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Japan

[도쿄여행] 조용필 일본공연과 함께한 1박2일 도쿄여행

작은천국 2013. 11. 11. 06:30

조용필 일본공연과 함께한 1박2일 도쿄여행

 

 

 

무려 15년만에 이뤄진 조용필 일본공연.

10년만에 발매한 조용필 19집 앨범 헬로 hello 의 성공으로

한류 1세대인 조용필님이 다시 일본을 찾았다.

 

지난 2007년 호주 공연 이후 오랫만의 해외공연으로

공연도 보고 여행도 하는그야말로 조용필 일본공연과 함께한 일본 신사유람이었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이나 팬미팅의 주요 장소로 사용되는 도쿄 포럼홀에서 이뤄진

조용필님 공연은 2013년 Hello 투어의 연장선상에 있었기에

헬로 in 도쿄라는 공연 타이틀로 국내 어떤 공연보다 알차고 훌륭했으며

한류 1세대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공연이었다.

 

 

조용필님 일본 공연이 목적이었던 짧은 1박2일 도쿄여행. 

도쿄 지하철 노선도 한 번 보지 않고 그야말로 아무런 준비없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일본 지인 덕분에 별 고생안하고 추천 스팟 알뜰히 보며 그 어떤 여행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여행이었다.

 

조용필 일본 공연과 함께한 1박2일 도쿄여행 프롤로그로 먼저 만나보겠다.

 

 

인천 공항철도 첫차 오전 5시 31분을 내 생전에 타게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공연 시간에 맞춰 도착해 공연만 보고

다음 날 아침 먹고 서울로 바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동행한 지인도 있고 사람마음이란게...ㅎㅎ

 

그래도 도쿄를 갈때쯤에는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줄 알았다. 적어도 한 달전에는...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법이없다고 비몽사몽의 시간은 한 달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여러 가지 일들은 차곡차곡 밀어닥치고 있고  정신차리고 보니 일본 공연 하루 전..

 

이러다 일본가서 뻗겠다 싶어서 수요일 오후부터는 좀 쉬어주긴 했지만

밤 낮 뒤바뀐 요즘 생활로 인해 잠을 청할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하는 부담감으로

겨우 2시간 자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죽을 맛이긴 했다.

 

누구는 이 시간에 잠 들고 누구는 이 시간에 깨어나는 타임이다.

 

그래도 공항에서 일출을 보게되니 비로소 여행을 가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번 도쿄여행은 워낙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여행 준비고 뭐고 할 상황도 시간도 전혀 없었다.

 

친구도 도쿄가 처음이고 나보다 더 여행경험이 없는지라

일본 지인에게 사정이 이만저만하니 1박 2일 일정을 짜달라 부탁을 했다.

 

 "아마 비행기 안에서 여행자료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정신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당신이 가라는데 가고 보라는데 보고 먹으라는거 먹고 올 것이다!"

 

선전포고에 가까운 선언에

 

"가는 날은 오후에 6시 30분에 공연을 봐야하니 시간 넉넉하다고 여러 가지 일정을 절대 잡아서는 안된다.

 조용필님 CD를 음반매장에서 사고 싶으니 CD를 살 수 있는 곳도 일정에 넣어달라." 는

 

단서조항까지 붙이니 일본 지인 왈,,, '그냥 웃겠다.'  해주셨다.

 

나의 여행 스타일, 성향, 매운거 짠거 못 먹는 거 까지 알뜰 살뜰히 알고 있는 지인은

예상시간, 지도, 필요경비까지 다른 것 아무것도 볼 필요없을 정도로

누가 관광청 직원 아니라고 할까봐 직업 정신 발휘해

퍼펙트하게 만들어서 하루 전날 보내왔다.  아~~ 완전 감동.....

 

나가사와 유즈루씨~~~ 땡큐!!!!

 

여행사에서 도쿄관련 여행자료를 2권이나 줬다며 친구가 내민 자료를 펼쳐보니..

이건 뭐...  이거 하나들고 배낭여행가라고 하면 죽어도 못가겠다싶을 정도로 몹쓸자료들이 ㅠㅠ

 

한 달 내내 여행 자료때문에 머리가 터져나갈 지경이라 일정이고 뭐고 쳐다보는 순간

토 나올것 같아서 대충 예상 시간과 어떤 곳을 가는지만 훓어보고 덮었다.

 

도쿄 여행은 외항사인 JL 항공 이용했는데 우와~~~

숱한 해외여행에 이런 기내식 처음이었다. ㅠㅠㅠㅠ

샐러드도 과일도 하나 없는 달랑 소라빵 하나....

기내식에 별 취미가 없기는 하지만... 한숨 나오는 기내식이었다.

 

비행기 탈 때만 해도 1박2일 여행이라 카메라 외에는 짐도 없고 해서 앞자리에 앉아서 일찍 움직여보자고 했지만

친구 역시 며칠동안 잠을 못잤다며 한 달 내내 쪽잠을 자고 있는 나보다  더 멘붕 상태였다. 

 

 에도 박물관을 관람을 하고 도쿄 포럼홀이 있는 유라쿠초역으로 가는 일정이었으나

둘 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바로 공항버스타고  도쿄로 고고씽~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지만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우산을 가지고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됐다.

 

혹시나 싶어 일본 지인에게 물었더니 시간대별 일본 기상청 일기예보를 캡처해서 보내면서 하는 말이

 

"12시경에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니 그때쯤에는 비가 그친다. 그러니 우산은 가져오지 마라" 고 했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니 밖은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고 도쿄는 다 와가는데

 진짜 12시에 비가 그칠까 걱정이 되긴 했다. 

 

일본 기상청 믿을만하나 괜한 의심이 슬금슬금...

 

그런데 이게 웬일 도쿄역 도착 12시 10분... 거짓말 처럼 비가 뚝 그쳤다. 완전 대박...

이렇게 해서 예정에도 없이 바로 도쿄역에 발을 내 딛었다.

 

이제 어디로 가서 뭘 먹어야 하나? 일본 지인은 도쿄역 지하의 라면거리를 추천했다.

 

 

 

 

도쿄역 지하상가... 진짜 엄청났다..

삼성역 지하상가 같은 분위기인데 어찌나 넓은지 장난이 아니었다.

지도도 없고 정보도 없고 무작정 사람들에게 라면거리가 어디냐고 물어서 찾아가는 길에

마침 자그마한 음반매장이 있어서 혹시나 싶어 조용필님 앨범이 있냐고 물었더니

어머 이게 웬일이니 큰 레코드 점도 아니고 지하상가에 조용필님 앨범이 있다니... 

나중에 어찌될지 몰라 일단 구매했다.

 

여기가 도쿄 지하상가 라면거리이다.

달랑 라면집이 8군데인데 라면거리라고 이름 붙여놓은 걸 보니 

모르긴 몰라도 지역별로 유명한 라면이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8군데를 탐색한 결과 줄이 가장 많이 서 있는 집으로  결정 .

하지만... 줄 기다리는데만 40분...

나중에는 줄 선게 아까워서 다른데 못가고 꾸역꾸역 기다리는데

어깨는 빠질 것 같고 소라빵 하나 먹은 배는 밥 달라고 아우성이니 입에서는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재작년 요코하마 라면 박물관에서 웬만한 일본 라면은 대부분 맛을 본지라

우리가 익히 아는 그런 일본 라면이었다면 이 집을 고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집은 다른 메뉴 없이 츠케멘 단 한 종류를 승부를 거는 집으로

국물과 면이 따로 나오며 면을 국물에 담궈서 먹는 방식으로 

오통통한 면발이 너구리 한 마리 잡아도 좋을 만큼 쫄깃했다.

 

40분 기다린 보람은 충분했으나 만성 수면 부족인 상태로 카메라 무게가 감당이 안돼

가방 무게에 눌리다보니 급 피곤이 몰려오고 있어 바로 도쿄 포럼으로 가서

가방을 맡길데가 있으면 맡겨놓고 돌아 다니기로 결정했다.

넓디 넓은 도쿄역 지하상가는 출구를 찾아서 밖으로 나오는데만 거의 30분이 걸렸다.

 

지도상으로 도쿄역에서 도쿄포럼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보였는데 막상 걸어보니 10분이 채 안 걸렸다.

으흐흐 꼭 한 번 와보고 싶던 도쿄 포럼홀~~

 

 

공연이 열리는 A홀은 세 군데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입장시간전이라 모든 문은 전부 잠겨 있었다.

안에서는 스탭들이 공연준비를 하느라 부산한 모습이었고 마침 일본인 스탭이 나오길래

가방이 너무 무거우니 안에 잠시 들어가면 안되겠냐, 화장실을 가고 싶다 등등 온갖 이야기를 해봤으나

 안타까운 얼굴표정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이 시간에는 스탭외에는 출입이 금지된다며...

 

포럼홀에 가방 맡겨두고 5분도 안되는 지근거리에 있는 유라쿠초역 주변으로 가 볼 생각이었건만  

완전 전의 상실...

 

시간은 고작 오후 2시 50분... 잠시 숨 돌리고 생각 좀 해보자며 

맞은편 건물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들어가니 급피곤이 몰려왔다.

 

유라쿠초역 주변에 꼭 가보라는 단팥빵 집도, 서점도, 긴자거리도 다 시큰둥~~

 

결국 스타벅스에서 시간 때우며 숙면 취해주셨다. ㅠㅠ

 

그렇게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공연 시간 맞춰 도쿄 포럼홀로 고고씽~~

 

예술의 전당 공연 생각나게 하는 도쿄 포럼홀이었다.

사진으로 봤던 공연장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지만 음향도 조명도 시설도 꽤 만족도가 높은 공연장이었다.

 

공연 시작 시간 6시 30분.. 딜레이되는 것 없이 바로 칼 같이 공연이 시작됐다.

 

 

15년만에 성사된 조용필 일본 공연에 많은 다른 공연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다는게 올곳이 느껴졌다.

2013년 헬로 투어에서 가장 좋았던 공연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든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15년만의 일본에서 팬들과 만나는 조용필님의 컨디션과 목소리는 최상이었고

밴드 위대한 탄생의 쫀쫀하고 찰진 연주는 국내공연보다 더 좋게 다가왔다.

전주에 비창의 느낌을 자아내던 추억이 미아는 감동이었다.

 

무엇보다 무대장치로 사용된 도트이미지(Dot Image)는 아... 정말 환상적이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처음 사용한 무대장치라고 하는데

국내 대형 무대 위주의 공연인 헬로 투어보다 도쿄 포럼홀의 무대 크기가 1/3밖에 안되는 곳이지만

도트이미지(Dot Image) 를 활용한 무대 장치덕분에 대형무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도쿄 포럼홀의 고급스러운 황홀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오늘의 이 공연이 조용필님도 무척이나 감격스러웠겠지만 

일본 관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조용필님을 기다리던 광경은 뭉클했다.

 

모든 멘트를 일본어로 할만큼 유창한 일어 실력을 뽐내셨고 (거의 반 밖에 못 알아들었지만 눈치 코치로~~)

뜻밖에도 전성기 시절 상해 팩스뮤지카에 함께 출연했던 다니무라 신지씨가 공연장을 찾았다며 소개를 해주셨다.

 

마침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별로 멀지 않아서 사진으로만 봤던 신지씨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뭐라 말 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그의 얼굴을 스치며 그는 감격하고 있었다.

 

곱게 늙어 간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다니무라 신지씨였다.

 

공연 내내 도쿄 포럼홀은  여기 저기서 '스바라시' 가 터져나왔고

평양 분위기 능가하는 일본 관객들의 공연관람 문화라고 했건만

앵콜 말미에 오니 다들 스탠딩 분위기 연출하며 한국 공연이나 진배없었던 공연이었다.

 

약 4천명이 이날 공연을 함께 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관객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도 었는데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공연이다.

 

공연이 끝나고 거의 맨마지막에 공연장을 빠져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로비에는 그때까지도 사람들이 공연장을 떠날줄 모르고 공연의 여운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공연장에서 폭죽대신 쏘아 올렸던 은박 리본에는 아무것도 없는 한국과 달리

Hello 19 CHO YONG PIL 이라 인쇄가 되어있었고

꽃가루 대신 날린 부직포는 프로펠러처럼 빙그르르 돌았는데

거기에도 Hello 19 CHO YONG PIL 이라 새겨져 있어서 기념으로 주워왔다.

 

 일본 공연 티켓과  함께 공연 기념물품은 고스란히 조용필님 티켓북에 가지런히 정리~~

저 빈자리는 시간날때 공연 사진 한 장 인화해서 붙여 넣으려고 일단 자리 비워놨다.

 

 

자.. 일단 일본에서 제일 중요한 일정을 하나 끝냈으니 이제는 진짜 마음편하게~~

일본 지인의 추천 경로를 따라 '도쿄역까지 일루미네이션 보면서 걷기'

(제목도 참 관광청 직원 스럽게 적어놔서 빵 터졌다.) 를 실행했다.

 

도쿄 포럼홀에서 한 블럭 떨어진 길은  완전 유럽스타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일루미네이션은 꽤나 멋졌다.

 

한국에서도 명동 등에서 일루미네이션은 흔하게 보지만 명동을 걸을일도 잘 없고

연말 연시 시끌벅적한 시기에는 사람들이 엄청 몰리는 곳은 아예 피하기때문에

도심의 일루미네이션을 별로 느껴보질 못했는데 오랫만에 일루미네이션을 보니 마음이 설레였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게 몇 가지 있는데 오전에 에도 박물관을 못 간 것과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것이다.

 

도쿄 포럼홀 바로 옆 1층 건물이 로마네스크 양식을 하고 있어서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거기가 미술관일 줄이야...  ㅠㅠㅠㅠ 위의 사진은 미술관 뒷편이고 길을 따라 가면 도쿄역이 나왔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나니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와서 스타벅스에서 푹 쉬어버렸는데

이곳이 미술관인 줄 알았더라면 아무리 피곤해도 인상파 화가의 그림 전시를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으나 어쩌겠는가...  하지만 슬펐어..

 

일루미네이션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얼마걷지 않아 도쿄역에 도착했다.

우와~~너 진정 도쿄역!!!!! 이란 말이더냐..

지하상가를 따라서 도쿄 역 앞으로 나온터라 전체 전경은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정면으로 딱 마주하니 도쿄의 풍채가 확~ 와 닿았다.

 

그리고 도쿄역안으로 들어서니 이런 천장이 ...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점이자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톡 역사의 천장과 거의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도쿄 역 천장은 한 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나며 한 번 찾아봐야겠다.

 

  JR 도쿄역에서 숙소가 있는 신쥬쿠로~

 

 

 

안전사고때문에 전 지하철에 안전장치가 있는 우리와 달리 복잡해도 너무 복잡한 이곳에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며 친구는 고개를 가우뚱~~~

 

친구 이야를 듣고 보니 꽤 위험한데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다.  

 

 

도쿄역에서 숙소가 있는 신쥬쿠에 도착해 출구로 나가는 길에 빅뱅을 만났다.

 

일본 여자애들이 부산스럽고도 발랄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론,,, 다음 날 아침에도 이 길을 지나갔는데 여전히 여자아이들이

 전광판 보고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사진찍는 모습을 보니 그저 웃음이..

 

 

큰일을 하나 해내고 나니(?)  오후 1시경에 라면 하나 먹은게 전부라는게 뒤 늦게 생각났고

식탐 발휘해 신쥬쿠거리에서 이것저것 사서 11시가 넘는 시간에 폭풍 흡입해주셨다.~

 

날씨 한번 쾌청하게 아침이 밝았다.

 

어제 일본에 있다는 SNS를 본  아는 기자분이 도쿄갔으니 신쥬쿠에 있는 키노쿠니아 서점을 가보라고 했다.

 

 일본 출장에서 사진집 사러 키노쿠니아 서점에 들렀다며 올린 그 분의 페북 사진을 보면서

혹 일본가면 나도 한번 가봐야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걸 완전히, 까맣게 까먹고 있었다니...

마침 숙소도 신쥬쿠이니 일정을 변경해서 키노쿠니아 서점을 찾았다.

 

이 건물 전체가 키노쿠니아 서점이고 뒤쪽으로 빌딩이 또 하나 있는데

거기는 코메디라는 장르만 취급하는 빌딩으로 별관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했다. 

 

 

 이 서점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이곳에서 원고지와 펜을 샀다고 알려진 곳으로

그를 비롯해 일본의 유명한 작가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서점으로 일본에서도 꽤 유명한 서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교보문구' 와  비교가 되는 곳으로

실내는 홍익문구와 비슷한 느낌인데 전체 규모는 아시아 최대규모라는 교보문고보다는 작았다.

 

하지만 다양성, 전문성에 비해서는 키노쿠니아를 따라 갈 수 없곘다 싶었다.  

 

일본인들의 세계적인 독서량은 이번 일본여행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철 내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 보다는 더 많았다.

 

어쨋거나 다양한 종류의 책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최근에 내내 스트레스로 폭발 직전까지 가고 있던 기분은  

갑자기 엔돌핀 지수 솟구치며 폭포수 흐르듯 흘러주시고~~

 

마음같아서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 종일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만큼 큰 유혹이었다.

다른 책도 워낙 볼게 많았지만 사진집 코너에서 다양한 사진집 구경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한국 작가의 사진집이 있나싶어 찾다보니  매그넘 작가들이 한국을 작업한 사진이 있었다.

콩나물 다듬는 사진도 있고.. 참 일상적인 모습이 외국 사람들 눈에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라는 사실은

 평범한 일상이 가진 위대한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단지, 일상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일상을 누리는 사람들은 그 가치를 언제나 잊고 있을 뿐..

 

한 소재를 가지고도 여러 작가마다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가지고 있는 사진집들도 많았고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사진집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정말 갖고 싶은 작가의 사진집을 발견하니 심장 박동수 최고조였지만

백과사전 2개 합쳐놓은 두께인지라 도저히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여하튼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를 연말하며 서점을 나서는데 발길이 어찌나 안 떨어지던지..

어쨋거나 도쿄를 다시 와야할 이유가 생겼다.

 

 

친구가 키티 선물사야한다고 했지만 신쥬쿠의 키티샵 검색해도 못찾겠다고 했었는데

키노쿠니아 서점을 찾기위해 살짝 길을 헤맸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키티샵이다.

 

캐릭터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따라 들어갔다가 너무 다양한 상품이 많아서 기겁했던 곳 .

하지만 이런 곳은 역시 내 취향은 아니야~~ㅎㅎㅎ

 

도쿄역도 신쥬쿠도 엄청 복잡하다 생각했는데 우에노역도 만만치는 않은 곳 인 듯했다.

도쿄에서 오면 가까운 우에노역인데 신쥬쿠에서 오니 오니 30분이나 걸려서 은근히 멀더라는 ~

 

서점을 들른 탓에 지인이 짜준 아침 일정은 모두 점심먹은 다음 오후 일정으로 밀렸다.

 

점심 먹기가 애매한 상황이라 우에노역에서 먹으려고 찾다가 발견한 대박 초밥집.

 

의자도 없이 서서 먹는 곳이었는데 회전 접시 돌아가는 그런 집도 아니고

주문 방식도 독특했고 게다가 뜨거운 말차가 함께 제공되니 더욱 좋았다.

 

회를 그리 즐겨하지 않는 편이고 초밥도 그닥 그런 편인데 

최근에 너무 무리를 한 탓에 밥 맛을 잃고 나니

이상하게 생전 먹지도 않던 회가 먹고 싶었으나  혼자 회를 먹으러 갈 수도 없어서

내내 애를 태웠는데 방사능이고 뭐고 에라이 모르겠다~~이곳에서 거침없이 폭풍 흡입해주셨다.

 

재료들도 어찌나 싱싱하고 맛있던지 진짜 꿀 맛이었다.

 

점심먹고 우에노역 길 건너에 있는 야메요코 시장으로 직진~~

 

 

JR 선이 지나 다니는 다리 밑으로 시장이 형성된 아주 특이한 곳으로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살아냈을지는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곳이었다.

 

부산의 깡통시장이라 불리는 국제시장의 느낌도 나고 대구의 서문시장 느낌도 나고

종로의 광장시장  느낌도 나고 여하튼 옷 가게 바로 옆이 생선 가게고,

그 옆이 과일가게, 또 그 옆은 신발가게, 또 그 옆은 수입물품 파는 곳... 등등

 

가게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이 몰릴때마다  점포가 하나씩 늘었다는게 눈에 보일 정도로

규칙도 통일성도 없을 만큼 정말 희안하게,  그러나 묘하게도 진정있게 다가오는 곳이었다.

 

시장안에는 한국 떡볶이를 파는 가게도 있고 대만에서 먹어던 샤오롱 바오를 파는 곳도 있고

정말 국적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었으나 일본에 왔으니 다코야끼를 먹어야 정석이겠다 싶어

먹어본 아메요코 시장표 다코야끼....

 

아놔~~~ 문어 다리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다코야끼.. 우리나라는 다 뻥이었어.. ㅎㅎ

 

어느 덧 시계는 오후 3시.

시간이 좀 빠듯한 듯해서 시장 근처에 있는 우에노 공원은 대충 30분만 둘러보고 가자며

호언장담했으나..... 이런.... 30분이 웬말...

 

국립박물관, 시립미술관, 절과 신사, 동물원에 호수까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원이 아니었다. ㅠㅠㅠ

 

일본 지인은 이번 일정에 관련된 여행지 모두를 검색해 제일 잘 된 한국어 포스팅 링크를 걸어서 보내줬지만

그걸 볼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아예 보지를 않고 그냥 왔는데 이곳에 와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우에노 공원안에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곳인줄 알았더라면 시장 구경 대충하고 바로 이곳으로 왔을텐데

친구와 나는 정말 땅을 치고 두 번째로 후회를 했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국립박물관이고 오른쪽 맞은편으로 시립미술관이 위치하고 있는데 

 공원 입구에서 걸어오니 대략 30분이 더 걸린 것 같았다.

 

공원의 크기에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휴일 오후가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박물관 주변으로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관광객들도 더러는 있었지만 관광객들보다 시민들이 더 많은 것이 이례적라고 느낄 정도였다.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재는 척도는 특정계층만 문화를 감상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라고 불리는 대중이 보고 느낄 기회가 많은지 여부가 가장 관건이라고 한다.

 

평일에도 박물관과 미술관에 와서 느긋하고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도쿄의 시민들..

우리와 일본의 경제 문화적인 차이를 대략 50년으로 보고 있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우리보다 앞선 나라라는 부러움이 들었다.

 

이번 주면 삼청동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을 한다.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는 서울관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생각을 해 본다.  

 

다음 목적지 아사쿠사역의 센소지 절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에노 역에서 10분 밖에 걸리지 않았던 아사쿠사역이었는데

출발할때만 해도 해가 쨍쨍했는데 아사쿠사역 도착시간 4시 40분..

맙소사... 해가 저물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표준시는 같지만 위도가 차이가 있어

 일몰과 일출시간이 약 50분 정도는 차이가 나는걸 깜빡하고 있었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는 센소지 절은 여행객과 현지인들로 넘쳐나고 있는 곳이었다.

어제부터 꾸역꾸역 사용도 못한 삼각대를 무겁게 들고다니느라 힘들었는데

마침 날도 저물고 렌즈 완전 쪼여서 삼각대가 있어야만 찍을 수 있는 야경 사진도 오랫만에 한 컷~

 

교토의 청수사 등에 비해 일본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에도시대의 전통을 대표하는 절인만큼 의미도 볼거리도 충분했다.

 

저 짚신을 뛰어서 만지면 운수가 좋다고 하는데 물론 자료를 안 읽어봐서 패스~

한 해의 운수를 보는 통은 발견했으나 내부를 잠시 둘러보니 5시.. 문을 닫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볼건 알뜰 살뜰 다 보고 입구까지 늘어선 상가에서 기념품 구경하고 나니

어느덧 시계는 6시가 가까워 져오고 있어 도쿄의 일정은 이곳에서 마무리 하기로 했다.

 

원래 일정은 도쿄 스카이트리를 보고 하마마쵸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저녁 8시 비행기인줄 알았던 스케쥴은 오후 7시 45분이었고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마침 아사쿠사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공항까지 45분이면 간다고 해서 안심을 했으나..

JR 아사쿠사역과 지하철 아사쿠사역이 다른 출입구를 사용하는 줄 모르고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

 

우여곡절끝에 지하철 입구는 찾았는데 표를 끊으려니 종점에 위치한 하네다 공항 전철역이 1터미널, 2터미널 ..

맙소사.... 이거 어느 터미널로 가야하는거야?

 

하네다 공항 전철역에 다다르니 비로소  2터미널이라고 한 곳은 국제선이고 1터미널이라고 한 곳은 국내선이었다.

처음부터 국제선, 국내선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1터미널, 2터미널을 적어놔서   사람 식겁하게 만드는지... 

 

지도 한 장없이 지하철 노선 한 번도 안 본 상태에서 이틀 내내

길 한 번 헤매지 않고 잘 다니는게 스스로도 신기해 하고 있었는데

결국 마지막에 식은땀 있는대로 흘려주셨다.

 

나중에 지인에게 물었더니 도쿄는 JR, 지하철, 민간철도 이렇게 3개의 시스템이 있는데

환승이 안되는 시스템이라고 ㅠㅠ

 

다행스럽게도 오후 7시가 조금 안 되서 공항도착, 자동발권으로 5분만에 수속완료!! 

 

비행기는 김포를 향해 날았고 침에 대박 실망한 기내식 대신 저녁 기대식은 굿~이었다.

도쿄 시부야의 에비스 지역의 일식 레스토랑 메뉴를 기내식으로 만든 아이디어.. 음~~ 괜찮군..

 

 

그동안 오사카, 나라, 교토, 요코하마, 돗토리, 큐슈 지역 등은 가봤으나 도쿄와는 참 연이 안닿았는데

조용필님 덕분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다녀 온 도쿄 1박 2일이다.

 

이틀 내내 망원,줌, 광각렌즈에 카메라 3개에, 삼각대까지 풀 세트를 메고 돌아다니느라

몸은 녹초가 됐지만 일본 지인 덕분에 알차게 다녀온 도쿄 여행인 듯하다.

 

그래도 아무 정보없이 도쿄를 다녀온 건 좀 심하긴 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더 자유로울 수 있었던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동안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을 써지도 못할 만큼 정신도 없고

의자에 앉는 근육, 자판두드리는 근육 외에는 모든 근육이 퇴화하는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는데

나름 심하게 돌아다닌 도쿄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몸과 머리는 더 개운해 진 듯하다.

 

오랫만에 셀프 이미지 한 컷으로 짧은 일본 여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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