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가을이 성큼 내려앉은 홍제천길, 그곳에서 만난 '르노와르'

작은천국 2011. 9. 14. 07:30

가을이 성큼 내려앉은 홍제천길, 그곳에서 만난 르노와르

 

매주 사진공부를 위해 구기동에 위치하고 있는 AT Studio로 간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구기동이 상암에서 움직이기에는

지하철로도 애매하고 버스로도 다소 애매한 지역이지만

시내와 달리 고즈늑한 느낌이 있어 한동안 차를 가지고 다니다가 

요즘에는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홍제천길을 따라가면 구기동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하여

모처럼 맑은 날씨 그동안 쉬고 있었던 아티스트 데이(Artist Day)도 다시 실행에 옮길 겸

구기동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얼마나 걸릴지 알수가 없으니 운동화 보다는 아예 걷기에 편한 특수깔창을 깐 등산화를 신었다.

물론 음악도 빠질 순 없다.  

 

상암에서 구기터널이 있는 구기동까지 2가지 경로가 있다.

 6호선  증산 - 새절 - 응암 - 연촌 - 불광을 걸어 구기터널로 가는 방법과

홍제천길을 걸어 홍제역 - 홍지문 - 상명대를 지나 구기터널로 가는 방법 2가지가 있다.

 

그런데 막상 걸을때는 이렇게 지도를 자세히 찾아 본 건 아니었고 홍제천길을 걸으면 홍지문까지

당연이 길이 이어질 줄 알고 대책없이 지도 한번 보지 않고 길을 나선것이 문제긴 했다.

 

홍제천길에서 끊어진 길에서 홍지문까지 가는 길을 못찾고 헤맨 결과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미 이 코스를 걸었던 사람들이 올려놓은 지도를 찾았다.

요렇게 걸으면 3시간 정도에서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나처럼 걸으면서 주위로 사정없이 눈 돌아가면 시간은 더 걸린다고 봐야할 듯하다.

 

아파트 옆으로 흐르고 있는 중랑천을 따라 수색역에서 부터 응암역까지는 불광천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각종 꽃들이 만발하고 벚꽃이 식재되어 있기에 봄에는  이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올해 봄, 불광천길의 모습이다.

불광천 길 http://blog.daum.net/chnagk/11264063

 

또한 상명대 뒤로 연결되어 있는 북한산 둘레길은

 구기초등학교 근처 백사실 입구에 살고 있는 보성언니를 따라 이미 걸어본 길이기도 하다.

 

탕춘대길의 모습 이다.  http://blog.daum.net/chnagk/11263931

 

홍제천길은 염두에만 두고 한 번도 걸어보지도 가보지도 않았지만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 길

어느 새 가을은 성큼 내려앉았다.

 

가을이 되니 봄에 보던 꽃들과 다른 종류의 꽃들이 ~

하늘향해  활짝 핀 나팔꽃~~

 

대표적인 가을 꽃 ~

 

물고기가 그렇게 하천에서 살고 싶다는데 1년 12달 매일같이 낚시하는 사람들..

근데 고기는 잡아서 먹을 수 있는 건가 심히 의심스럽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곧장 한강 상암지구로 이어지는데

거꾸로 올라가면 홍제천길이 시작된다.

 

한동안 홍체천은 복원공사로 내내 어수선했는데 3년전에 복원이 완료되었다.

 

홍제천은 이곳이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깨끗한 수질과 환경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며칠 전 새벽산 책길에도 만났던 백로인데 여기서 다시 보니 더욱 반갑다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듯 고고하게 잰 걸음을 옮기는 중~

은근 귀엽다.

 

홍체전길이 마음에 드는 건 인공하천을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놓았다.

 

곳곳은 가을풀들이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끼게 한다.

 

길 가 양옆으로 가을의 전령사로 불러도 좋을 구절초가 만개를 했다.

 

 

아 이 꽃 이름이 뭐였더라 생각이 날듯말듯 날듯말듯 가물가물~

 

걷다보니 국철 수색역과 가까워 지고 있어 KTX와 새마을호 만나니

어린아이 마냥 마구 손을 흔들며 동심을 즐겼다.

 

 

홍체천길의 옆으로 난 도로 건너 주택가가 양 옆으로 있는 탓에 초반에는 계속 다리를 지나게 되는 길이다.

 

여름도 거의 다 가고 있는데 다리밑에는 낮 동안 여름같은 날씨로 인해 텐트족들이 아직도 진을 치고 있는 중이다.

 

걸으며 사진을 찍으며 어느새 훌쩍 한 시간을 지났고 시계는 오후 1시를 훌쩍 넘었다.

 

걸으며 점심을 먹을 작정을 하고 나선 길 배꼽시계가 사정없이 울어대고 있는 중이다. 

 묵은지를 볶아서 만든 유부초밥 도시락으로 한껏 소풍나온 기분을 내 본다.

몸 힘들 땐 뭐니뭐니 해도 김치 들어간 음식이 최고다!! 

 

맛난 도시락을 먹고 다시 길을  걷는다.

 

홍제천의 맑은 하천의 반영은 거울같다!!

 

오오 너는 이름이 뭐니?

편하게 걷기위해 번들 렌즈를 달고 나왔더니 망원렌즈가 살짝 아쉽다.

 

흥남교를 지나면서 부터는 머리위로  내부순환로가 지나가는데 이게 뭐니?

 

콘크리트 교각에 르노와르 작품을 붙여놓으니 흉물스러운 구조물도 멋진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인상파 화가의 대가로 불리우는 르노와르의 작품이 자연과 함께 어울리니

거대한 아뜰리에를 걷고 있는 기분이 느끼며 쉼없이 바삐 걷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인상파 화가들의 특징이기도 한 '빛'의 예술은 정말이지 사람을 매혹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림 밑에는 그림의 설명까지 덧붙여 있어 그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니

누구라도 르노와르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오랫만에 르노와르 작품을 보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사진 공부를 시작하면서 사진만 줄창 봐 오다가 오랫만에 유화그림을 보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든다.

역시 그것이 무엇이든 편식을 하면 좋지않다는 걸 또 다시 실감하게 된다.

 

'유화'도 취미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집안 가득 온통 기름냄새가 범벅이 되는 통에

아직 적당한 화실을 찾지 못해 거의 붓을 들지 못하고 있어 늘 아쉬웠는데

오랫만에 유화그림을 보니 그저 즐겁다.

 

그저 한 두 점의 그림이 아니라 대표작 20점이 걸려 있어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며 어느새 르누와르의 화풍에 매료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유화그림과 함께 자연의 풍경을 끌어 놓아 보았다. 

 

뭐가 보이는가? ㅎㅎ

 

 

 

뜻밖에 횡재한 기분이 든다!!

작품들은 서대문구에서 지난 4월 작년 모네 작품을 철거하고 르누아르 작품을 다시 걸었으며

 「홍제천 명화의 거리 르누아르전 제막식」행사도 가졌다고 한다.

이 길은 '홍제천 물가마당' 이라고 부른다.

 

홍제천 길도 이젠 막바지에 이르렀다.

 

 

인공적인 복원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환경을 살린 홍제천길은

불광천길과는 완저히 다른 느낌이다.

 

봄이면 이 곳은 산벚꽃이 지천으로 날리며 상춘객을 유혹하는 길이기도 하다.

벚꽃 흩날리는 봄 날 내부순환로를 달리다보면

모든 걸 뿌리치고 그냥 산으로 올라가 벚꽃놀이를 즐기고 싶을 만큼 멋진 곳인데

올 봄에는 전시회 때문에 제대로 된 꽃 놀이 한 번 가지 못했으니

다음 봄 날을 기약해 보낟.

 

때론 흉물스럽다고 느껴지는 내부순환로였는데 홍제천 덕분에 내부순환로의 재발견이라 불러도 좋은 길이다.

 

시원한 물줄기가 사정없이 떨어지는 폭포

 

 

 

어영부영 걷다보니 벌써 2시간을 훌쩍 넘기고 3시간을 향해가는 중,

필살기로 걸었으면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인 듯했으나 

이른 가을 경치 구경에 그림구경에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약속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것도 문제긴 했지만 홍체천 폭포에서 올라오니 갑자기 엄청난 소음 작렬하는

대로변으로 올라와 뚝 끊어진 길은 구기동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몰라 한참을 해매야 했다.

 

결국 서대문구청에서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버스정류장을 물어 구기동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긴 했는데...

이게 뭐니....이 버스 집에서 구기동으로 갈 때 이용하는 버스 ㅠㅠㅠ

 

어떻게 생각하면 이 버스를 타려고 3시간을 걸었단 말인가 싶겠지만

도심의 번잡함을 벗으나 걸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가을날의 정취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걷기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으~~~ 눈앞으로 홍지문이 스쳐간다. 홍지문에서는 구기동까지 길을 알고 있는데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서대문구청에서 홍지문까지는 어떻게 가야하는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담엔 아예 지도를 들고 걸어 봐야할 듯~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구기동 도착!!!

ㅋㅋ 이 길은 북한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두 번째 아티스트데이는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볼까 싶었는데

르노와르를 보고 나니 그림이 몹시 보고 싶어져서 전시장을 찾아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 중!!

 

서오릉 길은 언제 걸어볼까나~~

 

결국 경치 구경하느라 2시에 모이기로 했던 시간을 훌쩍 지나 3시가 넘어 구기동에 도착했다.

다행히 일행들도 조금씩 일이 생겨 다들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본격적인 사진 수업이라기보다 12월 전시회를 앞둔 회의를 하기로 한 상황이라

편한게 걸어서 오라는 말에 마음 편한 걷기 였던 것 같다.

 

걸을 땐 몰랐는데 오랫만에 속옷까지 흠뻑 젖어가며 걸었던 홍제천 길,

문턱까지 온 가을 마중에서 뜻밖에 르노와르도 만나게 되어

더 없이 꽉찬 행복한 아티스트 데이였던 것 같다.

 

다음 번 걷기 여행에선 또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마음은 저 만치 앞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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