 그리워 겨울에 찍어둔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던 차,

마침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시리디 시린 겨울에 찾았던 사려니 숲길.

 녹음이 우거진 숲길은 온통 순백의 겨울 왕국이 되어 있었고

누구 하나 밟지 않은 순백의 세상에 발자국을 내며 걸었던 어느 해 겨울의 시간으로 초대되었다.

 

사진으로 남은 사려니 숲길의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추운데도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던 싸한 날씨의 촉감과

간간히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눈과 부딛치며 환청처럼 느껴지던

영화 닥터지바고의 '라라의 테마'는 생생하다.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앞에 평생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던 지바고와 라라.

이 계절이 가면 다시 또 녹음 짙어지는 계절이 오겠리라.

그렇게 우리는 이 계절과 저 계절 사이에서 지바고와 라라가 되어

이 계절에는 저 계절을 그리워하고 저 계절에는 이 계절을 그리워하겠지.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에서

서귀포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약 15km 에 이르는 숲길을 말한다.

 

 

특히 비자림로에 위치하고 있는 사려니 숲길의 들머리는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곳에 위치한다.

 

녹음이 짙은 계절도 좋지만 눈이 내린 계절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려니.

사려니는 '신성한 곳' 혹은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름답게 사려니 숲길을 들어서는 순간 외부 세상과는 완전히 차단되어 신성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사려니 숲길은 유네스코가 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지난 1971년부터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 Man and Bioshere Programme)'의 일환으로

생태계적 가치가 큰 곳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현재 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숲, 전북 고창군 등 9곳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2016년 백두대간 남한 구간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재가 추진 중에 있다.

 

그동안 수차례 제주를 방문했지만 사려니 숲길 입구에서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 한번도 제대로 걸어본 적은 없었다.

사려니 숲길이 워낙 알려져 있다보니 언제가더라도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기에 지레 질려서 포기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던 것이 제주 여행 중에 눈이 내렸고, 

 마침 교래리를 지나던 길이었고,

한적한 사려니 숲길에 무작정 끌렸다.

 

마침과 무작정은 때론 무모하지만 그것이 여행 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탐방로 입구에 있는 안내소 오후 5시까지 되돌아 나와야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렇게 나에게는 1시가의 시간이 허락됐다.

 

 

탐방로 입구에 위치한 화장실.

 이곳은 물이 부족한 지역으로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개선한 상태지만

상수도가 없어 매일 차량을 이용해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화장실도 그렇지만

약10km의 탐방구간에는 중간에 급수대도 없어 탐방객이 불편이 컸다고 하는데

2016년 상반기에 급수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라고 하니 큰 도움이 되겠다.

 

 

사려니 숲길은 비자림로 입구와 붉은 오름 입구 두 곳으로 출입이 가능하며

현재는 이 두곳을 이어지는 약 10km의 탐방로가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물찻오름은  보존을 위해 2018년 6월까지 휴식년이 연장되었다.  

 

알싸한 공기와 함께 사려니 숲길 걷기 시작~

 

녹음이 우거진 사려니 숲을 걸어보지 못했으니 평소에 사려니 숲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려니 숲을 잘 안다고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눈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지워버리고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등등이 줄지어 늘어서며

나무 가지 마다에 쌓인 눈은 메마른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수국이 피는 계절에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는 산수국.

 

아찍 떨어지지 못한 산수국은 보라색 대신 세피아 톤으로 이 계절을 붙잡고 있다.

 

 최적의 치유의 숲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사려니 숲길을 걷고 있으니

요즘 대세라는 에코힐링(Eco-Healing, 자연 속에서 치유력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어디로 어떻게든 길을 걷는 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다.

 

그렇게 걷기만으로 힐링인데

새하얀 눈밭에는 오직 내 발자국 뿐.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라니,

황홀했다.

 

새하얀 눈밭을 걷는 기분 걷지 않은자 어찌 알리요~ 

 

 

 

눈이 내린 먹먹한 하늘은 걷다보니 어느새 푸른 하늘이 드러난다.

 

와- 좋구나!

 

 

사람 하나 없는 사려니 숲길은 그렇게 넉넉한 품을 내어주고 있었다.

 

 

붉은 오름이 있는 곳까지 표지판이 자세히 안내하고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입구에서 보던 수종과 또 다른 수종들이 길을 반긴다.

 

 

 

천미천에 도착했다.

 

꽁꽁 얼어버린 하천은 1월 달 달력에 걸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마음같아서는 물찻오름 입구까지는 가보려고 생각했으나

눈 내린 풍경에 발길은 더뎠고 오후 5시까지 탐방을 끝내야하는 관계로 이곳에서 되돌아 나가기로 했다.

 

봄에는 참꽃나무 군락이 이곳을 더욱 환상적인 풍경으로 반길듯 하다.

 

이렇게 온통 초록초록한 사려니 숲길도 환상적이지만

초록촉하지 않으면 어떤가.

 

새하얀 사려니 숲길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지 않은가.

모르긴 몰라도 4계절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에코힐링의 약속된 신성한 사려니 숲길이겠다.

 

그렇게 1시간여를 걸어 짧게 만났던 사려니 숲길.

겨울왕국이 빚어낸 풍경 앞에 시린 계절은 더없는 축복이었다.

 

다음엔 초록초록한 세상에서 만나자꾸나.

 

 

■ 사려니 숲길 탐방안내

   입장료 : 무료

   탐방시간 : 17:00까지 탐방을 마쳐야 한다.

   탐방허용구간 :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안내소~  남조로 붉은 오름구간 10km, 약 3시간 정도 소요

   비고 : 물찻오름은 2018년 6월말까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사려니 오름 탐방안내

산림청 홈페이지를 통해 7일 이후~2개월 이전까지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한다.

탐방예약시간 : 오전 09기, 10시, 11시, 오후 12시, 1시, 2시 (숲해설 제공시간 : 오전 10시, 오후 2시)

탐방예약인원 : 일일정원 100명으로 1인 최대 10까지 예약가능, 동일인이 월기준으로 한달에 2번 이상 중복예약 불가

탐방신청홈페이지 : http://www.forest.go.kr/newkfsweb/kfi/kfs/jejuRsrvt/selectReservationMonthList.do?mn=KFS_01_07_02_03_02

단, 매주 정기 휴무일(월, 화) 및 산불조심기간(매년 11월~익년 6월)까지는 탐방이 불가하다.

 

※ 사려니 숲길의 주차장은 약 60대의 주차만 가능함으로 갓길에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았는데

    불법주차를 방지하기위해 조형물이 설치되었고 탐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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