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포천]가을을 담기에 눈이 천 개라도 부족했던 국립수목원

작은천국 2011. 10. 31. 07:30

가을을 담기에 눈이 천개라도 부족했던 국립수목원

 

비 내리던 지난 토요일 광릉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을 다녀왔다.

 

식물과 꽃을 너무 좋아했기에 한동안 내 여행의 테마는

전국 각지에 있는 수목원, 식물원을 찾아가는 컨셉이었던적도 있었다.

국립 수목원부터 저멀리 완도수목원,, 제주 수목원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가평에 위치한 꽃무지 풀무지 식물원,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평강식물원 등등..

 

  

전국 각지의 식물원은 막 개원해 초창기라 이름이 나기도 전에 다녀온 것이 대부분인지라

요즘은 그렇게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

 

모처럼, 정말 오랫만에 국립수목원을 가게 되니 갑자기 마음은 옛날로 돌아가 있었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아예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을만큼

 

소풍가는 어린이 마냥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발할때만 해도 계속 비가 내리고 있어

순간 산티아고에서 입었던 판초를 쓰고 산티아고 기분이나 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기분을 누가 알까 싶어 그냥 한번 씨익 웃어주고 참았다.

 

수목원의 진입로는 여전했고 완연한 가을풍경은 너도나도

이야~~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국립수목원에 예상치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안개, 안개, 안개였다..

 

그리움의 첫 번째 단어.. 안개..

특히나 비 그친 뒤에 피어오르는 안개의 그리움은 뭐라 형용할 수가 없는 듯하다.

 

모든 것은 아스라히 안개 너머로 숨었다.

 

그저 밀려오는 안개속에 따라오는 그리움의 냄새만이 가득할 뿐..

 

안개를 헤치고 도착한 국립수목원의 고즈늑함이 이내 마음을 너무 평화롭게 한다.

 

수목원엔 이미 만개한 가을 숲이 두 팔을 벌리고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우리는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누가 나무이고 누가 숲인 것일까?

그저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일 뿐..

우리도 언제가 우리가 떠나왔던 고향의 숲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리를 보아도 저리를 보아도 지천으로 널려있는 가을 그리움

 

이 모든 것을 담기에는 눈이 천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비움이 채움이었고 채움이 다시 비움으로 어스러져 가는 시간..

 

그런 시간을 느끼며 그 길을 걷고 또 걷는다.

 

이 모든 것들은 '가을, 그리움' 이란 단어를 남기고 있는 중이다.

 

비 온 뒤 맞이하는 숲의 알싸한 청량감은

영혼 저 깊은 속까지 밀고 들어와

마음속의 빗장을 금새 풀어 봐 버렸다.

 

텅 빈 공간이 이렇게 가득찬 공간이었을 줄이야

 

그래 온통 갈색이면 숲이 아니지?

 

 

 

 

너무나 매력적인 가을이 눈 앞에서 코 끝으로 스쳐간다.

 

나뭇잎도 땅이 그리워 일 년을 기다렸다 만나니 어찌 반갑지 않을 소냐?

 

땅이 나뭇잎을 안을 걸까? 나뭇잎이 땅을 안을 걸까?

 

빗방울로 코팅이 되어 반짝반짝 윤기가 좌르르르

지친 마음과 영혼에도 가을 향기로 자연 코팅을 해 본다.

 

 

 

핏빛 그리움으로 만나는 총 천연색 가을

 

보이는 것 모두가 그립다.

 

걷는 이의 뒷 모습에도 가을 향기가 베어나온다.

 

아아아아!!!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말 하는 것 조차 아까워 걷고 또 걷고 또또 걷고...

 

 

가을 그리움을 두 눈에 마음에 담을 뿐..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색 고운 단풍나무의 자태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한다.

 

이제 앞으로 일 년을 더 기다려야 만나는 가을...

가을이 깊어간다...

 

거의 4시간을 넘게 한 번도 쉬지 않고 수목원을 쉴세없이 걸어다녔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고

그냥 숲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에너지기의 기운을 듬뿍 받았던 국립수목원의 가을이다.

 

가을의 향기를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나니

그 끝엔 '그리움' 만이 남았다.

 

10월의 마지막 날...

빛 고운 가을을 기억하며

 

2011년의 국립수목원의 가을..

그리움만 한 움큼 줍고 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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