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5년 5월 소소일기] 보다 적극적으로 심심한 날들

작은천국 2015. 5. 26. 06:30

[2015년 소소일기] 보다 적극적으로 심심한 날들

 

 

대략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참 오랜 시간을 하나의 작업에만 매달린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동안 작업과 관련된 생각외엔

흐름이 깨질까봐, 집중력이 깨질가봐

사람도, 사물도 모든 관심은 꺼두고 살았었다.

 

그 모든 작업이 끝난 요즈음. 

근 1년 만에 희섬정 나들이를 시작으로

 접어두었던 인간관계 부터 다시 연결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꽃피는 5월이 되었다.

 

희섬정에는 오월이가 살고 있다.

길고양이였다가 5월에 희섬정에 자리를 잡았기에

아련한 이름을 가진 '오월'은 어느새 청년이 되었다.

 

오월이가 낯설다...

 

그것도 잠시.

호기심 탱천한 녀석의 몸짓을 보고 있노라니..

그래... 네가 오월이렸다...

 

금강산도 식후경!

날이 훅~ 더워진 날씨였음에도 

점심을 먹기위해 그녀가 안내하는 대로  성북천(?)을 따라 걸었다.

 

동네골목에 소박하게 앉은 평양만두전문점 '하단'

우리는 메밀냉칼국수와 녹두전을 시켰다.

이미 동네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하단'의 메밀 냉칼국수는

특이하게 칼칼한 청양고추가 들어가 있었는데 메밀의 식감과 감칠맛이 끝내주는 곳이었다.

다음에 이 근처 갈 일 있으면 또 가서 먹을 테야!!

 

근데 음식 사진은 정말 맛나게 먹느라 미처 생각을 ㅠㅠ

 

맛있는 점심을 먹고 희섬정으로 가기전 적어도 나에게는 예정에도 없던

성북구 투어를 지인과 함께 하게됐다.

 

희섬정이 워낙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 사실 이 골목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희섬정 주인이 성북동만의 지역특색을 살리면서도 나름의 고집을 가진 사람들과

성북동에 자리잡은 예술가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어

이 골목까지 나온김에 성북동 일대의 예술대안공간, 문화예술거점가게 등을 돌아보았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하단에서 가까운 오디너리 북스토어!

 

가게 유리창을  활용해 텍스트로 전시가 진행중이라는 건 둘러보고 나오다가 발견했다. !!

 

그렇게 북스토어에 들어서자마자 어머! 이게 뭐야....

저자인 나에게만 책이 와 있던 상태로 아직 오프라인 서점에 배포되기전이었는데

벌써 교토 책이 꽂혀있다니....

 

알고보니 교토에 지도 일러스트를 작업한 분이 바로 이분!!

아~ 소름돋는다... 서로 얼떨떨해 신기방기!!

살다보니 세상이 좁아도 이렇게 좁을 수가.

 

골목길을 걸어 대로변으로 내려가니 대로변의 보호수에 설치미술작품들이~

바로  '성북예술동 의자 프로젝트'가 성북 치안센터 바로 앞 공간에서 진행중이었다.

 

이 나무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스토리가 있는 나무로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고 쉬어가는 휴식의 나무였다.

 

하지만 안내판과는 달리 '휴'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작가들이

의자를 배치하고 쉬어가는 공간이 되도록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그저 그렇게 쉬 지나쳤을 보호수에 깨알같은 재미로 발길을 붙들며 쉬어가라한다.

 

실제로 전단지와 똑같이 만든 의자 실종 전단지

 

치안센터 벽면에도 이 전단지가 휘날리고 있고 또 다른 의자가 쉼을 강요하고 있다.

 

예술이 뭐 거창하고 별건가.

꼭 갤러리에서 전시장에서 치장하고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치안센터에서 길을 따라 내려오니 성북예술장작터에 도착했다.

성북예술동사무소로 불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곳도 전시 중~

 

성북예술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아카이브 형식으로 전시가 진행중이었다.  

 

 

 

 

성북예술동 공간에 정말 다양한 예술 기관들이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1층에는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가

2층에는 성북예술동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는 전시가 오브제 형식으로~

 

 

이런거 정말 좋아~~

성북동 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이야기 잡지!

게다가 마을공동체잖아~~  

 

성북동은 길상사가 전부는 아니었다.

역시 동네주민의 가이드 투어가 아니었다면

여느 골목을 이리도 자세히 보고 다녔을까.

 

성북동은 성북동만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들만의 공동체가 '예술'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이뤄가는 뭔가가 있는

매력을 재발견하게 된 성북동이었다.

 

성북동에  깨알같은 이야기와 깨알같은 볼거리는

지인에게 다시 한 번 성북동 투어를 요청하는 걸로~~

 

그리고 다시 돌아온 희섬정.

1년 사이에 희섬정도 참 많이 변했다.

훨씬 더 오밀조밀해지고 한옥도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근 1년 넘게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았던 내게 그녀의 한 마디!

 

"군대에서 제대한 사람 같아요."

 

하하하하...

ㅠㅠ

 

예리한 그녀는 한 마디 덧붙인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최대한 편안하게 쉬어요~"

 

그리고 희섬정 벽에 걸린 문구 하나.

 

마음에 무심히 툭!

 

내 집처럼 편안한 자세로 떡실신 모드 돌입도 잠시..

 

어느새 오월이가 내 다리를 타고 넘으며 어슬렁거리더니 자리를 잡았다.

 

오월아... 너도 그리워?

 

이랬던 오월이었는데 어느새 청년 오월로 훌쩍~

 

 

뭔가 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있다가

갑자기 할일을 빼앗긴 사람같은 기분도 들고

 

여러가지 의미에서

그녀의 말처럼 '군대 제대'한 만감교의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접어두었던 생각들은 밀린 숙제마냥 한꺼번에 던져지기도하고  

온 열정을 다해 전력투구했던 노력의 성취감이 주는 희열보다

결을 달리하는 공험함이 먼저 비집고 들어와 있어 당황스럽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보다 적극적으로 심심한 날들을 통해

내가 길들인 시간들이 시기적절하게 천천히 사그라들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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