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Philippines

[지하강 투어] 동굴 안 박쥐가 캐스터네츠를 연주해~

작은천국 2015. 11. 5. 06:30

[지하강 투어] 푸에르토프린세사 지하강 투어

 

 

지하 동굴을 따라 서서히 어둠속 으로 빨려 들어간다.

빛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본능적으로 온몸이 감각 세포를 깨워낸다.

그렇게 만난 어두컴컴한 세상은 빛이 없어도,

오히려 빛이 없기에 더욱 찬란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지하강 투어에서 만난 

어두운 세상은 황홀했고 고작 10분인 듯했다.

그리고 그리 고약하다던 박쥐의 냄새는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켜 버렸다.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의 예술품을 감상하느라

동굴에서 떨어진 물과 축축한 습기로 인해 내 몸과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 것조차 몰랐던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동굴 투어였다. 

 

사방비치에서 방카 보트를 타고 약 10여 분 정도면 지하강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의 풍경도 지하강 못지않게 아름다워 지하강을 홍보하는 사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지하강 투어를 하는 곳까지는 숲길을 따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입구에는 지하강에 온 것을 환영하는 문구,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의 안내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표지판을 차례로 볼 수 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은 무려 202km²로 이중 핵심지역이 무려 57.2km나 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지하 강(Underground River)으로 '세인트폴 동굴'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배에서 내린 다음 지하강 입구까지는 다시 숲길을 따라 3~4분 정도 걸어야 한다.

 

실지로 사방비치에서 지하강 입구까지는 약 5.3km 정도의 열대우림을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원시의 열대 우림 숲을 걷는 것도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들도 볼 수 있는데

팔라완 나무두더지(Palawan tree shrew, Tupaia palawanensis), 팔라완 호저(Palawan porcupine, Hystrix pumila),

팔라완 악취오소리(Palawan stink badger, Mydaus marchei) 등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멸종이 염려되는 팔라완 공작꿩(Palawan Peacock Pheasant, Polyplectron napoleonis)도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긴꼬리원숭이들은 숲길에도 종종 출연하며 탐방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했지만 이날은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원숭이를 못 봐서 조금 아쉬웠다고 했더니 투어를 안내하셨던 직원 왈

"어제 불금을 보냈기에 애들이 전부 꽐라가 됐다."는

재치 있는 설명에 다들 박장대소! (투어가 있던 날이 토요일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지하강 입구,

에메랄드 물빛 앞에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배를 타고 지하강 동굴 투어를 하기 때문에 구명조끼는 필수고 안전모까지 착용을 해야 한다.

 

 

 

 

 

배에는 대략 7~8명 정도가 탑승하며 맨 뒤에 보트맨이 노를 저어 운행된다.

 저 안쪽으로는 도저히 강이 있다고 믿기지 않는데 일단 배는 출발한다.

 

그렇게 두근두근, 가슴은 콩닥콩닥,

숨은 가쁘고 사진을 찍는 손은 분주해진다.

 

그러다 어둠의 장막을 지나면 이렇게 수욱~ 동굴 안으로 빨려 드는 기분과 동시에 동굴 탐험이 시작된다.

억겁의 시간이 빚어 놓은 종유석과 다양한 석순들이 아찔하다.

 

 

 

이 지하 강은 전체 강의 길이가 8.2km이지만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부분은

 약 4.3km 정도로 탐험은 약 1.2km 정도만 가능하며 약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 동굴 국립공원(Puerto-Princesa subterranean River National Park)은

 사람이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강 중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 강이 흐르고 있는 것도 유명하며

 이 신비한 세계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보트맨이 배를 운행하면서 다양한 모습의 종유석들을 설명하게 되는데

동굴 안에는 따로 조명 시설이 없고 배의 맨 앞에 탄 사람이 설명에 맞춰 불빛을 비추게 된다.

 

 배를 타고 탐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지하강 동굴 투어는 그간 숱하게 봐 온 동굴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이 어둠을 깨우며 그들의 세상을 끼우는 이방인의 침입이 달가울 리 없는 박쥐들은

온몸으로 항의하며 이곳저곳을 미친 듯이 날아다녔다.

 

수십 마리의 박쥐들이 한꺼번에 이쪽 저쪽으로 날라 다니는 것이

무섭기는커녕 내 귀에는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는 것 마냥  그마저도 신비로웠다.

 

 

실지로 지하강 동굴에는 수많은 칼새(swiftlet)와 박쥐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총 8종의 박쥐가 동굴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박쥐 한 번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으나 16~35mm의 광각렌즈로는 고작 점으로 표현될 뿐.

 

 

지하강 안에는 정말 다양한 모양의 황홀한 종유석들이 많은데

비너스, 예수상, 석류 모양 등등 종유석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었을 듯하다. 

 

동굴 안이 울려서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설명이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충은 어떤 것을 설명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름을 붙인 종유석도 좋았지만

배의 가벼운 흔들림을 느끼며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느낌이 오히려 더 좋았던 듯하다.

 

흡사, 고래 혹은 상어 뱃속에 들어앉은 느낌이랄까.

 

어둠 속에서는 동공이 커지는 것이 인체의 반응이라지만

놀라움과 신비로움으로 동공은 더 커졌고 신비로운 풍경을 놓칠 새라 눈동자를 쉴 새 없이 굴려야 했다.

 

 

 

 

 

 

조명이 워낙 어두워 사진을 찍기도 힘들긴 했지만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이 제대로 사진에 담을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다시 한 번 좌절 모드 ㅠㅠ

 

위대한 자연 앞에 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지는도 모를 정도로 황홀한 투어가 이어지고

어느새 반환점을 되돌아 나가는 길.

 

반대편에서는 투어를 위해 들어오는 불빛들이 동굴의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1시간이 10분처럼 짧게만 느껴지던 시간이 끝나고

어느새 동굴 입구에 뱃머리가 닿는다.

 

 

 

서서히 어둠의 세계에서 밝은 빛으로 들어오는 순간

한 번의 눈 깜빡임으로 모든 것은 리셋되었다.  

 

동굴 탐험이 끝났는데도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한다. 

 

 

 

 

이미 동굴 탐험을 끝난 사람들은 끝난 사람대로 환한 미소를 띠고

 

이제 곧 동굴 탐험을 시작할 사람들은 시작할 사람대로 미소가 가득하다.

 

배에서 내리고 나서야 동굴 안의 축축한 습기와 내가 흘린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된 걸 알았다.

 

그렇게 짧은 듯 짧지 않은 투어를 마치고 다시 온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시간.

 

 

분명히 올 때 보았던 풍경이었건만 되돌아가며 보는 풍경이 왠지  낯설다. 

 

다시 돌아온 사방비치의 선착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지하강 투어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분명 나는 갔었고, 나는 보았고, 나는 느꼈다.

과연 내가 본 것이,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 말하라고 되묻고 싶어졌다.

 

아~~ 뭔가에 홀린 거야..

 

그게 무엇일까?

 

정말 이런 기분 처음이었다.

 

 

★ 이 여행기는 필리핀관광청과 에어아시아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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