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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여행] 절대로 혼자가면 안되는 교토 벚꽃여행

작은천국 2014. 4. 11. 06:30

[교토여행] 절대로 혼자가면 안되는 교토 벚꽃여행

 

 

 

교토 벚꽃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숱하게 본 벚꽃을 다 합쳐도 설명이 부족했던 교토 벚꽃여행.

고작 3일의 짧은 교토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토땅이 꺼지도록 한숨이 가시지 않았던 교토 벚꽃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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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토여행은 두 번째 책 출판을 앞둔 사전 취재여행이라  

딱히 '여행' 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멋진 풍경 그리과 황홀한 광경을 혼자 보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

고문이 될 것이라고 상상은 했었지만 정말 상상을 초월한 모진 고문이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그랬다.

기쁨의 속성이 '누군가와 나누는 것'이 전제가 된다는 것을

교토에서 벚꽃을 보고서야 알게되었다. 

 

다른 시즌은 몰라도 교토 벚꽃시즌에는 누군가가 혼자 여행을 간다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을 만큼...

절대로.. 절대로. 교토 벚꽃 여행은 혼자 가서는 안된다!!!

 

왜냐고? 교토의 봄, 만나보자.

 

 

 2014년 4월 11일 오늘의 명장면에 선정되었습니다.  

 

 

 

사람 발길 붙드는 철학의 길.

 

교토의 봄은 어디가 포인트라고 하고 말고도 없지만 '철학의 길'을 빼놓을 수는 없겠다.

 

월요일 새벽 밥 먹고 서울을 출발해 오후3시경에 도착한 철학의 길..

 

이번 여행은 '벚꽃 사진' 이 목적이었기에 사람들이 없는 둘째 날 이른 아침에 이 길을 걸을 생각이었지만

교토의 벚꽃이 얼마나 대단한지 눈으로 확인을 해보고 싶어 일정을 바꾸어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었다.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내내 사진으로만 보던 길과는 한 차원이 다른 벚꽃의 명소였다.

 

길이 약 1.8km의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벚꽃 터널길은

일본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즐겨 산책하던 길이라고 해서 '철학의 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나 역시  '산책'을 좋아하기에 이 길에 대해 몹시도 기대를 했었다.

 

 이 맘때 즈음이 '철학의 길'이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한 만큼 

기대했던 것 이상의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벚꽃이 주는 시각적 자극과 넘치는 사람들로 인한 청각적 자극은

'생각'이라는 것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만큼 요란했다.

 

  이렇게 화려한 봄 날.

벚꽃 반, 사람 반으로 온통 어수선한 이 길을 걸으며

과연 철학자는 어떤 생각을 떠올렸을까 몹시도 물음표를 달고 싶어졌다.

 

아마도 그 교수님은 봄에는 사색을 접으셨을게야.... ㅎㅎ

 

수로를 향해 늘어선 수양벚나무의 황홀한 자태..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도착한 첫 날부터 걷는 내내 '아~~'   '아~~~~~'   '아~~~~~~~'

입을 못 다물정도로 감탄사가 연발하는 풍경이었다. 

 

 

벚꽃아래 먹고 마시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 교토의 하나미가 몹시도 어색하다.  

 

어둠은 서서히 내리고 기온을 거쳐 아사카 진자에 도착했다.

벚꽃아래서 피크닉을 즐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하나미 ' 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아사카 진자를 지나 마루야마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입구에서부터 즐비한 포장마차, 환한 불빛, 소란스러움의 삼박자가 골고루 갖춘 '하나미'

벚꽃이 뭐라고... 이 벚꽃 나무아래서 이러고 있나 싶어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교토 사람들은 하나미를 즐기며 먹고 마시고

여행객들은 이런 교토 사람들의 하나미 풍경이 신기해 연신 사진을 눌러댄다.  

 

그리고 유독 환한 불을 밝힌 벚꽃 나무 한 그루.

시다레자쿠라(수양벚나무)는 교토 벚꽃놀이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 주변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은 둘러 앉아 짝사랑에 빠진 사람마냥 하염없이 시다레자쿠라를 쳐다보고 있고

또 한무리의 사람들은 환한 불 빛 아해 하얗게 빛나는 벚꽃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혼자 오니 저 사람들 많은 가운데 혼자 자리차지 하고 앉아서 뭘 먹기도 청성스럽고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고약한 녀석을 달래느라 포장마차에서 파는

'오무소바'를 꾸역꾸역 먹고 있자니 울컥!!!!!  

 

벚꽃 이불을 덮은 교토에서의 황홀한 첫날 밤.  기온 신바시

 

 숙소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다소 애매한 시간이라

별 기대없이 근처의 기온 신바시로 향했다.

기온 신바시에 들어서는 순간.

천 년의 수도였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기온 신바시는

마루야마 공원에서 뿜어져 나오던 감탄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물 맑은 교토의 시내를 유유히 흘러가는 강을 따라

수 백년의 마차야들이 줄 지어 늘어서 있고

벚나무와 수양버드나무가 오묘한 조합을 이루는 광경은

타임머신을 타고 교토가 수도였던 헤이안 시대 어느 곳으로 데려다 놓은 듯 착각이 들었다.

 

벚꽃시즌에는 기모노를 차려입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기모노 입은 일본사람들을 처음 본 것도 아니지만

그녀들의 모습이 참 곱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양쪽 거리의 하늘을 온통 덮고 있는 기온 신바시의 벚꽃나무.... 

사실, 철학의 길도 좋긴 했지만 벚꽃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음~~ 좋긴 하네' 이 정도였다. 게다가 마루야마 공원의 하나미는 정말 아연실색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기온 신바시에 들어서는 순간,

하늘을 뒤덮고 있는 벚꽃이불을 보니 땅을 베개삼아 그냥 드러눕고 싶었다. 

아!!!!! 왜 사람들이 교토의 벚꽃, 벚꽃, 벚~~~꼬~~~옷!!!!  이라고 하는지..

기온 신바시에 오니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날만큼 울렁거렸다.

 

카메라 렌즈 16~35mm의 광각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뒤덮고 있는 벚꽃을 도저히, 도저히 담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친 척 하고 핑계삼아 사진찍는 것을 가장해 땅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아이고... 내 세상이 따로 없구나..

 

 

낭만열차가 그리움을 안고 달려온다. 

 

둘째 날은 교토 북서쪽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덴류지를 보기위해 아라시야마로 향하 는 길.

 

이 열차에 대한 정보가 없어 출발 하루 전날 무려 3시간에 걸쳐 폭풍 검색을 한 끝에 찾아낸 란덴열차!!!!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이었고 검색을 위해 시간투자를 한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우연히  차 안에서 밤 벚꽃을 함께 보았던 어느 봄 날의 그리움 밀려왔다.  

 

おげんきですか   わたしは  げんきです.  

 

세계문화유산 덴류지 정원이 선사하는 고품격의 봄 

 

교토 역시 조금 일찍 찾아온 봄인지라 교토에 벚꽃이 만개가 지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아라시야마에는 만개가 지났다는 느낌이 확연이 들었지만

상상만으로도 그 봄이 어떠하였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던 덴류지 정원의 봄은 감동이었다.

 

게다가 이끼로 뒤덮힌 언덕에는 엄청난 진달래 군락이

 

종이로 접어 놓은 것 같은 매화꽃이

 

그리고 동백이 함께 하니 그야말로 봄. 봄. 봄 이었다.

 

 

아라시야마 대숲을 누비고 다니는 잘 생긴 젊은이들은 유쾌했고

 

하늘 찌르며 높이 솟은 대숲은 익숙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나이를 먹어 가고 있는 게이샤는 화려하면서도 묘하게  슬펐고

 

호느 강을 따라 흐르는 도게츠교 너머 벚꽃이 가득한 아라시야마 공원의 한가로운 봄이다.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진짜 볼 수 있는 것. 료안지의 봄. 

 

어디에서 보건 15개의 돌을 전부 한 눈에 볼 수 없다는 료안지.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굳이 돌의 갯수를 세고 있다. 

그것과 무심한 벗 나무 한 그루 그런 인간을 지켜보며 유유자적하다.  

 

 

  그런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욕망에  방장 뒷편에 놓인 돌에 새겨진 

'오유지족(吾唯知足)' ,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함을 알라'  라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교토의 봄에 매료된 심난한 마음과 들끓어 오르는 마음이

료안지에서 위로 받고 갈 줄이야. 

 

 

아름다워서 너무 슬펐던 도지의 밤.

 

벚꽃이 유명한 도지는 벚꽃 시즌에 특별히 라이트업을 시행하고 있다.

딱 3일 머무르게 되는 밤, 수 많은 라이트업 중에 어디를 골라야 할지는 상당히 골치아픈 일이었다.

처음부터 계획에는 없었던 도지의 라이트업.

 

우연히 검색을 하다 구글에서 발견한 일본 블로그에서 본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찾아간 도지. 

 

라이트 업 시즌에 찍은 도지의 사진은 교토관광을 대표하고 있는 얼굴이 되고 있을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내가 끌린 것은 결코 이런 사진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물가에 비치는 반영이 주는 매력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메라를 2개나 가지고 있어서 삼각대는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힘들더라도 삼각대를 챙겨오지 않은 것을 도지에서 엄청 후회해야 했다. 

  

  

물고기의 몸짓 한 번에 호수가 일렁이며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피속을 돌며 심장을 한 바퀴 돌아나가는 동안 온 몸이 뜨거워졌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걸 나는 이제서야 인정하겠다.

 

가만히 물에 비친 탑의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무영탑으로 인해 생을 마감해 버린 아사녀의 절절하고 애절한 사랑에 가슴이 저려온다.

백제 불교 미술이 이곳 도지에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이 괜한 것이 아니었어.

 

도지는 여느 곳과 달리 라이트업의 겉모습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도지의 밤이다.

 

엄마, 아버지!! 내년에 꼭 같이 교토 벚꽃 보러와요~.  헤이안 신궁.

 

엄마가 이번 취재 여행에 동행하고 싶다고 했었다.

생각보다 교토는 많이 걸어다녀야 하는 곳이라 무리가 될 것이라고 했고

내 말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따라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셋쨋 날 아침. 헤이안 신궁에 도착했다.  

 

그리고 신엔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아!!!   억지로라도 부모님 모시고 올 것을.....

온통 수양 벗나무가 가지를 축축 늘어뜨리고 있는 남다른 모습이라니... 

이 기막힌 것을 못 보여 드리는 것이 이다지도 안타까울 줄이야..  

 

이 풍경을 내년에 꼭 부모님 모시고 와서 보여드리고 싶은데 가능하겠지.. 가능할꺼야...

 

교토의 봄은 참... 황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봄을 혼자 만끽하는 것이

그들과 상관없이 그저 내 마음이 참으로 미안하게 만들고 있다.

 

 

헤이안 신궁을 지나 오카자키 공원과 교토 동물원의 만발한 벚꽃 사이로 유유자적한 뱃놀이~~ 

 

바람 불면 벚꽃 잎이 흩날리는 벚꽃엔딩에 눈물도 흩날리더라. 난젠지의 봄.

 

난젠지 가는 길에 만난 비와코소수기념관이 이런 경치를 자랑하고 있을 줄이야~

 

이곳의 벚꽃은 이미 절정을 지나고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도저히 벚꽃엔딩은 사진에 담아지지가 않았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봄이 분주하다.

 

봄은 젊은 연인들에게만 낭만과 추억을 누리는 전유물의 계절은 아니다.

 

바람이 분다.

벚꽃이 눈처럼 후두두둑 떨어진다.

갑자기 주책맞게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진다.

아...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거대한 숲길을 걸어 난젠지 가는 길의 고즈넉함이 따라온다. 

 

난젠지를 유명하게 만들고 있는 거대한 로마 수도교 모양의 소스이바시.

비 오면 또 다른 풍경을 기대해도 좋을 곳일 것 같았다.

 

그동안의 경치에 홀려 난젠지를 소홀하게 대접했나 싶어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난 여기있는데 그대는 어딜 보고 있나요?

 

눈처럼 소복이 내려 앉은 가볍디 가벼운 벚꽃은 땅으로 내려와서도  바람이 불때마다 일렁인다.

 

무엇이든 극단적인 것은 병들기 마련이다. 청수사의 봄.

 

5년 전의 교토와 비교해서 가장 많이 관광지스러워진 청수사.

하지만 그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역시 인위적인 붉은 색의 화려한 서문보다

소박한 자연스러움이 더 화려하게 느껴진 수양벚나무였다.

 

꽃이 없는 곳에는 사람이 화사한 꽃이 되었다.

 

연애와 결혼을 성취하게 도와준다는 지슈신사의 코이우라나이노이시 돌 앞에

오늘도 많은 이들은 눈을 감고 걸으며 마르고 닳도록 돌을 문지른다.

 

운명의 인연과 연을 맺어 본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관계의 노력없이는 부질없는 것임을 ...

 

 

교토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청수사의 오쿠노인에 서서 교토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의 노을을 만끽한다.

 

 

 옛날에는 정면으로 보이는 엄청난 높이의 키요즈미데라 본당에서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뛰어내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죽하면 큰 결심을 했다는 것에 빗대어 '기요미즈의 본당에서 뛰어내릴 각오다.' 라고 한단다.

 

과연, 세상에 무엇이 사람의 목숨과 바꿀 만큼 가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무엇이든 극단적인 것은 병들기 마련이다.

 

청수사 라이트업을 기다리는 한 시간 내내 어지러운 상념은 허리 통증 앞에 자취를 감추었다.

 

허리 통증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랄 즈음 드디어 시작된 청수사의 라이트업.

 

 

이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조용한 아침에 찾고 싶었던 청수사를

맨 마지막 일정으로 바꾸었고 좋은 포인터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무려 한 시간을 서서 기다리는게 전혀 아깝지 않았던 청수사의 라이트 업이었다.

 

생각보다 빠듯하게 다녔던 삼일이었던지라

아마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이렇게까지 돌아보긴 힘들었을거라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서울 벚꽃과 뭐 그리 다르겠냐 싶었던 교토의 벚꽃은

규모도, 차원도 달랐고 상상을 초월했다. 

 

천년고도 교토의 봄은 과연 듣던대로 황홀했고

어느 봄 날에 품었던 그리움이 밀려왔다.

 

이 좋은 걸 함께, 같이 누릴 사람이 없다는 건 제무덤을 파는 격이다.

그러니 교토의 봄은 혼자 여행가는 건 아무래도 좋지않아~~~

 

 

18930

 

 

 

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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