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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장 가난했던 사랑의 큰 울림, 이중섭거리

작은천국 2014. 3. 14. 06:30

[제주] 가장 가난했던 사랑의 큰 울림, 이중섭거리

 

 

 

서귀포에서 한 때를 보낸 화가의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은 이중섭거리.

화가는 자신 평생의 가장 행복했던 한 때를 이 서귀포에서 보낸 시절이라 회상한다.

 

그러나 그곳이 채 두 평이 되지 않는 초라한 방 한 칸 이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사랑의 크기가 물질의 크기로 환산되어진 세상이라는 사실에

어쩔수 없이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늘 애닯은 부인에게 '남덕에게' 로 시작하는 연서에 담았던 그리움.

이중섭을 생각하면 비운의 천재화가라는 수식어에 앞서

인간적인 연민에 더 이끌리는 건 

가장 가난했던 한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행복했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서귀포때문은 아닐런지.

 

 

 

그동안 제주를 수도 없이 왔다갔다했지만 서귀포는 실로 오랫만인듯하다.

이중섭거리가 정비가 됐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솔직히 적응이 안될만큼 옛날 모습은 이젠 기억속에 존재할 뿐^^

 

 

이중섭거리답게 이중섭의 대표작들을 보도블럭에서 만날 수 있는 점은 특색있어서 참 좋았다.

 

이중섭 거리를 있게 한 장본인이 살았던 이중섭 거주지로 발길을 먼저 옮겼다.  

 

서귀포에서도 양지바른 언덕즈음에 위치하고 있는 이중섭의 생가에는

봄의 신호탄을 알리는 꽃들이 앞 다투어 피고 있어 따스한 봄날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생가터도 복원이 되서 양쪽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 초가 전체가 이중섭이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건만...

오른쪽 문칸방 하나에 네 식구들이 살았다고 한다. 

 

문을 열면 바로 부엌에 이어 어른 두 명 정도 몸을 누이면 꽉 찰 1.4평 정도의 작은 방.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가족이 멀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를 각자의 방을 갖게 된 것이라는

어떤 심리학자의 주장이 괜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의 체온과 온기가 전해주는 충만하고도 절정의 행복감은

1.4평의 공간이면 충분한 것을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가난을 벗 삼아 반찬없이 밥을 먹고 고구마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최극빈의 생활고였음에도

온 식구가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덮히며 숨소리에 전해지는 감정들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며

웃으며 살 수 있었던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서귀포의 생활을 회고 하는 이중섭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여전히 화가가 살았던 소박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화가가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낸 그 따뜻함이 여전한 서귀포.

 

화가의 삶이 남루했던 것과 달리 화가의 집 앞 마당에는 온갖 꽃들이 창궐하고 있다.

 

비록 끼니를 때우기는 힘들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이 옆에 있고

추운 겨울 지나고 앞 마당에는 꽃이 피고

저 멀리 그림같은 서귀포 바다를 품을 수 있는 이 곳.

 

가난과 비운의 화가의 대표명사로 불리는 이중섭이지만

이곳에서 살았던 이 시간들이 진정으로 행복했겠구나싶어 명치 끝이 시큰거린다.

 

이중섭 생가에서 나오니

 유일하게 변하지 않았다고 느껴진 골목길이 내심 반가웠다.

 

그리고 길 옆으로는 바로 작가의 산책길이 이어진다.

 

작은 공원이 만들어진 이 곳에서 이중섭의 생가가 건너로 보인다.

 

이중섭이 주로 산책하던 길을 조성해 산책길로 만들어 놓았는데 시간만 있다면 한 번 따라 걸어봐도 좋겠다 싶었다.

일본 교토에도 철학자의 길이라고 유명한 철학자가 산책하던 길을 만들어 놓은 길이 있는데

이중섭작가의 길이 있는 것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림을 그릴 종이가 없어서 당시 담뱃갑의 포장지의

은박종이에 그림을 그려야 했던 이중섭의 고단한 삶.

 

가난도 막지 못한 예술혼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밖에 없는 이중섭인데

사진으로만 보던 이중섭을 실물크기의 동상으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양지바른 이중섭 공원에도 홍매화를 비롯해

 

곳곳에 수선화가 피었다.  

하나의 꽃대에 주렁주렁 달리는 곱디 고운 수선화~

 

계단을 올라 공원을 나오면

 

곧바로 이중섭 미술관이 이어진다.

 

요즘은 이곳에 전시를 어떻게 하나 싶어 들어갔다.

안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패스~

 

자신의 울분을 토해내듯 힘찬 붓놀림의  소 그림은 여전히 로비 한쪽에 ~

 

미술관 앞 길을 걸어 나오는데 이 길도 새로 조성한 듯하다.  

 

이중섭거리는 젊은 예술인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 낼 수 있는 공방거리로 조성되어 있다.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하다고 하니 주말에 들러도 참 좋겠다 싶었다.

 

 

길 옆으로는 다양한 공방들이 있어 마음에 드는 것은 기념품으로  하나 구입해도 좋을 듯~ 

 

 

 

 

간판들도 이쁘게 정비가 되서 간판 보는 재미도 솔솔~ 

 

이 길은 올레길이라 서귀포의 올레길을 걷는다면 필수로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 중섭 거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누렁이 한 마리도 만났다. ^^

아~~ 시크한 녀석~

 

 

서귀포에서 고작 1년을 살았건만

이중섭을 상품화 시킨 서귀포의 놀라운 힘.

 

 

 화가의 흔적만 남은 곳에 목련꽃도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중섭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