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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읽기로 세월호의 먹먹함을 달래다.

작은천국 2014. 4. 29. 06:30

[책리뷰] 책 읽기로 세월호의 먹먹함을 달래다.

어른되기의 어려움/ 길/ 아주 사적인, 긴만남/ 버리고 떠나기/ 작가수업/ 미안해/

노란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대한민국이 몇 날 몇 칠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한 치 건너 두 치라고 당사자의 심정을 어떻게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겠는가. 

그런데 세월호 관련 뉴스만 보고 있으면 핑도는 눈물을 어쩌지 못하겠다.

 

절망 속에서는 눈물만이 희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만큼은 할 수 있는게 눈물밖에 없어서 더 절망하게 된다.
그래도 어딘가에 있을 한 줄기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우울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동안  '시간없고 여유없음'을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책들을 집어 들었다.  

 

아주 사적인 책 읽기로 세월호의 먹먹함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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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이 어수선하고 힘들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법정스님의 책이다.

도서관에는 법정스님의 책만을 따로 서가대에 마련해 놓고 있었는데 제목이 딱 눈에 띄어 바로 집어 든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세상에 없는 그 분과 단 둘이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때론 진지하게, 때론 스치듯 지인들과 나누었던 대화들을 귓등으로 흘려 들었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김질 되며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속내를 들킨 것 마냥 부끄러웠다.

 

1993년에 1판 1쇄였으니 딱 20년이 된 책이다.

그 후 9년만에 개정판을 내고 다시 9년동안 29쇄 그리고 법정스님의 유지로 절판되는 마지막 책이다.

 

 

'버리고 떠나기'는 그 세월의 무게도 무게였지만 글이 가진 깊이감은 

법정스님의 다른 책을 읽었을때보다 이번에는 꽤 크고 깊숙하게 들려왔다.

 

언젠가부터 마주하고 있는 고독이 색깔과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난 뒤

진정한 홀로있음이야 말로 자신의 영혼을 키우는 순간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잃어가고 있는 생기는 타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니 항상 올바른 생각으로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항상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고 그래서  일을 '놀이'처럼 해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한편으로는 다소 진지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하는 오만한 생각이 있었다.

 

재미가 사라지고 난 일에서 느끼는 것은 에너지 고갈과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뿐이었다.

그걸 온 몸으로 혹독하게 겪어내고 나니 이제서야 비로소 그 '즐거움'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십분 이해하겠다.

 

 

수 많은 만남과 마주침 속에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 이라는 명쾌함.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류시화 시인을 새삼스럽게 만난다.

 

철학자이자 시인이자 문명 비평가이자 내적 사유인인 박이문 교수의 산문집 '길'

 

"길 위에 서 있는 것은 운명도 아닌 삶의 궤적일 뿐이지만,

우리는 숱한 길들을 걸으며 우연과 운명의 무늬를 삶속에 새 긴다."

 

길 위에서 쏟아놓은 수많은 사유들이 '나의 길'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 분 역시 인연에 대해서 다른 방식의 설명으로 언급하고 있다.

 

우연이 가져오는 나비효과는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날아가서 닿을 지 알 수 없다.

심지어는  씨를 뿌린 당사자는 자신이 씨를 뿌린 것 조차 알지 못한다.

제대로 된 '인연' 이란 부지불식간에 '다른 쪽에 결정적인 자국을 남기는 것'

그래, 그런 것이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통해 결정적인 자국을 남기는 인연이야 말로

진정 행복한 인연이자 축복이겠다.

 

서로 다른 듯 닮은 두 이야기 속에 맥락은 어느 새 하나로 흐르고 있다.

 

 

거의 편지를 주고 받지 않는 요즘이지만

편지가 가진 감성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해외 여행을 가게되면 마음에 담고 있는 이들에겐 더러는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물론 나에게 기념엽서는 필수다.

그냥 내가 좋아서, 내가 좋자고 보내는 편지이건만 

이젠 '편지'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되다 보니 

때때로 괜한 짓 하는 건 아닌가 하는 후회를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편지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온 정성을 다해 또박또박 글을 적어내려가고

낯선 우체국에 들러 우표를 사고 그 우표에 풀을 바르는 순간 묘하게 와 닿는 설레임과 떨림.

그 찰나의 순간에 오롯이 혼자만 맛봐야 하는 절정의 행복감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건 편지를 보내 본 사람만이 알 뿐...

 

보낸 이메일도 취소버튼만 누르면 그만인 세상에서

편지가 우체통에 툭! 하고 떨어지는 순간

후회해도 이미 소용없다는 건 정말 아찔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편지'에 대한 자괴감에 그 설레임을  애써 잊어버렸는데 

이렇게 다시 '길'을 통해 떨림과 설레임을 다시금 느껴본다.    

 

 

배고파 본적 없는 사람이 어찌 배고픔의 처절한 고통을 알겠는가? !!!!!

세월호 사태를 바라보는 참담한 심정이 어찌 이와 같지 않을까?

인간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서 가능하다는 말에 왜 위정자는 번번히 해당되지 않는걸까?

 

한 평범한 생활인의 끊임없는 성찰과 성작의 기록이 담긴 이수태 에세이' 어른되기의 어려움'

 

작가는 프롤로그에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그려낸 세계가 단지 나만의 세계가 아니라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어딘가에서 숨죽이고 있던 동류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세계라는 사실은 은밀한 기쁨이기도 했다. "

 

최근에 불교 관련 다른 책을 읽다가 눈에 밟힌 '제행무상'을 뜻밖에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제행무상은

사람도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변하고, 사람의 행위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며

변한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움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 철학에 대해서는 나름 많은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생각해보니 마음으로 이해한게 아니라 그저 암기만 하고 있었나 보다.

 

삶이 공허하고 외롭다는 것을 아는 것도 큰 지혜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처럼 중간 중간 눈에 띄는 문장들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던 책이니

이만하면 프롤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는 은밀한 기쁨에 나도 동참한 셈이겠다.

 

가장 흥미롭게, 그러면서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가수 루시드 폴과 시인 마종기의 편지가 담긴 '아주 사적인, 긴만남' 이다.

 

1939년 생인 시인 마종기, 1975년 생의 루시드 폴,

마종기에 대한 팬심이 촉발되어 둘 사이의 희미한 교집합이

36년간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그들이 나눈 아주 사적인 대화는

서로의 '사이 존재'를 통해 확장되고 깊어지고 있었고 나는 어느새 그 대화에 동참하고 있었다.  

 

타인에게 온 가슴을 활짝 열어 자신을 여과없이 솔직히 드러내며

서로의 작업에 무한한 애정과 더불어 이뤄지는 진정한 소통이 질투날만큼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국에서 오래 산 마종기 시인은 곳곳에서 삶의 궤적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은 '기본'에 충실해야하고 '진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세월호를 통해 대한민국의 덜 된 민낯을 그대로 보고 있자니

나 자신부터 기본이 잘 되어 있는 것인지 뒤돌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작업이 힘들고 잘 안 풀릴때면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을

많이 따라하는 편인데 '작가수업'은 글쓰기에 대한 내용만 골라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작가 수업' 이라고 해서 다른 일반적인 책처럼 글쓰기에 관한 방법이 담긴 책은 아니다.

직접적인 방법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글쓰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 

1934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로 큰 차이가 없는 스테디셀러이다.  

 

이 곳에도 등장하는 일을 잘하고 싶으면 즐기라는 말!!

진리는 하나로 통하고 있음이다.

 

"작가는 책 한 권을 쓰느라 몇 달을 보내며 자신의 진심을 쏟아 붓지만

그 진심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  어머나.. 서머셋 몸도 이런 생각을 했었나..

 

오로지 내 에세이로만 채운 책은 아니었지만

책 한권을 쓰기위해 치뤄내야 했던 소용돌이가 있었던지라 이 문장이 그냥 가슴에 팍!!!!!

 

머리를 감는 것도 거추장스러워 견디다 못해 머리까지 잘라야 했던 지난 겨울,

두 번째 책이 기다리고 있지만 몸을 혹사하는 것도, 머리를 자르는 괜한 짓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은 성장한 듯하다.

 

그래도, 서머셋 몸의 말은 100% 동의 할 수 없다.

작가가 진정으로 진심을 쏟았다면 그 진심은 언젠가 다른 누구에게 닿아 꽃을 피울 것을 믿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상가 간디가 그랬던 것 처럼.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자신을 끊임없이 아주 철저하게 탐색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책에서 진지하게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흥미롭게 와 닿았다.

 

무턱대고 아무 서가대에 서서 책을 뽑아 들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눈에 띈 박진영의 미안해.

'공기 반, 소리 반' 이라는 말이 화제였던지라 문득 그의 생각을 보고 싶었다.

 

일단 책의 편집이 다소 신선했다.  자신의 그림일기를 책에 넣겠다는 상상을 하다니.. 역시~

 

 

자신에 대한 철저한 사유과 고민들을 통해 인간 '박진영' 이라는 사람에 다가 서고 있는 듯하다.

 

1999년 자신이 가장 혈기왕성한 20대의 마지막 생각이 담겼다고 쓰고 있는데

15년이 지나 40대 중반에 이른 그가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몹시 궁금해졌다.

 

누군가 필요없을 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20대에 하다니....

 

그에게서 발견한 의외성....

백만불 짜리 노을이라... 멋지다.

 

비틀즈 앤솔로지라는 엄청, 대박, 두꺼운 책을 보려다가

그들의 에피소드가  DVD로 나와 있어서 빌려왔다.

 

총 5편에 비틀즈의 모든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비틀즈 앤솔로지...

책이 워낙 두꺼워 DVD를 먼저 보긴 했는데 인터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DVD는

한국어 자막이 없어서 대충만 알아들었던지라 나중에 시간나면 책으로 다시 읽어야 할 듯하다.

 

그리고 책 장 넘기기가 싫어서 정말 아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읽었던 노란 화상표 방향으로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길에 대한 여행기로

이미 읽은 줄 알고 책장에 1년 넘게 꼽아만 둔 책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걷는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넓고 깊음이 다를 뿐

같은 생각과 같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나는 여전히 산티아고를 다시 걸어야 했고, 그 생생한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아

책장을 넘기는 것 마저도 아까웠던 책이다.

이 책은 따로 리뷰를 할 생각이다.

 

아예 아까워서 읽지도 못한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내가 주문한 적도 없는데 내 이름으로 택배가 와 있었다. 열어보니 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지인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멋진 책을 보내왔다.

 

간결한 문체에 담긴 작가의 마음이 꾹꾹 내려앉았다.

 

보다시피 최근에 책을 쌓아두고 보고 있던지라 대략의 내용만 파악하기 위해 촤르르륵 넘기는데...

한참을 꼽씹을 수 밖에 없는 문장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어다. 

 

여기서도 등장하는 '인연', 갑자기 요즘 나에게 화두처럼  던져진 '인연' 이다.

 

곳곳에서 다른 목소리를 통해 하나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인연' 이 예사롭지 않은 건,

세월호가 불러 내 온 내 마음의 자국이겠다.

 

 변종모 작가의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모처럼 아껴두고 조금씩 조금씩 꺼내고 싶은 책으로 단숨에 등극했다. 

 

인연이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책과 만나는 또 다른 인연이 내 앞에 와 있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생겨서 자주가던 홍대의 마포 도서관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정관용도 울고 손석희도 울었던 날은 마음이 너무 착잡해져서

일부러 집 가까운 도서관을 놔두고 몇달 만에 버스를 타지 않고 홍대까지 터벅터벅 걸어갔다.

 

마침, 책의 날이라 도서관 사서들이 직접 만든 책갈피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허허로운 마음에 온기가 돈다.

 

더 이상은 비상식적인 사회의 문제로 인해

전 국민이 울분을 토해야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일로 인해 책 읽는 시간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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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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