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Life Log

두 번째 책, '처음 오사카에 가는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탈고!

작은천국 2014. 9. 1. 06:30

두 번째 책, '처음 오사카에 가는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탈고!

 

 

 

 

어느 새 한 계절이 훌쩍 지나 뭉게구름은 새털구름으로 변했다.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원고는

두문불출 51일째, 7월에서 8월 한달을 꽉~ 채우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러다가  50일을 채우겠다고 농담처럼 말했었는데

진짜 50일 하고 하루를 더 채울 줄이야..

 

 

뜨거운 여름 내내 도서관에서 매일같이 10시간씩 원고를 썼다.

글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써야한다는 건 가끔은 지독한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 내 엉덩이와 똥꼬는 소중하니까!!!

 

그래도 그런 고통을 참을 수 있는 건 나름은 도서관의 환경이 큰 몫을 하기도 했다.

주민세 6천원을 내고 60만원 이상의 호사를 누리는 것에 매우 감사하기도 하고 ^^ 

 

지난 가을과 겨울 첫 책 '타이완'을 쓸 때에는 아예 집 밖을 나가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한편으로는 낫다 싶으면서도 역시 여름에 원고를 쓰는 건 몇 배의 체력을 요하는 일이긴 했다. 

 

더운 날씨는 생각보다 집중이 잘 안되고 마음이 콩 밭을 헤맬때면

12층에 위치한 도서관 창에 딱 붙어서서 하릴없이 창 밖을 쳐다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책 작업은 온전히 혼자의 몫은 아니다.

때론 어렵게 찾은 홈페이지는 글자가 다 깨져서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혼자 힘으로 도저히 해결 못하는 언어의 벽에 부딛치는 일도 다반사.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첫 경험이 있어서 좀 더 수월할 줄 알았다.

시행착오를 줄이기위해 취재단계에서부터 고민을 많이 했기에

두 번째라 다행이었지만 실상은 두 번째라 더 고달팠다는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처음 책을 쓸때는 거의 '미친 년' 처럼 한 계절을 보냈다.

 

<처음> 이 주는 소리없는 압박감은 상당했고

<처음> 이라 요령이 없어 어찌해야할지 몰랐고

<처음>이라 모든 걸 이를 악물고 그냥 견뎌야 했다.

 

24시간이라는 시간의 관념과 낮과 밤의 경계도 사라지고

자는 것도, 먹는 것도 그냥 본능에 맡길 뿐이었다.

그렇게 지난 가을과 겨울을 보내고 나니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고

방전된 체력은 올 봄 내내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은 일상생활의 리듬을 잃지 않은 채로 작업을 해보기로 굳게 다짐을 했다.

특히 아무리 글이 잘 써진다고 하더라도 밤샘 작업은 절대로 하지 않기로 !!!

 

또한 첫 작업에는 경황이 없어 아예 쓸 생각을 못했던 작업일기도 빼먹지 않고 꼬빡 꼬박 기록해 두었다.

 

작업 진도가 생각만큼 잘 안나가는 상황에서도 작곡 수업을 빼먹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고

결국 원고 막바지에는 방전된 체력으로  집중력이 계속 흩어지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번은 결석을 했지만 그래도 나름은 선전한 것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제 전체적인 이론 공부는 모두 끝냈으니

원고가 끝난 것 보다 작곡 이론이 모두 끝났다는게 내심은 더 반갑다.

 

 

집중력이 흩어지는것을 방지하기위해 웬만해서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집 - 도서관 - 문화센터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차단을 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체력은 점점 고갈되니

하루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피곤에 쩔어 몸을 일으키기 힘들고 눈이 안떨어지는 날에도

한 줄이라고 쓰기위해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했었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오는 바,  

작년 겨울에는 견디다 견디다 못해 결국 긴 머리를 단발머리로 싹뚝 잘랐는데

이번에는 녹초가 되어 손도 꼼짝도 못하겠다고 하면서도

뭔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한 밤중에 가구 배치를 전부 바꾸고 집을 한번 뒤집어 엎는  푸닥거리를 한번 하고나서야

마음이 좀 진정이 되긴 했다. ㅠㅠㅠ

 

그래도 신경을 못쓰는 와중에도 난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꽃을 피웠고

 

행운을 준다는 산세베리아는 올해도 역시 나에게 행운의 꽃을 피워 주었다.

 

처음은 <처음> 이라는 이유로 견딜 수 있었지만

두 번째는 그 <처음> 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더 고달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힘들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을 많이 벗어나지 않고도 

원고 작업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 

 

또한 그 엄청난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건

원고를 쓰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고 또 몰랐던 사실을 알아낸다는 희열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책에 한 줄만 들어갈때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런 내용들이 군더더기라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민한 감각의 촉으로 끝까지 집요하게 파들어 몰랐던 것을 알아낼 때 느끼는

엄청난 희열은 내 수준보다 난이도 높은 수학문제의 해설을 보지 않고 답을 풀어냈을 때 드는 성취감과도 비슷하다.

 

그런점에서 이젠 '일'도 '노는 것'도 '취미'도 점점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시작한다.

 

그러나 항상 조심하고 경계하는 한 가지는 '최선'을 다하지만 '최고'라는 자아도취에 취하지 않는 것이다.

 

글은 잘 쓰질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안 써질때도 버티며 써내는 것이라고 하듯이  

아직은 갈 길이 한참이나 멀었지만 또 하나의 산을 넘은 것에 만족하자.

 

다만 지난 주에 끝내고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주일간 미친듯이 놀아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마지막 체력적인 문제로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 결국은 이번 주까지 원고를 써야하는 통에 

결국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원고 때문에 미룬 일들이 산적해 있어 추석이나 되어야  제대로 쉴 수 있을 듯 하다. 

 

원고가 끝나도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은 스스로 일을 만드는 성격상

내 평생에 언감생신  '노는 날'이 있었던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홀가분한 것 까지는 모르겠고 아직 지도 2개 더 그려야 하고

소소하게 몇 가지 수정할게 있고 디자인 들어가면 수정고를 다시 써야하기에

 긴장감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곧이어 '교토' 원고를 시작해야 하지만

 

일단 '오사카'는 마침표를 찍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

신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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