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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지] 스트레스 없는 여름휴가, 영양 대티골

작은천국 2012. 8. 1. 08:39

스트레스없는 여름휴가 '영양 대티골'

대티골/ 영양 대티골/ 경북 영양/ 여름휴가지/ 영양 갈만한 곳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돌아왔다.

어디론가 떠나야겠고 사람들 북적이고, 바가지요금에,,,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대티골이라면 휴(休)가지 여행의 모든 고민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곳이니

 

경북 영양 일월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고 물 맑은 계곡과 호젓한 숲길이 있어

남녀노소 모두가 만족할만한 대티골 그곳으로 떠나보자

 

 

 

지난 주말 가족행사가 있어 피서도 아닌, 휴가도 아닌 애매한 여행을 1박 2일로 떠나게 되었다.

몇 주 전부터 어디로 갈 것인가 설왕설래가 오고가던 중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

여행을 좋아하는 가족들이고 웬만한 곳은 다 다녀본지라 장소 정하기도 힘든 가운데

모든 가족이 4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까지라는 전제조건까지...

 

우여곡절가운데 '영양'으로 정해졌다.

몇 해 전 영양 - 울진 - 태백으로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그때는 영양의 서석지만 보고

바로 불영계곡으로 넘어갔었기에 이번에는 영양에서만 오롯이 보내는 일정으로 잡았다.

 

 

영양을 대표하고 있는 고추와 반딧불이 모양이 가로등 조형물이 반기고 있던 영양은  

팔도 유람을 여행을 그렇게 숱하게 다녔어도

영양만한 곳이 없구나 새삼스럽게 느끼된 여행이었다.

 

밤이 되면 반딧불이와 고추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환상이었다.

 

 

버스정류장의 반딧불이와 고추는 이렇게~

완전 귀요미 가로등과 버스정류장이었다.

 

 

휴가로 북적이는 도시를 떠나 피서지에 가서도 다시 또 인파로 북적거리면서

소모 아닌 소모만으로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면 남는 건 피로뿐...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차 10대를 채 만나지 않는 정말 오지 중의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영양

영양은 정말 한적하고 조용한 그런 곳이었다.

 

가는 길에 몇 년 만에 다시 서석지에 들러 잠시 연꽃을 구경하고

 

 

드디어 자연치유 생태 마을 대티골에 도착했다.

 

 대티골은 경북 영양의 일월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약 14명의 농가가 일월자락 대티골에 넓게 분포하며

총 9가구가 황토구들방이란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특이한 곳이었다.

마을지도에는 숙박을 제공하고 있는 사람의 실명 이름을 아예 지도에 표시하고 있다.

 

황토구들방은 독채로 구성되어 내부구조가 똑같은 (큰방, 작은방, 화장실, 취사 가능) 모양으로

일월산에서 내려오는 반변천이 대티골 집집마다 흘러게 되어 있어

얕은 물놀이와 고기잡이 등 계곡에 발을 물에 담그는 게 최고의 피서라는 걸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시원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 마을은 모든 것을 '함께 ' 하는 공동체적인 삶을 제대로 누리면서 사는 곳이라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민박을 개인마다 따로 예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담당자가 지정된 민박집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시고

민박집의 입구에는 관리자가 누구인지 실명제로 표시해 두고 있어 참 좋았다.

 

눈이 많이 오는 영양의 특성상 너와집으로 만들어진 대티골의 민박집 모습이다.

일월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고요한 산속에 들어앉은 느낌을 받는 곳이다.

 

하천의 물은 얼마나 깨끗하고 맑은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마을 입구의 자전거를 타는 조형물이 은근 귀엽다.

 

민박집 마당 평상에 앉으면 보이는 하늘이 어찌나 예술이던지

 

구름은 시시각각 그 모양을 달리하며

 

바람을 따라 빠르게 변신하며 흘러가는 중이다.

 

 

아~ 이렇게 하늘을 쳐다본 지가 얼마 만인가 상념에 잠기는 것도 잠시

 

시시각각 구름이 피어오르고 지면서 산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황홀경에 아예 목을 빼고 드러누웠다.

 

조카들은 도착하자마자 짐을 벗어 던지고 민박집 바로 앞에 있는 개울가로 물놀이하러 나갔고  

 

동생과 나는 마을 산책을 겸해서 일월산으로 향했다.

 

 내가 영양을 그리고 대티골로 숙박을 정한 건 바로 대티골의 아름다운 숲길 때문이었다.

외씨버선길도 이 길을 지나기도 하지만 총 6.7km를 걷기는 힘들 듯했고

마을 산책길로 일월산 옛길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아 주저 없이 이 대티골로 정했다.

 

마을을 크게 한 바퀴 전부 다 돌아보기에는 대략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길인데

 걷고 오면 해가 질 시간이 되어 결국 1시간 30분 정도 왕복으로 반변천 발원지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반변천 발원지로 향하는 길은 일월산 정상에서 솟아나 내려온다는 물줄기는

산자락을 따라 시원스레 마을로 흘러내려 가고 있었다.

 

그리 험하지 않은 산길을 걸어서

 

드디어 도착한 반변천의 발원지 물은 끊임없이 졸졸졸 솟아나고 있었다.

잠시 땀을 훔치고 다시 민박집으로 내려오니 시간은 어느새 저녁때를 훌쩍 넘기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언제 물렸는지도 모를 모기 세 방이 산책의 흔적으로 남았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민박집에 에어컨이 없는 것이 살짝 걱정되었으나

저녁이 되니 에어컨이 웬말이냐며 추워서 이불을 있는 데로 다 덮어야했다.

 

그러나  내가 묵었던 곳은 완전 동향이라 아침햇살이 정면으로 들어오고 

게다가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 상황이라 아침이 되니 에어컨이 없는 건 조금 아쉽긴 했다.

 

일월산자락이 앞에 있고 산에서는 물이 흘러 마을 앞으로 실개천이 흘러내려 가는 곳이자

대티골은 5월이면 온통 산나물로 뒤덮여 취나물, 참나물, 곰취나물 등이 자라며

특히나 단군신화에 곰이 100일 동안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산마늘(명이나물) 재배 농장이 많은 곳이란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조카들은 또 고기를 잡으러 냇가에서 함흥차.

결국 냇가로 가 보았더니 세상에 한 곳에 웅덩이를 파 놓으니 이렇게 작은 고기들이 어느새 모여들었다.

 

그런데 실상은 조카들보다 오빠가 고기잡이 놀이에 더 신난 듯했다.

고기 잡을 도구들을 설치해 놓고 고기가 들어오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저 표정^^ 

 

아침에 눈 뜨자마자 조카들 둘은 '어제 개울가에 발 담갔는데 한 여름에 동상 걸릴뻔했다'는 둥

'된장을 푸니 고기가 잘 잡혔다'는 둥 영양에 온 지 하루 만에

입만 열면 '게임 게임 게임' 하던 애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시골애들이 다 되어 있었다.   

 

조카들과 함께 1부 고기잡이, 2부 물놀이를 끝내고 짧은 계곡 트래킹을 나섰다.

 

물이 고인 곳은 어른 허벅지 정도 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깊은 곳이 별로 없어 걷기에도 딱 좋다.

 

무엇보다 이곳은 사람이 없어서 정말 한적하고 좋은 곳이라

피서지 인파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어제저녁부터 조카들 둘은 이 강가를 아예 전세를 내고 독차지하고 놀고 있다. 

 

걷다가 물장구도 치고 물을 뿌리며 장난을 치느라 온몸은 흠뻑 젖었고

 

물가를 들어갔다 나왔다

 

때때로 미끄덩도 한 번씩 해주시고  

 

물이 너무 맑아 바닥까지 훤히 다 보인다.

 

여름 최고의 휴가는 뭐니 뭐니 해도 탁족이 최고다!

새벽부터 일어나 영양으로 오는 통에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으로 달랜 시간이 아까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 놓은 책 한 권 들고 와서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앉아 책이나 좀 볼걸.

아이고 신선이 무에 그리 부러울쏘냐?

 

가벼운 차림으로 계곡 트레킹 완료~~

초등학교 저학년임에도 이젠 내 키에 거의 육박하고 있는 조카는

나를 보호해준다고 손을 꼭 잡아 준다.

 

유유히 그리고 고고히 흘러가는 반변천의 맑은 물이다.

 

 

 

된장을 풀어 놓았던 통에는 제법 큰 고기가 잡혔다.

 

된장 넣고 물고기를 잡는 걸 오빠가 가르쳐 준 줄 알았는데

조카 녀석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어떻게 잡게 되었는지 설명 중~~

 

자신의 아이디어로 잡은 물고기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칭찬은 아이들을 춤추게 한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잡은 물고기를 집에 들고 가고 싶다는 걸 겨우 설득해 다시 강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

 

잡을 때와 달리 강으로 다시 돌려 보내주겠다고 하는데도 고기가 잘 안 잡히니

큰 조카 녀석은 "야 집에 보내주겠다고 하잖아~~" 라며 한 성질 부려주시고

 

 

 

다시 또 몇 번의 사투 끝에 다시 강으로

 

강으로 고이 다시 되돌려 보냈다.

 

너무 시골이라 애들이 심심해하면 어쩌나 걱정이었고

딱히 어른들도 별로 할 것이 없다 싶어 걱정 아닌 걱정을 했으나 완전 기우였다.

 

일단 민박집이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단독으로 완전히 분리된 공간이라

많은 식구가 북적여도 누구 하나 방해받는 사람이 없고

조카들을 1박 2일 동안 개울에서 아예 나올 생각을 않고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동생과 나는 숲 속을 걷고 다니며 탁족과 숲 속을 골고루 느낄 수 있었고

멀리까지 거동이 힘든 아버지도 조카들과 함께 개울에서 모처럼 발 담그시고 더위를 잊으셨다.

 

 게임에 오락에 컴퓨터에서 떨어질 줄 모르던 아이들은

여행을 다녀도 늘 '심심하다'를 입에 달고 있었는데 

자연에 풀어 놓으니 그냥 우리가 놀던 어린 시절 그 모습 그대로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놀이를 만들며 즐기고 있었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아이들의 입에서는

"여기서 살고 싶어요!"  어른들은 다들 경악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 산과 냇가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진정한 휴가를 즐길 수 있었던 영양에서의 1박 2일이었다.

 

 

민박집 총 9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뚝뚝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집에 민박하느냐에 따라 물에 가까울 수도 있고 산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예약은 대티골 마을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사진을 누르면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어느 집이든 상관없이 1박에 130,000원은 완전 대박이다. !!!

 

이런 곳을 어디서 찾아냈냐며 다들 혀를 내 둘렀다.

ㅎㅎ 모르시는군,, 작가는 글도 잘 써야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아내야 하는 것도 능력이란 것을~

 

 

 여행을 가면 쉬는 것도 쉬는 것이지만 나름 이것저것 볼거리에도 치중을 하는 스타일이라

가족들을 끌고 조지훈의 생가인 주실 마을과 풍력단지만 보고 접어야 해서 아쉬울 만도 했지만

아~~~ 대티골에 발 담그고 있다가 오후에 돌아다니려고 하니 덥긴 무지 덥더라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문열 작가가 고향에 내려와 사는 두들마을에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의 음식들을 직접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완전 기대를 하고

먹어 볼 생각이었으나 다들 지쳐서 그만...  요거 하나는 정말 아쉬웠다.

 

조카들이 워낙 좋아하고 부모님도 좋아하셔서

내년 여름에도 한 번 더 오자고 하셨기에 내년을 기약하며...

 

이 말에 조카들은 잡은 고기 괜히 풀어 줬다며

자기들만 아는 아지트에 고기 키웠다가

내년에 다시오면 잡아서 매운탕을 해먹을 수 있었을텐데 ...

 

아~~ 이런 상상력은 도대체 몇 살 때까지 가능한 걸까?

다들 배꼽을 쥐고 한바탕 웃으며 다시 한 번 더위를 날려 보냈다.

 

우리나라 최고의 풍력단지가 바로 영양에 있으니

이번 여름 피서지 깨알같은  영양으로 고고씽을 추천한다.

 

 대티골 : 경북 영양군 일원면 용화2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