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한미 사진미술관] 사진, 사진가, 사진 심리학자의 라운지 토크

작은천국 2014. 8. 28. 06:30

[한미 사진미술관] 사진, 사진가, 사진 심리학자 라운지 토크

 

 

 

한미 사진미술관에서 김옥선 사진작가의 나무를 주제로 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걸 신청할때만 해도 원고 작업이 끝날 줄 알았다. ㅠㅠ

 아직 미진한 부분들이 조금 남아 있어  

 다른쪽으로 에너지를 쏟을 때가 아니라 가야할지 취소를 해야할지 고민을 했었다.

 

두문불출 45일이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체력도 작업에너지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은

뭔가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갈구하고 있기도 했고

통상적인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작가와의 대화'가 아닌

사진 심리학자가 함께하는 라운지 토크가 어떤지 내심 궁금하긴했다.

 

하늘의 구름이 3D 영상처럼 보이는 모처럼 맑은 날씨는 절로 기분을 들뜨게 한다.

특히 한미미술관은 20층 건물의 맨 꼭대기에 있어 기분 전환을 하기에는 그만이다.

 

 

김옥선 사진작가와의 대화를 사진 심리학자 신수진씨가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김옥선 개인전 <The Shining Things 거기 있음에>

 4×5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작가가 바라 본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나무를 통해 사람을 본다는 김옥선 작가의 전시 노트

 

전시 제목... 참 마음에 들었다.  

 

 

김옥선 작가는 그동안의 작업은 '사람' 에 관한 내용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소재가 사람과 전혀 다른 '나무'로 옮겨간 것이 다소 의아하다 싶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자리에 있는 존재만으로,

거기 있음에 찬란한 빛을 발하는 존재로서의

'나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의인화 된 존재로 '사람'을 느끼게 했다.

 

어찌보면 굉장히 이질감이 있지만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그것이 인물이든, 나무이든 동일선상에 있었다.  

 

 

AT studio 에서 지난 2012년에 한 해 동안 '같은 소재, 다른 주제'를 통해

같은 소재를 작가마다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강의를 했었다.

 

그때 '인물'편에서 이 사진을 본 적이 있었고 워낙 많은 작가들을 다루다보니

사진만 기억하고 작가이름은 기억을 못했는데

바로 이 사진을 찍은 김옥선 작가였다.

 

 

이번 토크가 생각보다 좋았던 것은

 그동안 작업한 작가의 포토폴리오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점이었다.

 

이번 전시 작품은 몰론이고 그동안 작업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한 개인의 작업 방향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느껴져서 좋았다.

 

기존의 작업들 중 일부는 작품집으로 발간된 것이 있어 전시뿐 아니라 더 많은 작품을 보면서

조금 더 작가를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다시 나무로 돌아가서,

제주에 20년을 살면서 나무를 찍기 시작한 것은 불관 3~4년 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만큼 나무와 교감이 쉽지 않았다고 하며 이제서야 비로소 조금 보이고 들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진에 감정을 투사하거나 미학을 드러내기보다는 

전시노트에 적고 있는 것처럼 객관적인 대상으로 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몇 번을 곱씹었는데 문맥상으로는 이해가 충분히 되고  개인전 사진들도

그런 점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도었지만 

가슴으로는 일정 부분 이해가 안되서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사진이라는 매체가 마냥 객관적일수만 있는가? 라고 했을 때

나는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생님과 토론을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다.

 

 

소재가 '나무' 인 것에 대해 사진 심리학자인 신수진씨가 소재주의에 대해 따끔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누군가가 어떤 소재로 인기를 얻는다고 하면 유행처럼 모두 카메라를 둘러매고 찍으러 간다고.

마치 배병우의 소나무가 내 소나무인양..

 

그렇다. 그 지점에서 '작가'의 정의가 내려지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인지

예쁜 걸 그냥 예쁘게 찍은 것인지..

 

그런 점에서  나무는 김옥선 작가에 의해 전시제목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이 난다.

 

한미 사진 미술관에 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디피도 정말  환상이다. !!!

 

그 수많은 나무사진 가운데 유일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오던 나무 한 그루.

그동안 규격에 익숙했던 내 눈에 비친 4*5의 크기들은 신선했고

무엇보다 작가의 프레임 구성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마침 어떤 분이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작가는 초기 작업들은 멀리서 바라보았다면 최근 작업은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그 얘기를 듣고 있으니 문득 피사체 시점에 대한 변화는 거의 비슷하게 변하는가 싶었다.

대체로 거시적으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미시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듯하다.

 

또 하나, 사진 심리학자는 사진가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의미를 부여하며 작업을 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작품을 보고 관객은 무얼 생각하는지에 대해 더 관심사를 두고 있다는 말은 좀 뜻밖이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 보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을 좀 해봐야 할 듯하다.

 

이 모든 것들은 지금은 쉬고 있는 개인 작업의 일환인지라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혹은 작품을 보면서도 내내 머리속은 내 작업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작가가 작업을 할 때는 주제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한 부분만을 보고 작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전체 작업을 놓고보면 그제서야 주제가 드러나기도한다.

 

그래서 일단 찍어야 한다.

 

 열심히 쓰다만 작업노트가 먼지 쌓인 채로 어느 시점에 멈춰있다.

그런데 머리 속은  어느 새 그 시점을 이미 지났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의미들이 가지치기를 시작한 것 같다.

 

김옥선 작가의 이번 개인전 '나무'의를 보고 나니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결국, 김옥선 작가는 자기의 작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내 작업으로 듣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은 맑고 구름은 총총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